소설리스트

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282화 (282/528)

〈 282화 〉 [281화]타이쿤 시티

* * *

도미닉 경은 익숙하지 않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평소처럼 훈련을 위해 밖으로 나가려던 도미닉 경은 문득 여기가 집이 아니라 여관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그래. 여긴 타이쿤 시티였지."

도미닉 경은 칸쿠 무사의 아들을 구하고 받은 건물을 보기 위해 타이쿤 시티에 온 참이었다.

양산박의 졸개들에게 불법 점거 당했던 건물 문제는 어제 양산박 간부 왕이와의 진실된 대화로 해결된 상태였으나, 그동안 불법 점거하면서 어질러진 탓에 여관을 잡아 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

물론, 건물 내에 침실로 쓸 공간이 없다는 것도 한몫했지만 말이다.

평소대로 일찍 일어난 도미닉 경은 거울 앞에 놓인 팜플렛을 들어 보았다.

팜플렛에는 조식 시간이 적혀 있었는데, 2시각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어차피 아침에 몸을 풀지 않으면 몸이 찌푸둥한 도미닉 경이었기에 도미닉 경은 여관 근처를 좀 걸어 다니기로 했다.

...

타이쿤 시티.

가챠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가차랜드와는 달리, 뜻밖에 건실한 경영인들이 모인 도시.

노력한 만큼 더 많은 결실을 얻을 수 있는 정직한 도시.

겉으로만 보기엔 가차랜드보다 더 건실하고 좋아 보이지만...

세상은 언제나 상대적인 것이었다.

붉은 여왕 효과.

주변 모든 것이 끊임없이 발전하기에, 따라잡기 위해선 역시나 끊임없이 뛰어야 하는 곳.

가만히 있으면 퇴보되어 버리는 곳.

타이쿤 시티는 노력만큼 보상을 주는 대신, 하루도 일을 쉴 수가 없었다.

그 하루의 차이는, 영원히 좁힐 수 없는 틈이 되기 때문이었다.

영원히 일해야만 하는 도시.

이런 면에서 보면, 적당히 즐길 수 있는 가차랜드가 좀 더 나아 보이기도 했다.

물론, 너무 과하지만 않다는 단서 하에.

도미닉 경은 아침 일찍 연 붕어빵 노점에서 붕어빵을 샀다.

이 타이쿤 시티에서도 랜드마크라고 불리는 것들이 있었는데, 이 붕어빵 노점도 그중 하나라고 했다.

어떻게 노점이 랜드마크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붕어빵은 맛있었다.

도미닉 경은 여관 주변을 돌아보며 타이쿤 시티를 바라보았다.

모든 건물들은 낭비되는 공간 하나 없이 제 용도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꾸며져 있었고, 모든 건축물과 구획은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지어졌다.

이미 지어지던 건물 사이로 경찰서가 갑자기 생기거나, 저 멀리 불타는 건물 옆에 소방서가 갑자기 나타나는 등 끊임없이 변화가 일어나기도 했는데, 모든 것은 단 하나, 효율을 위해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끔찍한 곳이로군."

도미닉 경은 처음 타이쿤 시티에 왔을 때 그 번영도에 놀랐으나, 며칠 있다 보니 이곳의 단점이 너무 명확하게 보였다.

외부에서 온 도미닉 경이 보기에도 그럴진대, 타이쿤 시티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어떨까.

도미닉 경은 고개를 저으며 붕어빵 하나를 또 입에 물고는 빈 봉투를 근처 쓰레기통에 넣었다.

이제 곧 조식 시간이었으니 여관으로 돌아가야 할 때였다.

그때, 도미닉 경은 무언가 종이로 된 지도책을 펼쳐가며 난감한 듯 주변을 둘러보는 이를 보았다.

그녀는 푸른 베레모를 쓴 군인이었는데, 무언가 잘못된 듯 곤란해하고 있었다.

"...쿤 시티가 아니라 타이쿤 시티였잖아!"

저런. 아무래도 지도를 잘못 본 탓에 엉뚱한 곳에 온 모양이었다.

도미닉 경은 길을 잘못 든 군인에게 마음속으로 깊은 유감을 표하며 여관으로 돌아왔다.

여관은 중세 풍의 성 옆에 있었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한 층씩 증축되고 있었다.

오늘도 한 층이 더 올라간 것을 보며 도미닉 경은 고개를 저었다.

타이쿤 시티의 부지런함이란!

도미닉 경은 끊임없이 달려야만하는 타이쿤 시티의 시민들에게 심심한 애도를 표하며 여관으로 들어갔다.

여관 안은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다들 조식을 먹으러 온 모양이었다.

대낯부터 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런 사람들은 말없이 술만 마시다가 여관을 나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도미닉 경은 첫날 대낯부터 술을 마시는 사람이 있기에 따라가 본 적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추적하던 사람의 흔적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오늘은 청소가 끝났을까."

도미닉 경은 문득 도미닉 경 명의로 된 건물이 생각났다.

처음 건물을 보러 갔을 때는 주변의 건물보다 작아 보였으나, 가까이 다가갔을 때 무려 11층에 달하는 건물이라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타이쿤 시티의 건축물은 100층, 200층은 높은 축에도 속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칸쿠 무사의 처지에서는 딱 적당한 수준의 건물을 넘겨 준 것이 맞았던 것이다.

도미닉 경은 아침 식사로 나온 토스트 다섯 조각과 계란 후라이 12개, 베이컨 7줄이 든 접시와 카라멜 마끼아또 한 잔을 들고 빈 자리에 앉았다.

이렇게나 사람이 많은데도 언제나 남는 자리가 있다는 건 좀 신기한 경험이었다.

도미닉 경은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대접하는 음식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바삭하고 고소한 토스트와 반숙으로 되어 노른자를 톡 찌르면 주르르 흐르는 완벽한 계란 후라이, 그리고 두껍게 잘라 바삭하게 구운 베이컨을 야만인처럼 먹었다.

산책하고 나니 배가 좀 고팠던 것이다.

조식을 먹은 도미닉 경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도미닉 경의 머리 위로 띠링!하는 소리와 함께 +7,500ⓒ라는 글자가 나타났다.

무려 타이쿤 시티가 자랑하는 자동 결제 시스템이었다.

물론, 요즘은 다른 도시들도 다 쓰는 거였지만.

도미닉 경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데스크에 객실 카드를 맡기고 밖으로 나왔다.

"이제 건물을 보러 가보실까."

도미닉 경은 여관에서 그리 머지 않은 곳에 있는 도미닉 경 소유의 건물을 향해 걸어갔다.

사실 도미닉 경은 자기 건물에서 가장 가깝다는 이유로 이 여관을 고른 것이기도 했다.

방금 산책한 것보다 조금 더 먼 거리를 걷자, 도미닉 경은 이제 완벽하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깨끗해진 건물을 볼 수 있었다.

도미닉 경이 그 건물을 바라보자, 안에서 페인트를 칠하던 인부 하나가 뛰쳐나왔다.

"아, 오셨습니까! 저희가 완벽하게 다 수리해 뒀습죠!"

인부는 엄지를 치켜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얼마나 크게 웃던지 입이 얼굴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나마 예전부터 깨끗했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다시 지어야 할 뻔했습니다. 시설 여기저기가 낡아서요. 무려 3일이나 관리가 안 되었지 뭡니까!"

세상에! 3일이라니! 라며 인부가 과하게 놀랐다.

"물론 모든 것은 새것으로 고쳤으니 걱정 하지 마십쇼."

인부가 이번엔 양손의 엄지를 치켜든 채 다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인부의 하얀 이빨이 햇빛에 반짝였다.

"당신이 이 건물의 새로운 주인인 모양이군요."

도미닉 경은 갑자기 인부와의 대화에 끼어든 누군가를 보았다.

그녀는 몸에 착 달라붙는 여성용 양복을 입은 여성이었는데, 긴 머리를 말아 머리 뒤로 동그랗게 묶고 있었다.

눈매가 날카로워서인지 상당히 깐깐해 보이는 외모였는데, 아마 저 얇고 긴 안경 때문에 더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당신은...?"

도미닉 경은 갑자기 나타난 여성의 정체를 알기 위해 말을 건넸다.

"다른 것들을 처리하느라 늦었습니다. 칸쿠 무사님의 비서진 중 하나인 최진미라고 합니다. 얼마 전까지 이 건물을 관리하고 있었죠."

"나는 도미닉 경이오. 칸쿠 무사씨에게 이 건물을 양도받았소."

"알고 있습니다. 회장님께서 제게 양도에 필요한 모든 일을 위임하셨으니까요."

최진미는 도미닉 경에게 카드 하나를 건네주었다.

그건 캐릭터 카드와는 조금 다른 모양이었다.

"이건 이 건물의 정보를 볼 수 있는 카드입니다. 과거 칸쿠 무사님의 명의로 되어 있었으나, 양도를 위해 현재 소유자 부분에 아무 이름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제 여기에 도미닉 경의 이름을 기입하면­"

최진미가 카드에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이라고 이름을 적자, 카드는 저절로 도미닉 경에게 날아와 손에 잡혔다.

"이제 이 건물에 대한 모든 것은 그 카드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정말 제대로 양도 되었는지 확인을 위해서 한 가지 실험해봅시다. 카드의 장르 탭에 들어가셔서, 원하는 장르를 선택해 보세요."

도미닉 경은 최진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장르 탭을 눌렀다.

그러자 경영과 관련된 다양한 장르가 주르르 나열되기 시작했다.

초밥, 게임 개발, 영화 제작은 물론이고 목장이나 농장과 같은 것들까지 말이다.

도미닉 경이 빠르게 스크롤을 내려봤지만, 대충 확인한 것만 해도 수백 가지는 넘을 것 같았다.

"이제 그중 하나를 고르시면 됩니다. 여러 가지를 동시에 고르셔도 좋지만, 처음엔 하나만 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도미닉 경은 잠시 고민하다가 한 가지를 골랐다.

적어도 도미닉 경이 모르는 것들 보다는, 아는 것들 중에서 고르는 것이 나을 것 같으니까.

도미닉 경의 선택을 본 최진미는 괜찮은 선택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네요. 무난한 선택이기도 하구요. 의식주는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요소니까요."

도미닉 경은 최진미의 말을 들으며 카드를 매만졌다.

도미닉 경이 고른 장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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