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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278화 (278/528)

〈 278화 〉 [277화]상환

* * *

이렇게나 밀도가 높은 빛줄기가 내려올 리 없는지하 깊숙한 곳에서, 한 줄기 빛이 내려왔다.

그 빛은 점점 더 출력을 높여가는 듯 조금씩 귀가 아픈 고주파의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 빛줄기의 등장과 함께, 도미닉 경은 회중시계를. 탁하고 닫아 주머니에 넣었다.

"딱 맞췄군. 레미."

도미닉 경은 환한 미소와 함께, 작게 중얼거렸다.

도미닉 경이 회중시계를 집어넣자마자 빛줄기는 점점 옅어지더니, 이내 정말 가느다란 실선만이 남았다.

정말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얇은 실선.

그러나 도미닉 경은 바로 그 실선이 가장 위험한 상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 능력의 주인, 레미의 주의 덕분이었다.

'오빠가 나를 서포터로 등록하면 난 오빠가 있는 곳에 궤도 폭격을 날릴 거야. 처음엔 위협용으로 단발만 쏠게. 이후 필요해지면 더 말해.'

비밀기지에 들어오기 전, 도미닉 경은 믿을 수 있는 몇 사람에게 연락을 돌렸다.

물론 도미닉 경은 맨몸으로 비밀기지에 쳐들어갈 수 있었으나, 혹시나 해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그때 레미가 가장 먼저 도미닉 경의 연락에 답장을 주었고, 도미닉 경은 레미의 말대로 그녀를 서포터로 지정했다.

'만일 쏘아내면 가이드 라인처럼 얇은 빛줄기가 나타날 거야. 그리고 그 빛줄기는 천천히 사라질 거고, 완전히 사라진 이후엔­'

레미는 과할 정도로 자기 능력에 대해 주의를 주었다.

레미의 천재적인 두뇌와 레미를 총애하는 모르가나 블랙 회장의 재력이 합쳐져 만들어진 궁극의 특수 능력은 몇 번이고 몇십 번이고 주의를 줘도 모자랄 정도의 위력이었으니까.

레미는 이 특수 능력의 위력을 이렇게 평했다.

'그 궤도의 모든 것이 찌부러져 사라질 거야. 아니면 녹아서 사라지거나. 인공 지능의 기분에 따라서는 어쩌면... 영혼까지.'

미약하게나마 남아 있던 빛줄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빛줄기로 인해 뚫렸던 천장의 작은 구멍에서 반짝이는 듯한 이펙트가 보이더니, 갑자기 통통 튀는 소리가 들렸다.

도미닉 경은 생각보다 경쾌한 소리에 당황했으나, 그 작게 통통거리는 소리는 아직 비밀 기지의 꼭대기에서 나는 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던 건, 그 소리가 점점 커지고 거칠어지며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조제프 준장과 괴인들은 이 상황 자체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지하에 빛줄기가 들어서더니, 규칙적으로 통통 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통통거리는 소리는 퉁퉁거리기 시작했고, 퉁퉁거리는 소리는 캉캉거리기 시작했으며, 캉캉거리는 소리는 꽝꽝거리기 시작했고, 꽝꽝거리는 소리는 쾅쾅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소리가 가까워질 때마다 천장이 무시무시할 정도로 흔들리며 엄청난 양의 흙먼지를 털어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다가오는 공포.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이 다가오는 소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소리는 이제 중간을 지나고, 더 깊은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마침내, 귀가 먹먹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소리는 이제 도미닉 경이 있는 곳에서 고작 다섯 층 위에서 들리고 있었다.

"...맙소사."

다섯 층의 바닥은 그다지 내구도가 좋은 것은 아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저것'에 비하면 내구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차피 모든 것을 파괴할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쾅! 쾅! 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것과 이 층을 구분하던 마지막 바닥이 박살이 나자, 마침내 그것은 제대로 된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것은­ 그것은­

"기사 상...?"

두 명의 기사가 하나의 말을 타고 있는 거대한 청동 조각상이었다.

청동 조각상은 멍한 표정의 조제프 준장과 도미닉 경 사이에서 통통 튀더니, 이내 다시 바닥을 뚫고... 아니, 지반을 뚫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도미닉 경과 조제프 준장은 갑자기 바닥에 생성된 거대한 구멍을 내려다보았다.

순식간에 땅을 파고들어 간 청동 조각상은 어느새 어둠 속으로 사라졌었다.

"...대단하네."

조제프 준장이 별안간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이 엄청난 위력의 기술에 대한 찬사였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우리를 막을 수 없어. 잠시 시간을 끈 거라면 훌륭했다고 해 두지. 하지만­"

조제프 준장은 여전히 괴인들이 멀쩡하다는 사실을 믿고 도미닉 경을 도발했다.

저 엄청난 위력의 특수 능력이 겁이 나기는 했지만, 저 정도로 느리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저렇게 느려선 그저 코스트 손해일 뿐이­"

조제프 준장은 문득 갑자기 콧잔등에 바람이 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도다.

조제프 준장은 그 한 문장만이 뇌리에 남았다.

조제프 준장의 앞에는 엄청난 밀도의 빛의 기둥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저 위에 있는 위성에서부터 쏘아져 내려오고 있었다.

그 빛의 기둥은 방금 전 청동 조각상이 부순 구멍을 아주 매끄럽게 녹이며 맥동했는데, 그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모든 것을 소멸시킬 것만 같았다.

육신도, 영혼도, 심지어 조제프 준장의 의지까지도.

조제프 준장은 그 빛의 기둥에서 멀어지기 위해 빠르게 뒤로 돌아서 달렸다.

조제프 준장의 머릿속에선 이미 도미닉 경을 제압해야한다는 목적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오로지 저 빛의 기둥에서 멀어져야만 한다는 생존 본능만이 남아 몸을 움직였다.

빛의 기둥은 점점 커져만 갔다.

조금씩 출력을 높이며 점점 크기를 키워가던 빛의 기둥은 최대 크기에 도달한 듯, 확장을 멈춘 시점에서5초 정도를 더 유지했다가 사라졌다.

빛의 기둥이 사라지면서 다시금 개인실은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도미닉 경이 어떻게든 좌표를 신경써서 지정하기도 했고, 이 비밀기지는 보안 문제로 내부에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그 피해는 꽤나 미미한 것이었다.

그러나 살상능력과 별개로, 이 빛의 기둥을 가장 가까이서 본 세 사람, 도미닉 경과 미스터 왕, 그리고 조제프 준장은 그 누구도 입을 열 수 없었다.

빛의 기둥은 천장과 바닥에 엄청난 깊이의 구멍이 뚫고 사라졌으나, 그 주변에 추가적인 여파를 주진 않았다.

약간의 열풍이 불어 가구들이 조금씩 밀리기는 했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거의 멀쩡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 말인 즉, 이 빛의 기둥은 그만큼 정밀하게 타겟을 지정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셋은, 그 위력과 정확도에 놀라 할 말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게 다 뭐요?"

미스터 왕은 이 엄청난 광경에 놀라 도미닉 경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내 동생의 특수 기술이오. 나도 오늘 처음 보는군."

"...동생에게 잘해 주시오."

미스터 왕은 도미닉 경의 동생이 가진 기술의 위력에 놀라면서, 방금 전 도미닉 경에게 굽힌 자기 선택이 옳았다는 걸 깨달았다.

적어도 미스터 왕은, 이런 기술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도 없었고, 방법도 없었으니까.

도미닉 경은 착찹한 눈으로 궤도 폭격이 만든 자국을 바라보았다.

레미가 문자로 경고를 해주기는 했으나, 설마 이 정도의 위력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도미닉 경은 지금까지 전술급 특수 능력과 전략급 특수 능력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과거 3지역에서 싸울 때 다양한 능력들을 보긴 했으나, 그 때는 싸우는 데 집중해 다른 이들의 능력을 자세히 보지 않았었다.

도미닉 경은 이 전략급 특수 능력이 만들어낸 매끄러운 구덩이를 내려다보며, '아직 나는 갈 길이 멀구나.'라고 생각했다.

"하, 하하..."

도미닉 경이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지고 있던 그때, 구덩이의 반대편에서 넋을 잃고 웃는 소리가 들렸다.

도미닉 경이 고개를 돌려보자, 거기엔 이 엄청난 위력에 놀라 뒤로 나자빠진 조제프 준장이 있었다.

그녀는 있는 힘껏 도망치려다가 넘어진 상태였는데, 거의 코 앞에서 사용된 전술급 특수 능력에 넋이 나가 있었다.

"이, 이건 아니잖아. 이건 너무 하잖아. 탱커인데, 이런 위력의 기술도 있다고? 적폐잖아..."

조제프 준장은 계속해서 불만을 꿍얼거렸다.

도미닉 경은 조제프 준장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러 다가갔다.

이미 괴인들은 궤도 폭격의 여파에 놀라 도망간 모양인지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혹은, 그 여파에 휩쓸려 한 번 죽음을 맞이했거나.

물론, 괴인들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으니 어찌 되든 상관은 없었다.

도미닉 경이 조제프 준장의 옆에 서서 손바닥을 얼굴 앞에서 흔들어 보았다.

그러나 조제프 준장은 그마저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대신 조제프 준장은 갑자기 발작하며 주먹으로 땅을 내려치며 분한 듯 소리질렀다.

"이, 이익! 이 적폐! 적폐! 적폐에에에!"

조제프 준장은 계속해서 '이 귀축, 적폐, 탱커! 이 탱커같은 탱커!'라거나 '도미닉 경은 심각한 탱커야.'라고 말했다.

어째서인지 비속어가 아닌 단어도 비속어로 들릴 정도로 그녀는 처절하게 목놓아 울었다.

그만큼 그녀가 받은 충격이 컸던 것이리라.

도미닉 경은 일단 그녀가 정신을 차리기를 바라며 조제프 준장을 들쳐메고 구석까지 밀려난 소파에 눕혔다.

비록 그녀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도미닉 경을 적대하기는 했지만, 전의를 상실한 사람을 상대로 검을 휘두르는 일은 껄끄러웠던 것이다.

"...! 저건!"

도미닉 경이 조제프 준장의 상태를 확인하던 그 때, 천장에 뚫린 구멍들을 바라보며 감탄하던 미스터 왕은 구멍의 끝에 무언가가 내려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것은 여섯 개의 프로펠러와 네 개의 추진기를 가진 검은 비행 물체였는데, 궤도 폭격으로 뚫린 구멍이 얼마나 컸던지 그 큰 비행 물체가 무리 없이 수직 하강할 수 있을 정도였다.

마침내 가장 아래층으로 내려온 비행물체는 공중에서 살짝살짝 흔들리며 멈추더니, 이내 안정되었다고 생각한 순간 비행물체 옆의 격납고의 문이 열렸다.

"갑자기 비밀 기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돌아왔더니."

"!"

격납고의 문이 열리고 나타난 이는 수려한 외모에 백옥 같은 피부, 왕의 복식을 입은 자였다.

그는 격납고 옆의 안전 바를 잡고 도미닉 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도미닉 경은 그를 몰랐으나 미스터 왕은 목소리만 듣고도 그 자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설마 이렇게 벌레들이 난동을 부리고 있었을 줄이야."

바로 미스터 왕의 아들, 왕이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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