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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275화 (275/528)

〈 275화 〉 [274화]상환

* * *

"개인실 쪽으로 가는 것이 좋겠소."

"과연. 알겠소."

도미닉 경은 개인실로 가는 길을 선택했다.

큰 의미는 없었다.

그저 지금까지의 양산박의 이미지는 뒷골목의 폭력배들 같은 이미지였고, 그런 폭력배들의 우두머리라면 당연히 술과 여자를 즐기는 불한당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도미닉 경의 추측은 소름 끼칠 정도로 정확했다.

"일단 개인실로 가려면 몇 가지 보안을 통과해야 하오. 양산박의 처지에서는 최고의 보안이지만, 사실 그 정체를 알고 보면 허술하기 그지없지."

미스터 왕은 지도 앱을 군데군데 가리키며 보안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개인실로 가는 길은 세 가지요. 하나는 구백구십구귀문이고, 또 하나는 독성 가스가 가득한 곳이오. 마지막 하나는 용암과 보물이 있는 곳이고."

미스터 왕은 세 갈래의 길이 다시 모이는 곳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그리고 여기가 개인실로 가는 가장 큰 보안이오. 놀랍게도... 자물쇠가 걸린 문이지."

양산박의 모든 보안을 통틀어 가장 어려운 보안일 거요. 라고 미스터 왕이 말했다.

도미닉 경은 고작 자물쇠가 가장 큰 보안이라는 것에 황당해했으나, 일단 다른 보안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했다.

"자물쇠에 대한 건 대략 알겠소만, 다른 것들은 다소 설명이 필요할 것 같소."

"그러리다."

미스터 왕은 도미닉 경을 위해 세 가지 보안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구백구십구귀문은 상대의 힘을 흡수하여 999의 힘을 가진 마지막 보스를 처치하는 것이 그 목적이오. 처음에 당신은 미약한 힘을 가지고 시작하지만 당신보다 약한 이들을 이겨 힘을 흡수하며 999의 힘을 넘기는 것이 목표요."

양산박의 인원들은 절대 뚫지 못하는 보안이기도 하오. 라고 미스터 왕이 덧붙였다.

"독성 가스실은 말 그대로 마시면 바로 죽어버리는 독성 가스로 가득한 곳이오. 이곳을 지나려면 파이프를 연결해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거나 그 파이프 사이로 지나가야만 하오."

당연하게도 양산박의 인원들은 단 한 명도 여기를 지나가지 못했소. 라고 미스터 왕이 말했다.

"마지막으로 용암과 보물은, 용암과 적을 피해 보물을 얻어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사는 것이 목표요. 물론 이 보안을 뚫으려던 양산박의 인원들은..."

미스터 왕은 이미 도미닉 경이 결과를 알 것이라 생각하며 말을 흐렸다.

"물론, 양산박의 인원들만이 이 보안을 뚫지 못하오. 조금이라도 머리가 돌아가는 사람이라면 절대 이 보안을 실패할 수 없지. 애초에 이 보안 장치가 설치된 이유가 양산박의 간부들이 시험해 본 탓이 크오."

그들은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이곳을 지나가지 못했으니까. 라고 미스터 왕이 덧붙였다.

도미닉 경은 미스터 왕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한 가지를 물었다.

"어느 길이 가장 빠르오?"

"개인적으로는 독성 가스실이오. 다른 곳은 이것저것 기믹이 많소."

"그럼 그쪽으로 갑시다."

도미닉 경은 그 자리에서 바로 갈 길을 결정했다.

"그러겠소."

미스터 왕은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다.

도미닉 경은 미스터 왕의 뒤를 따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양산박의 인원들이 아무도 이 보안을 뚫지 못했다면, 이 길은 막힌 곳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 도미닉 경은 미스터 왕에게 그 의문점에 대해 물었다.

"아무도 뚫지 못하는 보안이라면, 도대체 양산박의 인원들은 어디로 다니는 거요?"

"좋은 질문이오. 양산박의 사람들은 창밖으로 이동한다오. 복도로 다닐 수 없으니 건물 외벽을 타고 오가는 것이지."

"그럼 보안이 쓸모가 없지 않소?"

"그래서 용암 해자가 있는 거요. 함부로 외부인이 건물 외벽을 타지 못하도록."

미스터 왕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이 복도에 사람이 거의 없는 이유요. 복도로 다닐 수가 없으니까."

도미닉 경은 참 의미 없는 보안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잡담을 나누며 참 긴장감 없는 잠입을 계속하던 도미닉 경과 미스터 왕은 마침내 독성 가스실의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독성 가스실은 두꺼운 이중 문으로 되어 있으며 가스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소독과 장비 확인을 하는 방이 따로 있었다.

그 너머에는 더 두꺼운 강철 문이 있었는데, 틈새마저 막기 위해 엄청난 양의 고무와 실리콘이 쓰인 것 같았다.

"여기가 바로 독성 가스실이오."

미스터 왕이 문에 그려진 화생방 주의 마크를 가리키며 말했다.

화생방 마크 주변엔 몇몇 낙서가 가득했는데, 몇몇 낙서는 너무 휘갈겨 쓴 탓에 확인할 수 없었지만 몇몇 낙서는 확인할 수 있었다.

'IQ 150 이상만 가능.', '돌아가라 애송이.', '너무 어려워요! 어떻게 해요?'라고 적혀 있는 낙서들은, 이 뒤가 얼마나 어려운지 간접적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시오. 도미닉 경이라면 충분히 이 난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믿소."

미스터 왕은 진지한 표정으로 도미닉 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벽에 걸려 있던 방호복 하나를 건넸다.

도미닉 경은 갑옷을 입고 있었던 탓에 가장 큰 방호복을 입었음에도 조금 작다고 느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난제는 정말 어렵소. 정말이라오."

미스터 왕은 다시 한번 도미닉 경에게 경고했다.

어째서인지 방금 전과 약간 괴리감이 있었으나, 도미닉 경은 기분 탓이라고 여겼다.

도미닉 경은 어려우면 얼마나 어렵겠냐고 생각한 뒤, 들어온 쪽 출입구를 잠그고 독성 가스실의 문을 열었다.

"여기가 독성 가스실이로군."

도미닉 경은 방호복 너머로 가스실의 전경을 확인했다.

우선 기믹부터 알고 보자는 생각이었다.

가스실은 그 이름에 걸맞게 형광 녹색의 연기가 가득 차 있었는데, 누가 보더라도 유독해 보이는 가스였다.

도미닉 경은 어째서인지 갈고리에 걸린 채 서서히 내려오는 토끼의 사체를 바라보았다.

토끼의 사체는 녹색의 연기에 닿자마자 녹아내리더니, 몇 초도 안 되어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여긴 굉장히... 위험한 곳이로군."

도미닉 경은 선택이 잘못되었나 싶었으나, 그래도 이미 선택한 이상 돌아갈 길은 없다고 여기면서 다시 주변을 살폈다.

거기엔 연결되지 않은 파이프와 중간 경유지점, 그리고 중간 경유지점에 있는 아직 연결되지 않은 파이프가 있었다.

파이프는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재질로 되어 있어 사람이 지나가면 그 무게로 인해 아래로 가라앉는 방식이었다.

연결되지 않은 파이프가 있는 곳이 바로 시작 지점인 모양이었는데, 그 시작 지점엔 버튼 두 개와 레버가 있었다.

버튼 하나는 [잡기/놓기]라고 적혀 있었고, 나머지 버튼에는 [리셋]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무래도 무언가를 조작해 저 파이프를 연결시키고, 실패할 경우 리셋으로 처음으로 되돌릴 수 있는 모양이었다.

"빠, 빨리 부탁하오. 너무 복잡해 어지러울 정도니."

도미닉 경이 이곳의 기믹을 파악하고 있을 때, 미스터 왕이 애원하듯 도미닉 경에게 말했다.

미스터 왕은 방호복 너머로 식은땀을 흘리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는데, 도미닉 경은 미스터 왕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복잡하다니, 이게 말이오?"

도미닉 경은 레버를 조작해 두 개의 파이프를 알맞은 곳에 끼웠다.

그러자 순식간에 반대편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완성되었다.

"...!"

도미닉 경이 순식간에 이 간단한 퍼즐을 완성시키자, 미스터 왕의 눈이 터질 듯이 크게 떠졌다.

이토록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다니, 그는 천재라도 되는 것일까?

"...그는 천재야!"

미스터 왕이 갑자기 그렇게 말하자, 도미닉 경은 아무래도 이 공간이 미스터 왕에게 이상한 영향을 주는 것이라는 가설을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미스터 왕의 상태가 이상했다.

도미닉 경은 우선 이곳을 최대한 빨리 벗어나기로 마음먹었다.

"자, 그럼 가 봅시다. 최대한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겠소. 여러 의미로."

도미닉 경은 흐느적거리며 아래로 쭈욱 늘어나는 파이프를 타고 반대편으로 넘어갔다.

도미닉 경은 최대한 빠르게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 다음 스테이지를 준비했다.

그러나 도미닉 경은 다음 스테이지를 할 수 없었다.

"...설마 저게 끝이오?"

"음."

도미닉 경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미스터 왕을 바라보고는, 눈앞에 나타난 팻말을 바라보았다.

[Tanks 4 praying]

문법마저 이상한 팻말.

그 팻말은 명백하게 도미닉 경이 저 보안 시스템을 깼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도미닉 경이 이 황당한 상황에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었을 때.

"...헛!"

갑자기 미스터 왕이 외마디 탄성을 내뱉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보, 보안 시스템을 통과했구려. 고맙소."

미스터 왕은 갑자기 도미닉 경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도미닉 경은 미스터 왕의 감사 인사에 의구심을 가졌으나, 이내 방금 전 이상했던 미스터 왕의 상태를 기억해냈다.

"혹시 방금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요?"

"말했잖소. 양산박의 사람들은 절대로 깨지 못한다고."

미스터 왕은 독성 가스실을 바라보며 말했다.

"모든 보안 시스템에는 양산박의 인원들을 멍청이로 만드는 괴전파가 나오고 있소. 나는 양산박을 나온 지 꽤 되었지만, 여전히 괴전파에 영향을 받는 것 같소."

미스터 왕의 말에 도미닉 경은 왜 미스터 왕이 세상에서 가장 간단한 문제마저 어렵다고 했는지 이해했다.

"이해할 수 없군. 어째서 양산박의 인원들을 상대로 그런 괴전파를 쏘는 거요? 동료지 않소?"

"배신을 막으려고 그러는 거요."

미스터 왕이 도미닉 경의 의문에 대답했다.

"배신하러 오는 놈들을 바보로 만들어 버리는 거요. 저 괴전파에 오래 노출되면 노출될 수록 점점 지능이 내려가고 만다오. 배신할 정도로 똑똑한 놈 보다는, 밥만 줘도 좋다고 웃는 바보가 더 나으니까."

도미닉 경은 미스터 왕의 말을 듣고는 양산박은 도대체 뭐 하는 곳일까라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튼, 첫 보안을 뚫었으니 다음 보안이 남아 있소."

미스터 왕은 이내 괴전파의 후유증에서 벗어났는지, 다시 말끔한 모습으로 도미닉 경에게 말했다.

"그 보안을 넘으면 바로 개인실이오. 갑시다."

미스터 왕의 인도 아래, 도미닉 경은 다시 발길을 옮겼다.

이제 개인실이 머지 않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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