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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253화 (253/528)

〈 253화 〉 [252화]평화로운 일상

* * *

아침을 먹은 도미닉 경은 가볍게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집에서 나왔다.

도미니카 경은 조금 더 쉬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어봤지만, 도미닉 경은 일단 당면한 일들을 모두 해결한 뒤 쉬겠다고 한 것이다.

그리고 가장 시급한 일은 바로 행정부에서 보상을 받는 일이었다.

도미닉 경은 다시 한번 행정부에서 보낸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도미닉 경은 이번 사건, 일명 도트화 테러 사건에 휘말린 당사자임이 확인되어 다음과 같은 보상이 있습니다라."

도미닉 경은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위로금 2,400가차석과 30,000크레딧, 그리고 T5 장비 강화 재료 선택권 150개와★★★ 가구 교환권을 지나 추가 보상 선택란을 바라보았다.

열 몇 가지의 선택지 중 선택하는 방식이었으나, 도미닉 경은 두 가지 중에서 하나를 고민하고 있었다.

바로 [스킨 제작 1회 무료 상품권]과 [라이브 2D 제작 1회 무료 상품권]이었다.

스킨 제작에 필요한 가차석은 대략 1,000가차석에서 2,000가차석 사이였으니, 꽤 적당한 보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킨 제작 무료도 꽤 매력적인 제안이었으나, 도미닉 경의 시선은 온통 라이브 2D 제작권에 가 있었다.

"라이브 2D라. 그러고 보니 그런 것도 있었지."

도미닉 경은 주머니에서 캐릭터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시민권과 신용카드, 그리고 이런저런 잡다한 기능들을 포함한 이 캐릭터 카드의 앞면에는 당연하게도 도미닉 경이 그려져 있었다.

그러나 도미닉 경은 이 카드를 거의 갱신하지 않았던 탓인지 현재 도미닉 경의 초상화 부분은 2성 당시 찍었던 것으로 되어 있었다.

"이제 슬슬 초상화를 바꿀 때가 된 건가."

도미닉 경은 주머니에 캐릭터 카드를 집어넣으며 중얼거렸다.

이미 도미닉 경은 선택 보상에 대해 완전히 마음을 굳힌 모양이었다.

"좋아. 가 볼까... 음?"

도미닉 경은 숲에 난 포탈을 통해 가차랜드 시가지로 가려던 도중, 집 앞에 있는 우편함에 편지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도미닉 경은 도대체 왜 여기에 편지가 있는지 잠깐 고민했으나, 생각해 보니 우편함에 편지가 있다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가차랜드의 법칙이 엉망이니, 이런 당연한 것도 고민하게 되는군."

도미닉 경은 이 엉뚱한 해프닝에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우편함에 있는 편지를 꺼냈다.

편지는 굉장히 평범한 하얀 봉투였는데, 뒤집어보니 테두리의 일부에 파란 빗금이 쳐져 있었다.

"보자... 행정부에서 보낸 것이로군."

도미닉 경은 그 자리에서 편지를 개봉해 안의 내용을 읽어보았다.

[GTS ­ 가차랜드 세무청]

[당신의 상반기 세금을 인질로 잡고 있다.]

[만일 아래 기한까지 납부를 하지 않을 경우, 세금의 금액에 구멍할나가 더 생길 것이다.]

[우리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 단, 이 조건은 소득 상위 24% 기준, 종합세율 12.7%를 적용한 뒤 세금 감면 혜택을 모두 적용한 값이다.]

[*10 단위보다 적은 수는 내림한다.]

[1만 3760가차석, 40만 3820크레딧, 이 편지가 도착한 지 한 달 이내 납부할 것.]

[직접오기 그렇다면, 세무청 홈페이지에 있는 안내를 통해 인터넷으로 납부할 수도 있다.]

[만일 한 달 이후에도 납부를 미룰 경우, 최대 10배의 벌금을 물게 될 수 있다.]

"이게 도대체 뭐지?"

도미닉 경은 납치범의 요구조건이 담긴 편지인지, 아니면 행정부에서 보낸 세금 납부 고지서인지 헷갈리는 편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혹시나 세금을 가장한 보이스 피싱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뒷면을 본 도미닉 경은 이 편지가 정말 행정부에서 보내온 세금 납부 고지서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거기엔 QR코드가 있었고, 그 QR코드를 찍어본 결과 가차랜드 세무청으로 들어가진 것이다.

도미닉 경이 내야하는 세금과 편지에 적힌 금액이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한 도미닉 경은 편지를 고이 접어 인벤토리에 넣었다.

마침 행정부에 보상 문제로 가는 길이었으니, 보상받고 바로 세금을 내면 되는 일이었다.

"그나저나 상위 24%라는 말은 내가 그만큼 벌었다는 뜻인가?"

도미닉 경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방금 전에 본 퍼센테이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나 도미닉 경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도미닉 경은 3성이었고, 가차랜드를 기준으로 할 때 3성은 대략 상위 23%에서 40%를 차지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3성에서는 상위권이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이상할 것이 없는 수치였다.

"제법 많이 번 모양이군."

생각해 보면 도미닉 경은 카드 팩 교환소에서 꽤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고, 인디게임이었던 언찬트에 출연한 덕분에 인센티브도 꽤 달달하게 받고 있었다.

지금은 약간 유행이 지났지만 도미닉 경의 인형인 리틀 도미닉 경의 판매량을 생각하면 도미닉 경은 3성 중에서는 꽤 소득이 높은 편이었다.

"그런데도 세금이 이 정도라."

도미닉 경은 12%에서 13% 정도 되는 세금에 눈을 깜빡였다.

죽음은 피해도 세금은 피할 수 없다는 페럴란트의 격언처럼 가차랜드에도 세금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낮은 세율을 부과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페럴란트에선 기본적으로 기사와 병사에게 적용되는 세금은 없었다.

대신 농노는 열의 수확 중 아홉을 세금으로 내야 했고, 일반 시민은 50%에 달하는 세금과 추가적인 잡세를 내야만 했다.

도미닉 경은 일생의 대부분을 전장에서 보낸 탓에 세금에서 나름 자유로운 편이었지만, 주변에서 창문세나 지붕세, 문세와 심지어 토지의 질에 따라서 내야하는지질세를 내는 이들을 가끔 보아왔다.

물론 기사라고 해서 세금을 다 내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정확하게는 다른 방식으로 징수되었는데, 바로 종교를 통해서였다.

기본적으로 기사들은 수익의 1/10을 십일조로 바쳐야만 했고, 전장에서 생명을 해한 일에 대해 고백한 뒤 그 죄에 대한 보속으로 일정량의 돈을 내야만 했다.

도미닉 경처럼 전장에서 날뛰면 날뛸수록 더 많은 보속을 바쳐야 했기에, 도미닉 경은 사실상 수입의 30~40%를 늘 세금으로 바치는 셈이었다.

그랬던 도미닉 경이었기에 가차랜드의 세금도 그 정도 비율일 거로 생각했다.

상업이 왕성하니 세율이 조금 낮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했으나 이렇게나 낮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렇게 세금에 대해서 생각하던 도미닉 경은 어느새 행정부에 도착했다.

예전의 습격으로 엉망이 되었던 것들은 모두 복구 되었으나, 누군가가 운전하다가 가로등을 박았는지 가로등 하나만이 반으로 접혀 있었다.

도미닉 경은 접힌 가로등과 그 가로등에 박혀 검은 연기를 내는 차를 바라보며 행정부의 로비로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언제나 가차랜드의 시민들을 먼저 생각하는 행정부입니다. 무슨 용무로 오셨나요?"

"아, 보상 문제로 왔소. 겸사겸사 세금 문제도 해결하려고 하오."

"보상과 세금이시군요! 보상 문제는 바로 옆에서 받아가시면 됩니다. 세금 문제는 세무청을 찾아가셔야 합니다. 현재 인원 부족으로 안내 인원 대신 약도를 드리고 있는데 괜찮으세요?"

"그렇소."

도미닉 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미닉 경은 고작 다른 부서를 찾아가는데 안내 인원이 왜 필요하며, 지도는 왜 필요한지 생각했으나 곧 행정부의 복도가 개미굴과 같은 미로라는 사실을 깨닫고 지도 한 부를 받았다.

약도라는 말처럼 로비에서 세무청 부서로 향하는 길만 제대로 표시된 지도를 주섬주섬 인벤토리에 넣은 도미닉 경은 우선 바로 옆에 있는 보상 테이블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보상 문제로 오셨다면 이름과 성명을... 아니지. 그럼 중복이잖아. 이름과 성급을 알려주시겠어요?"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 3성이오."

"네. 3성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 보자... 네. 여기 있네요. 도미닉 경께서는 이상 현상의 피해자시기 때문에 선택 보상에서 2개를 고르시면 됩니다."

도미닉 경은 그 말에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다시금 폰을 꺼내 메시지를 확인한 결과, 이 사건의 피해자에게는 추가적인 보상이 있다는 글귀가 거의 마지막에, 아주 작은 글씨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래선 괜히 고민한 셈이군.

도미닉 경이 집을 나오면서 스킨과 라이브 2D 사이에서 고민하던 것을 떠올리며 머쓱한 듯 머리를 긁었다.

"스킨 1회 무료와 라이브 2D 1회 무료로 주시오."

"네. 잠시만요... 네. 다행이네요. 스킨 1회 무료 상품권은 이게 마지막이었어요."

"...? 수량이 정해져 있는 거였소?"

"네. 보상 안내 메시지에 일부 상품은 선착순으로 조기 마감될 수 있습니다. 라고 적혀 있을 텐데요?"

세상에나. 도미닉 경은 도대체 메시지 하나에 얼마나 많은 함정을 숨겼는지 감탄하며 행정부 직원이 주는 보상을 받았다.

보상은 그대로 인벤토리에 들어갔다.

"네. 수령 완료하셨구요, 받았다라는 걸 확인하기 위해 여기 서명을 좀 해주시겠어요?"

도미닉 경은 마지막으로 직원이 건넨 종이에 서명을 마친 후 보상 테이블을 빠져나왔다.

도미닉 경은 우연히 좋은 타이밍에 줄을 섰던지, 도미닉 경이 테이블을 벗어난 이후에 수십 명의 사람이 그 뒤로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이제 세금 문제만 해결하면... 음?"

도미닉 경은 또다시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섬뜩함에 고개를 번쩍 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귀가 먹먹해지며 심장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로 집중한 도미닉 경은 행정부의 로비를 지나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 섬뜩함의 원인을 찾으려는 도미닉 경.

그런 도미닉 경 뒤로, 누군가의 손이 뻗어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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