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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235화 (235/528)

〈 235화 〉 [234화]비트 뎀 올(Bit Them All)

* * *

[운류 히메 : "그나저나 날씨가 좋지 않아요?"▷▷]

도미닉 경이 그 이상한 문양들에 관심을 가지자 히메는 필사적으로 말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스탠딩 CG가 땀을 뻘뻘 흘리며 여우 귀를 파닥거리고 있었다.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 : "...이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구려."▷▷]

[운류 히메 : "...!"▷▷]

히메는 도미닉 경의 말에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도트로 된 그녀의 본체가 펄쩍 뛰며 머리 위로 '!'를 띄웠다.

설마 저게 호감도를 표시하는 창이라는 것을 들켰단 말인가?

도트로는 표현되지 않았으나, 히메는 입술을 꽉 깨물며 과거의 자신을 탓했다.

가차랜드 초창기에는 누구나 상대편이 가진 호감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너무 반인륜적이라는 시민들의 주장에 따라, 시스템 인더스트리의 모든 시스템은 인터페이스에서 호감도를 표시하는 기능을 끌 수 있도록 패치를 했다.

히메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나, 당시의 히메는 수련에 매진하고 있었기에 인터페이스를 꾸미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이후 그래픽이 2D에서 3D로 변화함에 따라 호감도 시스템은 오히려 몰입이 방해된다는 이유로 삭제될 때까지, 히메는 호감도 시스템을 끄지 않은 채였다.

그때 호감도 시스템을 끄지 않았던 게 이렇게 발목을 잡을 줄이야.

히메는 맹렬하게 여우 귀를 까딱거리며 도미닉 경을 향해 변명을 내뱉었다.

[운류 히메 : "그, 그러니까 이건..."▷▷]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 : "체력 수치로군. 안 그렇소?"▷▷]

도미닉 경은 히메를 향해 당당하게 답을 말했다.

과거 버그를 상대할 때, 도미닉 경은 이렇게 도트로 된 하트를 본 적이 있었다.

도미닉 경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 하트도 그럴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히메는 도미닉 경의 오답에 잠시 멍한 상태가 되었지만, 이내 기회라고 생각하며 도미닉 경에게 말했다.

[운류 히메 : "그, 그래요! 체력 수치예요. 꽤 잘 아시네요?"▷▷]

[운류 히메 : 히메는 다급하게 호감도 창을 끄며 도미니 경에게 대꾸했다. 그리고 화제를 돌리려­]

아.

히메의 눈앞에 떠오르는 시스템 창.

히메는 그 시스템 창을 바라보다가 이내 얼굴을 감싸 쥐며 절망했다.

도미닉 경의 오해를 기회라고 생각해 너무 다급하게 변명하던 나머지, 속마음의 일부가 대사창의 형태로 튀어나오고 만 것이다.

히메는 도미닉 경이 그 시스템 창을 보지 못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 : "호감도 창?"▷▷]

그러나 평소에도 시스템 메시지를 꼼꼼히 읽는 도미닉 경이 그 시스템 창을 보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 : "체력 수치라고 하지 않았소?"▷▷]

도미닉 경이 히메를 추궁했다.

히메는 도미닉 경의 추궁에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이렇게나 심한 패닉 상태는 도미닉 경을 처음 봤을 때 이후 처음이었다.

해적 리얼리티 쇼크가 일어났던 그때 말이다.

히메의 머릿속에 가상으로 존재하는 의인화된 감정들과 생각들이 긴급회의 버튼을 누르고 토론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미 패닉 상태에 빠진 히메는 그 어떤 결과도 도출할 수 없는 상태였다.

[운류 히메 : "그, 저, 그게... 아니. 그, 뭐라고 해야 하지?"▷▷]

히메가 어떻게든 도미닉 경의 말에 대답하려고 입을 열었으나,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완성되지 못한 채 엉망으로 튀어나올 뿐이었다.

그때였다.

[악독한 박춘배 : "어이어이, 이게 누구신가. 도미닉 경?"▷▷]

[비열한 말레이 : "카드를 하나 뽑아보지. 더 데스. 너의 죽음이로군."▷▷]

히메의 간절한 의지가 하늘에 닿은 것일까?

골목에서 도미닉 경과 악연인 두 사람이 걸어 나왔다.

일성 동맹의 간부이자, 이번 회귀의 최대 수혜자 중 두 사람.

바로 박춘배와 말레이였다.

[악독한 박춘배 : "설마 여기서 도미닉 경을 만나게 될 줄이야."▷▷]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 : "어떻게 나라는 사실을 알았소? 픽셀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악독한 박춘배 : "그야 간단하지. 스탠딩 CG를 켜 놓았으니까. 누가 봐도 이 그림은 도미닉 경이 아닌가?"▷▷]

박춘배가 도미닉 경의 스탠딩 CG를 손으로 추정되는 도트로 툭툭 쳤다.

[악독한 박춘배 : "물론,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지."▷▷]

[비열한 말레이 : "우리의 라이벌, 도미닉 경을 봤는데 그냥 지나칠 순 없다."▷▷]

[악독한 박춘배 : "그래. 그냥 지나칠 수 없지."▷▷]

박춘배는 스탠딩 CG도 없는지, 그냥 도트 덩어리로 된 몸을 3픽셀 정도 굽혔다가 일으켰다.

아마 고개를 끄덕인 것 같았다.

[악독한 박춘배 : "당연히 배틀!"▷▷]

■■■■■■■■■■■

박춘배의 발언과 함께 갑자기 도미닉 경의 눈앞이 번쩍하더니, 이내 시야가 잠시 암전되었다.

도미닉 경이 시야를 되찾자 갑자기 주변 풍경이 달라져 있었는데, 파스텔 톤으로 그려진 가차랜드 시가지의 그림을 배경으로 악독한 자세를 취한 박춘배와 비열한 포즈를 취한 말레이가 있었다.

박춘배의 머리 위에는 커다란 화살표가 있었는데, 그 화살표 아래에는 [★ 악독한 박춘배A]라고 적혀 있었다.

[운류 히메 : "이거 아무래도 전투에 돌입한 것 같네요."▷▷]

도미닉 경의 옆에 있던 히메가 곤란하다는 듯 도미닉 경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도미닉 경에 대한 전투 판정에 휩쓸려 버린 것 같았다.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 : "전투라면 자신 있지. 일단 공격을­"▷▷]

도미닉 경은 전투라는 말에 평소대로 방패를 들어 올리려고 했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말은 자유자재로 할 수 있었으나, 어째서인지 행동 불능 상태가 된 것이다.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 : "몸을 움직일 수가 없군...?"▷▷]

[운류 히메 : "아, 그러네요. 이건 턴제 방식이니까요.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죠."▷▷]

[운류 히메 : "예전에 저희가 행정부를 향해서 갈 때 겪었던 일을 기억하시나요? 2D세계에서 싸웠던 때 말이에요."▷▷]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 : "아. 이해했소."▷▷]

도미닉 경은 히메의 말에 바로 지금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각자의 속도에 따라 순번이 정해지고, 그 순번에 따라 행동을 하는 것이라는 걸 바로 파악한 것이다.

[운류 히메 : "다만 저번과 다른 점이 있어요. 저번엔 하나의 페이즈에 모든 이들이 한 번 씩 행동했다면, 이번엔 이 게이지가 당신의 행동력을 뜻하죠."▷▷]

히메는 스탠딩 CG의 손가락으로 시야 우측 하단에 위치한 게이지 바를 가리켰다.

현재 히메의 게이지 바는 거의 다 찬 상태였고, 도미닉 경의 게이지 바는 고작 20%가 찬 상태였다.

[운류 히메 : "이 게이지 바가 얼마나 빨리 차느냐에 따라서 얼마나 빨리 행동하느냐가 결정돼요. 아무래도 도미닉 경은 속도가 느리다 보니 게이지 바도 느리게 차네요."▷▷]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 : "과연."▷▷]

도미닉 경은 히메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운류 히메 : "물론 이게 도미닉 경에게 꼭 불리한 전투방식은 아니에요. 이 방식의 특징 중 하나는, 서로의 거리가 의미가 없다는 거니까."▷▷]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 : "거리에 의미가 없다?"▷▷]

[운류 히메 : "이런 거죠."▷▷]

히메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듯, 행동력을 소모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왼쪽 구석에 있는 [공격], [방어], [기술], [마법], [아이템], [도주] 중 공격을 선택한 히메.

그러자 악독한 박춘배의 머리 위에 있던 화살표가 위아래로 가볍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히메가 어떻게 또 조작을 하자 이번엔 화살표가 비열한 말레이의 머리 위로 움직였다.

그 상태로 다시금 무언가를 조작하자 히메의 몸... 그러니까 도트로 된 부분이 움직이더니 비열한 말레이를 향해 쿠나이를 '휘둘렀다'.

[운류 히메의 공격!]

[치명타! 비열한 말레이A는 277의 피해를 입었다!]

분명히 히메와 꽤 떨어진 곳에 위치했음에도 히메가 휘두른 쿠나이에 피해를 입은 듯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은 말레이.

굉장히 타격감이 넘치는 이펙트와 함께 머리 위로 [Crit 277!]이라는 문구가 떠오름과 함께 위와 같은 시스템 창이 보였다.

[운류 히메 : "방금 보셨겠지만, 저는 근접 공격을 했음에도 거리에 상관없이 상대에게 피해를 줄 수 있었어요. 여기선 거리에 상관없이, 저의 명중률과 상대의 회피율의 싸움이 되는 거죠."▷▷]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 : "과연."▷▷]

도미닉 경은 이해했다는 듯 히메에게 대답했다.

도미닉 경은 모든 전투방식에는 각각 장점과 단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전투방식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 떠올렸다.

장점은 거리에 상관없이 공격할 수 있는 방식이었기에 원거리 딜러인 박춘배와 말레이보다 도미닉 경에게 유리한 방식이라는 점이었고, 단점은 지나치게 느린 도미닉 경의 속도로 인해 공격 찬스가 평소보다 적어졌다는 점이었다.

꽤 재미있는 방식이로군. 도미닉 경은 그렇게 생각하며 히죽 웃었다.

[악독한 박춘배A의 기술, 석양의 건맨!]

[도미닉 경은 12의 피해를 입었다!]

[도미닉 경은 상태 이상 무장 해제를 견뎌 내었다!]

도미닉 경은 도미닉 경보다 먼저 행동력 게이지가 가득 찬 말레이의 공격받아들였다.

재미있긴 하지만 그다지 도미닉 경과는 맞지 않는 전투방식이라고 생각하면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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