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4화 〉 [233화]엉망진창인 마법 : 도트 데미지
* * *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 : "...이상 현상인가?"▷▷]
도미닉 경이 갑자기 떠오른 시스템 창에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도미닉 경은 대화 뿐만 아니라, 가차랜드의 모습이 전체적으로 바뀌었다는 걸 알아내었다.
어째서인지 가차랜드는 도트화가 되어 있었다.
도미닉 경은 과거 2D 속에서 싸웠을 때가 생각났으나, 그때와는 조금 다르다는 사실도 눈치챘다.
2D에서는 같은 레이어에 있었을 때 서로를 볼 수 없었다면, 지금은 현실적이지만 2D로 보인다는 차이점이 있었다.
말로만 들어선 무슨 소리냐고 할 수 있겠지만, 3D로 만든 필드에 2D로 된 그림이 서 있는 느낌이었다.
도미닉 경은 걸음을 옮겨 가까운 건물의 유리창에 다가 갔다.
유리창에 모습을 비춰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하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도미닉 경이 다가간 유리창은 하늘색과 하얀색 도트로 칠해져 있을 뿐, 도미닉 경의 모습을 비춰주지는 못했다.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 :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도미닉 경이 혼란스럽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 : "일단 집으로 돌아가야 하나..."▷▷]
도미닉 경은 진지하게 그렇게 고민했다.
아직 멜론 맛 사탕이나 멜론 맛 아이스크림을 사지는 못했지만, 지금 상황에선 도저히 그것들을 구분해 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도미닉 경이 진지하게 복귀를 고민하고 있을 무렵.
[운류 히메 : "어라? 도미닉 경?"▷▷]
도미닉 경은 눈앞에 떠오른 다른 이의 대화창을 확인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대화창에 적힌 이름은 도미닉 경이 익히 아는 이름이었기 때문이었다.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 : "아, 히메 공."▷▷]
도미닉 경은 팔을 들어 인사했다.
정확하게는 인사했다고 생각했다.
지금 자기 모습이 상대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히메에게는 도미닉 경의 행동이 제대로 전달 되었는지, 히메가 소소하게 웃었다.
[운류 히메 : "푸훗. 도대체 그 우스꽝스러운 인사법은 뭐죠?"▷▷]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 : "미안하오.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어떻게 보이는 지 모르오."▷▷]
도미닉 경은 히메의 말에 순순히 수긍했다.
[운류 히메 : "뭐, 그럴 수도 있겠네요. 도미닉 경은 가차랜드에 온 지 얼"▷▷]
[운류 히메 : "마 되지 않았으니까요. 가끔 그 사실을 잊어 버리네요."▷▷]
히메는 대화창을 2개나 써서 말한 후, 탓. 하고 땅에 내려왔다.
그리고 90도 각도로 좌우를 살핀 뒤 도미닉 경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는데, 도미닉 경은 그제야 히메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히메는 가로로 16픽셀, 세로 32픽셀 안으로 구성된 상태였는데, 도미닉 경은 픽셀 단위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음에도 그 사실을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아마 가차랜드로 오며 얻은 지식 사이에 숨어 있었던 지식인 것 같았다.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 : "그나저나 히메 공은 이 상황이 이상하지 않으시오?"▷▷]
도미닉 경은 뜻밖에 평온해 보이는 히메의 모습에 의문스럽다는 듯 말했다.
[운류 히메 : "아, 그게 궁금하셨던 모양이네요. 머리에 '?'를 띄우신 걸"▷▷]
[운류 히메 : "보면 말이에요."▷▷]
히메는 머리 위에 도트로 된 '!'를 띄웠다.
아마 도미닉 경도 저런 식으로 머리 위에 '?'를 띄운 모양이었다.
[운류 히메 : "별 건 아니에요. 그냥 좀 레트로 해진 것뿐이잖아요?"▷▷]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 : "레트로?"▷▷]
[운류 히메 : "복고풍이란 소리죠."▷▷]
히메의 말대로 그녀는 이런 상황에 꽤 익숙한 상태였다.
가차랜드 초창기... 그러니까 가차랜드가 아직 작디작은 차원이었을 때 잠시 지금과 같은 모습이었던 적이 있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회장이 개입하고 가차석과 크레딧이 투입된 이후엔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점점 개선되어 나갔으나, 초창기에는 예산 문제... 아니, 차원 에너지 부족으로 픽셀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운류 히메 : "그래도 옛날 보다는 화질이 좋은 것 같네요. 그때는 가"▷▷]
[운류 히메 : "로로 8칸 세로로 8칸 이었거든요. 그나저나 이상하네"▷▷]
[운류 히메 : "요? 이런 이벤트가 있다고는 듣지 못했는데..."▷▷]
도미닉 경은 운류 히메의 말을 경청... 아니, 정독했지만 어딘가 답답하고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잠시 어째서 답답하고 불편한 느낌이 드는지 고민한 도미닉 경이 이내 그 원인을 찾아내어 히메에게 말했다.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 : "그, 이상한 곳에서 말을 끊는 거 그만둘 수 없소? 보다 보면 답답한 느낌이 들어서..."▷▷]
[운류 히메 : "아."▷▷]
히메는 무의식적으로 과거의 방식대로 대화를 중간중간 끊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운류 히메 : "미안해요. 당시에는 이 칸의 크기가 겨우 가로로 640픽셀 뿐이었거든요. 어떻게든 그 사이에 대화를 끊는 게 버릇되어서..."▷▷]
히메가 도미닉 경에게 고개를 숙였다.
어떻게 보면 히메라고 칠 수 있는 픽셀 덩어리가 4픽셀 정도 굽혔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 : "아무리 봐도 적응이 되질 않는구려. 평상시와 너무 괴리감이 심하오."▷▷]
[운류 히메 : "어라? 설마 스탠딩 CG를 끄신 거예요?"▷▷]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 : "스탠딩 CG?"▷▷]
히메의 입에서 새로운 정보가 튀어나왔다.
도미닉 경은 머리 위로 커다란 ? 도트를 띄웠다.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 : "그건 어떻게 켜는 거요?"▷▷]
도미닉 경은 이 위화감 넘치는 픽셀 덩어리들 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히메에게 물었다.
[운류 히메 : "대화창 옆에 보시면 버튼이 몇 개 있을 거예요. 그중 [설정]으로 된 걸 선택하시고 [STANDING CG ON]을 누르시면 돼요. [SKIP]이나 [AUTO]는 말구요. 그건 지금 버그 걸릴 거예요."▷▷]
도미닉 경은 히메의 말에 따라 설정으로 들어가 스탠딩 CG를 켰다.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 : "이러면 되는 거... 우왓!"▷▷]
도미닉 경은 스탠딩 CG가 켜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히메에게 말을 걸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의 대화창 우측에 도트로 그려진 도미닉 경의 CG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도미닉 경보다 조금 더 잘 생기게 그려진 CG는 도미닉 경의 심리상태에 따라 기본 자세에서 놀란 자세로 바뀌어 있었다.
[운류 히메 : "놀라시는 걸 보니 CG를 켜신 모양이네요."▷▷]
도미닉 경의 CG 반대편에 도트로 그려진 히메의 CG가 나타났다.
히메의 CG가 나타나자 도미닉 경의 CG는 채도와 명도가 낮아진 채 살짝 크기가 작아진 상태가 되었는데, 아무래도 지금 말을 하는 주체에 따라서 CG가 활성화되는 모양이었다.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 : "놀랍구려. 가차랜드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았다고 생각했거늘, 늘 이렇게 새로운 것이 튀어나오다니."▷▷]
도미닉 경이 말하자 히메의 CG가 암전되고 도미닉 경의 CG가 활성화 되었다.
도미닉 경은 눈앞에 보이는 CG가 굉장히 신기한지 이런저런 표정을 지어 보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실험을 거친 후에 도미닉 경은 자기 CG가 기본, 기쁨, 슬픔, 즐거움, 행복, 화남, 놀람, 실망의 8가지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어쩌면 도미닉 경이 놓친 CG가 있을 수 있으나, 현재 도미닉 경이 발견한 건 그 8개였다.
[운류 히메 : "꽤 신기해 하시네요."▷▷]
히메가 도미닉 경에게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 : "당연히 모든 것이 신기하오. 이 비디비디비디 거리는 대화도, 스탠딩 CG라고 불리는 이 그림들도."▷▷]
그렇게 대답한 도미닉 경은, 잠시 고민하는 듯한 CG를 띄우더니 다시 이렇게 말했다.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 : "생각해 보니 가차랜드에 와서는 매일매일이 신기함의 연속이었소. 아, 이게 9번째 그림이구려."▷▷]
도미닉 경은 고민하는 CG를 다시 띄웠다.
[운류 히메 : "그나저나 도미닉 경은 3성이었죠?"▷▷]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 : "그렇소. 그건 왜 물어보시오?"▷▷]
[운류 히메 : "별 건 아니에요. 그냥 CG가 꽤 잘 뽑혔다고 생각해서요."▷▷]
히메는 도미닉 경의 CG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스탠딩 CG라는 것은 제법 품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었다.
그래서인지 가차랜드 내부에서 스탠딩 CG를 가진 이들은 생각보다 적은 편이었고, 그마저도 범용 CG를 쓰거나 무료 배포 CG를 사용했다.
도미닉 경의 CG는 어디에서 작업했는지 모르겠지만, 꽤 잘 뽑힌 축에 속한 것이다.
저 정도라면 2만 가차석 정도 할지도.
히메는 도미닉 경에게 그 CG를 어디에서 구했는지 물어보려고 입을 열었다.
[운류 히메 : "저"▷▷]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 : "그나저나 이건 대체 무슨 버튼이오?"▷▷]
히메의 말은 도미닉 경의 물음에 막혔다.
말문이 막힌 히메는 잠시 도미닉 경을 바라보고는 그의 CG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을 보았다.
[운류 히메 : "아."▷▷]
히메가 도미닉 경이 가리킨 것을 보자마자 눈에 띄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히메의 CG는 너무나도 당황해 여우 귀와 여우 꼬리가 뿅 하고 나온 상태였는데, 얼굴은 당황과 부끄러움으로 새빨갛게 변해 있었다.
[운류 히메 : "벼, 별거 아니에요. 그냥 UI? 이미지? 그런 거예요. 아니, 버그가 있어서 그런가? 왜 저게 여기에 있지?"▷▷]
히메의 CG가 1초동안 5번씩 바뀌며 그녀의 마음을 대변했다.
도미닉 경이 찾아낸 것은 히메의 대사창 좌측 상단에 숨겨져 있었는데, 글자와 기호가 혼재되어 있었다.
[운류 히메 :♥♥♥♥♥]
['도대체 저게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도미닉 경은 히메가 당황하는 것을 보며 여기에 분명히 무언가 숨겨진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주 꼼꼼하게 숨겨진 무언가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