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199화 (199/528)

〈 199화 〉 [198화]가차랜드 4­1

* * *

"반갑소, 동무."

[파티 내에서 전략을 짤 시간 10분을 드리겠습니다.]

[10분 뒤, 전장으로 이동합니다.]

도미닉 경의 말이 끝나자, 시스템 창이 나타나 10분의 시간을 주었다.

10분 이라는 시각은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이었지만, 서로에 대해서 인사하고 전략을 짜기엔 다소 모자란 듯 보이기도 했다.

"내 이름은 바체슬라브요."

동글동글한 얼굴에 안경을 낀, 정돈된 콧수염의 남자가 말했다.

그는 어째서인지 화염병의 심지를 뽑아내고 안에 있는 알콜을 벌컥벌컥 마시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엄청난 양의 화염병이 있었는데, 수를 보니 남자가 한두 개 빼돌린다고 해서 티가 날 것 같지는 않았다.

"우리 당... 아니, 파티에 온 것을 환영하오, 콤라드."

그는 멋들어진 콧수염을 매만지며 물부리 담배를 즐기고 있었다.

"주가슈빌리요."

주가슈빌리는 머리에 쓴 곰가죽 모자를 벗으며 말했다.

"반갑다, 이방인... 아니, 도미닉 경."

마지막으로 이글거리는 눈을 가진, 긴 수염과 머리를 가진 성직자가 인사했다.

"그레고리라고 불러라."

그는 다른 이들과 달리 도미닉 경을 동무나 콤라드라고 부르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경이라고 부를 뿐이었다.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었으나, 그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곰가죽을 몸에 두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신들은 3인 파티요?"

도미닉 경이 그 묘한 통일감에 의문을 품고 저들에게 질문했다.

"파티라고? 이놈들과?"

"하. 그럴 리가. 아, 당이 아니라 파티라는 뜻이라면 그럴 수도."

"어, 물론 나름 친하긴 하지만..."

그러나 그들은 도미닉 경의 물음에 맹렬하게 반발했다.

아무래도 주가슈빌리와 바체슬라브는 사이가 나빠 보이진 않았으나, 그레고리는 나머지 사람들과 그리 사이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아무튼, 다행이라고 생각하오. 하필이면 실수로 7명이 온 바람에 한 자리가 비어 있지 뭐요."

주가슈빌리가 콧수염을 매만지며 도미닉 경에게 말했다.

"운이 참 좋았소. 그 유명한 도미닉 동무와 함께 전장을 누빌 수 있다니. 영광이오."

주가슈빌리가 도미닉 경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놀라울 정도로 신뢰를 보이는 주가슈빌리.

도미닉 경은 그 과한 신뢰에 기분이 묘해질 정도였다.

"그나저나 뭘하면 좋겠소?"

도미닉 경이 그 과한 신뢰를 이기지 못하고 말을 돌렸다.

도미닉 경을 당황시킨 사람은 많았으나, 이렇게 칭찬만으로 도미닉 경을 당황시킨 사람은 주가슈빌리가 처음이었다.

"우리의 전략을 말하는 거요, 동무?"

바체슬라브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곰가죽을 덮고 있기엔 날이 조금 따뜻한 편이었으나, 셋은 여전히 곰가죽을 두르고 있었다.

"간단한 일이오, 콤라드."

주가슈빌리가 말했다.

"우린 저 언덕에 오를 거요. 그리고 여기 바체슬라브 동무의 특수 기술로 한 번, 내 특수 기술로 한 번 다른 파티의 공세를 막아 내는 거요."

"그 이후 도미닉 동무가 끝까지 살아남아 1000포인트를 먼저 먹는 쪽으로 전략을 짜려고 하오."

"아니면 그냥 모두 죽여 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지."

괴이한 성직자가 안 그래도 무서운 눈을 더욱 부릅뜨며 말했다.

"도미닉 경이 있는 한 포인트는 문제가 없을 테니, 나머지 인원이 돌아가며 다른 이들을 모두 잡아 죽여 버리는 거야. 그걸 제물로 내가 능력을 쓰면... 선순환이 완성되는 거지."

성직자가 요사스러운 말로 사람들을 현혹했다.

그러나 도미닉 경은 아무래도 기동성이 낮았기에 모두 죽이는 방향보다는 언덕에서 버티는 방향이 더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전자가 낫겠소. 아무래도 말이지."

도미닉 경이 주가슈빌리의 전략에 한 표를 던졌다.

"좋소. 그렇다면­"

[10분이 지났습니다.]

[모든 이들이 전장으로 소환됩니다.]

[소환 지점은 무작위로 정해집니다.]

[부디, 영광을 얻거나, 살아남기를 바랍니다.]

마침 간략한 전략을 세운 직후, 10분의 시간이 끝났다.

"이제, 달려보도록 합시다, 콤라드."

주가슈빌리가 도미닉 경에게 말했다.

그들의 몸이 스르륵 사라지며 전장의 어디론가 소환되었다.

...

전장의 어딘가.

"...여긴 어디요?"

"모르겠네. 일단 페럴란트는 아닌 게 확실해."

아르쿠스와 오그레손은 작은 모래 섬에 갇혀 있었다.

호수의 중간에 있는 작은 섬은 야자나무 하나가 덩그러니 자라 있었는데, 오그레손은 민첩한 몸놀림으로 야자열매 하나를 따 손가락으로 구멍을 뚫어 심심한 입을 달래고 있었다.

야자열매의 껍질이 얼마나 질긴 지 안다면 오그레손의 힘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잘 알 수 있으리라.

아르쿠스는 호수 너머의 숲을 바라보았다.

페럴란트의 숲과 달리 저 숲은 매우 축축하고 기분 나쁜 느낌이었는데, 덩굴과 늪으로 가득했다.

"저긴 가고 싶지 않군."

아르쿠스가 몸서리를 치며 중얼거렸다.

아르쿠스의 시선이 조금 옆으로 향했다.

그곳엔 언덕이 하나 있었는데, 아마 주변 어디에서 보더라도 볼 수 있을 만큼 높은 언덕같았다.

"저기로 가서 주변을 살펴보는 게 어떻겠나?"

아르쿠스가 오그레손에게 말했다.

"좋은 생각이오."

오그레손이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리 말했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야자 열매를 호수로 툭 던졌다.

"여길 빠져나갈 수 있다면 말이오."

야자열매가 수면에 파장을 일으키자, 호수의 정령들이 나타나 야자 열매를 날카롭게 뜯어내기 시작했다.

먹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도 야자열매 껍질을 야만적으로 물어뜯는 정령들을 보면 이 섬을 빠져나가려는 생각이 싹 사라졌다.

오그레손은 다시 민첩한 몸놀림으로 야자수를 기어올라 새로운 야자열매를 따냈다.

"끙... 누군가가 도와주면 좋으련만."

아르쿠스는 그 엄청난 광경을 보고도 무언가 아쉬운지 계속해서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잠깐, 조용히 해 보시오."

그때였다.

오그레손이 숲 너머에서 어떤 소리를 감지해냈다.

그건 숲이 바람에 움직이는 소리가 아니었다.

거대한 무언가가 나무를 쓰러뜨리며 이쪽으로 오고 있다.

"...무언가 다가오고 있소."

오그레손이 아르쿠스에게 경고했다.

그러나 경고가 없었더라도 아르쿠스는 무언가가 다가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숲의 나무들이 연속해서 쓰러지는 것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맙소사. 저게 뭐지?"

숲에서 나무를 쓰러뜨리며 전진하던 무언가는 곧 숲을 빠져나오며 그 정체를 드러냈다.

그건 바로, 거대한 개였다.

그냥 개가 아니었다.

크기가 웬만한 성채보다 더 크고,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듯 불타오르는 털과 뿔이 달린 목걸이를 한 개였다.

그 개는 머리가 세 개였는데, 셋 모두 치와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르쿠스와 개의 거리가 멀었음에도 아르쿠스는 자기도 모르게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세 개의 머리가 쓰러진 나무를 물고 마구 고개를 흔드는 모습과 미친 듯이 짖어대는 모습에 겁을 먹은 것이다.

"하얀 까마귀시여, 세상에. 어찌 저런 무시무시한 생명체가 있단 말인가?"

아르쿠스가 겁에 질려 성호를 마구 그어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건 악수가 되고 말았다.

아르쿠스의 현란한 움직임으로 인해 저 머리가 셋 달린 개의 주의가 아르쿠스에게 향했기 때문이다.

그르릉, 하고 위협을 가한 거대한 개가 당장에라도 아르쿠스에게 달려들 것처럼 몸을 웅크렸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

"뭐든 해 보게, 오그레손!"

"제길, 왜 내가 이 일을 맡았을까!"

오그레손이 대검을 들어 올리며 아르쿠스의 앞에 섰다.

오그레손은 아르쿠스의 호위를 위해 고용된 용병이었고, 아르쿠스의 안전을 위해 일할 의무가 있었다.

호수라는 천연 장애물이 거대한 개와 둘 사이를 갈라놓고 있었으나, 저 개의 덩치를 보아 이 정도 거리는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좁은 섬의 특성상, 저 거대한 개가 넘어오는 순간 자기들은 순식간에 개밥이 되고 말리라.

오그레손은 죽음을 각오하고 시답잖은 농담을 던졌다.

"이건 계약에 없었는데 말이오. 돌아가면 잔금을 두 배로 받아야겠어."

아르쿠스가 고개를 맹렬하게 끄덕였다.

이 상황만 해결된다면 돈을 두 배를 주든 세 배를 주든 아깝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거대한 개가 아르쿠스와 오그레손을 공격하는 일은 없었다.

"!"

누군가의 등장 덕분이었다.

...

도미닉 경은 세 명의 파티원과 함께 언덕을 향해 뛰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도미닉 경의 파티가 스폰된 지역은 언덕에서 그리 머지않은 곳이었다.

"가장 먼저 가서 점령하고, 가장 나중에 나오면 되는 간단한 일이오."

"일단 깃발을 꽂아. 그러면 올라오는 애들은 내가 처리하지."

도미닉 경이 주가슈빌리와 그레고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언덕을 가장 먼저 올라가 페럴란트의 깃발을 꽂았다.

피해 감소가 적용되었다는 시스템 창을 바로 꺼버린 도미닉 경이 언덕 위에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도미닉 경의 파티처럼 생각한 이들이 꽤 되었는지, 도미닉 경의 파티를 포함해 4개 파티 정도의 인원이 언덕을 향해 올라오고 있었다.

도미닉 경의 파티는 그중 가장 빨리 언덕을 오른 파티였고.

"아하."

그레고리가 사악한 웃음을 터뜨렸다.

"딱 좋은 상황이로군. 딱 좋은 상황이야."

"콤라드, 내가 여기를 요새화 할 동안 올라오는 이들을 막아주시오. 다 막을 필요는 없소. 하지만 점수를 못 먹게 최대한 견제를 해 주시오."

주가슈빌리가 도미닉 경에게 말했다.

도미닉 경이 방패를 들어 올렸다.

그 옆에서 바체슬라브가 화염병을 들어 올렸다.

전장은 곧 화끈해질 예정이었다.

어느 의미로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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