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7화 〉 [186화]이상현상 : 인절미 가루 폭풍
* * *
도미닉 경과 그 일행이 변장한 미스 달콤달콤을 쫓아 백화점 안으로 들어왔다.
미스 달콤달콤이 터뜨린 연막으로 인해 혼란으로 가득 찬 백화점의 로비.
연기가 걷히고 시야가 확보되기 시작하자,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 그리고 앨리스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의외의 상황을 맞이했다.
"에?"
"어?"
도미닉 경의 눈이 부릅 떠졌다.
연기가 걷힌 자리에는 두 명의 히메가 있었다.
"히메 공이... 두 명?"
도미닉 경이 당황한 나머지 얼빠진 소리를 내었다.
"뭘 고민해?"
도미니카 경이 권총을 꺼내 들며 말했다.
"하나는 가짜라는 소리지. 오히려 좋아. 도망가지는 않았다는 소리잖아?"
"도, 도미니카 경?"
여우 귀가 쫑긋 솟은 히메가 당황한 듯 허둥대기 시작했다.
평소의 히메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
"어, 어라? 내가 또 한 명...?"
당황한 히메의 반대편에는 또 하나의 히메가 있었다.
역시나 당황했는지 여우 귀가 쫑긋 솟아나 있는 모습.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알아볼 수 없는 상황.
도미니카 경의 총이 불을 뿜었다.
날아간 산탄은 정확하게 히메 둘을 범위 안에 넣고 있었다.
"도, 도미니카 경!"
"흡!"
한 히메는 당황한 채 허둥대기 시작했고, 또 하나의 히메는 순식간에 그 자리를 벗어났다.
어느 것이라도 히메가 할 법한 행동.
그러나 도미닉 경은 그 사이에서 순간적인 차이를 발견해냈다.
"...찾았다."
도미닉 경이 작게 중얼거렸다.
도미닉 경의 시선이 한 곳으로 향했다.
그의 등에 있는 1인용 증기 기관이 맹렬하게 증기를 뿜어내며 당장에라도 앞으로 튀어 나갈 수 있게끔 증기 강화복을 예열했다.
탓. 하고 또 하나의 히메가 땅에 발이 닿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도미닉 경은 바로 그 히메에게 달려들어 방패를 휘둘렀다.
순식간에 땅에 착지한 히메와 거리를 좁힌 도미닉 경의 일격.
그러자 또 하나의 히메는 당황한 표정조자 없이 도미닉 경의 공격을 막아 내었다.
"이상하네."
히메... 아니, 변장한 미스 달콤달콤이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상할 정도로 이상해. 이상할 정도로 이상한 게 이상하단 소리야."
미스 달콤달콤이 히메의 얼굴로 이상한 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평상시의 도미닉 경이라면 절대 눈치재지 못할 거로 생각했는데, 심지어 한 번 들키고 보완한 뒤에 또 들켜 버리다니. 이게 어떻게 된 것일까?"
미스 달콤달콤이 도미닉 경을 박차고 거리를 벌렸다.
도미닉 경의 공격이 닿지 않을 정도까지 도망친 미스 달콤달콤.
그 사이에서 히메와 츠키가 멍하게 도미닉 경과 미스 달콤달콤의 싸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야 당연하지."
도미닉 경이 말했다.
"당신의 손에 있는 옷이 문제였던 거요."
"옷?"
미스 달콤달콤이 손에 든 옷 가방을 보았다.
이건 약간의 트릭이었다.
도미닉 경의 일행이 백화점에 진입하며 히메를 보았을 경우, 옷이 있는 쪽이 진짜 히메라고 생각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 히메의 손에서 훔친 옷들.
그러나 도미닉 경은 오히려 그 옷들 때문에 들켰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옷이 뭐 어째서?"
"내가 아는 히메 공이라면..."
도미닉 경이 당당하게 미스 달콤달콤에게 손가락질 했다.
"저런 옷은 부끄러워서 못 입을 거란 말이오!"
"아."
도미닉 경의 말에 진짜 히메가 얼빠진 소리를 내었다.
"내가 아는 히메 공은, 부끄러움이 많다 못해 흘러넘쳐서 처음 보는 사람하고는 말도 제대로 섞지 못할 사람이오!"
"어..."
"그런 히메 공이 그런 부끄러운 옷들을 샀다? 이는 말도 안 되는 일이외다!"
"저..."
"잠시만 놓아 보시오, 히메 공! 만일 나를 속이려고 했다면, 그런 노출도 높은 복장보다는 좀 더 평상복에 가까운 옷을 들었어야지!"
"그만."
"결국, 당신이 그런 어울리지도 않는 옷을 들고 있던 탓에 들켜 버리고만 거요!"
"그만해!"
진짜 히메가 도미닉 경의 말에 버럭 화를 냈다.
"...히메 공?"
도미닉 경이 씨익씨익 거리는 진짜 히메를 바라보았다.
왜 갑자기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정말, 여자의 마음이라곤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구나, 도미닉 경은."
"그러게 말이에요."
미스 달콤달콤은 히메의 얼굴로 안쓰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츠키가 울먹거리기 시작한 히메를 안고 위로해주었다.
"어... 일단... 미안하오?"
도미닉 경은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는 잘 몰랐으나, 일단 사과했다.
"...논점은 그게 아니지."
도미니카 경이 앞으로 나섰다.
"이제 항복해. 미스 달콤달콤. 더 이상 변장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잖아?"
도미니카 경이 장전된 총을 미스 달콤달콤에게 겨눴다.
시스템상 데미지는 거의 입지 않겠지만, 제압하기엔 이만한 기술이 없었다.
"글쎄..."
미스 달콤달콤이 히죽히죽 웃었다.
히메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웃음을.
"설마 내가, 이런 상황조차 가정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미스 달콤달콤이 가슴골 사이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건 무언가를 발동시킬 스위치였다.
"빌런은 언제나 퇴로를 준비하는 법이지."
미스 달콤달콤이 손에 쥔 스위치를 꾹 눌렀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이다.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구. 안녕!"
미스 달콤달콤이 스위치를 던졌다.
그 스위치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 사이, 미스 달콤달콤은 순식간에 도미닉 경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미스 달콤달콤이 도미닉 경에게 손키스를 날렸다.
히메의 얼굴이라 더욱 위화감이 넘치는 그 짧은 순간을 지나, 미스 달콤달콤이 백화점 밖으로 빠져나갔다.
"...! 쫓아 가야"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이 도망친 미스 달콤달콤을 따라 밖으로 나섰다.
그때였다.
[예상보다 일찍 인절미 가루 폭풍이 몰아칩니다.]
[시야가 크게 제한되고, 숨을 쉬기가 힘들어집니다.]
[하지만 달죠.]
어디선가 날아오는 달콤한 가루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이 순간적으로 그 가루에 정신이 팔렸다.
"...엣취!"
앨리스의 코에 가루가 들어갔는지 시원하게 재채기를 한 그 순간.
"...맙소사."
엄청난 양의 인절미 가루 폭풍이 가차랜드 전역을 휩쓸었다.
...
인절미 가루 폭풍은 젤리 폭우나 캔디 우박처럼 오랫동안 지속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매우 짧은 시간 동안 휘몰아쳤으나, 그 짧은 시간 동안 앞선 두 재앙보다 더 큰 임팩트를 남겼다.
"...엣퓌!"
앨리스가 엄청난 양의 달콤한 가루를 헤쳐나왔다.
얼마나 가루가 많이 날리는지 재채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입이 계속 텁텁한 상태가 유지되었다.
눈에 가루가 자꾸 들어가 사람들은 눈을 제대로 뜨질 못했고, 코와 입에도 가루가 들어가 제대로 된 행동조차 할 수 없는 상황.
이는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도 마찬가지였다.
도미닉 경은 엄청난 양의 인절미 가루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인세에 도래한 지옥.
그나마 가루가 달달한 탓에 기분이 덜 나쁘다는 점이 위안일까.
도미닉 경은 안대를 들어 안에 들어간 가루들을 털어내며 시야를 확보하려고 애를 썼다.
"괜찮아요?"
그때였다.
도미닉 경에게 누군가가 다가와 무언가를 건넸다.
도미닉 경은 슬쩍 눈을 뜨고 흐릿한 시야 너머로 신원을 확인했다.
히메였다.
"히메 공."
"물티슈예요. 이거로라도 닦아내요."
히메가 도미닉 경의 손에 물티슈를 쥐어줬다.
서늘한 감각이 손에 닿자, 도미닉 경은 무의식적으로 물티슈를 뽑아 눈 주변을 닦았다.
그제야 다시 돌아온 시야.
도미닉 경이 눈을 두어 번 깜빡이며 시야가 온전히 돌아왔는지 확인한 이후에 히메를 바라보았다.
히메는 눈을 감은 채 도미닉 경이 있는 방향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히메 공은 어째서 눈을 감고 계시오?"
"아. 쿠노이치 훈련 중에선 마음의 눈으로 보는 것도 있거든요. 이럴 땐 마음의 눈으로 보는 게 더 편해요."
히메의 말에 도미닉 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페럴란트에 있었을 때에도 기사들 중 일부는 시각보다는 청각과 촉각에 의존해 싸우는 사람도 있었으니까.
히메도 그런 식의 수행을 쌓았으리라고 여긴 것이다.
"믿겠소. 그대는 히메 공이 맞군."
도미닉 경이 히메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도미닉 경의 감은 꽤 정확한 편이었고, 눈앞에 있는 히메가 진짜 히메라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아, 그거... 아니다."
도미니카 경이 무언가 말하려다가 말았다.
도미닉 경은 도미니카 경의 실없는 말에 잠시 도미니카 경을 바라보았다.
도미니카 경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돌린 채 옷에 묻은 가루를 털어낼 뿐이었다.
"그나저나..."
도미닉 경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젤리 호우로 끈적거리던 바닥에 캔디 우박이 떨어지며 날카로운 가시밭길이 된 상황에, 인절미 가루 폭풍이 겹치며 도로가 완전히 엉망이 된 상황.
미스 달콤달콤이 사라진 이상 그녀를 추적해야겠으나, 이런 상황에서는 제대로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 것이다.
"미스 달콤달콤을 쫓는 건 힘들 것 같소."
도미닉 경이 결단을 내렸다.
이미 미스 달콤달콤을 놓친 이상, 도미닉 경은 더 이상 추격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어쩔 수 없지."
도미니카 경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만 해도 잘한 거로 생각해. 우리가 전문적으로 범죄학을 배운 사람도 아니고...응?"
도미니카 경도 도미닉 경처럼 슬슬 추적을 포기하려던 그때.
"...저기, 좀 도와줄래요?"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의 옆에, 고스로리 풍의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있었다.
인절미 가루에 파묻혀, 상반신만 빼꼼 내놓은 상태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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