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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186화 (186/528)

〈 186화 〉 [185화]이상현상 : 반전

* * *

"이제 2층에 가 보자고."

카페에서 적당한 휴식을 취한 도미닉 경의 일행은 이내 다시 밖으로 나왔다.

"아무래도 돌아갈 때는 멀쩡할 것 같소."

이제 남은 사탕이 별로 없는지 점점 약해지는 캔디 우박.

여전히 땅에는 완전히 가루가 되어 버린 사탕 가루와 날카로운 파편, 그리고 사탕 덩어리로 가득했다.

버적거리는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도미닉 경의 일행.

2층으로 가는 입구가 마침 가게 옆에 있었기에 그리 먼 거리를 이동하진 않았다.

"여기인가?"

도미니카 경이 문 앞에 서서 주소를 확인했다.

문 옆에 있는 호수가 주소지에 적힌 숫자와 같다는 걸 확인한 도미니카 경이 정중하게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안에서 여성의 소리가 들렸다.

"혹시 미스 달콤달­"

"가스 검침 나왔소."

도미니카 경이 직설적으로 말하려고 하자 도미닉 경이 순식간에 기지를 발휘해 끼어들었다.

도미니카 경은 도미닉 경을 보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냐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미닉 경은 그저 쉿. 하는 손동작을 할 뿐 따로 설명은 없었다.

세상에. 요즘 세상에 그런 걸 누가 믿을까? 심지어 저런 어색한 연기에? 라고 도미니카 경이 생각한 순간.

"가스 검침이요? 잠시만요..."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안에서 한 여성이 튀어나왔다.

"...검침원처럼 보이진 않는데요."

"실례합니다. 혹시 미스 달콤달콤 되십니까?"

"아."

여성이 무언가 짚이는 것이 있다는 듯 도미닉 경의 말에 반응했다.

"또 그년이 제 집 주소 팔아먹던가요?"

"그 말은­"

"아뇨, 전 미스 달콤달콤이 아니에요."

여성은 헝클어진 머리를 벅벅 긁으며 짜증을 냈다.

"혹시 주소를 누구에게 얻으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말할 수 없소."

"뭐, 천국 택배에서 얻으셨겠지."

여성이 투덜거렸다.

놀랍게도 여성은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천국 택배에 그녀가 심어놓은 끄나풀이 있다는 건 놀랍지도 않은 일이죠."

그녀는 빌런이니까요. 라고 말한 여성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쉽지만, 여러분들은 속으셨네요. 미스 달콤달콤에게."

여성이 짜증 난다는 투로 말했다.

"이제 돌아가서 처음부터 찾아보세요. 오늘만 해도 140명이나 되는 사람이 제 집에 찾아왔다구요. 그것도 새벽 2시부터! 잠 좀 자게 내버려 둬요!"

쾅! 하고 문이 닫혔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했던 건, 미스 달콤달콤의 함정이었다.

이제 다시 사건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

건물 밖으로 나오자 이제 거의 그친 우박.

버적버적 거리며 거리로 나온 도미닉 경의 일행은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정보를 모아야 했다.

"...행정부로 돌아갈까?"

도미니카 경이 말했다.

"천국 택배로 돌아가 그녀를 찾는 거야. 그리고 진실을 토하라고 하는 거지."

"힘들 거예요."

히메가 한 마디 거들었다.

"그녀가 미스 달콤달콤의 끄나풀이라면, 이미 사라지고 없겠죠. 게다가 우린 그녀의 이름도 모르잖아요? 찾을 확률은 희박하다고 봐야 해요."

히메의 말은 사실이었다.

현재 무려 140명이나 이 함정에 걸린 상황에서 행정부로 돌아가 끄나풀을 찾는다는 생각한 사람이 없을 리가 없었다.

"..."

도미닉 경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아마 다음에 할 일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제 생각엔 블랙 그룹으로 다시 돌아가보는 것이 좋겠어요. 요정들에게 더 많은 정보가 쌓여 있을 수도­"

"...그게 가장 효과적일지도 모르겠네."

히메의 제안에 도미니카 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잠깐."

도미닉 경이 도미니카 경과 히메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우리가 블랙 그룹의 요정들과 만났다는 건 어떻게 안 거요?"

도미닉 경이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그 사실을 간파했다.

"그때엔 히메 공이 없었을 텐데."

"..."

도미닉 경의 질문에 히메는 답이 없었다.

그저 당황한 듯 눈을 굴리며 주저주저할 뿐이었다.

"그­"

그리고 나온 히메의 말.

"사실, 도미닉 경을 따라다녔거든요. 아시다시피 도미닉 경에게 사랑을­"

"그리고."

도미닉 경이 히메의 이상한 점을 하나둘 꼬집기 시작했다.

"어째서 자신을 소개할 때, 쿠노이치가 아니라 닌자라고 소개한 거요?"

'닌자의 습성이 뭔지 아세요?'

'그, 저는 닌자니까요. 회피는 자신 있어요.'

그렇다.

히메는 스스로 쿠노이치라고 소개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히메는 자신을 닌자라고 소개했다.

히메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어째서 사탕에 찔린 거요?"

'아야!'

'이, 이거 정말 날카롭네요.'

히메는 허당이기는 했으나 스스로 쌓은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또한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그런 히메가 경신술 같은 쿠노이치의 기본을 실수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히메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리고 어째서­"

도미닉 경은 아직도 남아 있는 많은 의문 중에서도 가장 큰 의문을 입 밖으로 꺼냈다.

"놀라거나 부끄러워하면서도, 여우 귀와 꼬리가 나타나지 않는 거요?"

그랬다.

여러분은 눈치채고 있었겠지만, 지금까지 히메는 놀라거나 당황하면서도 여우 귀와 꼬리가 나타났다거나 하는 서술이 전혀 적히지 않았다.

그 말인 즉, 눈앞의 히메는 여우가 되는 저주에서 완전히 해방되었거나...

혹은 가짜라는 소리였다.

이제 히메의 표정이 섬뜩할 정도로 무표정하게 변했다.

"들켰네."

히메가... 아니, 히메로 변한 누군가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히메의 얼굴을 한 누군가가 기분 나쁘다는 듯 무표정하게 중얼거렸다.

"뭐, 그건가? 사랑의 힘? 두 사람 간의 유대?"

하, 유대라니. 그런 건 카드와 하는 걸로 충분하다고. 라며 비아냥거린 히메...를 닮은 누군가.

"그래서, 당신은 누구요?"

도미닉 경이 손가락질하며 물었다.

"설마, 모른다고 하진 않겠지?"

히메가 머리카락을 배배 꼬며 부끄러워했다.

"지금까지 그 누구보다 날 찾아다녔으면서 말이야."

히메가 손을 마주 잡고 발랄하게 좌우로 흔들었다.

"이건 운명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던 내가 어리석었던 걸까?"

히메가 양손의 검지를 펴고 볼에다 가져다 대며 윙크했다.

"이젠 알 것 같아? 알 것 같아?"

히메가 팔과 팔을 교차하며 어깨를 부여잡고 소녀처럼 환희에 찬 표정을 지었다.

"...미스 달콤달콤."

"이그젝틀리."

도미니카 경의 중얼거림에 히메가 웃으며 손가락 총을 쏘았다.

"내가 바로 너희가 찾던, 미스 달콤달콤이야."

히메가 씨익 웃었다.

지금까지의 행동 모두가 히메가 할 것이라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이 섬뜩한 웃음이야말로... 위화감의 끝판왕이었다.

...

"...이제 좀 그치는 모양이네."

히메가 건물 안에서 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새로 나온 쿠노이치 의상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 여기서 고립될 줄은..."

히메가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히메는 백화점 안에 있었다.

쿠노이치 의상 전문점, 야미야(??)에서 스킨을 몇 벌 산 히메.

"...도미닉 경이 좋아할까?"

은근히 노출도가 높은 스킨들을 바라보며 히메가 중얼거렸다.

"그런 덥수룩한 야만인이 뭐가 좋다고 그래?"

"!"

사랑에 빠진 소녀 같은 표정을 하는 히메의 옆에 얇은 철립을 쓴 여성이 나타났다.

츠키였다.

츠키는 화장실이라도 다녀온 듯 손에 묻은 물기를 옷에 대충 닦아내고 있었다.

참으로 호방한 남자와도 같은 성격!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츠키의 말에 깜짝 놀란 히메는 여우 귀와 꼬리를 드러내며 펄쩍 뛰었다.

"...기척은 좀 내줄래?"

"언니도 항상 기척 없이 다니면서."

무엇보다 정신을 어디에다 판 게 잘못이지. 라며 츠키가 히메를 타박했다.

히메와 츠키는 꽤 친해진 상태였다.

마지막으로 싸워 본 것이 누가 언니인가를 결정하는 서열 결정전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자매의 우정은 꽤 끈끈한 편이었다.

"그러는 너야말로 그 검 뭐야?"

히메가 질 수 없다는 듯 츠키에게 외쳤다.

"도미니카 경에게 잘 보이고 싶다고 화려한 태도를 산 거 모를 줄 알아?"

"그, 그건 다르지!"

츠키가 찔리는 듯 검의 손잡이를 손바닥으로 가렸다.

그러나 검 자체가 너무나도 커서 다 가려지지 않는 상황.

히메는 복고양이가 그려진 팬시한 태도를 보며 츠키를 놀리기 시작했다.

"도미니카 경에게 잘 보여도 문제야. 그렇게 귀여운 걸 보고 도미니카 경이 널 무사로 생각하겠어? 귀엽다, 라고 생각하겠지."

"귀, 귀엽다고?"

뿅! 하고 츠키의 머리에 여우 귀가 나타났다.

허리 아래에 나타난 꼬리가 맹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누가 보더라도 좋아하는 상황.

"...말실수. 누가 귀엽다고­"

그때였다.

와장창! 하는 소리와 함께 백화점의 유리문이 깨졌다.

유리문을 깬 무언가는 이내 히메의 옆을 지나치며 연막탄을 떨어뜨렸다.

펑! 소리와 함께 피어오르는 연기.

사람들이 당황하기 시작하는 그때,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 그리고 앨리스가 나타났다.

"미스 달콤달콤! 숨지 말고 나와!"

"맞서 싸우시오! 당신에게 명예가 있다면!"

"...도미닉 경?"

"도미니카 경?"

"도미닉 경?"

히메와 츠키는 연막 너머에서 들리는 익숙한 소리에 반응했다.

아니, 히메와 츠키 말고 또 한 명이 더 반응했다.

이게 무슨 소리지? 히메가 연기 속에서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았다.

"...에?"

"어?"

히메가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옆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또 한 명의 히메가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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