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5화 〉 [184화]이상현상 : 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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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 벽에서 갑자기 생긴 게이트에서 두 사람이 굴러 나왔다.
바로 도미닉 경과 히메였다.
"...도미닉 경?"
머슬만 의원이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제대로 온 것 같소."
도미닉 경이 어깨를 빙빙 돌리며 일어났다.
그다지 큰 이상은 없어 보였다.
히메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끄러운지 고개를 푹 숙인 채 도미닉 경을 힐끔거리는 히메.
"마침 좋을 때 합류했네."
도미니카 경이 도미닉 경에게 말했다.
"결정적인 증거를 찾았거든."
도미니카 경이 종이를 흔들었다.
미스 달콤달콤의 집 주소가 있는 종이를.
"흠. 여기는 아쉽게도 괜찮은 증거가 없소. 대신 기상 시스템을 누가 인위적으로 조작한 심증과, 누군가가 망가뜨렸다는 증거 정도만 있지."
도미닉 경은 왈록을 떠올렸다.
왈록도 그때 같이 있었으니, 만일 증거가 필요하다면 기꺼이 증인이 되어 주리라.
"누군가가 망가뜨렸다고?"
"그렇소. 정확한 모습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무언가를 던져 기상 시스템을 고장내는 모습을 똑똑히 보았소."
도미닉 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사탕이 우박처럼 내렸던 거로군요."
머슬만 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빨리 미스 달콤달콤을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밖엔 여전히 사탕이 쏟아지고 있어."
도미니카 경이 복도에 있는 창문의 커텐을 슬쩍 걷어냈다.
엄청난 양의 사탕이 떨어지며 산산조각이 난 파편이 바닥에 날카로운 유리처럼 널브러졌다.
"가는 것도 문제고, 떨어지는 것도 문제야."
도미니카 경이 고민했다.
그때였다.
"잠시만 기다리시오."
도미닉 경이 갑자기 도미니카 경의 곁으로 다가오더니, 이내 창문을 열고 팔을 내밀었다.
수많은 사탕들이 도미닉 경의 팔에 떨어져 둔탁한 소리를 내었다.
"...미쳤어?"
도미니카 경이 놀란 눈으로 도미닉 경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도미닉 경은 요지부동으로 사탕을 맞을 뿐이었다.
"과연."
도미닉 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팔을 거둬들였다.
무언가를 알았다는 느낌이었다.
"이거, 그리 아프지 않소."
도미닉 경이 말했다.
"회복력보다 피해량이 더 크긴 하지만 대략 3~4시간 정도 맞는 건 충분할 거요."
"무엇보다..."
도미닉 경은 그 자리에서 특성을 [스팀펑크]로 바꿨다.
도미닉 경의 갑옷이 철컥 맞물리는 소리가 나며 증기 강화복으로 변했다.
"바닥은 그리 큰 난관도 아니오."
"아."
도미니카 경이 희미하게 웃었다.
그렇다.
가차랜드에 어설프게 익숙해진 나머지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이 탱커이며, 저 어마무시한 사탕 우박의 피해량도 시스템이 정한 수치 하나로 끝난다는 사실을 망각한 것이다.
"잠깐, 그럼 그 피투성이가 된 천사는"
"천사하면 지원가 아닙니까. 지원가는 보통 체력도 방어력도 낮은 편이니 이 피해를 견디지 못한 것이겠지요."
머슬만 의원도 창문 밖으로 팔을 내밀어 보았다.
둔탁하게 부딪치는 사탕이 아프기는 했으나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 이제 모두 해결된 거 아니오?"
도미닉 경이 말했다.
"주소에 적힌 곳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간중간 건물에 들어가 회복하며 간다면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오."
"...그렇겠지."
도미니카 경이 빠르게 계산했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충분히 이 우박을 버틸 수 있다.
앨리스는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에게 소속되어 피해를 보지 않으니 상관없고, 문제는 히메인데...
도미니카 경이 히메를 힐끗 쳐다보았다.
히메는 이 상황을 제대로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도미닉 경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
그리고 마침내 도미니카 경의 시선을 알아차렸는지, 히메는 짧은 탄성을 내지르고 변명하듯 말했다.
"그, 저는 닌자니까요. 회피는 자신 있어요."
히메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푹 숙였다.
얼굴이 빨갛게 변한 게 보통 부끄러운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저희는 아직 퇴근 시간이 되질 않아서 말입니다."
머슬만 의원이 판데모니아의 머리를 헝크러뜨리며 말했다.
"정확하게는 상대 의원이 날씨 때문에 늦는 거지만, 아무튼, 저희는 여기 남아 있겠습니다."
"아, 삼촌! 좀!"
판데모니아는 헝클어진 머리를 벅벅 긁으며 머슬만 의원에게 버럭 짜증을 냈다.
머슬만 의원이 시리도록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럼, 부디 미스 달콤달콤을 잡아주시길 바랍니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앨리스는 아무것도 모르겠으니 가만히 있어야겠다고 생각했고, 히메는... 무슨 생각하는지 알 수 없었다.
...
행정부의 로비.
밖이 훤히 보이는 유리문 안쪽에서 도미닉 경이 밖을 쳐다보았다.
"생각보다 위압감이 넘치는구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챙!하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박살 나던 사탕 우박들은 조각들이 쌓이면서 퍽! 퍽! 하는 둔탁한 소리로 변했다.
쌓이고 쌓이면서 무언가 문제가 생겼는지 조각과 조각이 달라붙어 압정이나 쇠못처럼 날카로운 장애물이 된 사탕들.
도미닉 경은 은근슬쩍 유리문을 열고 밖으로 한 발자국 나가 보았다.
다행스럽게도 증기 강화복을 입은 덕분인지 날카로운 바닥에도 무사했다.
"나는 괜찮은 것 같소."
도미닉 경이 다시 로비로 돌아왔다.
"잠시, 나도."
도미니카 경도 역시 밖으로 한 발자국을 걸었다.
현재 도미니카 경은 어째서인지 하이힐과도 같은 높은 굽의 군화를 신고 있는 상태였기에 마찬가지로 날카로운 사탕 밭의 피해를 무시할 수 있었다.
"아야!"
갑자기 옆에서 들린 비명.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동시에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이, 이거 정말 날카롭네요."
발에 작은 사탕 조각이 박힌 히메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조각을 뽑았다.
크게 다친 것은 아닌 모양이었지만 과연 저래서야 이 험준한 가시밭길을 지나갈 수 있을까?
"그, 히메 공은 여기 있는 것이 어떻겠소?"
"네? 아, 아니에요. 충분히 가능한 걸요."
히메가 갑자기 유리문 밖으로 나갔다.
땅에 세워진 사탕 가시들을 사뿐히 밟으며 하늘에서 내리는 사탕들을 피하는 우아한 몸놀림.
"보셨죠?"
히메가 다시 유리문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도미닉 경은 히메의 놀라운 묘기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정도면 충분히 이 사탕 우박을 지나칠 수 있을 것이라 여긴 것이다.
"좋소. 그럼 이제 가보도록 합시다."
도미닉 경의 등 뒤에 있는 증기기관에서 자욱한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도미닉 경이 한 발자국 나아가자 바로 땅에 꽂히는 깃발.
그렇게 피해 감소를 적용받으며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 앨리스와 히메가 길을 나섰다.
...
"여기 어디인데."
도미니카 경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현재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의 파티는 미스 달콤달콤의 집 주소 근처에서 어느 가게의 처마 아래로 들어와 있었다.
여전히 하늘에서는 사탕 비가 내려오고 있었고, 그 때문인지 여전히 인터넷과 통화는 먹통이었다.
"아무래도... 이건 물어보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소."
도미닉 경이 손가락으로 바로 뒤에 있는 가게를 가리켰다.
케이크와 차를 파는 로코코 양식의 고풍스러운 카페였다.
"체력을 조금 회복할 시간도 있어야 하지 않겠소."
그렇게 말한 도미닉 경이 힐끔 히메를 바라보았다.
앨리스는 어차피 도미닉 경이 대신 피해를 받기에 상관이 없었으나, 히메는 온 신경을 집중해 사탕을 피하며 여기까지 온 탓인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자."
도미니카 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체력 한 칸 사라진 것 외에는 멀쩡했으나, 히메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던 것이다.
그렇게 카페에 들어선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 앨리스와 히메.
딸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풍경소리가 가볍게 울렸다.
"어서 오세요. 카페 로코코입니다."
머리에 새싹이 돋아난 어설프게 맹한, 나름 귀여운 얼굴의 점원이 그들을 반겼다.
"설마 이 날씨에 손님이 오실 거라곤 생각도 못 했네요."
적당한 자리에 앉은 도미닉 경의 일행에게 다가와 너스레를 떠는 점원.
주문하시려면 카운터로 와주세요. 라면서 레몬수를 한 잔 씩 돌린 점원이 몸을 돌렸다.
"저기,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말이오."
도미닉 경이 점원을 급하게 불렀다.
점원은 도미닉 경의 말에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저, 손님? 혹시 번호를 달라거나 사귀자는 말을 하려는 거면 조금"
"그게 아니라, 이 주소를 알고 계시오?"
도미닉 경이 도미니카 경에게 종이를 건네받아 점원에게 보여 주었다.
점원은 너무 자만심에 빠져 있었나 라며 맹한 소리를 내더니 종이를 건네받아 주소를 보았다.
"아, 여기."
그리고 점원이 무언가 알고 있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거... 저희 건물 주소네요?"
뒤에 보니까 여기 2층이네요. 라고 눈을 깜빡이는 점원.
"2층?"
도미니카 경이 놀라 소리쳤다.
"등잔 밑이 어두웠구려."
도미닉 경이 어디선가 들은 말을 내뱉었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 위에 미스 달콤달콤의 집이 있다는 말이지.
"그나저나 주문은 안하실 생각인가요?"
"아."
도미닉 경이 멍청한 소리를 내었다.
"어, 일단 주문은 해야지. 난 아이스 아메리카노."
"전 가차라떼요."
"딸기 바나나 셰이크요!"
"카라멜 마끼아또 톨 사이즈에 휘핑크림을 얹고 프라푸치노 칩을 얹어 주시오. 아. 크림은 발효되지 않은 걸로."
다들 하나씩 커피를 주문하는 와중, 도미닉 경의 주문이 이어지자 모두의 시선이 도미닉 경에게로 향했다.
"...뭘 그렇게 보시오?"
도미닉 경은 당혹스럽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그저 예전에 배웠던 걸 써먹었을 뿐인데.
뜻밖에 가차랜드에 누구보다 익숙한 것이 생긴 도미닉 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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