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9화 〉 [178화]깨어난 가차월드
* * *
"돈 카르텔로! 작전대로!"
Z가 돈 카르텔로를 향해 외쳤다.
모두의 이목이 돈 카르텔로를 향해 집중되었다.
물론, 돈 카르텔로가 작전에 대해서 알 리는 없었다.
당연한 말이겠지.
이 작전은 Z가 방금 전에 생각한 작전이었으니까.
"아, 아니야! 난 아무것도 몰라!"
안개가 걷히고 돈 카스텔로의 위치가 드러났다.
돈 카르텔로는 당황한 표정으로 손을 파닥거리며 온몸으로 모른다는 뜻을 전하고 있었다.
"...!"
"다들 가만히 있어."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소리가 난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Z에게 인질로 잡혀 있는 돈 카스텔로가 있었다.
"다들 무기 집어넣어. 얘 목에 칼을 박기 전에."
"어리석군."
도미닉 경이 Z를 향해 말했다.
"가차랜드에서 죽음만큼 무가치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잊은 거요?"
"아, 물론 알지."
Z가 비열하게 웃었다.
"하지만 말이야, 이래도 무가치할까?"
Z가 무전기를 꺼내 어디론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현재 돈 카스텔로를 잡았다. 여차하면 자폭할 테니 위치에서 대기할 것."
라저. 하고 반대편에서 통신을 보냈다.
"...지금 뭘 한 거야?"
도미니카 경이 불안한 듯 총구를 Z에게 향했다.
Z는 돈 카스텔로의 뒤에 바짝 더 붙으며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을 노려보았다.
"뭘 한 거냐니. 그야 부활 지점에 사람을 좀 보냈지."
"!"
돈 카스텔로가 놀란 듯 불안한 눈빛을 보냈다.
"아마 네가 부활할 장소는"
Z가 돈 카스텔로만 겨우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그 말을 들은 돈 카스텔로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의 말대로였기 때문이다.
"이제 순순히 내 말에 따라주시지."
Z가 여전히 돈 카스텔로를 인질로 잡으며 돈 카르텔로를 힐끔 바라보았다.
"일단 저 무능한 돼지를 묶는 것부터 해볼까."
"돼, 돼지?"
돈 카르텔로가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찼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돈 카르텔로에게 다가 갔다.
돈 카스텔로가 눈빛으로 일단 요구사항을 들어 주라고 사인을 보냈기 때문이다.
"아버지 한테도 들은 적 없는데! 이거 놔! 당장 저 녀석이랑 한 판 붙을 거야! 놔! 놓으라고!"
돈 카르텔로가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소리쳤다.
"내가 아무리 통통하다지만 돼지는 아니지! 당장 사과하지 못해!"
"사과라."
Z가 싸늘한 눈으로 돈 카르텔로를 바라보았다.
"지금 네 처지를 모르는 건가?"
"내, 내 처지?"
돈 카르텔로가 멍청한 소리로 되물었다.
"내 처지가 뭐 어때서?"
"모르는 건가."
Z가 혀를 찼다.
"무능하지만 말 잘 듣는 돼지와 유능하고 말 잘 듣는 부하. 누가 더 도움이 되는지도 계산이 안 되는 모양이지?"
"..."
돈 카르텔로가 그 말에 충격을 받았는지 그저 멍하게 Z를 바라보기만 했다.
덕분에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손쉽게 돈 카르텔로를 포박할 수 있었다.
"자."
Z가 다음 명령을 내렸다.
"이제 서로를 묶어."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이 Z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Z는 단검을 돈 카스텔로의 목에 더 가까이 대는 것으로 그 대답을 대신했다.
결국 협박에 진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서로의 팔을 묶었다.
혼자서 풀 수는 있겠지만 시간이 좀 걸릴 것이 확실한 상황.
"내가... 내가... 호구였단 말인가?"
모두가 제압이 된 상황에서 현재 상황 파악하지 못하고 충격에 빠진 돈 카르텔로.
그는 지금까지 부족한 것 없이 살았고, 모자란 것 없이 살았다.
그러나 언제나 그는 부족한 것처럼 탐욕스러웠고, 모자란 것처럼 어리석었다.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자신이 어리석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아차린 것이다.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왜 아니겠어, 돈 카르텔로."
Z가 땅바닥을 애벌레처럼 기어 다니는 돈 카르텔로를 바라보며 비웃음을 날렸다.
"...우리 아버지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돈 카르텔로가 나름 회심의 협박을 던졌다.
그러나 Z는 여전히 돈 카르텔로를 비웃었다.
"그게 무서웠더라면 네게 다가가지도 않았어."
둘의 아버지이자 블랙 바이오의 사장, 돈 시타델로는 무시무시한 권력자가 맞지만, Z도 뒷골목에서는 알아주는 실력자.
일이 수틀려도 숨어 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걱정하지마. 너도 세뇌를 당하면 더 나은 지능을 가질지도 모르니까."
Z가 돈 카르텔로에게 비아냥거렸다.
"...정말?"
그러나 역시 돈 카르텔로.
그는 지능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찬 말에 홀랑 넘어가고 말았다.
"...뭐, 지금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
그렇게 말한 Z가 무전기를 켰다.
"여기는 Z. 여기는 Z. 현재 돈 카스텔로와 돈 카르텔로를 생포했다. 덤으로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도 제압한 상태. 다시 한번 말한다"
그때였다.
땡! 하고 종이 울리는 소리가 들린 것은.
그 소리가 얼마나 크게 울려 퍼졌는지 Z는 무전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한쪽 귀를 막고 있었다.
"...뭐지?"
"뭐긴 뭐야."
종소리는 한 번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충전이 완료되었다는 소리지."
무려 첫 종소리까지 합쳐 총 12번.
12번의 종소리가 끝나고 나서 먹먹할 정도의 침묵이 이어졌다.
사무실 뿐만이 아니었다.
가차월드 전체가 침묵에 빠졌다.
Z는 힐끗 창문 너머로 보이는 대관람차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대관람차 위에 떠 있는 숫자를 보았다.
12/12.
시곗바늘은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
잠시 시간을 돌려 사무실에 Z가 침입하기 전.
총독은 초소 위에서 거의 소강상태에 접어든 전장을 바라보았다.
과장을 보태 좀비로 산맥을 만들고 나서야 마침내 더 이상 좀비의 위협에서 벗어난 것이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사실, 좀비들을 모두 잡을 수 있었던 건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 그리고 저 대관람차의 공이 컸다.
습격자들의 대부분이 그쪽에 몰리는 바람에 좀비만 남아버려 총독이 더 수월하게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다.
몇 시간에 걸친 격렬한 전투를 마치고, 총독은 이내 초소 계단에 주저앉아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 저 멀리 불빛이 차오르는 대관람차를 바라보았다.
10/12라고 적혀 있는 대관람차.
폭발 이후에 올라간 카운트.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카운트는 9를 표시하고 있지 않았던가.
총독은 대관람차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대관람차에 충격 흡수형 충전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굉장히 싼 값에 A/S도 훌륭해 총독의 기지에도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럼 이야기가 다르지."
총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재 이 통신을 듣고 있는 모든 녀석들은 저 대관람차에 화력을 투사할 것. 있는 거 다 때려 부어."
그리고 남아 있는 안드로이드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사방에서 총알과 포탄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빠르게 차오르는 퍼센테이지.
11/12.
이제 거의 남지 않았다.
총독이 생각했다.
12/12.
그리고 총독의 생각은 옳았다.
...
"이건, 이건 말도 안 돼!"
Z는 대관람차가 가동되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있는 힘껏 돈 카스텔로의 목에 단검을 꽂았다.
아니, 꽂으려고 했다.
엄청난 기세로 휘둘러진 단검은 무언가에 잡힌 듯 어느 지점부터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왜 말이 안 되겠어?"
돈 카스텔로가 그런 Z의 팔을 슬쩍 밀쳐 내며 나왔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도 포박되었던 줄을 풀고 돈 카스텔로의 뒤에 섰다.
[가차월드의 명물, 대관람차가 가동됩니다!]
[가차월드의 룰에 따라,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엄격히 금지합니다!]
시스템 창이 떠오른 직후, 대관람차에서 엄청난 양의 충격파가 발산되었다.
아니, 충격파는 아니었다. 어쩌면 빛의 파장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반짝거림이 가차월드 전역에 퍼져나가자, 이내 가차월드의 모든 것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건 구식이지."
Z가 포기하지 않은 채 희망적으로 말했다.
그리고 바로 무전기를 들어 본진과 통신을 주고받았다.
"당장 방화벽 내려! 다시 한번 말한다! 방화벽 내려!"
Z의 외침에 찬란하고 신비하게 반짝이던 빛이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Z가 돈 카스텔로에게 달려들었다.
도미닉 경이 돈 카스텔로의 앞에서 든든하게 방패를 들어 올렸다.
도미니카 경이 총을 쏴 단검의 궤도를 비틀었다.
Z의 공격은 그렇게 수포로 돌아갔다.
도미닉 경의 방패에 긴 상처를 남긴 채.
"충분해. 여전히 여기서 공격할 수 있다고."
그러나 Z는 그 정도로도 만족한 모양이었다.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고, 기회는 남아 있다.
그렇게 생각했다.
실제로 이때 보스가 있는 본진의 모든 인원은 가차월드 내부로 들어온 상태였다.
"...악당들은 포기라는 걸 몰라요."
나도 빌런이긴 하지만 이건 좀 심할 정도라니까. 라고 돈 카스텔로가 중얼거렸다.
"이제 너희도 더 이상의 패가 없"
"왜 우리의 패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나?"
돈 카스텔로가 Z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드디어 돈 카스텔로가 말한 '기믹'을 알 수 있는 기회라며 들뜬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봐."
돈 카스텔로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어딜!"
Z는 돈 카스텔로가 허세를 부리고 도망친다고 생각해 따라 밖으로 나왔으나, 이내 그는 어딘가에 시선을 향한 채 굳을 수밖에 없었다.
"...!"
"왜 대관람차를 복구해야 하냐고 했지?"
말이 없는 건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도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지금 대관람차에서 일어나는 일은 놀라운 일이었으니까.
대관람차가 하늘로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이기구들이 그 뒤를 따라 하나둘 떠오르더니, 이내 사람의 형상으로 변했다.
가부좌를 튼 고승의 모습으로 변한 놀이기구 뒤에 마치 후광처럼 대관람차가 위치했다.
모든 놀이기구들이 빛을 발하지만 대관람차의 밝은 빛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성인의 후광처럼 느껴졌다.
[가차월드의 마지막 희망, 륜(Wheel)이 등장합니다!]
[원하신다면 기립박수를 쳐도 좋습니다!]
"모두 이것 때문이지."
돈 카스텔로가 Z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때. 이게 우리 마지막 패야. 너흰 남은 패가 있나?"
그러나 돈 카스텔로의 물음에도 Z는 그저 그 엄청난 빛의 덩어리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
그리고 여기, 그저 멍하게 이 아름다운 가차월드의 최종 병기를 바라보는 이가 또 하나 있었다.
돈 카르텔로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