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6화 〉 [175화]12시간?
* * *
앞으로 12시간.
앞으로 12시간만 넘기면 저 대관람차가 가동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총독은 커다란 의문이 들었다.
어째서 대관람차를?
사실, 이 좀비들을 막아 내려면 더 나은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었다.
놀이기구에 함정을 설치하거나, 혹은 자신들처럼 바리케이드와 초소를 지어 막아 내도 되었다.
그런데도 모든 자원은 오로지 대관람차를 가동시키기 위해서만 쓰는 상황.
도대체 왜 돈 카스텔로라는 자는 이토록 비효율적인 일을 벌인다는 말인가?
총독은 바리케이드를 기어 올라오는 좀비 하나를 쏴 떨어뜨렸다.
그런데도 전혀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
"돈 카르텔로가 사라졌다."
보스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혼란에 빠진 가차월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Z가 그야말로 '듣기 싫은' 소식을 전하기 전까지.
"...어디로 갔지?"
"모르겠군. 하지만 확실한 건..."
Z가 좀비가 득실거리는 가차월드를 바라보았다.
"마지막으로 가차월드 안으로 들어갔다는 말이 있어."
"...배신인가?"
"설마."
보스의 의심에 Z가 일축했다.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 그가 배신할 인재가 못 된다는 걸 알지."
Z의 말에 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돈 카르텔로는 어딘가 모자란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계획이 꼬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여전하지."
보스가 으르렁거렸다.
"돈 카르텔로가 있기에 우리에게도 명분이 있는 거야. 돈 카르텔로가 없다면..."
우린 그냥 돈 시타델로에 대한 아성에 도전한 얼간이 밖에 되지 못한다고. 보스는 뒷말을 애써 삼켰다.
주변에 보는 눈이 많았기에 사기 관리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행한 일이었다.
"일단 내부에 침입한 애들에게 전해. 돈 카르텔로를 찾으면 바로 데려오라고."
쓸데없는 놈. 보스가 이죽거렸다.
"그나저나..."
Z가 가차월드 내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도대체 이해되질 않는단 말이지."
"뭐가."
"대관람차 말이야."
Z는 현재 2/12라고 적혀 있는 대관람차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왜 저 대관람차를 복원하려고 하는 거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선택.
대관람차는 아래에서부터 천천히 조명이 점등되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1/6만큼.
"저걸 돌릴 자원으로 다른 걸 했으면 더 나았을 텐데."
"돈 카스텔로도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거겠지."
보스가 비웃었다.
"지금까지 꽤 고평가받았던 모양이지만, 결국 핏줄은 속일 수 없다는 걸지도."
"...그런가?"
Z가 보스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어느새 퍼센테이지가 30%를 채우고 있을 때였다.
...
가차월드 내부의 사무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무덤덤하게 기절한 돈 카르텔로를 바라보았다.
뒤통수에 혹이 난 채 개구리처럼... 아니, 두꺼비처럼 추하게 뒤집어진 돈 카르텔로.
"별 소용없을 거야."
돈 카스텔로가 말했다.
"자네들이 형님을 한 번 보고 무능함을 알아차렸듯이, 상대도 형님의 무능함을 알고 있을 테니까."
인질로도, 협상 카드로도 소용이 없어. 라고 중얼거린 돈 카스텔로.
"딱히 인질로 잡으려던 건 아니었소. 몸값을 위해서지."
"일단 적이니까, 사로잡고 보는 게 당연하잖아?"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이 한 마디 씩 내뱉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지금 상황은 그저 몸값이 비싼 포로를 잡는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 그래. 너희 기사였지."
뜻밖에 당연한 걸 까먹고 있었네. 라고 투덜거린 돈 카스텔로.
그의 말대로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기사였다.
물론 가차랜드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자주 까먹는 부분이기도 했다.
돈 카르텔로는 돈 카스텔로의 형이자, 돈 시타델로의 아들.
그만큼 말 그대로 돈이 될 것이라 여겼던 것이다.
아버지라면 당연히 그러시겠지. 라고 중얼거린 돈 카스텔로.
"그나저나 말이오."
도미닉 경이 무언가 의문점이 떠올랐다는 듯 돈 카스텔로에게 물었다.
"어째서 아직도 대관람차에 집중하는 거요?"
이미 돈 카르텔로는 잡았잖소. 라고 도미닉 경이 덧붙였다.
"그건 2가지 이유가 있어."
돈 카를로스가 잠시 펜을 내려놓았다.
"하나는, 형을 되돌리고 싶어서야."
돈 카를로스의 계획은 이랬다.
형이 엉망이 된 이유는 바로 이 가차월드 때문이었으니, 가차월드를 통해 다시금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아주 드문 확률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없는 확률도 아니었다.
실제로 가차랜드는 가치로 돌아가는 곳이었고, 이러한 클리셰는 제법 가치가 높은 이야기를 만드는 법이었다.
말 그대로 기깔나게 뽕이 차오르는 장면을 만들어 감동시키면 원래대로 돌아오겠지. 라는 작전은 다른 차원이라면 엉터리라며 비웃을지도 모르겠지만 가차랜드에서만큼은 아주 훌륭한 치료 방법이라는 뜻이었다.
"...사실 이 계획엔 아주 큰 변수가 있었지. 바로 형님의 존재가."
돈 카스텔로가 돈 카르텔로를 힐끔 보았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변수라고 생각한 형님의 존재는, 형님의 무능함으로 인해 이렇게 손쉽게 우리의 손으로 들어왔지."
돈 카스텔로가 비열하게 웃었다.
그러나 엄청난 에너지 소모로 살이 조금 빠져서일까?
돈 카스텔로의 웃음이 그다지 비열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이제 대관람차가 수복되기만 하면, 이 계획은 성공적으로 끝나는 거야."
"그렇다면 또 하나의 계획은 뭐요?"
도미닉 경이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도미니카 경은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역시나 궁금한 건 마찬가지였던지 시선을 돈 카스텔로에게 향했다.
"별 건 아니야. 그건"
그때였다.
갑자기 사무실의 문밖에서 무언가 쿵쿵거리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벼운 노크나 의미 없는 두드림은 아니었다.
그건 확실하게 공성추나 통나무가 있는 힘껏 성문을 두드릴 때나 나는 소리였다.
쿵쿵거리던 소리는 이내 쾅쾅거리는 소리가 되었고, 쾅쾅거리는 소리는 이내 우지직하고 문이 박살 나는 소리가 되었다.
"여기다! 돈 카스텔로가 여기 있다!"
"돈 카르텔로도 있었군. 보스가 좋아하겠어!"
문이 완전히 박살 나며 사람들의 모습이 밝혀졌다.
습격자들이었다.
잠입을 통해 들어온 모양인지 하나같이 위장복 차림에 단검과 권총을 든 습격자들.
그들은 돈 형제를 보고 바로 진입하려고 했으나, 그들이 잊고 있던 이들이 있었다.
바로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
빡! 하는 소리와 함께 가장 먼저 진입하려던 습격자의 목이 기묘한 각도로 꺾였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들어오려던 이들을 향해 발사된 한 발의 총성.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얼어붙어 버린 침입자들은, 이내 또 하나의 방패를 마주해야 했다.
방패로 맞아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난 습격자가 기절 상태에 걸렸다.
상태 이상에서 벗어나려고 뒤에 있던 다른 침입자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내는 침입자.
놀랍게도 침입자들 중에서 지원가가 있었는지 순식간에 침입자의 기절 상태가 풀렸다.
침입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너무 이른 안도의 한숨이었다.
방패가 다시 한번 침입자의 흉부를 가격했다.
확률의 장난일까?
또 한 번 기절 상태에 걸린 침입자.
다시금 지원가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지원가가 고개를 저었다.
효율이 안 나온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애절하게 지원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침입자.
그 애절한 눈빛을 애써 외면하는지원가.
그러나 그 상황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도미닉 경의 [기수]효과로 낙하한 깃발이 둘 사이에 떨어진다.
깃발의 천이 펄럭이며 애써 외면하던 시선들이 가려진다.
기절 상태에 걸린 침입자가 눈을 꼭 감았다.
자기 미래처럼, 눈앞이 캄캄했다.
"일단 여기서 막기엔 좋은 환경이긴 한데..."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이 침입자들을 순식간에 구겨진 통조림처럼 만들어 버리고 잡담을 나누었다.
다수와의 싸움에서는 그리 효과적이지 못한 도미닉 경이었으나 이렇듯 좁은 공간에서만큼은 그 효율이 미친 듯이 상승하는 것이다.
"그걸 환경 적성이라고 하는데, 아마 도미닉 경의 적성은 야외 A, 실내 S 쯤 나올 거요. 시가지는 당연히 S겠고."
라고 돈 카스텔로가 누군가에게 말하는지 모를 말을 내뱉었다.
"누구에게 말하는 거요?"
"아니, 그냥.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서 그랬소."
"이해해. 가차랜드에선 설명 잘하는 것도 가치니까."
돈 카스텔로의 말에 도미니카 경은 바로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도미닉 경이 슬슬 기절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침입자에게 몇 번의 방패 맛을 보여 주었다.
그러고도 불안했던지, 도미니카 경이 다시 장전된 총을 들고 발사해 지나칠 정도로 기절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도대체, 대관람차를 수리할 두 번째 이유가 뭐요?"
도미닉 경은 다시금 아까의 화제를 이어 나갔다.
"아, 그거 말이지."
돈 카스텔로가 말했다.
"사실, 대관람차를 수리하는 이유는 간단해. 그게 지금 상황에 도움이 되니까야."
도미닉 경이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돈 카스텔로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대관람차의 수리와 지금 상황의 타개가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거요?"
"일단, 믿고 기다려 봐."
돈 카스텔로가 염려 말라는 듯 말했다.
"나도 몇 번 본 거니까, 확실한 정보라고."
돈 카스텔로가 대관람차에 대한 정보를 내뱉었다.
탈칵. 하고 또 하나의 카운트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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