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168화 (168/528)

〈 168화 〉 [167화]가차월드

* * *

돈 카스텔로가 조심스럽게 맨홀 뚜껑을 열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인적이 드문 골목이라서인지 숨어서 이동하기에 딱 좋은 상황.

조심스럽게 맨홀 뚜껑을 옆으로 민 돈 카스텔로가 천천히 하수구를 빠져나왔다.

"비밀 통로를 만들어두길 잘했지."

모두가 돈 카스텔로는 밖으로 도망쳤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돈 카스텔로는 오히려 별장 내부의 와인 저장실로 향했다.

그곳에 이럴 때를 대비해 만들어둔 비밀통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차마 불조차 켜지 못하는 상황이었기에 눈이 어둠에 적응하길 기다리며 살금살금 움직이던 돈 카스텔로.

그는 와인을 숙성시키는 거대한 오크통들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가장 오른쪽에서 3번째 있는 오크통의 뚜껑을 잡고 잡아당겼다.

그러자 나타나는 비밀 통로.

그 누구도 이런 곳에 비밀 통로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으리라.

열린 오크통 안으로 들어가 뚜껑을 닫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돈 카스텔로.

"...통화는 더 이상 안 되는 건가."

돈 카스텔로는 가장 먼저 휴대폰을 확인했다.

방금 전 도미닉 경과 연락이 닿았으나, 그 이후로 먹통이 되어 버린 휴대폰.

신호 강도가 있어야 할 곳에는 X자가 표시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지하 깊숙한 곳이기도 했거니와 상대에게 외부와의 연락을 막기 위한 재밍 능력자가 있는 모양이다.

돈 카스텔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통화가 되더라도 위치 추적에 걸릴 위험이 있다.

차라리 통화가 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상황이다.

라며 자기암시를 건 돈 카스텔로는 비밀 통로를 통해 약속된 장소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한참을 걷다가 비밀통로와 합류한 하수도에서 잠깐 길을 잃기도 했으나, 결론적으로 약속 장소와 꽤 가까운 골목에서 나올 수 있었다.

"이제 여기에서 어디로 가야 하느냐는 건데..."

돈 카스텔로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골목길이 미로처럼 얽인 구간들이 눈에 띄었다.

"...목적지를 바라보고 찾아가면 길이 있겠지."

돈 카스텔로가 고개를 돌려 랜드마크가 보이는 구간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다행스럽게도, 저 멀리 시스템 인더스트리의 높고 기괴한 첨탑이 보였다.

반대로 가면 되겠군. 돈 카스텔로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가 생각하는 장소는 이런 외진 골목에서도 더 외진 곳으로 향해야 했기 때문이다.

"도미닉 경이 제시간에 오길 바라는 수밖에."

돈 카스텔로가 그렇게 말하며 골목길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시스템 인더스트리의 건물을 등진 채.

...

다급한 외침.

갑자기 끊긴 통화.

도미닉 경은 갑자기 돈 카스텔로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듣고 현재 상황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무슨 일이야..?"

"아무래도 돈 카스텔로에게 일이 생긴 모양이오."

"그래?"

도미니카 경이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당장 가 봐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데 뭔가 이상하오."

도미닉 경이 폰으로 무언가를 검색하며 말했다.

"주소지가... 여기서 꽤 멀리 떨어진 곳이오."

"응?"

도미니카 경이 도미닉 경의 폰을 바라보았다.

"...진짜 여기래?"

"그렇소."

"...나도 가면 안 될까?"

도미니카 경이 따라가고 싶어 할 정도의 장소.

그곳에는 정말 예상치 못한 장소가 찍혀 있었다.

...

"운이 좋았군."

돈 카스텔로는 정말 운이 좋게도 미로 같이 얽힌 골목을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심지어 추격자도 없는 상황.

돈 카스텔로가 저 멀리 지평선에 보이는 무언가를 바라보았다.

"아직 남아 있었군. 역시나."

울창한 덩굴들로 인해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으나, 그곳은 페인트가 벗겨진 건축물들과 낡다 못해 너덜너덜해진 천막, 그리고 깨진 조명과 기계 장치들이 가득해 보였다.

"복구에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돈 카스텔로가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를 확인했고, 목적지의 상태도 알아낸 이상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

"제길. 어디로 사라진 거지?"

보스라고 불린 사나이가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뜯었다.

돈 카스텔로가 도망칠 수도 있었다는 것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으나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찾지 못하는 건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거리 통제도 이제 힘들어. 어쩌지?"

보스의 옆에 Z가 나란히 서며 말했다.

"어쩌긴 뭘 어째."

보스가 시가를 하나 빼어물고 불을 붙였다.

깊게 심호흡하듯 연기를 들이쉬었다 내쉰 보스가 한탄하듯 말을 내뱉었다.

"무조건 찾아야지."

돈 카스텔로는 블랙 그룹의 사실상 2인자, 돈 시타델로의 아들.

돈 카르텔로도 그의 아들이었으나, 명백하게 잘못한쪽은 돈 카르텔로인 상황.

돈 시타델로가 누구의 손을 들어 도와줄지는 명백했다.

'별거 아니야. 돈 시타델로는 아들 바보로 유명해. 그의 아들들을 세뇌하면... 아니, 첫째는 그냥 넘어가. 돈 아까워. 그냥 칭찬 몇 마디면 알아서 넘어올 거야. 문제는 둘째인데... 일단 사로잡으면 내가 세뇌시키지. 어때, 꽤 괜찮은 제안 아닌가?'

"뭐가 괜찮은 제안이야, 유인원 고릴라 같은 년이."

보스가 이빨을 너무 강하게 문 나머지 빠득­하는 소리가 났다.

머릿속에 꽃밭이 가득할 것 같은 작전을 보고 혹시 몰라 예비로 B, C, D, 심지어 J 까지 작전을 준비한 상황이었으나 언제나 실전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죽는 것이 작전 계획이라고 했던가.

보스는 지금까지 세운 모든 계획을 머릿속에서 모조리 구겨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다.

그 기세가 얼마나 험악한지, 무능하고 눈치 없는 돈 카르텔로마저 눈치를 볼 정도였다.

그때였다.

"보스! 찾았습니다! 외곽지역이에요!"

"외곽?"

Z가 부하에게 말했다.

"혹시 버려진 거기 말하는 건가?"

"네! 맞습니다! 거기가 목적지라고 예상된다고 합니다!"

"맙소사."

보스의 입꼬리가 기괴할 정도로 올라갔다.

"시내도 아니고, 사람이 없는 외곽으로 향했다? 이건 납치해 달라고 광고하는 거나 다름없지."

보스가 고개를 돌려 부하에게 명령을 전달했다.

"모든 추격조에게 말해. 목적지는 외곽의 폐허라고."

그렇게 말한 보스가 손목을 들어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간이 좀 빡빡하기는 했지만 어떻게 보면 여유가 있는 정도였다.

"최대한 빨리 사로잡아. 세뇌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하니 돈 시타델로가 알기 전에 모두 끝내야 해."

Z가 부하들에게 외쳤다.

"정보 교란도도 최대로 올려. 일단 시간을 벌 수 있을 만큼 벌어야 한다."

"네!"

부하들이 보스와 Z의 말을 듣고 밖으로 나가 명령을 전파했다.

순식간에 수백 명의 추적자들이 외곽의 폐허를 향해 허공을 날아가듯 뛰어가기 시작했고, 그 뒤로 수 천 명의 조직원들이 기관총을 단 트럭에 분대 단위로 모여 출발했다.

["알려드립니다. 오늘 레이드는 긴급 점검으로 인해­"]

["상점가에서 T5 장비 제련용 재료들을 50%에 판다고­"]

시내에서는 가짜 뉴스가 마구 터져 나와 사람들을 혼란시켰다.

["현재 공업지구에서 초대형 이족보행로봇의 전투력 시험이 있다고 합니다. 다시 한번­"]

그 와중에 진실을 섞어 사람들을 더 혼란에 빠뜨리는 것은 덤.

그 모습은 마치 추격이 아니라 출정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이들은 어째서 이렇게나 돈 카스텔로 납치극에 진심인 것일까?

글쎄. 아직은 알 수 없었다.

...

"좌회전!"

"여기가 아니오! 한 블럭 더 가서 좌회전이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비행선을 타고 약속된 장소로 향하고 있었다.

저번에 크게 파손되었던 비행선을 급하게 끌고 나오느라 기본 수리비용의 웃돈을 주고 긴급하게 수리한 상태였다.

현재 도미닉 경은 [라이더] 특성을 장착한 채 하늘 도로의 제한속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중.

그야말로 가차랜드의 교통법에 걸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속도를 내는 것이다.

비행선의 뒤에는 황동으로 된 거미 전차 한 대가 실린 상태였다.

아무래도 지도 앱에 찍힌 곳이 광활한 황무지 안이기도 했지만, 뭔가 감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17번 하늘 국도에 진입하셨습니다. 최고 속도 170km 구간입니다.]

라이더 특성 덕분일까?도미닉 경은 면허를 딴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신들린 듯한 조종 실력으로 최고 속도를 아슬아슬하게 넘지 않으며 하늘을 날아다녔다.

그리고 30분 정도 더 달린 끝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비행정이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와 땅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도미닉 경은 기어를 중립으로 넣고 후방을 주시했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한 것이다.

후방주시 카메라가 켜지며 도미닉 경을 서포트했다.

마침내 주차를 끝낸 도미닉 경.

놀랍게도, 도미닉 경이 가차랜드에 도착한 이래로 처음으로 주차를 제대로 성공한 날이었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이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비행선에서 내려 주변을 살폈다.

덩굴이 자라다가 말라비틀어져 흉하게 변한 외벽.

페인트가 벗겨져 쩍쩍 갈라진 시멘트가 그대로 보이는 건물들.

찢어지고 풍화되어 뼈대만 남아 있는 천막.

그리고... 비를 맞고 방치되었는지 여기저기 녹슨 상태로 방치된 기계 장치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마지막으로 이 부지를 상징하는 거대한 간판을 보았다.

[가┝〓드 최고의 유㎯지, 가차월드○ 오신 걸 환영합ㄶ다!]

녹슬고 여기저기 낡아 떨어져 나간, 분명히 과거엔 화려했을 간판.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그 간판을 멍하게 바라보다가, 문득 그 간판에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설프게 페인트 질을 하다가 옷에 다 튀는 것도 모르고 더 열심히 페인트 질을 하는 사람.

돈 카스텔로였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