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167화 (167/528)

〈 167화 〉 [166화]카르텔로

* * *

돈 카스텔로의 비밀 별장.

그곳에서 돈 카스텔로는 인상을 구긴 채 시가를 뻐끔뻐끔 피기만 하고 있었다.

"...형님."

돈 카스텔로가 갑자기 툭 뱉은 그 한 마디.

그리고 갑자기 돈 카스텔로가 스스로 분을 이기지 못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재떨이를 벽으로 집어던졌다.

며칠 전 돈 카스텔로가 그의 형, 돈 카르텔로에게 들은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았다.

'일은 내게 넘기고, 푹 쉬지 그래?'

돈 카르텔로가 한 말.

얼핏 듣기엔 동생의 건강을 걱정하는 자상한 형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내면을 살펴보면 저 말은 전혀 다른 뜻이 되었다.

그의 형, 돈 카르텔로는 아버지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었다.

동생으로서 할 말은 아니지만, 돈 카르텔로는 무능과 무식의 극치를 달리는 사람.

머리가 텅텅 비어 있는 대신 그 빈자리를 욕망과 탐욕이 자리 잡은 인간이다.

얼마나 무능하고 탐욕스러운지, 아버지에게 떼를 써서 가문에서 가장 수익이 높은 카지노를 운영하겠다고 설치다가 말아먹을 정도였다.

그에 반해 돈 카스텔로는 어떠한가?

그는 아버지의 도움을 조금 받기는 했으나, 나름 자수성가했다고 평가해도 좋을 정도로 수완이 좋은 사람이었다.

게임을 좋아해 게임 제작 동아리에 들어가더니, 그 동아리를 건실한 기업을 성장시킨 건 오로지 돈 카스텔로의 뛰어난 수완 덕분.

아버지의 도움을 받은 건 아버지의 지인들에게 기업 운영의 기본을 배운 것 정도밖에 없었다.

이제 다시 한번 돈 카르텔로의 말을 되새겨보자.

...

돈 카르텔로가 찾아온 그날.

'일은 내게 넘기고, 푹 쉬지 그래?'

돈 카르텔로가 돈 카스텔로에게 한 말이었다.

여러분은 이 미묘한 뉘앙스를 알아차렸는가?

그렇다.

돈 카르텔로는 돈 카스텔로가 일군 결과를 빼앗아가려는 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무엇보다, 돈 카르텔로가 저 말을 한 다음에 한 말은 더욱 노골적이었다.

'이미 아버지께 이야기해서 내 거 하기로 했으니까, 이제 슬슬 인수인계할 준비를­'

'지랄하고 자빠졌네.'

돈 카스텔로가 미간을 찌푸린 채 이죽이며 말했다.

그날 저녁, 돈 카스텔로는 간만에 본가를 찾아가 아버지와 만났다.

'아버지. 형님께 제 회사를 넘겨 주신다는 게 사실입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

'네?'

돈 카르텔로는 분명히­

사실, 돈 카르텔로는 교묘한 말장난을 통해 돈 카스텔로를 속이려고 시도했다.

그는 아버지에게 말했다고 했지, 허락받았다고는 하지 않았으니까.

진실을 알아버린 돈 카스텔로는 바로 형에게 달려갔다.

왜 거짓말을 했느냐고 따지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돈 카스텔로는 형을 보자마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지금부터, 우린 적이다, 동생아.'

돈 카르텔로가 어딘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돈 카스텔로를 도발했다.

그리고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괴한들의 습격으로 돈 카스텔로는 추하게 도망을 치고 말았다.

...

이것이 지금까지의 상황.

돈 카스텔로의 손이 덜덜 떨렸다.

뿌리까지 타들어간 시가가 손가락에 화상을 입혔지만 돈 카스텔로는 깊이 생각하느라 아픈 것도 모르고 있었다.

어째서.

어째서 형님이 나에게 이럴 수 있는가?

무엇이 아쉬워서 얼마 되지도 않는 동생의 재산에 눈독을 들이는가?

그리고 도대체 왜 형님은 나를 공격했는가?

돈 카스텔로는 도무지 돈 카르텔로의 속내를 짐작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돈 카스텔로와 돈 카르텔로는 이제 더 이상 형제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사이가 틀어져 버렸다는 것 말이다.

돈 카스텔로가 두꺼운 커튼을 슬쩍 들춰내며 바깥을 바라보았다.

노을이 지고 있다.

이튿날 아침까지는 여기서 숨어 있어야만 한다.

아직 밖에는 습격자가 있을지도 모르­

쨍그랑!

어디선가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아니,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깨지는 소리다.

그리고 숨길 생각도 없다는 듯, 저 멀리서부터 발소리와 무언가를 질질 끄는 소리가 들려온다.

"여긴가?"

쾅!

"아니면 여기?"

쾅!

불청객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별장의 문이란 문은 모두 걷어차 열고 있었다.

쾅! 쾅! 쾅!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돈 카스텔로는 점점 가까워지는 발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조금씩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여기구나!"

쾅! 하고 돈 카스텔로가 있는 방의 문을 걷어찬 괴한.

그러나 괴한은 돈 카스텔로를 보지 못했다.

대신, 활짝 열려 있는 창문과 바람에 펄럭이는 두꺼운 암막 커튼만 보일 뿐이었다.

"...도망쳤다! 찾아!"

괴한들이 창틀을 넘어 밖으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비밀 별장의 주변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어디로 갔을까나..."

마지막 남은 괴한마저 문을 통해 복도로 나섰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커튼만 펄럭거리고 있다.

"..."

아니, 사실 여기엔 한 사람이 남아 있었다.

"큰일 날 뻔했네."

돈 카스텔로가 창문 옆에 있는 기둥에서 튀어나왔다.

교묘하게 착시현상으로 만들어진 비밀 공간이 있었다.

한시름을 덜었다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쉰 돈 카스텔로.

"이제 더 이상 숨기고 있을 수가 없어."

돈 카스텔로가 굳은 표정으로 결심했다.

지금까지 도청과 위치 추적 때문에 전자기기를 최소한으로 사용했으나,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추격자들이 왔다는 것은, 이미 자신에 대한 정보가 어디에선가 새어 나간다는 소리.

그렇다면, 차라리 당당하게 연락해 바로 만나는 것이 좋으리라.

"이제 믿을 건 도미닉 경 뿐인가."

돈 카스텔로가 입술을 꽉 짓이겼다.

"갈 때까지 가봅시다, 형님."

돈 카르텔로에 대한 분노를 점점 키워나가면서 말이다.

...

좁고 어두운 방 안.

"으흐하하하! 꼴사납게 도망치는 꼴 봤지요? 동생이 스스로 그 꼴을 봤어야 했는데!"

돈 카르텔로가 체통도 없이 웃어제꼈다.

그의 축 처진 볼살이 푸들푸들 떨렸다.

"뭘 그리 좋다고 웃는지 모르겠군."

흰머리가 듬성듬성 난 댄디한 남성이 시가를 입에 물며 말했다.

"네가 갑자기 급발진하는 바람에 납치 감금 작전이 수포로 돌아갔잖나."

"뭐, 그렇다고 해도 우리에게 승산이 있는 건 맞잖아요?"

돈 카르텔로가 무엇이 그리 좋은지 히죽히죽 웃었다.

너무나도 철이 없는 모습.

"네가 기회를 날린 덕분에 재산의 1할을 손해 본다고 해도?"

"그건 안 되죠."

댄디한 남자의 말에 급격하게 정색하는 돈 카르텔로.

그의 입은 단호하게 꾹 닫혀 있었으나, 그의 눈은 욕망으로 번들거렸다.

"그게 정말 재산의 1할을 손해 볼일이었습니까?"

돈 카르텔로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당연하지."

시가에 불을 붙이고 깊게 한 모금 빨아들인 남자는 돈 카르텔로에게 1할이나 손해 보는 이유를 하나하나 조목조목 말했다.

"이대로 돌아가면, 그 녀석이 가만히 있을 것 같나? 분명히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용병을 데려올 거란 말이지."

"그게 어디 한두 푼 들겠나? 아니지. 최고의 인력을 데려오려고 있는 돈을 다 때려 부을 거란 말이지."

"하지만 그 녀석이 가진 자본의 대부분은 회사에 투자되어 묶여 있으니, 가용할 수 있는 범위는 녀석의 재산의 1할. 그 모든 재산을 다 때려 붓는다는 가정하에 넌 1할을 손해 보는 거다."

그럴듯하게 들리는 남자의 말.

그러나 남자의 말은 한 가지를 전혀 가정하지 않고 있었다.

바로 작전이 실패할 것이라는 가정을 말이다.

사실, 이 댄디한 남성도 이 작전이 실패할 확률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재빨리 선전포고를 날려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였기에 망정이지, 돈 카르텔로의 부모가 돈 카르텔로의 일탈을 알아차리는 순간 돈 카르텔로는 완전히 몰락하리라.

댄디한 남성이 손톱을 물어뜯었다.

시각은 돈 카르텔로의 편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렇게나 느긋하게 생각하고 움직이는 모습이 답답하기 그지없다.

"그렇군요."

돈 카르텔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 싶은 것만 들었는지, 전혀 엉뚱한 말하면서.

"그러니까 돈을 다 때려 박기 전에 습격하면 되는 일 아닙니까. 그러라고 손잡은 거잖아요?"

댄디한 남성의 뒷목이 뻣뻣해졌다.

그야말로 혈압이 올라 혈관이 터질 것 같은 답답함.

돈 카르텔로가 얼마나 무능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상황이었다.

댄디한 남성이 애써 화를 가라앉히고 나긋나긋하게 돈 카르텔로에게 말했다.

"이미 Z가 준비하고 있으니, 우린 제시간 맞춰서 가기만 하면 될 거야."

남자가 손목에 찬 고급스러운 시계를 바라보았다.

이제 곧 석양이 지면, 돈 카스텔로가 습격당할 것이다.

내부의 협력자의 말에 따르면 돈 시타델로... 그러니까 돈 카르텔로와 돈 카스텔로의 아버지는 현재 형제 싸움에 대해서인지하지도 못한 상황.

최대한 그 전에 결판을 내야 했다.

만일 이번 계획마저 실패한다면...

남자가 힐끗 돈 카르텔로를 보았다.

버리든지, 아니면... 끝까지 이용하던지.

남자의 시선을 느낀 돈 카르텔로가 기분 나쁘게 웃으며 시선을 마주 보았다.

"보스! 큰일 났습니다!"

그때였다.

좁고 어두운 방의 두껍고 무거운 철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달려들어왔다.

돈 카르텔로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 사람에게 뭐라 말하려고 했으나, 그의 말이 더 빨랐다.

"습격 실패랍니다! 돈 카스텔로가 탈출했습니다!"

"뭐...?"

돈 카르텔로가 무슨 소리냐는 듯 되물었다.

"망했군."

보스라고 불린 댄디한 남성이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었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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