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161화 (161/528)

〈 161화 〉 [160화]Channel.02

* * *

"스승님이... 두 명?"

앨리스는 현재 엄청난 혼란에 빠져 있었다.

어째서인지 그녀의 머릿속에는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 모두 그녀의 스승이라고 인식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앨리스가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을 구분하지 못해서 생긴 일은 아니었다.

아무리 비슷한 분위기에 비슷한 장비를 끼고 있다고는 해도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어리지는 않았으니까.

"어째서..."

"기억이 두 배...?"

앨리스가 중얼거렸다.

마치 좌뇌와 우뇌가 따로 대화하는 듯 잠시 붕 떠 있던 기억이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혼란스러웠던 앨리스의 표정이 뒤죽박죽 섞이더니, 이내 평온한 상태가 되었다.

"그러네요."

앨리스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도미닉 경도, 도미니카 경도 다 제 스승이었던 거예요."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앨리스의 말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앨리스가 무슨 말 하고 있는 것인지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의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앨리스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러니까, 이 쪽의 저와 저쪽의 제가 스승님이랑 스승님의 종자가 되었는데, 이후에 하나가 된 거예요!"

앨리스는 나름 조리 있게 말했다고 생각했으나,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이해할 수 없는 암호 같은 말이었다.

그러나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나름 앨리스의 화법에 익숙해진 상황.

"...혹시?"

"그쪽도?"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이 서로를 바라보며 무언가 깨달은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거듭하던 둘은, 마침 내 답에 가장 근접하게 도달할 수 있었다.

도미닉 경은 앨리스를 종자로 들였다.

그리고 평행세계에서, 도미니카 경은 앨리스를 종자로 들였다.

그리고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이 하나의 세계 선에 존재하게 되면서, 그리고 태그 매치 시스템으로 하나로 묶이게 되면서 앨리스도 하나의 존재로 거듭난 것이다.

아마 평행세계의 앨리스도 이쪽 세계의 앨리스와 크게 다른 점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평소대로 행동할 때는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다가,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을 보고 나서야 위화감을 느끼고 기억의 융합이 일어난 것이리라.

"그나저나­"

앨리스가 도미닉 경에게 물었다.

"여긴 무슨 일로 오신 거예요, 스승님?"

"여기?"

도미닉 경이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여기가 어디지?"

"2번 채널이에요."

앨리스가 대답했다.

"채널이라."

도미닉 경은 하나의 의문을 풀었으나, 또 하나의 의문이 불쑥 튀어나왔다.

채널이 도대체 무엇이라는 말인가?

"채널이 뭐니?"

"스승님?"

도미니카가 도저히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던지 앨리스에게 물었다.

도미니카의 물음에 고개를 갸웃한 앨리스가 도미니카 경에게 대답했다.

"채널은 말 그대로 채널이에요. 이번에 새로 생겼다고 아빠가 말했어요."

"이번에 새로 생겼다라..."

도미닉 경은 앨리스의 말에 카드를 꺼내 공지사항을 눌러보았다.

그리고 검색 기능을 활용해 채널이라는 단어를 검색하자,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타났다.

[...저희는 특정 지역에 사람이 너무 몰리는 경우를 자주 보아왔습니다. 네. 카드 팩 교환소 말이죠.]

[그래서 저희는 여러분의 쾌적한 생활을 위해 채널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일부 지역에 사람이 과도하게 몰릴 경우, 시스템은 채널을 분리해 각각의 채널에 사람들을 분산시킬 겁니다.]

...이 외에도 긴 문장들이 이어졌으나, 도미닉 경은 갑자기 전문용어를 남발하기 시작하는 문장에 두통을 느끼며 공지사항을 닫았다.

도미닉 경은 고개를 저으며 머리를 조금 식힌 뒤, 지금의 상황을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니까, 마왕과 용사는 우리를 데리고 새로운 채널로 도망쳤다는 뜻이로군.

도미닉 경이 힐끗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이 자리에는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 그리고 앨리스... 와 리틀 도미닉 경, 리틀 도미니카 경 밖에 없었다.

어딜 봐도 마왕과 용사는 보이지 않는 상황.

아마 급하게 도망가느라 인형도 두고 간 모양이리라.

"어라, 또 보네요. 이 인형들."

앨리스가 리틀 도미닉 경과 리틀 도미니카 경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두 인형을 동시에 껴안고 볼을 부볐다.

앨리스도 이 인형들이 마음에 드는 모양.

"그나저나­"

도미닉 경이 앨리스에게 말했다.

"너는 어째서 여기에 있느냐?"

"아."

앨리스가 도미닉 경의 말에 무언가 떠올린 듯 탄성을 내질렀다.

"심부름 하고 있었어요. 2번 채널은 물가가 조금 더 싼 편이라..."

앨리스의 설명이 이어졌다.

현재 채널 시스템이 개방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람들이 채널을 잘 이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각 채널은 독자적인 상업 활동이 이루어진다.

당연하게도 사는 사람이 적으니 파는 사람도 최대한 팔기 위해 가격을 내리는 상황.

물론, 이 정보의 출처도 앨리스의 아버지였다.

"여기서 사면 아이스크림 하나를 더 살 수 있... 아."

앨리스가 발아래 끈적하게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을 발견하고 움직임을 멈췄다.

방금 전까지 심부름을 마치고 아낀 돈으로 산 아이스크림.

차마 제대로 맛보기도 전에 엉망이 되어 버린 아이스크림.

앨리스는 이 엉망이 된 아이스크림을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아직 어린 앨리스에게 있어서, 이 아이스크림은 회귀나 다른 그 어떤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이었으리라.

"그... 아이스크림은..."

"미안하구나."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이 울먹이는 앨리스를 보며 당황했다.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앨리스가 놀라 아이스크림을 떨어뜨렸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으니까.

물론 이것도 엄밀히 따져 보자면 강제로 연루시킨 마왕과 용사의 탓이었지만 차마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앨리스를 달래기 위해 온갖 애를 써야만 했다.

...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이 울먹이는 앨리스를 달래고 있던 그때.

그들이 있는 곳에서 머지 않은 골목.

그 골목에서 두 소년 소녀가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있었다.

"큰일 났네."

보랏빛 머리카락의 소녀가 달맞이 쿠키를 우물거리며 말했다.

"그러니까."

금발에 왕관을 쓴 소년이 까만 사탕을 입에 털어 넣으며 말했다.

이들은 도대체 누구이며, 어째서 도미닉 경의 일행을 몰래 바라보고 있는가?

물론, 눈썰미 좋은 사람이라면 이들이 누구인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뽀 르 작. 우리 이제 어쩌지?"

"모르겠어. 일단 도망치기는 했는데..."

그렇다.

이들의 정체는 바로 마왕 뚜 르 방과 용사 뽀 르 작이었다.

2등신에서 4등신 정도로 길이가 길어진 두 사람.

그러나 여전히 특징이 그대로 드러나는 상태.

뚜 르 방은 땅에 닿을 듯 긴 보라색 머리와 키 만큼이나 큰 뿔을 가지고 있었고, 뽀 르 작은 반짝이는 금발과 황금 왕관, 그리고 털 달린 붉은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행정관에게 사과할까?"

뽀 르 작이 약한 소리를 내었다.

"안 돼."

뚜 르 방이 단호하게 말했다.

"적어도 우리 이거 다 먹을 때까지는 돌아가면 안 되는 거야."

뚜 르 방이 차원 문을 열어 그 안을 바라보았다.

안에는 열 몇 개의 콜라맛 사탕과 역시 열 몇 개의 달맞이 쿠키가 있었다.

용사가 한숨을 내쉬며 차원 문을 바라보더니, 이내 자기 망토를 들춰 보았다.

그곳에도 마왕이 가진 것만큼이나 많은 사탕과 과자가 있었다.

"아껴먹고 싶은데."

"어쩔 수 없어. 이번 밀수는 실패야."

뚜 르 방이 사탕 하나를 아작아작 깨물어 먹었다.

뽀 르 작이 다시 한숨을 내쉬고는 달맞이 쿠키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달콤한 과자의 맛이 혀 전체에 퍼지며 조금은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그나저나 말이야­"

녹아내리듯 사라져 버린 과자를 아쉽게 바라보던 뽀 르 작이 뚜 르 방에게 말했다.

"그래도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에게는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왜?"

마왕 뚜 르 방이 정말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야... 우리 때문에 괜히 혼란스러워졌잖아."

"거기 있던 게 잘못이지."

뚜 르 방이 뽀 르 작의 말을 반박하며 투덜거렸다.

그녀의 볼이 심통이 난 듯 빵빵하게 변했다.

그러나 뽀 르 작은 뚜 르 방의 가장 친한 친구.

그녀가 아무리 나쁜 것처럼 포장하더라도, 그 내면을 속일 수는 없었다.

"미안한 거지?"

마왕이 움찔거렸다.

용사의 말에 정곡을 찔린 것이다.

정말 거짓말이라고는 못 하는 친구라니까. 라며 피식 웃은 용사가 마왕에게 말했다.

"너무 미안한데, 차마 부끄러워서 사과는 못하겠고. 그렇다고 해서 사과를 안하자니 너무 마음이 무겁고."

뜨끔. 뜨끔. 뜨끔.

마왕 뚜 르 방은 용사가 하는 말 하나하나에 찔려 움찔거렸다.

"그러니까 우리 사과하러 가자."

용사가 마왕에게 손을 내밀었다.

"마왕은 나쁘다고 하지만 마왕이 아닌 네가 나쁠 필요는 없잖아."

뚜 르 방이 용사를 바라보았다.

마침 골목길에는 햇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해가 용사의 머리 뒤에 놓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멍하게 뽀 르 작을 바라보던 뚜 르 방이 무언가를 결심한 듯 용사의 손을 잡았다.

"좋아. 도미닉 경하고 도미니카 경에게는 사과하러 가자."

"그래."

마왕과 용사는 그렇게 서로 손을 잡은 채 골목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의 노력은 두 사람의 개입으로 실패로 돌아갔다.

"이 납치범! 마왕님을 어디에 숨긴 거지?"

"비천한 것! 공작 각하께선 어딨지?"

익숙한 목소리들.

그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마왕과 용사는 다시 골목으로 돌아가 자기도 모르게 벽에 기대 숨었다.

참모장과 행정관이 쫓아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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