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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138화 (138/528)

〈 138화 〉 [137화]재판

* * *

하루를 꼬박 새며 트롬과 싸웠던 도미닉 경은 생활 패턴이 꼬이지 않도록 행정부와 레오나르도가 각각 보낸 보상을 받아 창고에 보관한 뒤에야 잠을 청했다.

"...피곤하긴 했었나보군."

그런데도 평소보다 10분이나 더 잠을 자버린 도미닉 경.

도미닉 경은 평소보다 많은 수면량에 뻐근해진 어깨를 돌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제 아침 훈련하고, 보상들을 확인한 후 조금 더 쉬면 되겠지. 라고 생각한 도미닉 경.

마침 앨리스에게도 오늘 하루 쉬라고 말해 두었기에 도미닉 경도 푹 쉴 생각이었다.

갑자기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기 전까지.

"계십니까? 도미닉 경? 계십니까?"

도미닉 경은 그를 부르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향했다.

문을 열어 보자 거기엔 익숙한 얼굴의 천사가 서 있었다.

"아, 계셨군요."

천국 택배로 자주 찾아왔던 천사가 모자를 슬쩍 들어 올리며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도미닉 경은 혹시라도 택배가 왔는지 확인하려고 주변을 살폈으나 택배는커녕 아무것도 없었다.

"그... 오늘은 택배로 온 건 아닙니다. 애초에 저 오늘 비번이라서요."

천사가 머쓱한 듯 헤일로를 긁적였다.

도미닉 경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모자로 향했다.

평소에 쓰고 다니던 천국 택배 마크가 그려진 모자 대신 A.A Badgers라고 적힌 모자를 비스듬하게 쓰고 있었다.

"그럼 왜 온 것이오?"

도미닉 경은 천사의 방문을 이해할 수 없었다.

평소에 택배가 아니면 대화조차 나누지 않았던 사이 아니던가.

이렇게 갑자기 찾아올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음... 그게..."

천사가 곤란한 듯 말을 질질 끌었다.

그리고 마침내 결심한 듯 크게 한숨을 내쉬더니 도미닉 경에게 이렇게 말했다.

"혹시 재판하실 생각 없으신가요?"

"재판?"

재판이라니.

도미닉 경은 천사의 말을 듣고 의아함에 빠졌다.

도대체 재판이라니, 누굴 재판한다는 말인가?

"재판이라니, 누구의 재판이오?"

도미닉 경이 의문을 견디지 못하고 천사에게 물었다.

"아."

천사가 얼빠진 소리를 내었다.

"그게 아니라, 캐릭터 카드 재판 말입니다."

천사가 도미닉 경의 오해를 정정했다.

"지금 도미닉 경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라서요. 도미닉 경의 카드를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닙니다."

저희 상사도 그렇구요. 라는 말을 애써 삼킨 천사가 목을 가다듬었다.

"그런데 지금 파악된 바로는 도미닉 경의 카드를 가진 사람이 고작 7명이란 말이죠.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은데, 고작 7명만 당신의 카드를 가지고 있단 말입니다."

너무 불공평하지 않나요? 라며 천사가 볼멘소리를 내었다.

천사의 투덜거림을 들은 도미닉 경이 잠시 고민에 빠졌다.

천사가 하는 말이 이해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아니, 어떤 의미에선 이해되지 않아서였다.

도대체 누가, 어째서, 왜 도미닉 경의 캐릭터 카드를 원한단 말인가?

무엇보다 도미닉 경은 일단 3성은 찍은 상태에서 새로운 카드를 꺼내고 싶었다.

에픽 앤더슨과의 약속을 기억하는가?

도미닉 경이 3성이 되면 전용 음악을 만들어주겠다는 약속.

정확하게는 헌정가였으나 사실상 전용 음악을 만들어주겠다는 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모습을 보여야 그나마 가치가 올라갈 것 아닌가.

도미닉 경은 자기 가치에 대해서 나름 인식은 하고 있었으나 여전히 크게 오판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3성은 찍고 새로운 캐릭터 카드를 찍어내고 싶소."

"아."

천사가 알 것 같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사람 있죠. 뭔가 같은 걸 두세 번 반복하면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

도미닉 경은 전혀 그런 생각이 없었으나 천사는 자기 멋대로 그렇게 생각하고 납득한 것 같았다.

"그러니까, 3성이 되면 새로 캐릭터 카드를 찍어내신다는 거네요?"

천사가 도미닉 경에게 확인하듯 물었다.

도미닉 경은 차마 관심 없다고 말할 수 없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하지만 성급 심사는 몇 달 뒤잖소."

"그런 거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보자... 네. 3성이시네요."

"...?"

천사의 눈이 순간 금색으로 반짝이더니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도미닉 경을 향해 3성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도미닉 경은 천사의 말을 순간 이해하지 못해 멍하게 천사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성급을 올린 거요?"

도미닉 경이 얼빠진 소리로 물었다.

천사는 도미닉 경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그 말의 뜻을 깨닫고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뇨. 어... 그러니까, 이미 당신은 3성 확정이라는... 아, 뭐라고 해야 하지."

필멸자들은 이런 잡기술 모르지? 라고 중얼거린 천사가 눈을 굴리며 생각을 정리한 뒤 도미닉 경에게 설명했다.

"저희는 필멸자의 영혼을 볼 수 있거든요. 영혼의 느낌? 형상? 그런 거로 사람을 파악해요. 말이 영혼이지 사실 당신을 구성하는 정보의 덩어리...같은 무언가죠. 이거 필멸자 식으로 말하려니까 설명을 못 하겠네. 아무튼 당신의 영혼은 이미 3성이에요. 그 말은, 이미 당신의 3성이 예정되어 있다는 말이죠."

천사가 횡설수설 말을 이어갔다.

"혹시 보상 받은 거 있나요? 믿지 못하겠다면 그거 확인해 봐요. 분명 3성 확정일 테니까."

천사는 당당하게 도미닉 경의 눈을 쳐다보았다.

도미닉 경은 천사의 말에 행정부의 보상을 떠올렸다.

수령만 하고 확인은 하지 않은 보상들.

"잠시만 기다리시오."

도미닉 경이 문을 열고 나가 창고로 들어갔다.

어제 자기 전 여기 어딘가에 보상을 두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 보상을 찾아낸 도미닉 경이 보상 보따리를 풀었다.

[축하합니다! 보스, 트롬 의원을 단독으로 처치하셨습니다.]

[당신의 성급(★★)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업적(★★★★)입니다.]

[업적 레벨과 성급이 같아질 때까지 각각의 성급 심사에서 가산점 30점을 얻습니다.]

[현재 행정부 보상으로 인해 심사 없이★★★성으로 즉시 진급이 가능합니다.]

[행정부의 요청으로 다음과 같은 특성을 얻습니다.]

[[라이더], [나이트 배너렛], [스팀펑크], [야전사령관]]

[특성은 한 번에 하나만 사용 가능합니다. 비전투 상태에서는 언제든지 바꿀 수 있지만, 전투 상태에서는 바꿀 수 없습니다.]

[[라이더] : 탈 것을 탔을 때­]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올라가는 시스템 메시지.

도미닉 경은 그중 성급이 올라갔다는 메시지에 시선을 고정했다.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낸 도미닉 경이 자기 성급을 확인했다.

별 3개.

도미닉 경이 고개를 들어 천사를 바라보았다.

천사는 그것보라는 듯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재판 해주시는 겁니다?"

천사가 신성한 미소를 지었다.

3성이 되면 새로 찍어 준다고 했는데, 설마 말을 바꾸겠어? 라고 말하는 듯 밝고 환한 미소였다.

도미닉 경은 이 상황이 혼란스러웠으나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도미닉 경이 한 말이 있었으니까.

다만 아직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기에 도미닉 경이 천사에게 그 부분을 말했다.

"에픽 앤더슨 씨에게 3성이 되었다고 알려주어야 하오. 그리고­"

"그건 걱정 하지 마시죠."

천사가 단호하지만 믿음직스럽게 말했다.

"저희가 다 해결하죠. 당신은 그저 새로운 카드를 뽑기만 하면 됩니다."

엄청난 박력.

도미닉 경이 그 박력에 밀려 뒤로 반걸음 물러날 정도였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사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상사의 잔소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테니까.

...

"편지요!"

며칠 후, 도미닉 경의 집으로 편지가 하나 도착했다.

발신인의 이름은 에픽 앤더슨.

도미닉 경은 그 편지를 열어 보았다.

[믿을 수 없는! 당신은 내 예상보다 더 뛰어난 업적!]

[믿을 수밖에 없는. 여기 당신을 위한 헌정곡 send.]

[에픽 앤더슨.]

천사의 도움으로 연락이 닿은 에픽 앤더슨은 도미닉 경의 승급을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작고 네모난 무언가를 보냈다.

도미닉 경은 이것이 무엇인지 몰라 한참을 헤매었으나 폰으로 검색해 본 결과 이것이 USB라는 것을 알았다.

도미닉 경의 집에는 컴퓨터가 없어 확인할 수 없었기에 도미닉 경은 내친김에 컴퓨터를 한 대 장만했다.

사무용으로는 충분한 정도의 사양이었다.

"이제 노래를 들어볼 시간이군."

도미닉 경이 컴퓨터에 USB를 넣었다.

그리고 파일이 어디에 있는지 한참을 헤매다가 또 한 번 검색의 도움을 받아 여는 데 성공했다.

도미닉 경의 컴퓨터에서 웅장한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도미닉 경은 웅장한 오케스트라 음악에 압도되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만큼 이 음악은 사람의 심장을 쿵쿵 뛰게 만들고, 웅장함에 또 한 번 심장을 아리게 만들었다.

도미닉 경의 배움이 짧아 이런 음악을 어떤 장르라고 부르는 지는 몰랐으나 이것 하나는 확실했다.

도미닉 경이 듣기에도 아주 웅장하고 대단한 음악이었다는 것.

무려 열하고 다섯 번을 반복해서 재생한 도미닉 경이 음악이 주는 여운에 빠져 멍하게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때, 갑자기 도미닉 경이 벌떡 일어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아무래도 음악이 주는 웅장함에 빠진 나머지 소위 뽕이라는 것에 빠진 것일지도 몰랐다.

도미닉 경이 시내로 나가는 포탈을 열었다.

목적지는 카드 팩 거래소.

용건은 가차 풀 등록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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