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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137화 (137/528)

〈 137화 〉 [136화]행정부 후일담

* * *

"후아­."

앨리스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졸린 눈을 비비며 침대에 누웠다.

어린 앨리스에게는 밤을 샌다는 것 자체가 아직 무리였던 모양이다.

다행스럽게도 도미닉 경은 그런 앨리스를 배려해 이틀 동안 훈련을 빼주셨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앨리스는 훈련 도중 잠이 들었을지도 몰랐다.

분홍색 가득한 침대에 드러누워 곰 인형을 끌어안은 앨리스.

너무 피곤해 잠을 자려고 눈을 감았으나, 어째서인지 정신이 더욱 말똥말똥해진다.

피곤함이라는 것은 오히려 한계를 넘어서면 덜 피곤한 것처럼 느껴지는 법이었으니까.

그래도 잠은 자야지. 라며 눈을 질끈 감은 앨리스가 양을 세기 시작했다.

양이 한 마리. 양이 두 마리.

그러나 양이 점점 도미닉 경으로 변하더니, 이내 상상 속 양들이 모두 사라지고 트롬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도미닉 경만 남았다.

멋있었지.

앨리스가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상체를 일으키며 빨갛게 홍조가 떠오른 볼을 매만졌다.

"그게 진짜 기사구나."

앨리스가 무심코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사실, 지금까지 앨리스는 기사에 대해서 동경을 가지고 있었으나 정작 기사가 어떻게 싸우는지, 어떤 식으로 살아가는지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그저 막연하게 동화 속 기사를 동경하듯 도미닉 경을 동경했다.

그러나 오늘 도미닉 경의 전투를 보면서 앨리스는 진짜 기사에 대해서 알아차렸다.

진짜 기사는 판타지와 달랐다.

처절하고 현실적이다.

그리고... 멋있다!

앨리스는 도미닉 경의 놀라운 정신력과 체력, 그리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휘두르던 방패를 생각했다.

도미닉 경의 엄청난 정신력과 체력, 그리고 기술은 지금 앨리스가 하는 훈련을 매일매일 열심히 하면서 이룬 성과이리라.

그렇게 생각한 앨리스는 두 손을 불끈 쥐었다.

나도 언젠가 그런 기사가 될 수 있겠지?

훈련을 열심히 하면 나도 스승님처럼 강해질 수 있겠지?

앨리스는 문득 미래의 자신을 생각했다.

도미닉 경처럼 검과 방패를 끼고 처절하게, 그러나 멋지게 적을 제압하는 여기사.

흐헤. 하고 몽롱한 웃음을 지은 앨리스의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졌다.

그날, 앨리스는 꿈속에서 멋진 여기사의 장대하고 웅장한 모험담을 보았다.

...

"..."

"아니, 그러니까 마왕님..."

"..."

"그... 죄송합니다."

마왕 뚜 르 방과 참모장의 사이에 냉랭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마왕 뚜 르 방이 참모장을 차갑게 대하고 있었다.

어째서 그때 인형을 걷어차서는...

참모장은 고개를 돌려 과거의 자신을 탓했다.

마왕 뚜 르 방은 마왕답게 수집욕이 아주 강했다.

마음에 드는 것은 무조건 얻어야 직성이 풀렸고, 그러기 위해선 사탕을 이틀 정도 끊는 일마저 마다하지 않았다.

뚜 르 방에게 있어서 이틀 동안 사탕을 먹지 못하는 것은 고문에 가까운 행위!

그만큼 뚜 르 방의 수집욕이 강하다는 반증이었다.

그런 뚜 르 방의 수집품을 없애버렸으니, 참모장에 대한 평가가 좋을 리가 없는 상황.

그리고 마왕에 대한 충성심으로 가득한 참모장이 이런 분위기를 좋아할 리 없었다.

참모장은 마왕의 분위기를 풀기 위해서 무엇이라도 해야만 했다.

"마왕님? 제가 멜론맛 사탕을 사 왔습니다!"

"...!"

뚜 르 방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멜론맛 사탕은 뚜 르 방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

그러나 뚜 르 방은 놀랍게도 고개를 홱 돌려 버렸다.

참모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다시 확인한 탓인지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 얼룩말. 와! 얼룩말 인형입니다! 마왕님, 귀여운 얼룩말 인형이에요!"

참모장이 뚜 르 방이 좋아하는 동물인 얼룩말 인형을 꺼냈다.

뚜 르 방이 탈 수 있을 정도로 크지만, 무릎보다는 낮은 얼룩말 인형.

"..."

그러나 뚜 르 방은 그런 얼룩말 인형을 힐끔힐끔 쳐다볼 뿐, 여전히 냉랭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으. 이걸 어쩐다. 참모장은 커다란 고뇌에 빠지고 말았다.

마왕님의 귀여운... 아니,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이 늙은 참모장의 기쁨이었다.

이렇게 냉랭한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참모장은 마왕 성분을 얻지 못해 말라 죽고 말리라.

"참모장님? 특급 소식입니다."

그때였다.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채 나타난 마족이 참모장에게 말을 걸었다.

"...나중에. 지금은 마왕님의 심기를 푸는 것이 먼저­"

"마왕님을 기쁘게 할 만한 소식입니다."

"...말해 봐."

참모장은 마왕님을 기쁘게 할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몸을 살짝 기울이며 말해 보라는 듯 제스쳐를 취한 참모장은 마족의 말에 눈이 번쩍 떠졌다.

"리틀 도미닉 경이, 양산된다고 합니다."

"무엇이!"

참모장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

그 엄청난 소리에 마왕이 깜짝 놀라 안 그래도 큰 눈을 두 배는 크게 뜨고 쳐다보았다.

"아, 아닙니다. 놀라운 소식을 들어서요."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인 마왕이 문득 자기 컨셉을 생각했는지 다시 냉랭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참모장이 마족에게 다시 되물었다.

"언제 나온다고 하던가?"

"내일이라고 합니다. 다만 움직이려면 캐릭터 카드는 별도로 사야 한다고..."

"얼마든지! 얼마든지 낼 수 있다."

참모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도미닉 경의 카드가 얼마나 비쌀지는 모르겠지만, 고작 카드 하나.

얼마든지 구할 수 있겠지.

...참모장의 오판이었다.

...

"네. 내일이요."

­구라아님?­방장이 그렇게 인싸일리가 없는데?­상상 속에서 허락받은 거임ㅋㅋ

"아니, 진짜 도미닉 경에게 허락 받았다니까요?"

성좌 아임 낫 리틀은 시청자들의 반응에 답답해 미칠 것만 같았다.

"카드는 따로 구해야겠지만, 인형이라면 얼마든지 복제할 수 있대요. 심지어 이미 이거 만드신 분하고 연락도 다 끝난 상태예요."

그랬다.

아임 낫 리틀은 리틀 도미닉 경 굿즈를 양산하기 위해 도미닉 경과 인형 제작자의 허락을 모두 받은 상황.

"그나저나 인형 제작자 분이 참 의외의 분이셨죠."

아임 낫 리틀은 인형 제작자와 연락이 닿았던 때를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의외의 인물.

­누구길래?­아,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 테니까 우리에게만 말해 달라고ㅋㅋ

"아, 죄송해요. 제작자 분이 비밀로 해 달라고 하셔서."

아임 낫 리틀은 확실하게 선을 그으며 화제를 바꾸려고 시도했다.

"아무튼, 오늘 할 게임은­"

­아, 그래서 누구냐고!­인형 언제 나오나요?­내일이래요.

시청자들을 여전히 의문 속에 놔둔 채로.

...

"푸엣취!"

슈퍼 디럭스가 시원하게 재채기했다.

킁. 하고 코를 훌쩍인 슈퍼 디럭스.

그의 앞에는 재봉틀과 솜, 그리고 봉제 인형 들이 있었다.

"누가 내 말하고 있나?"

휴지를 꺼내 코를 팽하고 푼 슈퍼 디럭스가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신기하단 말이지, 이런 게 팔린단 말이야?"

아는 지인의 도움으로 시작하게 된 새로운 사업.

슈퍼 디럭스의 손에 들려져 있는 것은 도미닉 경의 인형이었다.

"SNS에 올려서 좋아요를 받으려고 시작한 일이 꽤 커졌단 말이지."

그렇다.

슈퍼 디럭스는 이벤트가 없는 비수기 동안 자기 인기가 줄어드는 것을 걱정해, 봉제 인형을 만드는 법을 배웠다.

SNS에서 인기를 끄는 방법은 잘생기거나, 귀여운 걸 올리거나, 혹은 내가 이렇게 잘나간다는 사실을 올리는 것.

이미 첫 번째와 세 번째는 하고 있었으니, 슈퍼 디럭스가 고른 방법은 귀여운 것을 올리는 것이었다.

고양이나 강아지를 올리는 것은 너무 식상하니, 인형을 올리자는 판단을 한 슈퍼 디럭스.

그러나 인형값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만들면 되지! 라면서 시작하게 된 재봉.

뜻밖에 여기에 재능이 있었던 것인지 슈퍼 디럭스의 인형은 SNS에서 매우 인기가 높았다.

슈퍼디럭스 본 계정보다.

그러나 슈퍼디럭스는 그 사실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본 계정이든 부계정이든 인기만 많으면 그만.

오히려 빌런 짓을 그만두고 인형사로 전직할까까지 생각할 정도였으니, 지금의 위상을 나름 짐작할 수 있으리라.

슈퍼 디럭스는 리틀 도미닉 경 하나를 마무리한 뒤 새로운 리틀 도미닉 경을 만들기 시작했다.

선금을 받아 규모를 늘려 하루에 10개 정도 만들어지는 상황.

돈이 더 벌리면 하루에 100개, 1000개를 만드는 것도 꿈이 아니리라.

슈퍼 디럭스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본업도 잊은 채.

...

양산박의 본부.

"젠장!"

왕의 옷을 입은 자가 무엇이 그리도 분한지 주먹으로 벽을 내리쳤다.

분명히 계획은 완벽했을 텐데. 어디서 꼬인 것일까?

평생을 선택지를 고르며 살아왔고, 단 한 번도 선택을 실패한 적 없던 그로서는 이번 실패가 너무나도 크게 다가왔다.

왕의 옷을 입은 자가 검을 꺼내 지나가던 졸개 하나의 목을 벴다.

세상 모든 이들이 자신을 비웃는 것 같았고, 자신을 비난하는 것 같은 망상에 빠져 버린 것이다.

"꼴사납네, 왕이."

왕의 옷을 입은 자가 표독스러운 눈으로 소리가 난 쪽을 째려보았다.

그곳엔 모자를 쓴 여성이 호두와 땅콩을 먹으며 맹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모자에는 IQ150 이상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러게 실패할 줄도 알았어야지. 요즘 트렌드는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인간 승리야. 몰랐어?"

그렇게 왕의 옷을 입은 자를 비웃은 여성이 자기 관으로 들어갔다.

물론, 관 뚜껑을 열기도 전에 빗이나 소화기를 들이미는 일이 있었지만, 이는 양산박에서 자주 있는 일.

왕의 옷을 입은 자가 여성이 들어간 관을 노려보았다.

감히.

"다음엔 다를 것이다, 다음에는."

왕의 속에서 분노가 피어올랐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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