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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131화 (131/528)

〈 131화 〉 [130화]행정부 입성

* * *

도미닉 경과 히메의 턴이 끝난 후, 예카테리나의 턴이 돌아왔다.

예카테리나는 방금 전 도미닉 경의 일격으로 인해 이마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는데, 사실 이건 검에 맞아서라기보다는 우연히 낮은 확률로 상태 이상 출혈에 걸린 탓이었다.

턴이 돌아오자마자 약간의 체력이 감소하며 출혈 카운터 하나가 사라진다.

처음부터 빈사 상태에 가까워진 예카테리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운이 더럽게 나쁘네. 라고 투덜거리면서.

그러나 운이 나쁜 것과는 별개로 예카테리나는 자신이 할 일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저격총이 앨리스를 향해 움직였다.

탕­! 하고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큰 소음이 일어나고, 순식간에 앨리스에게 도달한 총알은­

"음!"

도미닉 경에게 피해를 주고 끝났다.

"...응?"

예카테리나가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왜 저 사슬갑옷을 입은 여기사가 아니라 도미닉 경이 피해를 보는단 말인가?

그녀는 눈을 굴리며 이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다행스럽게도 그녀의 턴이 끝났기에 생각할 시각은 충분할 것이다.

예카테리나 다음으로 턴을 잡은 건 마술사였다.

마술사는 부두술, 혹은 그저 기괴한 춤을 한 번 추고는 턴을 마쳤다.

그의 머리 위로 알 수 없는 표식이 하나 늘었다.

"저들이 우리에게 한 방 먹였으니, 우리도 한 방 먹여야겠지."

플라기우스가 오만하게 말하며 역병 향로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하늘에서 녹색으로 빛나는 안개가 떨어져 내려 도미닉 경과 히메, 그리고 앨리스를 덮쳤다.

앨리스에게 방사선 표시가 하나, 도미닉 경에게 둘이 생성되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저 여기사의 턴­"

플라기우스가 앨리스를 노려보며 기술을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가장 후열에 있었으니 분명히 지원형이겠지. 라고 생각하던 플라기우스의 얼굴이 구겨졌다.

"­이 아니야?"

플라기우스를 끝으로 첫 라운드가 끝나고, 두 번째 라운드가 시작되었다.

예카테리나는 방금 전부터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정보가 모이자마자 바로 코더 레오나르도에게 은밀하게 귓속말을 넣었다.

"이거, 도미닉 경 측이 하나 모자라지?"

[아.]

레오나르도는 도미닉 경이 집중하지 못하도록 계속 말을 걸었기에 아군에게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고 있었다.

라고 레오나르도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그저 까먹었을 뿐.

코더로서는 괜찮은 사람이었으나, 인간적으로는 굉장히 어설픈 사람이었다.

"일단 아는 정보 다 꺼내. 조금 화나려고 하니까."

예카테리나는 레오나르도에게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2라운드 첫 공격자는 히메.

그다음이 자기 턴이었으니 약간의 시각은 있었다.

[어... 진짜 없어요. 그게 다입니다.]

"뭐? 양산박과 손을 잡았다는 증거나 왜 3명인데 2명으로 집계되는지에 대한 정보도 없다고?"

[...네?]

예카테리나는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도미닉 경에게서 알아내야 할 정보들을 요구했으나, 코더는 그저 아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예카테리나가 이마를 짚었다.

이거 어쩌면 도미닉 경은 그저 우연히 이 사태에 휩쓸린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위상 전이]!"

히메의 사슬낫의 반대편, 추가 달린 사슬이 날아왔으나 놀랍게도 그 사슬은 아무런 저항 없이 셋을 관통했다.

그리고 다시 영계에서 현계로 돌아온 사슬이 셋을 동시에 꿰뚫어 파티 순서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

현재 예카테리나의 팀은 플라기우스 ­ 예카테리나 ­ 마술사 순이었으나 이제 예카테리나 ­ 마술사 ­ 플라기우스 순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거 안 좋은데."

플라기우스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파티의 순서가 바뀐 것을 끝으로 히메의 턴이 끝났다.

예카테리나는 바로 앞에 있는 도미닉 경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순서가 바뀌었기에 예카테리나와 도미닉 경은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었다.

예카테리나가 도미닉 경의 하나 남은 눈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만일 도미닉 경이 양산박의 힘을 썼다면 어딘가 부작용이 일어났을 것이다.

그러나... 예카테리나는 시간을 모두 사용할 때까지 그 어떤 부작용도 찾아내지 못했다.

"뭐 하는 거지?"

플라기우스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 예카테리나를 타박했다.

"아."

예카테리나는 그저 자기 생각대로 움직였을 뿐이지만 충분히 오해를 받을 행동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별 건 아니야. 난 저격수지, 근접 딜러가 아니니까. 시간이라도 끌까 싶었어."

"말이 되는군. 꽤... 생각이 깊은 걸지도 모르겠어."

플라기우스의 입에서 나름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예카테리나의 변명이 잘 먹혀들었다는 증거겠지.

예카테리나가 힐끗 도미닉 경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무언가 잘못되었다.

...

세 번째 라운드.

히메는 안전한 회복을 위해 은신으로 한 턴을 쉰 상태였고, 예카테리나는 완전히 빈사 상태가 되어 죽음의 문턱에 서 있었으며 플라기우스는 후열로 밀려 역병 스택을 쌓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양측 모두 빈사 상태에 빠져 헐떡거리고 있을 때, 양 팀에서 한 사람 씩 여전히 멀쩡한 사람이 있었다.

[저 공격을 본 눈을 뽑아버리고 싶구나. 허접한 일격이었다. 그나저나­]

도미닉 경이 마술사를 공격했다.

그러나 마술사는 인간의 관절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몸놀림으로 그 일격을 피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군. 공격하지도 않고, 공격이 먹히지도 않는 상대라니."

도미닉 경은 고개를 저었다.

어디선가 째깍째깍 시계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마술사가 춤을 출 때마다 스택이 하나씩 쌓인다.

쌓을 때마다 스택 수만큼의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처음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종소리는 3스택이 된 현재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크게 도미닉 경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4라운드의 시작. 이라는 문구가 도미닉 경의 눈앞에 보였다.

도미닉 경은 무심코 지금처럼 공격을 시도하려고 했으나, 도미닉 경의 짐승 같은 감각이 경종을 울렸다.

어째서인지 점점 밀리는 마술사의 공격 순위.

어째서인지 느껴지는 죽음의 예감.

그저 감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도미닉 경은 전장에서 수많은 삶과 죽음을 보아온 사람이었다.

죽음의 예감이 도미닉 경의 등줄기를 훑고 지나가자, 도미닉 경은 생각을 거치지 않은 채 히메의 앞에 서서 방어 태세를 취했다.

"도미닉 경? 어째서 방어 태세를­"

히메는 여전히 은신을 한 상태였기에 공격 대상으로 지정이 되지 않는 상태였다.

그렇기에 히메의 의문은 정당했으나, 히메는 곧 도미닉 경의 행동을 이해했다.

"이­하!"

지금까지 기괴한 부두술을 행하던 마술사는 재킷을 활짝 펼쳤다.

그리고 안주머니에서 손수건 하나를 꺼내더니 손 위에 얹고 휙 잡아당겼다.

그러자 손에는 격발장치가 나타났다.

격발장치를 손에 쥐고 빨간 버튼의 안전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던 마술사가 이번엔 자기 등 뒤에 있던 배경을 손으로 집었다.

집어질 리 없는 배경이 손에 쥐어져 주름이 생기자 마술사가 배경을 몸 쪽으로 잡아당겼다.

그러자... 거기엔 언덕처럼 보일 정도로 엄청난 양의 폭발물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응?"

플라기우스가 오만함도 집어던지고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밤의 마술사를 바라보았다.

밤의 마술사의 '공연'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으나, 설마 지금 모두가 빈사 상태인 상황에서 자폭 기술을 쓸 줄은 몰랐던 탓이다.

"아, 맙소사."

예카테리나도 나지막하게 탄식을 내뱉었다.

이미 몇 번 보긴 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라며 이미 살아남으려는 의지를 잃은 예카테리나.

도미닉 경과 히메는 마술사가 행한 기술이 무엇인지는 몰랐으나 산더미 같은 폭발물을 보며 평범한 기술은 아닐 것이라고 여겼다.

실제로도 이 기술은 마술사가 뼈와 살을 깎아내는 노력을 통해 완성한 궁극의 공연 중 하나였다.

밤(Bomb)의 마술사의 특수 기술, [카운트 다운]과 특성 [트릭 쇼]가 합쳐져 만들어낸 희대의 마술.

[폭죽놀이가 곧 시작되는구나! 밤하늘의 덧없는 불꽃처럼 모두가 사그라지리라... 설마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요.]

코더 레오나르도도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던지 컨셉을 내려놓고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밤의 마술사는 그 어떤 말도 들리지 않는 상태인지, 그저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격발장치의 버튼을 눌렀다.

"아, 망할."

예카테리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곧 밝은 빛과 함께 엄청난 굉음이 들리더니, 다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

"...님!"

도미닉 경은 오랜만에 정신을 잃었다.

그만큼 폭발의 위력이 강했다는 증거였다.

"...승님!"

언제였던가, 이렇게 쓰러져 본 적이?

그나마 최근으로 가보면 처음 직장을 얻고 버그와 싸웠을 때 몇 번 죽은 그때일 것이다.

아니, 3지역 전장에서 쓰러진 적도 있었지.

도미닉 경은 머릿속으로 자신이 이렇게 꼴사납게 쓰러진 때가 몇 번인지 마음속의 손가락을 접으며 세기 시작했다.

"스승님!"

앨리스의 외침.

도미닉 경은 그 소리에 번쩍 눈을 떴다.

처음 보는 어색한 천장.

도미닉 경이 바로 그 자리에서 구르듯 벌떡 일어나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스승님! 일어났네요?"

도미닉 경이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앨리스가 환하게 웃으며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머리를 부여잡고 부끄러워하는 뱀파이어, 레오나르도의 옆에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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