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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123화 (123/528)

〈 123화 〉 [122화]강화 실패...?

* * *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백업을 시도합니다.]

[일부 내용이 저장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헛. 하고 도미닉 경이 정신을 차렸다.

"스승님? 무슨 일이에요?"

앨리스가 걱정스러운 듯 도미닉 경에게 물었다.

"쯧."

창구 너머에서 드워프가 혀를 찼다.

"서버가 불안정하다더니, 결국 일이 터졌나 보오."

"방금 백업이라는 단어를 본 것 같은데."

도미닉 경이 드워프에게 물었다.

"얼마 전에 서버가 불안정해 임시점검했다고 한 거, 기억나오? 보상 돌리고 그랬을 텐데."

"그 말은?"

"연장선이오. 아니, 더 심해지다가 견디지 못하고 서버를 뒤로 돌린 거지."

드워프는 험악하게 인상을 쓰더니 허리에 찬 파우치에서 계피 사탕을 꺼내 으드득 씹어먹었다.

도미닉 경은 그런 드워프의 행동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방금 전, 서버가 백업되며 느껴진 감각은 끔찍하고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종류의 것이었다.

분명히 그 감각을 떨치기 위해서 달달한 것이 필요하리라.

"으, 이럴 땐 사탕만한 게 없지. 당신도 하나 드릴까?"

드워프가 도미닉 경에게 계피 사탕을 건넸다.

"괜찮소. 나도 사탕을 가지고 다니오."

도미닉 경이 드워프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하며 주머니에서 박하 사탕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리고 입안에 퍼지는 화한 향과 달콤한 맛에 기분이 좀 나아지는 것을 느꼈다.

도미닉 경은 사탕을 이빨과 입술 사이에 문 채로 말했다.

"전에 임시 점검이 있었을 땐 느끼지도 못했는데, 이번엔 왜 이렇게 강렬하게 느꼈는지 모르겠소."

"그럴 거요. 여기가 임시 점검의 중심지거든."

드워프가 사탕 하나를 더 씹어먹으며 투덜거렸다.

"진원지인 만큼 더 강렬하게 느꼈을 거요. 장비를 강화해서 감지할 격이 생겼을 수도 있고."

"격?"

"가치 말이오. 가치."

드워프는 잠시 없어진 물건이 없는지 찾아보다가 종이 몇 장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중 하나는 오늘 드워프가 재료를 사려고 끊어놓은 수표였고.

"젠장. 다시 은행에 가야겠군. 아무튼 당신의 격이 높아질 수록 가차랜드는 다르게 보이는 법이오. 아마 이 백업을 감지하는 것을 보니 3성은 넘었을지도 모르겠구려."

"아직 2성이오."

"그럼 당신의 격이 3성을 넘어섰던가. 아, 미안하오. 가치. 가치 말이오."

격이라는 말이 왜 이리 입에 붙어 있는지 모르겠소. 라고 중얼거린 드워프가 도미닉 경에게 말했다.

"그나저나, 당신은 무언가 잃어버린 것 없소? 백업이 있을 때마다 분명히 하나씩은 문제가 생기는 법이오. 그리고 그 사실을 알아내야 보상을 받을 수 있고. 행정부 공무원들은 알아서 뭘 해주는 법이 없거든."

백업으로 인한 피해를 수첩에 하나씩 적기 시작한 드워프를 보며 도미닉 경도 자신을 살펴보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다지 달라지거나 사라진 것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원래 무언가가 바뀐 건 스스로보다 다른 사람이 더 잘 아는 법.

"아!"

앨리스가 탄성을 내뱉었다.

"스승님! 방패! 방패!"

도미닉 경이 앨리스의 말을 듣고 무의식적으로 손을 방패가 있던 곳으로 뻗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맙소사."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도미닉 경은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른 장비들을 만져 본다.

일단 검은 있고, 옷도 그대로고, 안대와 머리 장식도...

도미닉 경은 혹시라도 시스템 적으로 잘못된 점을 찾을 수 있을지 기대하며 카드를 꺼내 상태창을 열었다.

"아."

그리고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검열됨(T4)]

[검열됨(T4)]

[장신구 : 앨리스(­)]

[검열됨(T4) : 이 장비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업적이 달성되었습니다.]

[업적 : 구원 실패.(SAVE Fail)]

[버그/점검/백업 등의 사유로 인해 무언가를 잃어본 적이 있다.]

[업적 포인트 5를 획득합니다.]

장비창에 분명히 적혀 있어야 할 방패와 깃발의 존재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대신 도미닉 경은 사라진 슬롯을 확인하자마자 떠오른 업적이라는 단어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업적이라."

"아, 역시나 뭔가 사라진 모양이군."

드워프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구원 실패라는 업적이 달성되었소."

"축하하오. 가차랜드에서 오래 산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깨는 업적이지만, 노리고 깨기 쉽지 않은 업적이지."

드워프는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듯 보였다.

"그 업적이 떴다는 말은 행정부가 확실하게 당신에게 보상을 해 줄 것이라는 의미도 되오. 혹시 뭘 잃었소?"

"장비요. 방금 전까지 강화하던 장비."

"아, 역시."

드워프가 도미닉 경의 말을 듣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하필이면 강화를 누른 시기에 백업이 되었으니 그럴 것이라곤 생각했지만. 완전히 사라진 거요?"

"검열되었다고 뜨더군."

도미닉 경이 자기 장비창을 드워프에게 보여 주었다.

"끙. 가장 심한 부류로군. 데이터가 완전히 깨져 버렸소. 아무래도 예전 데이터와 지금 데이터의 격차가 너무 커서 충돌이 일어난 것 같은데..."

도미닉 경은 드워프의 말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행정부에 가서 보상을 받아 새로운 장비를 사는 것이 더 나을 거요. 혹시 필요하다면 T4장비 2개가 깨졌다는 증명서라도 써 드리리다."

"고맙소. 그리 해주시겠소?"

도미닉 경의 말에 드워프는 서랍 아래에서 서류 하나를 꺼내더니 빈 부분을 채워 넣고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그 서류를 그대로 도미닉 경에게 넘겨주었다.

"여깄소. 이왕이면 중간에 새지 말고 바로 행정부로 가시오. 지금 당신 같이 문제가 생긴 사람들이 행정부로 몰려가고 있을 테니."

그 말에 도미닉 경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지금 백업으로 인한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우선순위인 듯싶었으니까.

"그래도 다행이네요."

앨리스가 도미닉 경에게 말했다.

도미닉 경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 앨리스를 바라보았다.

"그러게 말이다."

생각해 보면 그랬다.

만일 앨리스가 강화가 가능한 상태였고, 도미닉 경이 그 상태에서 무심코 강화를 눌렀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그 사이에 백업이 일어나 오류가 나타났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앨리스는 멀쩡하게 복구되었을까?

아니면 오류가 난 채로 사라져 버렸을까?

도미닉 경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인간형 장비에 대해 강화 불가 법안을 낸 사람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그게 아니라요. 스승님 옆에 저라도 남아 있어서 다행이라는 뜻이었어요."

앨리스는 허세 가득한 자세로 도미닉 경에게 말했다.

"지금 스승님께서 방패도, 깃발도 없으시니 [탱커] 특성도, 특수 능력 [기수]도 제대로 쓰지 못하실 거잖아요."

도미닉 경은 앨리스의 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앨리스의 의견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다.

[탱커] 특성은 그가 방패를 활용할 때 얻었던 특성.

매개체인 방패가 없다면 활성화 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

그나마 [기수]는 깃발이 보조적인 역할을 할 뿐, 기술 자체는 발동할 수 있었다.

"지금이야말로 스승님에게 배운 걸 활용할 수 있는 때예요!"

앨리스는 현재 도미닉 경이 무력한 상태라고 믿었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스승님에게 배운 것으로 스승님을 지켜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앨리스의 논리는 조금 이상해 보이기는 했으나, 사실 이는 가차랜드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들에겐 당연한 논리였다.

시스템상으로 문제가 생기면 가차랜드의 사람들은 급격하게 무기력해지고 심지어 몸과 마음이 무너지기도 했다.

앨리스도 그러한 사실을 아버지에게 배웠기에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존경하는 스승님, 도미닉 경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마음만이라도 고맙구나."

도미닉 경이 피식하며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앨리스의 마음가짐이 퍽 기사답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사실, 앨리스는 착각한 것이 있었다.

도미닉 경은 가차랜드 토박이가 아니라 페럴란트 출신의 기사라는 점이었고­

"하지만 내게는 이게 일상이었단다. 오히려 옛날 기분이 들기도 하고 좋구나."

그는 궁지에 몰릴수록 더 악착같이 강해지는 부류의 사람이라는 사실이었다.

앨리스는 그런 도미닉 경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저런 마음가짐이어야 기사가 될 수 있는 거구나, 라는 선망의 눈빛으로.

"아, 도미닉 경! 강화는 끝났어요?"

도미닉 경과 앨리스가 걸어 나오자 이미 일을 끝낸 히메가 손을 흔들며 반겨 주었다.

"별일은 없고, 백업 문제로 오류가 생겼소."

도미닉 경이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세상에."

히메는 방금 전 있었던 백업의 여파를 생각했다.

다행스럽게도 히메는 그 전에 모든 것을 해결했기에 문제가 없었으나, 도미닉 경은 운이 나쁘게도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다.

"혹시 강화 재료가 날아가거나 강화가 실패하거나 한 건 아니죠? 그렇다면 바로 행정부로 가야 할 텐데."

히메는 뜻밖에 담담한 분위기의 도미닉 경을 보며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장비 슬롯 2개가 사라졌소. 장비와 함께."

"네?"

도미닉 경의 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도미닉 경이 처한 상황은, 히메의 예상보다 더 큰 사건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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