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119화 (119/528)

〈 119화 〉 [118화]사건의 결말

* * *

"!"

참모장의 신체 능력은 상당히 높은 수준.

아무리 가볍게 찬다고 해도 인간 하나를 날려 버릴 수준은 된다.

그런 그가 겨우 봉제 인형을 있는 힘껏 걷어찼으니 저 멀리 날아가는 것이 당연한 일.

뚜 르 방은 이 상황에 놀라 리틀 도미닉 경을 잡으러 가려고 했으나, 참모장이 마왕의 팔을 붙잡았다.

"가시지요. 집으로."

"!"

참모장이 마왕의 팔을 잡았다.

그러나 지금 돌아간다면 영원히 리틀 도미닉 경을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몰랐다.

마왕은 오랜만에 마음에 든 봉제 인형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다.

겨우 며칠이었지만 꽤 애착이 생겼던 것이다.

"!"

마왕이 도미닉 경과 앨리스를 불렀다.

자신을 도와달라는 의미의 소리였다.

"스승님! 친구가 도와달래요!"

"그래, 그러자꾸나."

도미닉 경은 저렇게 간절하게 도움을 청하는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기사였다.

물론 뚜 르 방의 의도는 참모장을 떼어달라는 의미였으나, 도미닉 경과 앨리스는 바로 인형이 날아간 곳으로 뛰어갔다.

참모장을 제압하는 건 힘든 일이었고, 설령 제압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도미닉 경이 인형이 날아간 방향을 바라보았다.

다행스럽게도 인형은 너무 높게 뜬 나머지 멀리 가지는 못한 상황.

도미닉 경은 눈은 하나였다.

그래서인지 거리 감각이 다소 어긋나 있었으나, 지금까지 화살을 쳐 내던 경험을 살려 어느 정도의 거리를 가늠했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았다.

골목길로 들어선 도미닉 경은 큰 실수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리틀 도미닉 경이 떨어질 예상 위치는 여기서 한 골목을 더 가야 했다.

"이대로 가면 늦는다."

하늘 끝까지 솟은 리틀 도미닉 경이 다시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도미닉 경의 하나 남은 눈이 빠르게 주변 환경을 살폈다.

근처에 옥상까지 외부 계단이 달린 건물이 보였다.

저 건물의 옥상에서 반대편 골목으로 떨어진다면 아슬아슬하게 저 인형을 잡을 수 있으리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도미닉 경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앨리스는 그저 도미닉 경의 뒤를 따랐다.

옥상에 도착한 도미닉 경은 여기서 도약하면 리틀 도미닉 경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본능적으로 옥상의 가장자리에서 도약한 도미닉 경.

그는 인형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인형도 생존본능이 있을까?

적어도 리틀 도미닉 경은 살아남기 위해 도미닉 경을 향해 그 말랑말랑한 손을 내밀었다.

짤막한 팔이었기에 큰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

도미닉 경이 고점을 찍고 낙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리틀 도미닉 경을 잡아채는 데 성공했다.

적어도 꼬마 마왕의 눈물을 보지는 않을 테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도미닉 경은 땅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미닉 경은 한 가지 사실을 잊고 있었다.

"스승님!"

도미닉 경은 바로 위에서 자기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황급히 고개를 들어 올린 도미닉 경은 도미닉 경처럼 낙하하는 앨리스를 볼 수 있었다.

앨리스는 현재 도미닉 경의 '장비' 취급이었기에 가만히 두어도 피해를 보지 않을 테지만, 도미닉 경의 마음에 깊이 박힌 기사도가 그에게 속삭였다.

어린아이를 보호하지 않는 자가, 어떻게 기사라고 불릴 자격이 있느냐고.

도미닉 경은 황급히 떨어지는 앨리스를 받아 내려고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의 한 손은 방패를, 다른 한 손은 리틀 도미닉 경을 들고 있었기에 남는 손이 없었다.

그렇다면 일단 방패를 벗자.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도미닉 경이 순식간에 방패를 벗어던지고 낙하하는 앨리스를 잡아챘다.

그리고 꼭 안은 채로 바닥에 떨어졌다.

쾅! 하고 방패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다시 쾅! 하고 도미닉 경이 땅에 떨어졌다.

"스승님! 괜찮아요?"

앨리스는 충격으로 피어오른 먼지더미 속에서 콜록거리며 도미닉 경에게 물었다.

"난 괜찮다. 너는?"

도미닉 경은 앨리스와 인형 모두 무사하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다시 안부를 물었다.

"아시면서!"

앨리스는 방금 전 있었던 낙하가 재미있었는지 방실방실 웃었다.

이것이 바로, 지금까지의 사건의 전말이다.

도미닉 경이 옷에 묻은 먼지를 탈탈 털어냈다.

어째서인지 리틀 도미닉 경도 도미닉 경을 따라 자기 몸에 묻은 먼지를 토닥토닥 털어내는 척했다.

"성공했지?"

도미닉 경은 마왕 뚜 르 방의 동심을 지켜 주기 위한 여정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그런 것 같아요."

앨리스가 도미닉 경의 말에 양팔을 높이 들고 만세 자세를 취했다.

"!"

리틀 도미닉 경도 앨리스를 따라 짧은 팔을 들어 올렸다.

겨우 볼보다 조금 위까지밖에 오지 못했지만.

"리틀 도미닉 경!"

먼지가 걷히자 골목에서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세상에! 진짜 리틀 도미닉 경이야!"

도미닉 경이 감격에 차올라 다가오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뜻밖에 자주 만났던 사람.

아임 낫 리틀이었다.

아임 낫 리틀은 이 놀라운 재회에 감격하고 있었다.

도둑이 대놓고 훔쳐갔던 리틀 도미닉 경이 어째서 여기에 있는 것일까?

"...당신 것이오?"

도미닉 경이 물었다.

"네! 며칠 전에 도둑이 훔쳐 간 거였는데 어째서 여기에..."

도미닉 경은 아임 낫 리틀을 빤히 쳐다보았다.

전장에서 모략과 술수를 부리던 이들이 없던 것도 아니었고, 그런 이들과의 이권싸움도 자주 보았던 도미닉 경이었기에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러면 일이 복잡하게 꼬이는데.

도미닉 경이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짚었다.

"사실, 이 인형의 현재 주인은 따로 있소."

그 아이가 훔친 당사자인지는 모르겠지만, 도미닉 경은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이 인형의 주인은 저예요."

아임 낫 리틀의 목소리가 고조되었다.

인형의 소유권 분쟁이라니. 알레스토 백작이 자기 모든 재산을 인형에게 물려준다는 유언장을 남긴 이래로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앨리스는 잠시 눈치를 보았다.

저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원래 주인인 것은 확실한 상황.

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앨리스는 뚜 르 방에게도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 제 친구랑 이야기해 보는 게 어때요?"

그리고 간신히 짜낸 꽤 괜찮은 의견.

"이야기?"

아임 낫 리틀이 앨리스의 말에 반응했다.

"네. 마왕이거든요."

"마왕?"

아임 낫 리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성좌들이 아무리 신적인 존재라지만, 마왕도 신적인 존재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신화에서 마왕과 신은 거의 동급의 존재였으니까.

"으음..."

아임 낫 리틀은 지금, 이 문제가 평범하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여겼다.

빠르게 머리를 굴리는 아임 낫 리틀.

그때, 머리가 식으며 점점 이성적으로 변한 아임 낫 리틀의 시선이 도미닉 경에게 향했다.

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으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지나갔다.

"도미닉 경?"

"...? 왜 그러시오?"

도미닉 경은 음흉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아임 낫 리틀을 의문스럽게 쳐다보았다.

"혹시 굿즈에 관심 있어요?"

"굿즈?"

도미닉 경이 되물었다.

"굿즈가 뭐요?"

"상품이요. 도미닉 경 관련 상품."

아임 낫 리틀이 겉옷을 한 겹 펼쳤다.

그러자 그 안에는 도미닉 경의 영광스러운 장면들을 기록한 사진들이 빳빳하게 코팅되어 있었다.

"이런 거죠. 도미닉 경의 팬들을 위한... 팬 서비스? 쉽게 말하자면 마상시합에서 레이디에게 꽃이나 영광을 주는 것과 비슷한... 뭐 그런 거죠!"

그렇다.

아임 낫 리틀이 생각한 가장 좋은 해결 방법.

그것은, 이 인형을 정식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아임 낫 리틀과 같은 팬들은 돈 쓸 데가 생겨서 좋고, 마왕과 싸우지 않아도 되니 좋다.

도미닉 경에게 수익의 일부가 갈 테니 도미닉 경에게도 나쁜 제안은 아니었다.

"그럴 필요가 있겠소?"

그러나 도미닉 경은 자신에게 상당히 야박한 사람이었다.

설마 이런 카드가 팔리겠어? 라며 자기 카드를 고작 10장만 뽑아낸 사람 다운 발언이었다.

"도미닉 경의 카드를 뽑기 위해 쓴 금액을 추산하면 차원 일곱 개가 파산한다고 해요."

아임 낫 리틀이 진지하게 말했다.

"이번에는 마왕이 연관되어 있으니, 차원 한두 개로 끝나겠지만 여전히 큰 비용이죠."

"차원이라니."

도미닉 경은 아임 낫 리틀의 말에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거기까지 갈­"

"그러니까요! 그러니까 좀 넉넉하게 하자구요! 이번에 팬들에게 충분히 보답할 수 있게 추가적으로 캐릭터 카드도 찍고! 굿즈도 만들고! 다른 이들은 다 하는데 왜 도미닉 경의 굿즈만 없는 거야아악!"

아임 낫 리틀이 급발진했다.

사실, 그녀는 자급자족으로 자기 욕망을 버텨 왔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의 일.

천천히 쌓여 온 불만이 도미닉 경의 말에 반발하여 물 흐르듯 쏟아져 나온 것이다.

씨익씨익 거리며 숨을 고르던 아임 낫 리틀이 문득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것인지 부끄러움을 느꼈다.

아임 낫 리틀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아, 아무튼 그러면 저도, 마왕도, 당신도 만족할 수 있다구요. 네."

그렇게 결론을 내린 아임 낫 리틀이 도미닉 경의 눈치를 보았다.

급발진한 것이 정말 부끄러웠던 모양이다.

"실례합니다만­"

도미닉 경과 아임 낫 리틀, 그리고 앨리스와 리틀 도미닉 경이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그, 저기 누운 사람 좀 체포해가도 될까요? 논쟁도 좋지만 길을 막고 계서서..."

그렇다.

경찰 콤비가 아직 골목에 남아 있었다.

아임 낫 리틀은 멍하게 경찰들을 바라보다가 자기가 한 행동이 그대로 노출되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안 그래도 부끄러워 빨개진 얼굴이 더 빨개져 버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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