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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115화 (115/528)

〈 115화 〉 [114화]사건 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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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

성좌 아임 낫 리틀은 골목길에서 수상한 사람과 부딪쳤다.

"죄송합니다! 잠시 실례할게요!"

아임 낫 리틀이 뭐라고 하려던 찰나, 수상한 사람은 갑자기 아임 낫 리틀을 껴안고 벽으로 붙었다.

갑자기 일어난 일에 놀라 말문이 막힌 아임 낫 리틀.

그때, 갑자기 수상한 사람이 튀어나왔던 골목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이익! 모든 골목을 확인해라! 멀리 못갔을 거다!"

아임 낫 리틀은 수상한 사람에게 가려져 골목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을 제대로 보지 못했으나, 다 비슷한 옷을 입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쉿."

수상한 사람이 아임 낫 리틀의 입을 막으며 벽에 더욱 붙었다.

그들을 향해 두 명의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자기를 보지 못하게끔 숨는 것이 틀림없다.

"우린 여기를 찾는다!"

"응? 저기 수상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걸린 수상한 사람.

"제길. 영화에선 이렇게 하니까 모르던데."

현실은 창작물과 다른 법이다.

"당장 투항해라!"

"잠깐, 선배! 저기 다른 사람이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수상한 사람이 갑자기 돌변해 아임 낫 리틀의 목을 팔로 붙잡고 휙 돌았다.

순식간에 수상한 사람은 등을 보이고 숨어 있던 자세에서 인질을 붙잡은 자세로 태세를 전환한 것이다.

"당장 물러서! 물러서지 않으면 이 사람에게 '그걸' 투입할 거야!"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에 속을 것 같냐!"

"잠깐! 기다려라, 잭슨!"

"선배!"

갑자기 일어난 인질극.

성좌 아임 낫 리틀은 이 상황이 얼떨떨하기 그지없었으나 아임 낫 리틀을 제외한 사람들은 진지했다.

이참에 아임 낫 리틀은 주변을 살펴보았다.

수상한 사람은 목소리로 보아 키는 170cm 정도 되는 20대 남성.

그리고 수상한 사람과 대치한 사람들은 제복과 모자를 통해 경찰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큭... 이때 자베르 경감님만 계셨더라면!"

대치한 두 경관 중 후배로 보이는 이가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들이 이쪽으로 조금만 다가가려고 하면 목에 서늘한 감각이 느껴진다.

도대체 수상한 사람이 말하는 '그것'이 무엇일까?

"저기, 대치 중에 죄송한데요..."

결국 아임 낫 리틀이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말을 꺼냈다.

"'그거'라니, '그게' 뭔데요?"

그 말에 수상한 사람과 경관들이 모두 멍한 표정이 되었다.

생각보다 의연하게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게 아니라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결국 지금 상황을 설명하게 위해 경관 하나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지금 당신을 잡은 놈은 양산박의 일원입니다. 그리고 당신 목에 '해킹 툴'을 심으려고 주사기를 들이밀고 있구요."

성좌 아임 낫 리틀은 그 무시무시한 단어들을 잘 알고 있었다.

순식간에 아임 낫 리틀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해킹 툴.

가차랜드 초창기에는 아직 세상이 불안정했기에 보안 상의 허점이 많았다.

그리고 해킹 툴은 그 허점을 이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불법 바이러스였고.

지금에 와서야 해킹 툴은 완벽한 보안에 막혀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 버렸으나, 아직은 현역으로 뛰는 바이러스였다.

유물이면서 현역. 모순된 말.

그러나 해킹 툴의 특징을 본다면 이해할 수 있는 말이었다.

해킹 툴의 본래의 목적인 해킹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해킹 툴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다.

그러나 해킹 툴의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이 새롭게 발견되면서 다시 해킹 툴은 현역이 되었다.

바로 밴 시스템이었다.

현재 가차랜드의 보안 체계 상, 불법적인 프로그램 사용이 확인되면 바로 가차랜드에서 추방당한다.

그렇다면, 해킹 툴을 일부러 다른 이들에게 '심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바로 해킹 툴 사용자로 판명하고 주입된 사람을 밴 시켜 버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해킹 툴은 죽음이 천박한 농담이 된 가차랜드에서 몇 안 되는 진정한 죽음을 선사하는 물건이었다.

"그, 그거 다 회수한 거 아니었어요? 폐기했다면서!"

아임 낫 리틀이 거의 울먹이듯 말했다.

그녀가 말한 대로, 세간에는 해킹 툴을 모두 회수해 처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일단 진정하세요. 진짜인지 아닌지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선임 경찰이 아임 낫 리틀을 진정시켰다.

그렇다.

모든 해킹 툴을 회수해 처리했다는 말은, 지금 해킹 툴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저 주사기가 진짜 해킹 툴인지 아닌지 확인할 방도가 없다.

아임 낫 리틀을 인질로 잡은 양산박의 말단이 허세를 부리고 있는지 아닌지도 알 수 없다.

물론 경찰들은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만에 하나를 대비해 몰래 전문가를 호출한 상태였다.

"다들 물러서! 더 이상 대화는 없다! 대화하려고 하면 바로 찔러버릴 거야!"

"히익!"

성좌 아임 낫 리틀의 목에 서늘한 바늘의 감각이 느껴졌다.

사실 닿지는 않았으나 그렇게 느껴질 정도로 지금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갔다.

이제 성좌 아임 낫 리틀은 눈물, 콧물은 물론 침까지 흘리며 서럽게 울었다.

왜 가차랜드에 오기만 하면 이래? 난 그냥 도미닉 경 굿즈나 모으려고 오는 선량한 성좌인데!

이불 밖은 위험해. 라며 마침내 정신줄을 놓은 아임 낫 리틀은 이제 웃는지 우는지 모를 정도로 히끅거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응?"

수상한 사내는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졌다고 생각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방패가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쾅! 하고 골목에 먼지가 피어올랐다.

성좌 아임 낫 리틀은 갑자기 피어오른 먼지에 콜록거리면서 손을 흔들어 시야를 확보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문득 자기 몸이 자유로워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도대체 무슨­"

"스승님! 괜찮아요?"

"난 괜찮다. 너는?"

"아시면서!"

아임 낫 리틀의 몸이 움찔했다.

이 목소리. 익숙하다.

아니, 아임 낫 리틀이 모를 리가 없는 목소리였다.

잠깐의 시간이 지난 후 먼지가 가라앉자 저기 두 경찰 외에 세 명의 실루엣이 보였다.

"성공했지?"

도미닉 경.

아임 낫 리틀은 그 모습을 가장 먼저 알아보았다.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앨리스.

최근 도미닉 경에 대한 소식으로 종자를 들였다는 기사를 보았다.

기사에 실린 사진과 똑 닮았으니 저 아이가 그 종자겠지.

점점 가라앉는 먼지에 하나씩 얼굴이 공개되는 실루엣들.

그렇다면 세 명의 인원 중 가장 작은 인원의 정체가 공개될 차례였다.

"!"

이건 뭐지?

작은 도미닉 경...?

아임 낫 리틀은 눈을 의심했다.

그녀는 무언가 잘못 봤다는 듯 눈을 비볐다가 작은 도미닉 경을 보는 일을 반복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존재하는 '작은' 도미닉 경.

품에 폭 들어올 정도의 크기.

솜이 가득 들어 푹신푹신한 바디.

마침내 아임 낫 리틀은 그 정체를 알아차리고 눈을 크게 떴다.

며칠 전 잃어버린 리틀 도미닉 경이었다!

...

잠시 시간을 며칠 전으로 돌려, 아임 낫 리틀의 방.

그때에도 아임 낫 리틀은 방송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도미닉 경을 넣은 택틱은 1230점 대 후반, 도미닉 경 대신에 플루토를 넣은 덱은 1240점대로 별 차이 없다니까요?"

­그거야 도미닉 경을 그렇게 키웠는데 당연하지;;­짐꾼 하인스도 그 정도 키우면 1인분 해요;;

그날도 아임 낫 리틀은 평화롭게 시청자들과 싸우며 전격전 전략을 구상하고 있었다.

"아 맞다. 요즘 이런 걸 팔더라구요. 이거."

아임 낫 리틀은 과열된 채팅창을 바라보더니 조금 식힐 필요가 있다고 판단, 잠시 주제를 돌렸다.

그리고 옆에 두었던 도미닉 경의 인형을 들어 올렸다.

"짜잔! 이런 굿즈가 있더라구요. 정식은 아닌데 제법 괜찮아서 리뷰도 할 겸 사봤어요."

­와 그러고도 도미닉 경 팬임?­팬이라면서 복돌을 쓰네;;

"아, 뭐요! 도미닉 경 덕질하고 싶어도 굿즈가 안 나오는걸 어떡해!"

성좌 아임 낫 리틀이 도미닉 경의 팬이라는 건 누구라도 아는 사실.

그 팬심에 우연히 구매한 인형이 하나.

"생각보다 마감은 꼼꼼하구요, 어라? 이거 마도 회로가 있네? 일종의 봉제 인형 골렘처럼 움직일 수 있나 봐요?"

그리고 우연히 그 인형이 마도 회로가 있다는 것을 알아챈 성좌가 하나.

­설마 도미닉 경 카드 넣으면 움직일 수 있는 거 아님? 개척자 안드로이드처럼.

또한 우연히 카드를 넣어보자는 발상을 한 시청자의 제안이 하나.

"오, 그거 좋다. 지금 당장 해 보죠."

­아, 불법 굿즈인데 되겠냐고ㅋㅋㅋ­진짜 되면 레전드ㅋㅋㅋ

"그러니까요. 설마 되겠... 되네?"

그 우연들이 모여 일으킨 시너지.

봉제 인형이 자리에서 폭. 하고 일어섰다.

"!"

그리고 검과 방패를 들고 용맹하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허어어!"

다행스럽게도 봉제 인형의 장비 답게 솜과 말랑말랑한 어떤 재질로 되어 있었기에 살상력은 없었으나 아임 낫 리틀의 심장엔 치명타로 작용하고 말았다.

"여, 여러분! 이거 왜 작동해요?"

­? 방장이 알아야지 왜 우리에게 물어요;;­뭐야 저거 귀여워...

아임 낫 리틀이 황급하게 시청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시청자들도 왜 움직이는지 알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

삼등신의 작은 봉제 인형이 주변을 둘러보더니 위험이 없다고 판단한 듯 검과 방패를 수납했다.

물론 아임 낫 리틀과도 눈이 마주쳤으나 리틀 도미닉 경은 그녀를 무해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거 뭔가 기분이 묘하네요?"

­엌ㅋㅋㅋ 카피바라보다 못하죠?­카피바라는 친화력이라도 있지, 민들레 수준이죠?

아임 낫 리틀 방송 역사에 길이 남을 전설적인 장면!

시청자들은 이 전설적인 장면을 바라보며 놀려댔다.

그리고 그 시청자들 사이로, 불온한 생각하는 이들이 몇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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