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114화 (114/528)

〈 114화 〉 [113화]사건

* * *

이튿날 아침.

도미닉 경은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고 훈련을 시작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일정이지만 오후에 히메에게 장비에 대해서 배우려면 오전에 확실하게 수련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방패를 들고 급소를 치거나 공격을 빗겨내는 훈련하는 도중,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스승님­!"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앨리스의 목소리.

도미닉 경은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도미닉 경의 표정이 굳었다.

...

"으... 조금이라도 자둘 걸 그랬나...?"

히메는 비몽사몽 한 표정으로 훈련장으로 향했다.

어젯밤 너무 설렜던 탓일까?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히메가 고개를 털며 잠을 깨려고 노력했다.

몸을 조금 움직이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훈련장에 도착한 히메는 곧 다양한 훈련 장비를 오가며 발소리 없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운동이 조금 도움이 된 것일까?

히메는 잠이 조금 깬 것을 느꼈다.

이 정도면 나가서 실례할 일은 없겠지. 라고 생각한 히메는 과격한 운동으로 흘러내리는 땀을 바라보며 목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2시간 정도 남았으니 목욕할 시각은 충분하리라.

아슬아슬하겠지만 목욕이 끝나고 바로 출발하면 괜찮을 거라는 판단하에 히메는 목욕탕으로 향했다.

2시간 후.

히메는 완전히 개운한 표정으로 히메사이고 성을 나섰다.

목욕도 하고, 잠도 깬 히메는 제시간에 맞춰 약속 장소인 상업 지구 입구에 도착했으나 도미닉 경은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라며 잠시 기다리던 히메는 손목에 찬 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3시 맞는데. 조금 늦으시네.

라고 생각한 히메의 옆으로 연인들이 지나가며 말했다.

"오빵! 그거 알아? 오늘은 어제보다 해가 한 시간 정도 일찍 떴댕!"

애교 가득한 듣기 싫은 콧소리를 내며 누가 물어봤는지 묻고 싶은 말을 하는 여자.

히메는 그 듣기 싫은 소리에 인상이 찌푸려졌으나, 문득 그 말에서 무언가를 깨달았다.

히메는 다시 손목에 찬 시계를 보았다.

디지털? 아날로그? 아니, 조금 더 전으로 돌아가서.

히메의 손목에 찬 시계는 해시계였다.

이미지를 위해 일부러 산 닌자의 7가지 도구에 속한 해시계!

그 시계는 3시를 가리키고 있었으나, 방금 전 여자의 말을 생각하면 자신은 약 한 시간 정도 일찍 약속 장소에 나와버린 셈이었다.

어제 임시 점검하면서 시간과 천체 사이의 괴리가 일어난 것이 틀림없다.

자신은 그저 시간을 헷갈릴 뿐이지만, 분명 천체를 다루는 이들에게 한 소리 듣고 또 보상을 내놓겠지.

히메는 그런 실없는 생각하다가 문득 한 시간 동안 뭘 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딘가 카페나 쉴 곳을 찾아 앉아 있어도 되겠지만, 어젯밤을 꼬박 새운 히메였기에 잠이 들 확률이 높았다.

약속 장소에 일찍 나와놓고 늦기는 싫다.

그렇다면 일단 걷는 것이 정답일지도. 라고 히메는 생각했다.

마침 근처에는 상업 지구와 공업 지구 사이에 존재하는 작은 공원이 있었다.

한 바퀴 돌고 돌아오면 한 시간 정도는 금방 지나리라.

그렇게 생각한 히메가 발걸음을 옮겼다.

"와! 호수를 봐! lv.70 보스 오리야!"

"정말? 와! 정말 보기 드문데. 오늘은 운이 좋아."

"내기 바둑 두실 분! 초보만!"

"아, 너 바둑 개 못하잖아. 오목이라면 해 줄 의향이 있다."

공원의 입구에 들어선 히메.

입구에서부터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호수에 오리를 보러 모인 사람들.

그저 사람을 만나러 놀러 온 노인들.

"자, 여러분! 이게 무엇이냐? 바로 죽은 시체도 벌떡 일으킨다는 전설의 영약­"

"솜사탕 팝니다! 솜사탄도 팔고 있어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물건을 팔러 온 잡상인들.

히메는 천천히 공원을 걷기 시작했다.

"거기 아가씨, 포션 하나 어때?"

"관심 없어요."

"예쁜 처자! 처자 피부만큼이나 맑은 차 한잔 어뗘?"

"괜찮아요."

잡상인들의 지속적인 공격.

마치 모바일 게임에서 한 판 끝내면 광고가 튀어나오듯 계속해서 튀어나오는 잡상인들의 행렬에 히메는 차라리 그냥 기다릴 걸 하며 후회했다.

그때였다.

"도미닉 경 굿즈 팝니다! 말랑말랑 도미닉 경 인형이 300 가차석!"

멈칫. 하고 히메의 발길이 멈췄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히메는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거기엔 엉성한 불법 굿즈를 파는 가게가 있었다.

"개암 3동의 자랑 박춘배 인형도 있습... 젠장. 이건 왜 이리 재고가 많아? 아무튼 그거도 있습니다! 그거!"

1성 카드 중에서도 지뢰로 통하는 삼대장의 일원, 박춘배의 불법 굿즈까지 파는 커다란 노점.

히메는 그 노점에 궁금증을 느끼며 천천히 다가가 보았다.

"아, 손님! 뭘 사려고 오셨을까?"

머리에 터번을 두른 상인이 두둑한 뱃살을 두드리며 웃었다.

환한 미소 사이로 누런 금니가 반짝였다.

"구경 좀 하려구요. 그나저나 도미닉 경 인형이라는 건...?"

히메는 전혀 살 생각이 없었다.

호기심만 해결하면 바로 돌아설 생각이었다.

"아, 역시. 아가씨가 뭘 좀 아네. 요즘 잘나가는 물건이거든."

상인은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매대 아래에서 봉투에 감싸진 인형 하나를 꺼냈다.

품에 꼭 들어올 만큼 적당한 크기의 봉제 인형.

실제 도미닉 보다는 좀 더 데포르메된 상태.

귀염성 없는 본체와 달리 귀엽기 그지없는 모습.

히메는 순간 이 물건을 살까 고민했다.

그렇다.

무려 고민했다.

히메는 그 사실을 깨닫고 좌판에서 한 발자국 물러섰다.

"응? 뭐야. 마음에 안 드나? 하긴. 이런 건 좀 비싸지. 그럼 이건 어때?"

터번을 쓴 상인이 금니를 반짝이며 새로운 인형을 꺼냈다.

손바닥만 한 빵빵한 봉제 인형은 확실히 아까 것보다 작았으나 도미닉 경이라는 것을 알아볼 정도는 되었다.

"이건 120 가차석. 싸다 싸!"

"으...으..."

히메는 천천히 그 인형을 향해 다가가며 지갑을 열었다.

그리고 인형을 낚아채려는 그 순간­

"경찰 아저씨! 저기예요, 저기!"

"불법 노점 단속입니다! 거기 가만히 계세요!"

히메가 있는 좌판으로 경찰이 들이닥쳤다.

"젠장. 하나 더 팔면 스킬 레벨 업인데."

"자세한 이야기는 경찰서에 가서 하시죠."

상인은 수갑을 찬 채 경찰차로 호송되었다.

히메는 자리에 주저앉은 채 비어 있는 손을 바라보며 쥐었다 폈다 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었을까?

왜 자신이 그 물건을 사고 싶어 한 거지?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히메에게 안부를 묻는 목소리가 있었다.

"괜찮으세요?"

히메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키가 작은 여성이 히메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아, 감사해요. 이게 다 무슨 상황인지..."

"요즘 불법 노점이 늘었으니까요. 아무래도 처음 겪으시나보죠?"

작은 여성이 히메에게 손을 건넸다.

히메는 그 손을 잡고 일어서려고 했으나, 둘 사이의 키 차이가 제법 컸기에 별 소용은 없었다.

마음만 받기로 속으로 생각한 히메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작은 여성에게 물었다.

"불법 노점이요?"

"네. 허가되지 않은 물건을 파는 잡상인들이죠. 보통 상업 관련 스킬이 있어서 이렇게 노점을 펴고 강매를 시도하죠.그리고 당신도 당할 뻔했구요."

작은 여성이 잘했지? 칭찬해 줘 라고 온몸으로 말하듯 당당한 표정과 자세를 지었다.

히메는 순간 그 여성의 머리를 쓰다듬을 뻔했다.

"아무튼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례라도 해야 하는데..."

"뭘요. 어쩌다 보니 도와주게 된 셈이니까 안 해주셔도 돼요."

"그래도..."

"도미닉 경의 불법 굿즈를 단속하다가 생긴 일이니까요. 보아하니 당신도 도미닉 경을 좋아하는 모양이죠?"

히메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그렇다면 더더욱 저런 불법 굿즈를 사면 안 돼요. 필요하다면 자급자족하거나, 아니면 커미션을 맡겨서­"

히메는 알 수 없는 말을 하기 시작한 작은 여성을 멍하게 쳐다보았다.

도미닉 경은 평소에 이런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는 걸까?

히메는 도미닉 경의 심정을 조금 이해한 기분이 들었다.

"아차. 또 병이 도졌네. 죄송해요. 제가 도미닉 경의 팬이라 도미닉 경 이야기만 나오면 정신을 못 차려요."

"아니에요. 도미닉 경은 그만큼 매력적이니까요."

"그렇죠!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서 다행이네요."

작은 여성이 입을 가리며 웃었다.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머리 뒤로 후광이 보인다고 히메가 착각할 정도로.

"아. 맞다! 죄송해요. 저 이제 가 봐야겠어요. 맡겨둔 의뢰가 있거든요."

"아, 사례는­"

"괜찮아요! 다음에 보면 커피나 사주세요!"

작은 여인이 날쌘 몸놀림으로 저 멀리 사라졌다.

히메는 작은 여인이 간 방향을 향해 중얼거렸다.

"다음... 요?"

작은 여성이 히메와 심리적으로 너무 친근해져 일어난 착각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

여러분도 짐작하셨겠지만, 이 작은 여성의 정체는 바로 성좌 아임 낫 리틀이었다.

"헤헤.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네."

아임 낫 리틀은 기분이 너무 좋았다.

불법 굿즈를 단속하는 데 성공하질 않나,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질 않나.

무엇보다도 오늘은 의뢰를 맡겨두었던 [외눈 기사의 피규어(★★★★★)]가 완성되는 날이었으니까.

무려 별이 5개! 역대급으로 잘 나온 퀄리티!

아임 낫 리틀은 조금이라도 빨리 그 피규어를 보고 싶은 마음에 골목길을 내달렸다.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달리던 아임 낫 리틀.

그리고 갑자기 다른 골목에서 도망치듯 튀어나온 누군가.

"어, 어어?"

너무 빠르게 달린 나머지 미처 대응하지 못한 아임 낫 리틀은 그대로 수상한 사람과 부딪치고 말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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