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105화 (105/528)

〈 105화 〉 [104화]도미닉 경 VS 히메

* * *

히메가 던진 세 개의 쿠나이는 정확하게 앨리스를 향해 날아갔다.

"위­험­해­!"

앨리스의 어머니가 급하게 양손을 모아 앨리스를 감쌌다.

도미닉 경의 집 만큼이나 커다란 손바닥 두 개가 겹쳐지자 그 자체로 거대한 방벽이 되었다.

그러나 히메는 냉정하게 날아가는 쿠나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히메가 순간적으로 자기 특수 능력을 사용했다.

[위상 전이(Phase shift)]

날아가던 쿠나이가 손등에 닿기 직전에 물질계에서 영계로 넘어가 영체 상태가 되며 손바닥을 뚫고 지나갔다.

위상이 달라졌기에 앨리스의 어머니에게는 피해가 들어가지 않았으나, 손을 넘어간 쿠나이는 다시 물질계로 돌아오며 앨리스를 꿰뚫었다.

"내­아­가­!"

앨리스의 어머니가 비명을 질렀다.

오랫동안 가차랜드에서 살아온 앨리스의 어머니는 이 일격이 얼마나 강력한 위력을 가졌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앨리스가 멀쩡한지 손을 들어 확인한 앨리스의 어머니는 놀람과 당황이 가득한 눈으로 앨리스를 바라보았다.

"어라?"

결론부터 말하자면, 앨리스는 멀쩡했다.

앨리스는 자기 몸을 더듬으며 어디 상한 곳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앨리스가 공격받았다는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정작, 앨리스의 공격의 여파는 다른 곳에서 나타났다.

쿨럭. 하고 도미닉 경이 기침을 내뱉었다.

갑자기 엄청난 충격이 도미닉 경을 엄습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그 충격은 방패에 막혀 반감된 것처럼 느껴졌으나, 갑자기 느껴진 고통에 도미닉 경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

앨리스의 어머니가 도미닉 경과 앨리스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무언가 알아챈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가 움직이며 생겨난 바람에 도미닉 경과 히메의 옷자락이 거세게 흔들렸다.

앨리스의 어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도미닉 경에게 말을 건넸다.

얼마나 환하게 웃었는지 하나하나가 마치 가지런히 세워진 하얀 성벽 같은 이빨이 그대로 보일 정도였다.

"생­각­해­보­니­ 그­랬­죠­... 너­무­ 보­호­만­ 하­기­엔­ 이­제­ 어­엿­한­"

거인의 발성은 참으로 느리고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그리하여 답답할 여러분들께 이 거인의 말을 그대로 옮겨 요약하자면, 앨리스의 어머니는 이 상황이 도미닉 경의 훈련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대련을 통한 실력의 향상.

기사에게 있어서 경험이란 천금의 값어치가 있다고 남편에게 들은 적이 있는 앨리스의 어머니는 마침 지금 상황에 그 말을 떠올릴 수 있었다.

도미닉 경이 앨리스를 위해 외부 강사를 초빙했구나!

거인은 그렇게 자신을 납득하며 도미닉 경에게 감사를 표했다.

"언­제­ 선­물­이­라­도­ 드­려­야­..."

"괜찮소."

도미닉 경은 거인의 말을 끊었다.

그의 관심은 지금 히메에게 쏠린 상태였다.

언제라도 다시 쿠나이와 표창을 던질 준비하는 히메.

그리고 언제라도 날아오는 쿠나이와 표창을 받아치려는 도미닉 경.

이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앨리스 어머니의 말은 주의를 산만하게 만든다.

안 그래도 시력이 나쁜 도미닉 경이었기에 한눈을 파는 순간 바로 쿠나이가 날아오리라.

"엄마! 이제 나도 훈련해야 해! 엄마가 있으면 훈련을 못 하잖아!"

"그­, 그­렇­니­?"

앨리스는 짐짓 화가 난 듯 볼을 부풀리며 자기 어머니에게 소리쳤다.

앨리스의 어머니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정말로 자신이 훈련을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그­럼­..."

쿵. 쿵.

거인이 몸을 움직이는 소리가 도미닉 경의 귀에 들렸다.

소리가 멀어지기 전까진 시야마저 흔들려 히메가 둘, 혹은 셋으로 보일 정도였다.

이는 히메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히메는 닌자 수업을 받은 엘리트.

이런 상황에서도 정확한 투척 실력을 뽐내지 못한다면, 쿠노이치의 자격이 없다.

히메는 다시 쿵. 하고 땅이 흔들리는 때에 다시 기습적으로 쿠나이를 던졌다.

도미닉 경은 진동으로 인해 셋으로 보이는 히메와 아홉으로 보이는 쿠나이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흐릿하지만 분명히 히메의 몸은 하나. 그리고 그녀가 한 번에 던질 수 있는 쿠나이는 셋.

순식간에 이를 파악한 도미닉 경이 그중 가장 선명한 쿠나이 셋을 발견하고 하나 남은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순식간에 방패를 들어 올려 세 개의 쿠나이를 막아 내는 데 성공했다.

감탄이 나올 정도로 완벽한 방어!

그러나 그 대가로 도미닉 경은 여섯 개의 쿠나이를 오른팔에 허용하고 말았다.

"언제부터?"

도미닉 경은 이 여섯 개의 쿠나이를 뽑으며 의문을 가졌다.

언제 다른 쿠나이를 던졌단 말인가? 설마 흔들림으로 인해 착시를 일으킨 여섯 개가 사실은 허상이 아니었단 말인가?

도미닉 경이 혼란에 빠진 상태로 쿠나이를 뽑아내는 사이, 묵묵하게 서 있던 히메가 말문을 열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여전히 그녀의 말투는 만년설보다 차가웠다.

"제가 정직하게 싸울 것으로 생각했나요?"

그렇다.

그녀는 지금 비밀결사에 소속된 쿠노이치!

둘의 공통점은 본래의 모습을 숨긴다는 것에 있다.

그녀가 싸우는 방식은 오히려 비밀결사의 정석이자 닌자의 정석.

히메는 도미닉 경을 향해 세 개의 쿠나이를 보여주었을 때, 등 뒤로 여섯 개의 쿠나이를 추가로 쥔 상태였다.

그리고 [위상 전이]를 통해 물질계의 쿠나이와 영계의 쿠나이를 겹쳐 마치 허상처럼 보이게 만든 후, 물질계의 쿠나이가 막히자마자 영계의 쿠나이를 현현시켜 물리력을 행사한 것이다.

그야말로 특성을 잘 활용한 기술.

히메는 어디선가 불어온 돌개바람이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는 것을 느꼈다.

나뭇잎이 가득 휘날리는 이 돌개바람 속에서 히메는 이번엔 사슬 낫을 왼손에 쥐었다.

등 뒤로 옮긴 오른손엔 세 개의 쿠나이를 쥔 채로.

"곤란하구려, 히메 공."

도미닉 경은 이 한 수로 히메가 단단히 준비한 채 찾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히메의 기술은 도미닉 경의 카운터나 다름없는 기술.

특성 [탱커]와 특수 능력 [기수]를 통한 시스템적 피해 감소.

방패를 통한 현실적인 피해 감소.

도미닉 경은 이 두 가지를 적절히 섞어가며 지속해서 싸울 수 있는 탱커였다.

그러나 여러분도 알다시피, 캐릭터를 '팔아먹으려면'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명확해야 하는 법.

너무 만능이면 너프를 먹는다.

그럼 뽑지 못했던 이들은 뽑지 못했기에 '기분이 나빠질 것'이고, 뽑은 이들도 너프 당했기에 '기분이 나빠질 것'이다.

너무 무능하면 뽑아도 그만, 안 뽑아도 그만이다.

그러나 어정쩡하게 강하다면?

너프하기에도 모호하고, 그렇다고 안하기엔 너무 강하다면?

그것도 이른바 '인권'이라 불리는 있으면 좋고 없으면 부러워지는 캐릭터라면?

그 미묘한 밀고 당김이 캐릭터를 팔아먹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것이다.

그렇기에 만능형으로 손꼽히는 도미닉 경도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바로 체력 회복 및 재생과 보호막 기술의 부재.

히메의 특수 기술인 [위상 전이]는 방어를 무시하는 관통 피해.

비록 특수 능력인 [기수]의 4% 피해 감소는 피할 수 없지만, [탱커] 특성과 경험에서 오는 방어 기술은 우회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도미닉 경이 상성 상 불리한 상황.

심지어 히메는 영리하게도 도미닉 경에게 거리를 내주지 않는다.

멀리서 쿠나이를 던지며 견제 할 뿐이다.

도미닉 경은 방패를 다시 들어 올렸으나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상대와 싸우는 것은 상당히 피곤한 일이다.

"저기­"

그리고 앨리스는 이 광경을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 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녀가 입은 사슬 갑옷이 잘그락거리며 움직였다.

그 소리에 한껏 감각을 예민하게 끌어올리고 있던 히메가 반응했다.

그녀의 손에 든 사슬낫이 앨리스에게 날아가 튜닉과 사슬갑옷 사이의 틈새에 걸렸다.

"어어?"

홱­하고 끌어당겨진 앨리스에게 쇄도하는 세 개의 쿠나이!

앨리스는 그 흉흉한 기세에 놀라 본능적으로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그러나 앨리스가 다칠 일은 없었다.

앨리스가 있는 자리에서 갑자기 도미닉 경이 나타나 쿠나이를 대신 맞아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어째서!"

히메는 이 버그처럼 느껴질 법한 상황에 놀라 뒤로 두 걸음 크게 뛰어 거리를 벌렸다.

"이건 도대체...?"

그리고 당황한 것은 도미닉 경도 마찬가지였다.

도미닉 경과 히메가 대치하던 거리는 어림잡아도 50미터.

도미닉 경이 힘껏 달려도 3~5초는 걸리는 거리였으나, 눈조차 깜빡이지 못할 아주 찰나의 순간에 그 거리를 넘어 나타난 것이다.

"...아!"

그리고 이 이상한 상황을 바라본 앨리스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 도미닉 경에게 외쳤다.

"스승님! 장비! 장비!"

"아."

도미닉 경은 앨리스가 황급히 외치는 말을 듣고 나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았다.

방금 전 앨리스가 공격당했을 때 도미닉 경이 피해를 입은 것도, 앨리스가 끌려갔을 때 도미닉 경이 나타난 것도 다 설명이 되었다.

앨리스는 본체가 존재하지만 현재 그녀는 도미닉 경이 '장착'한 '장비'취급받는다.

장비에 대한 타격은 장비의 주인에게 들어가며, 장비를 끌어당기면 그 장비의 주인이 끌려오는 것은 당연한 이치.

버그처럼 보였으나 가차랜드에 엄연히 존재하는 법칙이었다.

현재 앨리스는 장비 취급이었기에 역시나 위의 효과를 적용받는 것이다.

"세상에."

도미닉 경이 이 황당한 결과를 보며 당황하는 동안, 이 모든 것을 보고 있던 조제프 준장도 놀라 중얼거렸다.

"언제... 이동기를 배운 거지?"

놀란 방향성은 달라보였지만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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