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4화 〉 [103화]도미닉 경 V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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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시험을 딴 이후, 도미닉 경은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수상할 정도로 평범한 일상을.
새벽에 일어나 수련하고, 아침을 먹는다.
점심이 되면 종자 앨리스가 찾아와 수련을 받는다.
물론 앨리스는 집에서 점심밥을 먹고 오지만, 도미닉 경과의 계약으로 부모님 몰래 솜사탕을 먹기도 한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면 앨리스를 돌려보낸다.
누가 보더라도 평범한 일상.
오늘 새벽도 마찬가지였다.
평소처럼 도미닉 경은 '이건 티셔츠가 아니야.'라고 적힌 하얀 티셔츠를 입고 검과 방패를 든 채 허수아비를 치고 있었다.
"오늘따라 왠지 어깨가 좋지 않은데."
기사에게 있어 자기 몸에 대해 아는 것은 의무.
아픈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아픈 것을 모르는 것은 수치였다.
그렇게 배워온 도미닉 경은 어깨를 두어 번 크게 돌리며 한 번 더 어깨의 상태를 점검했다.
방패는 뜻밖에 크기가 큰 데다 허리를 숙이면 몸 전체를 숨길 수 있도록 되어 있기에 상관없었으나, 문제는 검이었다.
세이버의 형식을 한 이 한 손 검으로 검술을 펼치려면 관절의 움직임이 중요했다.
손목, 팔꿈치, 그리고 어깨.
조금 더 나아가면 허리와 골반도 들어가겠지만 방패로 몸을 가린 상태에서는 저 세 가지 관절이 가장 중요한 편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중 어깨가 이상 징후를 보내는 중이었고.
팔을 접은 상태에서 위로 올리는 것은 괜찮았으나 팔을 편 상태에서 올릴 때마다 아릿한 통증이 전해졌다.
이거 근육통이군.
도미닉 경은 순식간에 자가진단을 마쳤다.
의학에 대해선 전혀 배움이 없는 도미닉 경이었지만, 훈련과 경험을 통해 움직임마다 쓰는 근육이 다른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처럼 특정한 근육이 아픈 경우는 거의 확정적으로 무리한 행동으로 인한 근육통이었다.
아무래도 운전 면허를 따면서 있는 힘껏 조종간을 움직인 것이 근육에 무리를 준 모양이다.
"오늘 수련은 이만하고 찜질이나...음?"
도미닉 경이 더 이상 무리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몸을 돌리는 순간, 저 멀리서 무언가가 태양 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렸다.
놀랍게도 도미닉 경이 안대를 쓴 쪽으로, 즉 사각으로 날아온 무언가.
도미닉 경이 순간 몸을 돌리지 않았더라면 반드시 적중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도미닉 경은 그 반짝거림으로 대략적인 거리를 유추해내고 검을 휘둘렀다.
팔이 제대로 올라가지 않아 그 무언가가 도미닉 경의 뺨을 스치고 빗겨나갔다.
도미닉 경의 뺨에 얉고 붉은 실선이 그어지며 피 한 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이건... 암기인가?"
도미닉 경은 고개를 돌려 집의 기둥에 박힌 무언가를 보았다.
뾰족한 송곳처럼 생긴 암기.
도미닉 경은 이 암기를 전에 본 기억이 있었다.
"쿠노이치 히메."
"정답입니다. 도미닉 경."
도미닉 경의 뒤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도미닉 경은 황급히 뒤로 돌아 방패를 세웠다.
말소리와 함께 미약한 바람 소리를 들었기에 한 행동이었다.
도미닉 경은 그 본능적인 행동을 통해 날아오는 세 개의 쿠나이를 방패로 막아 내는 데 성공했다.
"반갑습니다. 도미닉 경. 쿠노이치 히메입니다."
도미닉 경은 방패를 슬쩍 내려 앞을 바라보았다.
"기습에 대해선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특성 때문이라서."
거기엔 히메가 서 있었으나, 평상시의 히메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검고 넉넉해 보이지만 은근히 몸에 딱 달라붙는 검은 군복과 표정을 충분히 가릴 수 있을 법한 넓은 챙의 장교 모자.
허리에는 닌자의 일곱 가지 도구가 달려 있었고, 등 뒤에는 사슬낫이 슬쩍 숨어 있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달라진 점은, 당당하게 여우 귀와 꼬리를 내놓고 있다는 점이었다.
도미닉 경은 이 상황에 혼란스러우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도대체 왜 히메가 도미닉 경의 집에 쳐들어와 기습했으며, 저 복장은 뭐란 말인가?
히메는 냉정한 눈으로 도미닉 경을 주시하고 있었다.
도미닉 경도 그 눈을 마주하고 있었으나, 히메의 속마음을 알 수는 없었다.
그렇게 서로 대치하고 서 있는 상황.
누군가가 먼저 움직이면 손해라도 본다는 듯 서로 노려보기만 하는 상황을 해소한 것은 도미닉 경도 히메도 아닌, 제 3자였다.
"브라보. 브라보. 과연 도미닉 경이십니다."
도미닉 경의 집 울타리 너머, 누군가가 느릿하게 박수를 치며 말했다.
도미닉 경과 히메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그 이방인을 바라보았다.
히메와 비슷한 검은 군복과 장교 모자.
뾰족뾰족한 머리카락과 뾰족뾰족한 눈매와 뾰족뾰족한 이빨.
그리고 하얀 토끼 귀를 달고 하얀 면 장갑 위에 검은 가죽 장갑을 겹쳐 낀 여성이었다.
"과연 요즘 명성이 자자한 도미닉 경 답군요. 설마 그 히메 씨의 기습을 간파할 줄이야."
탱커라서 더 예민하신가? 라며 울타리에 기댄 여성은 히죽히죽 웃으며 도미닉 경에게 도발하듯 말했다.
"역시 우리 비밀결사 요.양.원이 목표로 삼을 만할 사나이군요."
"요양원? 목표?"
무슨 비밀결사의 이름이 요양원이란 말인가?
그리고 왜 저들은 도미닉 경을 목표로 삼았단 말인가?
목표란 무엇을 뜻한단 말인가?
비밀결사 답게 모든 것이 비밀에 싸여 있었으나...
"비밀결사 요한 양치기 원정대! 무려 1723년부터 존재한 유서 깊은 비밀 결사! 그 정체는 바로 용사 대신 마왕을 견제하는 것!"
토끼 귀의 여성은 입이 굉장히 가벼웠다.
그녀의 입에서 술술 터져 나오는 정보에 정말 비밀결사가 맞는지 의심이 드는 도미닉 경이었으나, 순수한 도미닉 경은 이 모든 것이 상대의 계략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가입하면 전용 제복 및 뱃지와 함께 제가 직접 만든 초코 쿠키랑 바나나 우유를 드립니다! 오늘은 성 요한 축일이라 초코 쿠키를 하나 더 드려요!"
"그렇게 다 말하지 않아도... 잠깐. 전 하나만 줬잖아요!"
"그야 어젠 축일이 아니었으니까요. 하루 만 더 튕기셨으면 쿠키가 두 개였는데 말이죠."
히메는 어느새 토끼 귀 여성의 옆에 서 있었다.
놀라울 정도로 빠르고 조용한 움직임.
그리고 그렇게 놀라운 행동 이후 그녀가 한 행동은 자신이 쿠키를 하나만 받았다는 사실에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었다.
그... 쿠키가 굉장히 맛있었나 보군.
도미닉 경은 갑자기 쿠키로 다투기 시작한 히메와 의문의 여성 장교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튼, 저는 비밀결사 요.양.원에서 헤드 헌팅을 담당하는 조제프 준장입니다."
예상보다 높은 직위!
"사실, 비밀결사라 다들 직위가 제멋대로긴 합니다. 스무 명 중에 중사만 열일곱이거든요. 개구리...뭐더라. 그걸 보고 자란 세대라."
조제프 준장은 상어같은 이빨을 드러내며 히죽히죽 웃었다.
"그나저나 왜 나를 목표로 삼은 거요?"
도미닉 경은 힐끗 히메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히메는 만년설이 휘몰아치는 듯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어 속마음을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간단한 일이죠."
조제프 준장이 손가락을 들어 도미닉 경을 가리켰다.
"마왕 뚜 르 방. 모른다고 하지 않겠죠?"
체크메이트. 라고 선언하듯 조제프 준장의 입꼬리가 광대에 걸릴 정도로 찢어졌다.
도미닉 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문득 떠오른 가설이 있었다.
비밀결사 요.양.원은 마왕을 견제한다.
마왕과 도미닉 경은 아는 사이다.
그렇기에 비밀결사 요.양.원은 도미닉 경도 견제한다.
도미닉 경은 이 황당한결과값에 어이가 없었으나 혹시 몰라 조제프 준장에게 되물었다.
"혹시 내가 마왕과 아는 사이라고 그러는 거요?"
"아시는군요?"
미치겠군. 도미닉 경은 왠지 앞으로 피곤해질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기습 공격하는 거요?"
"아, 그건 저희 비밀결사와는 별개. 히메 씨의 개인적인 원한이에요."
조제프 준장이 참 달달하다, 그죠? 라고 깐죽거렸다.
히메가 눈에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쿠나이의 끝으로 조제프 준장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기 전까지.
"아무튼! 이제부터 저희는 그, 뭐냐. 라이벌! 그래! 적수다 그 말입니"
"실례합니다..."
조제프 준장이 멋진 포즈로 삿대질하며 도미닉 경에게 선언하려 할 때, 갑자기 하늘에서 천둥 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스승님! 저 왔어요!"
"위험하단다... 아직 움직이지마렴..."
도미닉 경의 집에 어둠이 찾아왔다.
아침 햇볕이 강할 때였기에 방금 전까지 마당 구석구석까지 볕이 들었으나, 갑자기 일식이라도 일어난 듯 어둠이 내려앉더니, 이내 커다란 다섯 기둥이 달린 얼음 섬이 지상으로 강림했다.
"벌써 오셨군요. 어서 와라, 앨리스."
도미닉 경이 섬 위 기둥 중 하나에 매달린 앨리스에게 인사했다.
그러나 앞의 인사는 누구에게 한 것일까?
그렇다.
이 섬은, 사실 섬이 아니다.
앨리스 어머니의 손이다.
서리 거인인 앨리스의 어머니는 그 키가 수백 미터에 달하는, 그야말로 신화에서나 볼 법한 거인.
도미닉 경은 앨리스의 어머니와 처음 만났던 그 순간, 앨리스의 빠른 성장의 이유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오늘따라 일찍가겠다고 성화라서요... 잘부탁합니다..."
천둥이 치는 듯한 목소리와 함께 꾸벅하고 얼음과 서리로 구성된 여성이 고개를 숙였다.
꾸벅이라고 적기는 했으나, 실제로는 쿠르릉하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천둥번개가 치는 듯한 착각.
앨리스가 어머니의 손바닥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늘 그렇듯 사슬갑옷과 튜닉을 입고, 튜닉의 안쪽엔 병뚜껑으로 만들어진 배지를 가득 단 상태로.
조제프 준장은 이 엄청난 규모의 상황에 입을 벌리고 멍하게 서 있었다.
그때였다.
지금까지 표정의 변화가 없던 히메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그리고 허리춤에 달려 있던 쿠나이를 빠르게 뽑아 들더니, 세 개의 쿠나이를 앨리스에게 던졌다.
"어? 어어? 잠깐, 히메 씨! 이건 대본과 다르"
엉뚱하게 흘러가는 상황 속에서, 가장 당황한 것은 조제프 준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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