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103화 (103/528)

〈 103화 〉 [102화]면허시험 후일담

* * *

[현재 캐릭터 카드 중에 새로운 버전이 출시된 카드들이 있습니다. 지금 업데이트 하시겠습니까?]

"어라? 잠시만요 여러분. 웬 업데이트지?"

­지금 방장이 쓰는 카드라고는 도미닉 경이랑 도미니카 경 밖에 없지 않음?­ㅇㅇ 둘 중 하나일 듯.

"일단 큰 건 아닌 모양이니까 빨리 업데이트하고 넘어갈게요."

성좌 아임 낫 리틀은 갑자기 떠오른 시스템 알림에 머리를 긁적이며 업데이트를 시작했다.

업데이트하는 도중에도 지금까지 하던 작업은 계속 수행할 수 있다.

빠르게 업데이트 버튼을 누른 아임 낫 리틀은 바로 원래 하던 작업으로 돌아왔다.

'하드 스톰, ~가차랜드의 영웅들~'이라는 제목의 온라인 카드 게임.

말 그대로 가차랜드의 캐릭터 카드를 이용해 전장을 구현하는 형식의 카드 게임이다.

"5코 타이밍이네요. 도미니카 경이 손에 있긴 한데... 아, 오른쪽에서 도미닉 경이! 아임 낫 리틀! 우승!"

상대는 어그로 덱. 이미 절반만 남은 라이프 포인트가 슬슬 부담스러워진 아임 낫 리틀은 슬슬 회복 카드나 도발 카드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긴 했다.

그리고, 이런 카드 게임 특성 상 항상 결과는 반반이었다.

손에 들어오거나, 들어오지 못하거나.

아임 낫 리틀은 그 절반의 확률을 뚫고 도발 카드를 손에 쥐었다.

[★★ 페럴란트의 도미닉 경][5코스트]

[공격력 : 3][체력 : 9]

[도발, 이 캐릭터는 피해를 1 덜 받습니다.]

손에 쥐어진 도미닉 경의 카드.

마침 5코스트 타이밍이기도 했거니와 어그로 덱을 상대로 명치가 간당간당한 상황이었기에 적어도 한 턴을 벌어 줄 도미닉 경 카드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 주작하네;;­이걸 뽑네.

아임 낫 리틀의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조차 어이가 없을 만큼 결정적인 드로우!

"이게 바로 카드와의 유대죠? 꼬우면 도미닉 경 팬 하시던가."

아임 낫 리틀이 시청자를 기만하며 도미닉 경 카드를 내려고 했다.

그러나 도미닉 경의 카드가 나가는 일은 없었다.

"어? 뭐지? 버근가?"

아임 낫 리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번엔 도미니카 경의 카드를 내보았다.

도미니카 경의 카드도 도미닉 경의 카드처럼 필드에 나가지 않았다.

남은 시간을 알리는 모래시계가 거의 다 떨어져 갈 무렵에도 도미닉 경의 카드와 도미니카 경의 카드는 전혀 필드로 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 뭐지? 대학생 불러다가 코딩 시켰나?"

성좌 아임 낫 리틀이 화가 머리끝까지 뻗쳐 씩씩거렸다.

­버그죠? 갓겜이죠?­대부분은 버그입니다.­그립습니다...DD...

아임 낫 리틀은 황급하게 손패에서 4코스트 광역기를 사용해 필드의 절반을 정리할 수 있었다.

한 고비를 넘긴 아임 낫 리틀.

"아니, 도대체 왜 도미닉 경 카드랑 도미니카 경 카드가 나가질 않죠? 이거 심각한 버그같은데?"

아임 낫 리틀은 시청자들을 향해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는 버그가 아니었다.

마침 업데이트가 끝나고 나온 임시 패치 노트가 떠오르며 그 사실을 증명했다.

[도미닉 경이 새로운 특성을 얻음에 따라 코스트를 5에서 6으로 변경합니다.]

[도미닉 경의 전체적인 이펙트가 좀 더 화려해집니다!]

[도미니카 경이 새로운 특성을 얻음에 따라 코스트를 5에서 6으로 변경합니다.]

[도미니카 경의 전체적인 사운드가 좀 더 풍성해집니다!]

"아."

아임 낫 리틀이 임시 패치 노트를 보며 방금 전 도미닉 경의 카드와 도미니카 경의 카드가 필드로 나가지 않은 이유를 알아차렸다.

­너프죠?­탱커 개사기라 너프 먹었죠?­출시 되기 전 후로 너프가 되는 탱커가 있다?

시청자들이 아임 낫 리틀을 놀리기 시작했다.

"그게 아니죠. 이펙트랑 사운드가 더 좋아졌다잖아. 애초에 OP기도 했구요. 아, 인정해요. 사기 카드인 거 인정."

아임 낫 리틀은 애써 의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스펙만 봐도 그랬다.

대부분의 카드의 공격력과 체력의 합이 [코스트X2 +1]선에서 이루어진다는 걸 감안 하면, 5코스트에 12라는 능력치를 가진 것 자체부터 도미닉 경의 미친 스펙을 대변하고 있었다.

게다가 3이라는 적당한 공격력과 9라는 높은 체력, [탱커]답게 달린 [도발]태그에 피해 감소까지.

마치 어그로 덱을 잡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최고의 방패.

6코스트가 되어도 어색하지 않을 능력치와 특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언젠가는 너프를 먹을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있었다.

그게 지금일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그래요. 마침 손에 잡힌 김에 이펙트나 좀 보죠. 이펙트가 좋아졌다니까 얼마나 좋아졌는지 한 번 확인해보자구요."

마침 상대편이 필드를 전개하며 턴 종료를 눌렀다.

그리고 성좌 아임 낫 리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도미닉 경의 카드를 손패에서 필드로 내려놓았다.

그리고 확실하게 이펙트가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도미닉 경의 카드가 손에서 필드로 떨어지자마자, 갑자기 필드에 눈보라가 휘몰아치더니 그 위에 발자국이 새겨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발자국이 제자리에 도착하자마자 하늘에서 깃발이 떨어져 내리며 페럴란트의 문양이 빛으로 아로새겨져 흩어졌다.

["페럴란트를 위하여!"]

대사는 그대로였으나, 이전까지는 그저 카드가 제자리에 떨어지는 이펙트밖에 없었기에 이런 이펙트가 꽤 멋있게 느껴졌다.

"와... 이렇게 바뀌었구나. 확실히 예전보다 더 나아진 것 같죠? 이펙트만 보면 너프되도 쓸 거 같은데?"

­이펙트 화려한 것 보소;;­눈 맵이라 눈보라가 친 건가? 배경마다 이펙트 다른 거 아님?

아임 낫 리틀도 시청자들도 이펙트에 만족하던 와중, 한 시청자의 의문이 아임 낫 리틀의 눈에 들어왔다.

"그러네요. 잠시 실험 좀 해볼까요? 이번 판 끝나고?"

이후 아임 낫 리틀은 연습 모드를 돌려가며 도미닉 경의 카드 이펙트와 도미니카 경의 사운드를 유심히 들으며, 예상 외의 것에도 하나하나 세심하게 상호작용이 된다는 사실에 감탄하기 바빴다.

...

면허시험이 끝난 이후.

도미닉 경은 자기 손 위에 놓인 두 장의 면허증을 바라보았다.

하나는 거미 전차에 대한 면허.

하나는 비행정에 대한 면허.

"어떻게 되긴 되는군."

도미닉 경은 한숨을 내쉬었다.

도미닉 경은 실기를 사실상 한 번에 마쳤다.

그의 단련된 감각이라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도미닉 경이 한숨을 내쉰 이유가 있었으니­

"설마 스승님이 필기를 세 번이나 치실 줄은..."

그렇다.

도미닉 경은 머리를 쓰기보다는 경험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 만큼, 지금까지 그렇게 머리를 쓸 일이 없었다.

커트라인 60점, 총 점수 80점 짜리 필기시험에서 첫 번째 24점이라는 참혹한 점수를 받은 도미닉 경!

그래도 여기는 가차랜드.

기회라면 얼마든지 주어지는 곳.

[시험을 다시 푸시겠습니까? (재시험 비용 5 가차석.)]

도미닉 경은 가차석을 조금 더 내고 재시험을 쳤다.

54점.

아쉬운 점수.

그래도 도미닉 경은 두 번의 경험 덕분에 세 번째에선 67점이라는 넉넉한 점수로 필기를 통과할 수 있었다.

그렇게 고뇌와 고통, 그리고 고난으로 점철된 면허 시험이 끝나고 난 뒤 얻은 전리품이 바로 이 두 장의 면허증.

도미닉 경은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면허증을 바라보더니, 이내 자기 캐릭터 카드와 포개어 인벤토리에 저장해 두었다.

"그래도 돌아가는 길은 걸어가지 않아도 되겠구나."

도미닉 경은 앨리스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러네요!"

앨리스는 헤실헤실 방긋방긋 웃으며 도미닉 경의 말에 화답했다.

도미닉 경이 거미전차를 꺼냈다.

아쉽게도, 면허 시험장 주변에서는 하늘 길이 없었기에 비행선을 탈 수 없었으니까.

앨리스가 도미닉 경이 소환한 거미 전차의 뒤에 올라탔다.

마치 거기가 자기 자리라는 듯, 자연스럽게.

...

그리고 이런 둘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바람 부는 건물 위에서 그들을 내려다보는 닌자.

그렇다. 쿠노이치 히메였다.

그녀는 싸늘한 눈으로 앨리스를 노려보았다.

자세한 표정을 묘사할 수는 없으나 그 모습은 마치 야차! 아수라!

일반인이라면 보자마자 경기를 일으키며 기절할 만큼 무시무시한 표정을 짓던 히메.

그 등 뒤로, 처음 보는 이가 박수를 치며 다가왔다.

"그렇습니다. 바로 그 감정이에요. 히메."

누가봐도 수상해보이는 이가 뾰족뾰족한 이빨을 드러내며 사악하게 웃고 있었다.

장교들이 입을 법한 멋있는 검은 예복 위로 검은 장교 모자를 쓰고 그 위에 하얀 토끼귀 장식을 단 수상한 여성.

히메는 천천히 표정을 바꾸며 뒤를 돌아 장교를 바라보았다.

"왜 여기까지 온 거죠?"

히메의 표정은 얼음이 얼 정도로 냉정했으나, 여성 장교는 개의치 않고 대답했다.

"분명 저번에 저희가 제안했을 때 생각해 보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시간을 달라고 하셔서 하루를 드렸죠. 생각하기엔 충분한 시간입니다."

장교의 뾰족한 이빨이 사악하게 부딪쳤다.

"......"

"저번에 이야기 했듯이, 가입하시면 전용 제복과 멋진 배지, 그리고 제가 직접 만든 초코 쿠키도 드립니다."

장교는 히메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말은 히메를 설득할 구석이 하나도 없었으나 이미 도미닉 경에 대한 생각으로 혼란스러운 히메는 장교의 말에 점점 휘둘리기 시작했다.

"필요하시다면 바나나 우유까지 드릴 수 있습니다. 쿠키와 우유. 이건 운명이나 다름없죠."

뾰족한 이빨만큼이나 뾰족뾰족한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렸다.

히메는 말없이 장교의 눈을 노려보고 있었으나, 장교는 대수롭지 않게 모자의 챙을 왼손으로 누르며 히메의 시선을 마주했다.

"다시 한번 제안하죠, 히메. 저희 비밀결사, 요한 양치기 원정대와 함께 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장교는 히죽히죽 웃으며 장갑을 벗은 오른손을 히메를 향해 내밀었다.

히메는 여전히 말없이 장교를 노려보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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