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96화 (96/528)

〈 96화 〉 [95화]면허

* * *

잠시, 성좌 아임 낫 리틀.

"이번엔 도미닉 경 주력 파티예요! 와!"

­아니, 지겹지도 않음?

­시즌 877호 도미닉 경 도미니카 경 주력 파티;;

성좌 아임 낫 리틀은 한 달 전 나온 로그라이크 탑등반물 게임 '라이딩 온 탑'을 실행했다.

로그라이크 게임을 지나칠 정도로 좋아하는 성좌 아임 낫 리틀은 지금까지 했던 게임들을 꺼내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의 카드를 넣고 돌리는 컨텐츠를 진행하고 있었다.

­사장님, 지금 앞으로 1년 동안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만 봐야 할 판이에요;;

심지어 그녀의 편집자조차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었으나, 아임 낫 리틀은 꿋꿋하게 게임을 실행시키고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의 카드를 넣었다.

"역시나 탱커진이 빵빵해야 게임이 쉬워지네요. 그런데 아쉬운 점이, 아직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이 3성이 아니라서 후반 성능이 애매해진다는 거랑, 4인 파티 기준으로 도미닉 경 풀 파티를 짤 수 없다는 점?"

카드는 같은 카드로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도미닉 경의 본체의 성급이 낮았기에 2성 이상 올리지 못하는 지금 상황에선 아직 필요 없는 일이었다.

또한 한 파티에는 같은 캐릭터를 중복해서 넣을 수 없었다.

중복 허용이 되는 게임도 있었으나, 중앙 시스템은 사기카드로 편제를 도배하는 일을 막기 위해 한 파티에선 중복이 없도록 제한하고 있었다.

­클래스 체인지하면 되겠지만, 도미닉 경이 클래스 체인지 하겠냐곸ㅋㅋ

­모르지. 아직 2성이잖아. 탱커도 상위 클래스 많으니까 각 클래스 별로 하나씩 하면...

­아.

"그러네요. 이번부터 3성 찍으면 방향성 검사한댔죠? 역시 개척자들의 힘이 대단해요. 행정부에서 신규 유입 편의 봐주겠다고 전직 단일화 시키던 거 싹 다 폐지시켰잖아."

­정치 이야기 밴;;

­방장! 방장 쳐 내!

그렇다. 같은 이름의 캐릭터가 같은 편제로 들어가는 방법은 언제나 존재했다.

이론상 4 도미닉 경 파티같은 변태 플레이도 가능하게 만드는 마법의 단어, 전직.

아임 낫 리틀은 꿈에 부풀었다.

전열에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 그리고 그 뒤를 뒷받침할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

심지어 페럴란트 시너지가 터질 것이고, 기본적인 스탯이 짱짱한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이었기에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는 덱이 될 것이다.

물론, 뽑은 사람에게만 말이다.

"자! 아무튼 다시 시작해봅시다! 오늘의 게임 라이딩 온 탑! 시작합니다!"

성좌 아임 낫 리틀은 행복 회로를 멈추고 방송을 진행하려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녀의 행복 회로는 불타고 있었다.

...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면허 시험장.

면허 시험장 직원의 나룻배는 반대 편의 뭍으로 도착했다.

사실 도미닉 경은 이 뭍이 반대편이라는 확신이 없었으나, 대략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자, 다 왔습니다. 여기가 바로 시험장입니다."

나룻배에 연결된 세 마리의 오리가 뭍으로 향했다.

오리가 올라가자 점점 땅에 더 가까워진 나룻배가 어느 순간 완전히 뭍으로 나왔다.

"여기서부턴 당신이 가진 탈 것의 복제품이 나옵니다. 거미 전차와 비행선, 두 번에 걸쳐 시험이 진행될 예정이니 어느 것부터 하실지 정하시면 됩니다."

"거미 전차부터 하는 것이 좋겠소."

도미닉 경은 직원의 말에 대답하고는 넋을 놓고 나룻배에 기대 배의 아래를 바라보았다.

호버 시스템이 장착된 나룻배는 땅 위에서도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앨리스도 이 상황이 매우 신기한지 도미닉 경의 옆에서 연신 감탄사를 내뱉고 있었다.

"신기해요. 어떻게 떠 있는 거지?"

도미닉 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차랜드에서 가치가 없는 건 없어요.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 뿐. 이 나룻배도 느리고 별 소용없어 보이지만, 적어도 수륙양용이라 수군인 제 육지 적성이 B는 나오죠."

적성이라. 매 번 느끼는 점이었지만 가차랜드는 정말 알아야 할 것이 많은 곳이었다.

"자, 도착했습니다. 연습장이죠."

오리가 끄는 호버 나룻배는 구불구불한 길과 높은 언덕과 산, 그리고 강과 바다가 혼재된 멋진 트랙 앞에 섰다.

"시험을 바로 치르는 것이 아니오?"

도미닉 경이 물었다.

"걸음마도 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검무를 춰 보라고 하면 무슨 소용인가요. 다 순서가 있는 법이죠."

직원이 오리들과 연결된 끈을 당겨 나룻배를 멈췄다.

나룻배는 땅 위에 뜬 채로 약간을 더 이동하더니 그 자리에 정차했다.

"이제 내리셔서 마음껏 연습하세요. 혹시 탈 것을 가지고오지 않으셨다고 할까 봐 말하는 건데, 여긴 탈 것 소환 가능지역이라 원하는 탈 것을 부르면 바로 소환돼요."

예전엔 비슷한 탈 것으로 연습했지만, 역시 자기 탈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 최고죠. 라고 직원이 말했다.

아무래도 도미닉 경처럼 자기 탈 것을 창고에 박아 두고 가져오지 않는 이들이 많았던 모양인지, 직원의 말은 당연한 것을 말한다는 투였다.

도미닉 경은 직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을 둘러봐도 트랙과 지형만 있을 뿐 연습용 탈 것이 보이지 않았던 이유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빨리 소환해 봐요!"

도미닉 경보다 큰 키의 종자 앨리스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도미닉 경을 졸랐다.

도미닉 경은 고개를 끄덕이고 작게 탈 것의 이름을 외쳤다.

그러자 도미닉 경의 눈앞에 스팀펑크 풍의 거미 전차가 재구축되는 이펙트와 함께 나타났다.

도미닉 경은 종자와 직원을 한 번씩 바라보았다.

종자는 바로 타보자는 기대에 가득 찬 눈빛이었고, 직원은 어서 시운전 해 보라는 듯 손으로 거미전차를 가리켰다.

도미닉 경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미 전차에 탑승했다.

"와! 역시 여기서 보는 풍경이 제일 좋네요!"

도미닉 경의 뒷좌석에 탄 앨리스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날뛰었다.

"잠시만요! 탈 것은 1인용이에요. 두 명이서 탈 수 없어요!"

"아, 괜찮소. 저 아이는 내 장비...요."

도미닉 경은 말하다 보니 조금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달리 말할 방법이 없었기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럼 괜찮아요."

그러나 직원은 찰떡같이 알아들었는지 납득했다는 행동을 취하며 뒤로 한 발짝 후진했다.

"오히려 좋네요. 더 나을수도 있어요. 응시자 분께선 아무래도 검 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이런 걸 숨기고 계시면 이야기가 다르지."

"어째서요?"

도미닉 경이 의문스럽다는 듯 물었다.

자신이 거미전차를 타며 검을 쓰는 게 걱정인지, 그리고 왜 종자가 같이 타는 게 나은 선택인지.

"그야, 이런 큰 탈 것은 보통 2인승, 혹은 3인승이니까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안 해 보셨나? 아. 기사지. 라며 농담을 내뱉은 직원이 말을 이어 나갔다.

"최소 운용 인원과 탑승 제한 인원이 하나일 뿐이지, 보통 이런 탈 것은 탑승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효과가 좋아지거든요."

"그렇군."

도미닉 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공성탑을 기사 혼자서 움직이는 건 힘든 일이지만, 기사 두 셋이 같이 밀면 쉽게 밀리는 것과 비슷한 건가.

조금은 다른 비유였으나, 도미닉 경은 나름 종자가 같이 타는 것이 나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거미전차의 체고는 꽤 높았다.

기본적으로 도미닉 경의 키의 두 배는 될 법 했으나, 아직 다리를 모은 상태라는 걸 생각하면 기동후엔 체고가 대략 5미터는 될 법했다.

육지 탈 것치고는 꽤 큰 편에 속하는 거미전차는 로망을 위해서인지 마치 육지를 항해하는 배처럼 보일 정도였는데, 황동으로 된 여섯 개의 관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자 더욱 증기선처럼 보였다.

[이 탈 것은 증기기관 1종 대형 면허가 필요합니다. 운전 면허증을 먼저 따주세요.]

[정정. 현재 면허 시험 중입니다. 임시 면허가 부여됩니다. 이 시간, 이 공간에서만 쓸 수 있으며 조건 중 하나라도 사라지면 임시 면허는 사라집니다.]

도미닉 경이 시동을 걸자 저번처럼 경고문이 나타났으나, 연습장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운전을 할 수 있도록 임시적인 조치가 취해졌다.

도미닉 경은 그 묘한 만족감에 행복해졌다.

"와! 움직여요!"

앨리스는 갑판처럼 꾸며진 거미전차의 조종석 뒤편에서 일어나 가장자리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진동이 울리기 시작한 여섯 개의 황동 배기구에서 삐익­하고 증기가 빠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기동한 후 치익­하는 소리와 함께 안정적인 흐름으로 변했다.

[탈 것 튜토리얼을 실행할까요? [Y/N]]

도미닉 경은 Y를 눌렀다. 지금까지 탈 것과 인연이 없었던 탓에 설명이 필요하기도 했거니와 도미닉 경의 궁금증이 도저히 튜토리얼을 스킵할 수 없게 만들었다.

[본 튜토리얼은 다섯 단계로 진행됩니다. [기동], [기동 심화], [내구], [특수능력], [추천]. 일부는 자동으로 스킵 될 수 있습니다.]

[우선 첫 번째 튜토리얼, [기동]을 실행합니다.]

[시동이 걸려 있습니다. 조종간을 움직여 거미전차를 움직여보세요.]

도미닉 경이 튜토리얼의 지시를 따라 조종간을 움직였다.

그러자 거미전차의 여덟 다리가 서로 겹치지 않게 움직이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세상에..."

앨리스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약간 덜컹거리기는 했으나 거미전차의 엉성한 관절부를 생각하면 이는 탑승감이 꽤 뛰어난 편이었다.

5미터 높이의 거대한 거미형 전차가 트랙을 향해 움직이며 느껴지는 공기의 저항으로 인해 머리카락과 깃털이 휘날렸다.

"말을 타던 기사들은 다 이런 기분이었나."

도미닉 경은 이 기묘한 만족감에 취해 버렸다.

이 좋은 기분을 자기들끼리만 느꼈다고 투덜거리면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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