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62화 (62/528)

〈 62화 〉 [61화]패러렐 유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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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무과금꿀통'님께서 소중한 100 포인트 후원! 리틀 빗 감사!

[가차튜브 영상]

"어, 무과금꿀통님 100포인트 감사합니다. 영상이네요. 뭐지?"

얼마 전 주문 제작한 도미닉 경 모형에 색을 입히고 있던성좌 아임 낫 리틀은 후원해준 이에게 감사하며 영상을 틀었다.

"아, 도미닉 경이네요. 언제 가차 풀에 추가되려나. 나오면 바로 뽑으려고 포인트 모아 두고 있었는데."

영상에서는 도미닉 경의 활약상을 편집한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전쟁 초기에 수십 대 일로 싸우는 도미닉 경, 깃발을 꽂아 거대 전함을 부른 도미닉 경...

이미 수백 번은 더 돌려본 영상들이기에 금방 관심이 시들해졌다.

자신이 가차튜브에 올리는 짧은 영상보다 퀄리티가 구린 것도 한몫했다.

아임 낫 리틀은 별 생각 없이 피규어 도색을 재개했으나, 채팅창이 불타기 시작했다.

누나 큰일 났어. 지금 가차석 환율 미쳤어.

누나 빨리 포인트 가차석으로 바꿔.

"뭐야. 또 무슨 일이야..? 가차석 환율이 왜? 왜 지금 바꾸라는 거야?"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는 것을 본 아임 낫 리틀은 채팅창이 왜 불타는지 알지 못했다.

결국 채팅창을 얼리고 채팅 하나하나를 본 아임 낫 리틀은 한 채팅을 보고는 바로 고개를 돌려 아직 재생되고 있는 영상을 보았다.

'화제의 도미닉 경 한정 수량 입고! [스타터 팩 MMCIV], [기사 팩 CLII]'

영상의 끝에서 나오는 문장.

툭. 하고 성좌 아임 낫 리틀은 들고 있던 붓을 떨어뜨렸다.

발매일은 오늘이었다.

...

[가차랜드 총선거 이벤트가 시작됩니다!]

오늘부터 가차랜드 총선거가 시작됩니다. 엉망진창 왁자지껄한 분위기!

가차랜드의 선거가 재미없다면 개그프로가 망하지 않았겠죠!

총선거 기간 동안 후보들은 당선을 위한 모든 것이 허락됩니다.

후보들이 만든 다양한 이벤트에서 애매모호한 보상들을 받아보세요.

또한 모든 시민들에게 한 표의 투표권이 무료로 지급됩니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마다 투표권을 한 장 씩 더 드립니다.

원하는 사람에게 원하는 만큼 투표하세요! 그리고 보상을 받으세요!

본 이벤트는 일주일간 진행됩니다.

[평행세계 이벤트가 진행됩니다.]

가차랜드 총선거 기간 동안 평행세계에서 당신이 놀러옵니다.

만날지 못 만날지는 운명이겠지만, 어떻게 되든 재미있지 않겠어요?

평행세계의 당신과 함께 진행할 수 있는 특별한 스테이지들에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죠!

본 이벤트는 일주일간 진행됩니다.

도미닉 경이 가챠 풀에 자기 정보를 넣고 며칠 후.

도미닉 경은 청문회 문제로 미뤄졌던 집 청소를 거의 끝마치고 있었다.

"이건 어디다 둬야 할까..."

마당의 면적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1/2000 축척의 타이탄급 기함, 우라노스 모형을 바라보며 곤란해하던 도미닉 경은 이벤트 창이 뜨자 청소를 잠깐 멈추고 이벤트를 상세하게 읽었다.

도미닉 경은 청문회 이후 정치와 관련된 문제라면 진절머리가 났다.

그는 농노 출신이었으며, 이후에도 정치와 관여될 일이 거의 없었기에 그런 일에 대한 내성이 거의 없었다.

투표권을 행사하면 보상이 있었으나, 도미닉 경은 이번 이벤트를 그냥 넘기기로 마음먹었다.

애초에 뽑을 만한 정치인이 누가 있는지 모르는 것도 한몫했고.

다만 두 번째 이벤트는 꽤 도미닉 경의 흥미를 자극했다.

평행세계.

스마트 폰을 켜 검색해 본 결과 하나의 세계에서 분기점에 따라 갈라지는 세계선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도대체 어떤 이벤트일까. 도미닉 경은 꽤 흥미로운 이벤트라고 여겼다.

무엇보다, 평행세계의 자신을 보고 싶은 호기심도 있었다.

"조금 있다가 시내로 나가 봐야겠군. 침대도 사야 하고."

그렇다. 도미닉 경은 집을 청소하던 도중 이 커다란 집에 침대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건초더미와 마른 천만 있다면 잘 수 있겠으나, 도미닉 경은 이 멋진 집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을 멋진 침대를 들여놓고 싶었다.

마침내 외눈 기사의 피규어를 방 안에 전시한 도미닉 경은 이 피규어가 누군가와 닮았다라고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다.

피규어는 조악한 모습이어서 도저히 도미닉 경으로 보이진 않았으니까.

도미닉 경은 숲길을 터치해 떠오른 선택지 중 상업지구를 선택했다.

"보자... 가구점이..."

도미닉 경이 폰을 꺼내 지도 앱을 열었다.

가구점을 검색하자 상업지구 깊숙한 곳의 골목이 검색되었다.

차라리 시스템 인더스트리 쪽에서 올 걸 그랬나. 도미닉 경은 오히려 시스템 인더스트리에 놓은 웨이포인트가 더 가깝다는 사실을 알고 한탄했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참에 제대로 상업지구를 탐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도미닉 경은 상업지구 입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

"으, 일단 무작정 오기는 했는데..."

상업지구 내 카드 팩 거래소.

알 수 없는 동물의 가죽으로 된 후드를 뒤집어쓴 키 작은 소녀가 거래소 입구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가차랜드에서 유일한 카드 팩 거래소는 현재 사람으로 가득해 발 디딜 틈도 없었다.

한참 동안 그 복잡한 내부를 살피던 소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당장 카드 팩을 사기엔 너무 복잡하다.

분명 들어가더라도 이리저리 인파에 치여 고통받다가 다시 퉁겨져 나올 것이다.

"일단 가차석 모은 건 다 들고 오긴 했지만..."

소녀는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이 가차석으론 조금 부족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정확히 수량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의 카드를 얻으려면 매우 희박한 확률을 뚫어야 했다.

소수점 일곱 자리까지 내려간 확률.

픽업이 아니라서 천장을 쳐도 교환하지 못하는 상황.

보통 이렇게 인기 있는 카드는 수량을 늘려 복각하기도 했기에 다음 기회를 노릴까도 생각해봤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초판이라는 희귀성과 열렬한 팬심이 그런 자신을 질책하고 있었다.

이래도 안 뽑을 거야? 한정판인데? 초판본인데? 그러고도 네가 팬이라고 할 수 있어?

아무도 실제론 그렇게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소녀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래. 안 되면 될 때까지 뽑아야지. 천장이 없으면 어때. 지금이 아니면 의미가 없잖아?"

소녀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거래소는 미어터지고 있었다.

중간에 가차석이 떨어지면 충전하고 돌아와 다시 뽑기까지 저 기나긴 대기열을 또 기다려야 할지도 몰랐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가차석을 잔뜩 교환해 두자.

현재 포인트와 가차석의 환율은 심각할 정도로 심했으나 이미 마음을 굳힌 소녀에겐 환율 손해는 그저 약간의 수수료일 뿐이었다.

소녀는 잠시 자기 포인트 잔고를 확인하고 자리를 떠났다.

환전소는 상업지구 입구 쪽을 나가야 있었다.

그리고 입구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좁은 골목길을 지나가는 것이었다.

...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소녀는 골목길에 설치된 함정에 걸려 버렸다.

발목을 잡은 올가미가 끌려올라가 거꾸로 대롱대롱 시계추처럼 매달린 채로 소녀는 자기 신세를 한탄했다.

소녀... 아니, 성좌 아임 낫 리틀은 지금 상황이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성좌가 가차랜드에 직접 방문하기 위해선 모든 힘을 봉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

성좌가 무의식적으로 내뿜는 힘은 가차랜드에 재앙이 될 수도 있기에 생긴 조치였다.

그 절차 때문에 정말 소녀보다 더 소녀다운 힘을 가진 성좌는, 너무나도 간단하게 함정에 걸리고만 것이다.

이 상황이 너무나도 황당한 성좌 아임 낫 리틀이 피식 웃었다.

강대한 힘을 가진 성좌로서 언제 이런 상황을 겪어 봤겠는가.

"형님, 이 녀석 웃는데요?"

"냅 둬. 작전이라도 짜는 모양이지."

소용없겠지만. 부하와 함께 비열하게 웃은 대머리의 도적이 성좌에게 다가와 말했다.

"네가 가진 가차석을 모두 내놓으면 목숨은 살려주지. 우린 소아성애자가 아니라 매우 신사적인 강도라 그렇고 그런 짓은 하지 않을 테니, 돈만 다 내놓으라고."

혹시나 법에 저촉될까 두려울 정도로 작은 소녀에게 해를 끼치는 건 조금 꺼림칙 했던지 도적은 나름 신사적으로 말했다.

"아."

성좌는 봉인된 힘을 개방할까 생각했지만, 그랬다간 일정 기간 동안 가차랜드에 들어오지 못할지도 몰랐다.

귀찮은 힘에 휘말린 성좌는 이 성가신 일을 넘어가려고 가차석을 꺼냈지만, 도미닉 경을 뽑을 기반이라는 생각에 쉽게 건네주지 못했다.

"뭘 그리 고민하고 있어. 이리 내놔."

대머리의 도적이 아임 낫 리틀의 손에 있는 가차석 주머니를 빼앗았다.

아. 하고 탄식을 내뱉은 성좌는 아쉬움에 한숨을 내쉬며 도적들에게 말했다.

"이제 풀어 주시죠. 돈은 다 드렸잖아요."

"아, 그렇지. 돈은 확실히 받았지."

도적은 낄낄 웃으며 가차석 주머니를 가방에 넣었다.

"이봐, 아가씨. 우린 도적이라고. 약속을 지키면 도적이 아니잖아?"

도적은 비열하게도 그렇게 말했다.

"잘 있어, 아가씨. 누군가가 발견하면 도와줄지도 모르지. 안 그래?"

이 깊은 골목에 말이지. 라고 사악하게 웃은 도적은 그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당장 그 발 멈추시지."

그때, 도적이 향하던 방향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머리에 꽂힌 색색의 깃털.

한쪽 눈을 가리는 안대.

기사 복장에 검과 방패를 두른 이.

무엇보다 갈색의 단발에 어둠 속에서 빛나는 에메랄드 빛 눈.

"도미닉 경...?"

아니, 도미닉 경이 아니다.

성좌는 고개를 저었다.

도미닉 경과 비슷하지만 목소리가 달랐다.

성좌 아임 낫 리틀은 거꾸로 매달린 상태에서 도미닉 경와 비슷한 이를 바라보았다.

"가차랜드는 치안이 엉망인 모양이군. 이런 상황을 기사가 지나칠 수 있나."

이 외눈의 기사는 검을 뽑고 검집을 아무 데나 던졌다.

그리고 방패를 앞세우며 도적들을 향해 문답 무용으로 돌진했다.

기사의 흉부에 달린 무시무시한 무언가가 출렁거리면서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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