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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7화 (7/528)

〈 7화 〉 [6화]버그 리포트 1지역 최종.txt

* * *

"다른 개발자들은?"

경비는 언제부턴가 글레이즈 도넛을 먹고 있었다.

"혹시 로딩창에서 이스터에그라고 주장하는 팁을 보셨어요?"

코더는 경비에게서 도넛을 받은 대가로 캔 커피 하나를 건넸다.

무의식적으로 카페인 함량을 확인한 경비는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지. 경비는 캔 커피를 따 느긋하게 한 모금 마셨다. 끈적한 시원함이 목의 텁텁함을 치우려는 건지 배가시키려는 건지 엉망인 커피였다.

"아시다시피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몰래 빠져나갈 백도어를 만들어 두거든요. 그 백도어로 대피하려다 하필 보안 규정에 걸려서 그 사이에 갇혔어요. 아, 그나저나 이거 맛있네. 어디 거예요?"

"홈 베이킹. 가정적인 남자라서."

"아내분께서 좋아하시겠어요."

"있다면 말이지."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밀림에서 유독 배경이 다른 것처럼 느껴지는 경비와 코더 뒤에서 도미닉 경이 소리쳤다.

"좀 도와주시오!"

경비와 코더는 도미닉 경을 바라보았다.

도미닉 경은 방패를 들고 뒤죽박죽 섞인 잡몹들을 막고 있었다.

이젠 독침을 쏘는 고블린 머리를 가진 랩터에 탄 오크 래퍼를 피처링하는 힙한 트리케라톱스가 된 잡몹은 속사포 랩으로 독침을 쏘아내고 있었다.

"잠시만 참아. 코더가 문제가 되는 코드를 분석 중이잖아."

"맞아요. 제각각 다른 차원의 코딩 방법이 얼마나 읽기 힘들다는 사실을 안다면 독촉하면 안 되죠."

경비의 핀잔에 코더가 맞장구를 쳤다.

사실 겉으로는 노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코더가 문제가 되는 부분을 찾기 위해서는 모든 코드를 확인해야 했다.

그 사이에 줄을 바꾸지 않거나, 주석을 잘못 달아두거나, 혹은 배달시킨 마라탕을 그대로 둔 채 엎어져 썩어가는 부분도 있었다.

보통의 코더라면 그런 부분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경우 어쩔 수 없이 넘어가겠으나, 눈앞의 코더는 코딩에 관해서는 결벽증이 있었기에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고치고 기름칠하고 닦아냈다.

코더가 매우 집중한 상황이었기에 주변의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

경비는 그런 코더를 지키기 위해 옆에 호위를 서고 있는 중이었다.

이 모든 것은 이 버그를 해결하기 위한 복잡하고도 알기 어려운 작전­

"그러니까! 정작 싸우는 건 나잖소!"

도미닉 경은 분노에 가득 찬 소리를 내질렀다.

주입된 지식에 가끔 보이던 조별 과제라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도미닉 경은 자신이 얼마나 낮은 곳에서 올라와 억만 장자가 되었는지 자랑하던 오크 래퍼를 방패로 후려쳤다.

"아."

오크 래퍼의 주둥아리를 세 번은 더 후려치고 나서 둘에게 뭐라고 하려던 그 순간.

"이거네. 좀비 코드."

코더가 문제가 되는 부분을 찾았다.

"보세요. 이게 문제가 되는 코드인데, 여기 개행된 줄을 보면 엄마가 아니라 자식이거든요? 자식 코드는 정작 문제점이 없는데 좀비 코드가 되었단 말이에요. 그럼 엄마 코드가 문제라는 말인데, 여기 보시면 태그에 @na_Ch1st_01이라고 된 부분 있죠? 이게 엄마 코드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이거든요. 무슨 문제인지 아시겠어요?"

"흠. 나는 봐도 모르겠는데."

"엄마 코드가 안아키예요. 자식 코드에 걸린 바이러스를 자연 치유 기대했다가 좀비가 된 거죠. 세상에. 이거 코드 짠 사람은 분명히 악마일 거야."

코더는 불만스럽게 투덜거렸다.

사실, 여기 있는 그 어떤 사람도 코더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으나, 각각 이해한 것은 있었다.

경비는 코딩이라는 건 정말 못 해먹을 짓이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고, 도미닉 경은 이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이해했다.

이제 비보잉을 시작한 트리케라톱스와의 결전을 시작한 도미닉 경을 대신해 경비가 물었다.

"그럼, 그 문제를 해결하면, 모든 것이 끝나나?"

"그건 아니에요. 아니, 맞긴 한데..."

코더는 말끝을 흐렸다.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투였다.

"아시다시피 시스템 인더스트리의 코딩은 억지로 이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죠. 엘프의 코드와 드워프의 코드가 서로 이어질 수 없는데도 그 사이에 가장 비슷한 인간의 코드를 집어넣은 뒤 하프 엘프와 하프 오우거의 코드로 접착하는 식이란 말이에요. 아, 드워프인데 왜 하프 오우거냐면 이게 또 복잡한데­"

"본론만."

경비는 아는 것이 나왔다고 말이 길어지기 시작한 코더를 제지했다.

점점 흥분하던 코더는 다시금 시무룩해져 말했다.

"그러니까, 제가 모르는 방식의 코드로 작성된 거예요. 태그는 모든 종족이 공통으로 쓰겠다고 약속한 언어지만, 코드 언어는 통일이 안 되어있는 상태라."

"그 말인 즉, 고칠 수 없다?"

"네."

코더의 대답은 활기찼다. 도대체 어디서 나온 행복함인지.

경비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세상에. 그렇다면 여기 계속 갇혀 있어야 하나?

"그, 뭐냐. 만일 2지역도 뚫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나마 수가 있었겠지만, 설마 2지역도 뚫지 않은 사람이 있겠어요?"

"그 말 다시 해 보시오."

트리케라톱스의 현란한 문워크와 12연 윈드밀에 휘청거리던 도미닉 경이 달려왔다.

트리케라톱스는 자기 행동에 도취되어 제 할 것만 하고 있었다.

"내가 아직 2­1만 깬 상태요. 점검이 있는 날이어서."

"뭐?"

"아. 맞다. 오늘 점검 날이었지."

코더는 배시시 웃었다.

경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도미닉 경을 바라보았다.

가차랜드에 도착한 인원은 초보자 패키지를 받았다.

그 패키지에는 100에 달하는 에너지와 원하는 장비 선택권, 그리고 영웅의 조각 30개가 들어 있는 혜자 패키지였다.

그중 100의 에너지는 중간중간 보너스와 합쳐지면 하루 만에 1지역을 깨고 2지역의 절반을 깨는 데 충분한 수치였다.

그런데 2­1만 깨?

"...혹시 선물함 열어 봤나?"

혹시나 해서 경비는 도미닉 경에게 물었다.

도미닉 경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선물함'이라고 외쳤다.

그 안에는 아직 개봉되지 않은 패키지가 그대로 있었다.

"아하."

"아하는 무슨 아하야! 도대체 공략도 안 읽고 무슨­"

"그게 중요한 게 아니죠! 일단 시도할 수 있는 수가 늘었어요!"

나름 자신을 고인물이라고 생각했던 경비는 이 엉망인 초보자를 보며 참담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그러나 코더의 말도 사실이었다.

정말 우연히도 후배로 들어온 녀석이 히든카드가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일단 코드 내부로 가는 백도어를 열게요. 이 통로는 내부에서 순환되는 구조라 막히지 않았거든요.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시작하자마자 보스 방으로 가는 지름길인 셈이에요. 저희가 고쳐야 할 건 외부가 아니라 내부니까, 거기서 좀비 코드를 구성하는 것과 싸우게 될 거예요."

"잠깐, 그런 작전에 왜 뉴비가 필요한 거지? 그것도 2지역을 깨지도 못한 뉴비가?"

"그건 말이죠, '초등학생도 이해하기 쉬운 시스템 코딩의 이해' 21권 1...177페이지였나? 거길 보면 나와요. 권한과 제한. 권한이 높을수록 제한도 높아지는 것은 아시죠? 가차랜드에서­"

아, 세상에.

코더의 말은 알 수 없는 것으로 가득했다.

그리하여 복잡한 미사여구와 전문적인 용어를 제외하고 요약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시스템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수록 시스템의 저항이 거세다. 그러니까 시스템과 거의 관련이 없는 뉴비를 써서 시스템의 눈을 속여야 한다?"

"네! 요약하자면 그렇죠!"

경비는 한숨을 쉬었다.

도미닉 경은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의 향연에 머리가 터지기 직전이었고, 이미 이 말을 같이 들었던 트리케라톱스는 머리가 터진 채 좀비 코드에 의해 새로운 몸으로 재구성되고 있었다.

하지만 도미닉 경은 이해하지 못할 말을 들었어도 하나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럼 뭘 망설입니까? 당장 실행합시다."

도미닉 경은 자신만만하게 검 면으로 방패의 전면을 두드렸다.

행복해지면 나오는 버릇 중 하나였다.

"그래.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당장 하자고. 시간이 없어."

"끙, 알겠어요. 2분만 기다려요. 백도어 활성화 비밀번호를 쳐야 하거든요. 그나저나 시간이 없다뇨? 저희에게 남는 게 시간이잖아요."

"곧 퇴근 시간이거든."

"아."

코더는 경비를 노려보았다.

시스템 인더스트리에서 가장 출퇴근이 자유로운 이단자를 보는 눈빛이었다.

"비밀번호를 치는 데 2분이라니. 도대체 얼마나 깊게 숨겼으면­"

"이거예요, 이거."

도미닉 경은 코더의 손가락을 따라 바라보았다.

바위였다. 방금 전까지 경비가 숨어 있던 바위.

"노크 세 번, '계세요?'라고 한 번, 다시 노크 세 번. 그리고 분노의 발길질 한 번."

코더는 주문을 외우며 행동했다.

그 주문이 성공했는지, 눈앞에는 기다란 입력창이 떠 있었다.

...무려 128자리 비밀번호였다.

"이제 비밀번호를 치면 바로 보스 방으로 갈 거예요. 이게 조작이 거지 같아서 조금씩 움직이면서 입력해야 하는지라 2분이지, 그냥 입력할 수 있었으면 10초 안에 끝났다구요."

코더는 투덜거렸으나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그 비밀번호 입력창을 바라보았다.

경비는 분명히 이 프로그램을 코더가 만들었다고 확신했다.

"자, 대문자 에...이. 소문자 씨... 언더 바 하나 셋 넷 둘 다시 둘..."

영어 대문자와 소문자, 특수 문자와 숫자까지 써서 보안이 확실한 비밀번호 128자리를 입력하자, 적합성 확인 중이라는 글이 나타났다.

그리고 인증 완료라는 글과 함께 백도어 게이트가 열렸다.

"좋아요! 이제 이 문을 통하면 보스 방으로 가게 될 거예요. 방금 전의 인수가 보스였­"

코더는 다시 말이 길어졌다.

그러나 도미닉 경이 코더를 제지했다.

"그... 보스라는 것이 혹시 커다란 공룡을 탄 고블린인 거요?"

"네! 정확하게는 고블린에게 버그가 일어난 거죠. 공룡은 멋지기 때문에 버그에 걸리지 않아요!"

도미닉 경은 이상한 논리를 펼치는 코더의 어깨 너머를 바라보았다.

"혹시... 저게 보스요?"

도미닉 경의 말에 경비와 코더는 시선을 따라 움직였다.

거기엔 젬베를 매단 티라노사우르스를 탄 고블린이 있었다.

[BOSS 고블린 왕, 콩가]

엉뚱한 이름을 가진 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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