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화. 밤눈꽃 (2)
삼승의 편에 섰던 간부 중 살아남은 이들에게 선택권이란 없었다. 귀도는 냉정하게 내쫓아버리거나 죽여야 한다고 했으나, 세성은 일이 진정되기까지만 머무르는 것을 허락했다. 눈은 이틀 내내 내렸다. 추위도 거세져 시신을 처리하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에 모두가 서천 안에서 빛을 보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다.
곧 의식을 차릴 거라고 생각했던 삼승은 이틀이 넘어가도록 움직이지 못했다. 결국 세성이 직접 약초를 빻아 만든 약을 지정된 시간마다 투여할 수밖에 없었다. 세성만이 드나들 수 있는 방이 된 그곳에선, 귀한 약초들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삼승의 피 없이 견딜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세성은 두 가지의 간악한 마음을 먹은 채 삼승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식사 때마다 세성을 데리러 오는 건 해화였다. 낙조는 오른팔은 잘 붙긴 했으나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하에 강제 휴식을 명령받았다. 지루해 죽을 것 같을 때 무흠이 간식을 던져주거나 지운이 칠렐레팔렐레 하며 놀러 왔다.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간 것처럼 평온했다. 이제 정말, 이보다 더 큰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육지로 올라가면……, 누구랑 싸워야 할까.’
차마 일행과 얘기하지 못한 말들이 있었다. 만약 위로 다시 올라간다면, 누구를 가장 먼저 만나야 하는지, 그를 어떻게 설득하는지, 다시 도돌이표가 되어 쫓기는 신세가 되는 건 아닌지. 이미 수많은 상황을 겪으며 자신들의 존재가 남들에겐 순수한 공포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선뜻 말하기가 어려웠다.
‘청주에 올라가기 전부터 대피소를 훑어야 해.’
‘대피소마다 들릴 시간이 없는데……, 변종을 처리하기에도 변수가 너무 많아.’
‘모든 통솔권은 청주에 있으니까 중사님은 무조건 청주로 가자고 하겠지. 하지만 수가 너무 적어.’
낙조가 떠올릴 수 있는 계획은 한정적이었다. 살아 있는 모두를 구하고 싶긴 했으나 결정권이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니니 대피소 사람들이 쉽사리 자신을 따르지 않을 게 빤했다. 그럴 법한 계획이라도 세우고 싶었지만 애초에 살살이풀, 피살이풀, 숨살이풀 등의 약초를 믿게 하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직접 서천을 경험한 자신도 여전히 익숙해지지 못했는데, 한 번도 보지 못한 그들이 그렇게 쉽게 믿어줄까.
곧 봄이 온다. 날씨가 풀리면 육지의 변종들이 하나둘씩 깨어날 게 틀림없다. 아무리 청주라고 해서, 그 많은 수의 변종과 변이 식물을 다 감당할 수 있을까. 그만큼 자신이 있을까.
“무슨 생각을 그렇게 우울한 표정으로 하고 있냐.”
“……아.”
침대에 앉아 머리만 이리저리 굴리고 있자니 무흠이 방 안으로 들어오며 말을 걸었다. 낙조는 금세 표정을 풀고서 말을 얼버무렸다. 아니나 다를까 무흠이 손에 들고 온 것은 귤이었다. 두어 개를 낙조에게 던진 무흠은 무언가 망설이는 듯한 낙조의 행동에 가만히 서서 입을 열 때까지 그를 지켜보았다.
“중사님. 청주로 올라가면서 다른 대피소 사람들을 미리 설득할 순 없겠죠?”
“약해 빠진 생각하고 있었구만.”
“……솔직히 지금 상황으로 봤을 때 제일 현실적인 생각이거든요.”
“대피소마다 들려서 사이비 교주마냥 연설할 생각이라면 일찍이 포기해. 곧장 청주로 가서 그쪽이 미리 만들어둔 백신 수량부터 파악하고 챙겨야 하니까.”
“백신……, 이 진짜 다 완성된 거예요?”
“청주에서 올라온 보고서에 그렇게 적혀 있었다. 완성됐다고. 켈리가 납치된 후 서연우가 완성했다고 쓰여있었다.”
“…….”
절대 반가운 이름은 아니었다. 여전히 그곳에서, 그 사람은 똑같이 살고 있구나. 지긋지긋하게 반복되는 인연의 굴레가 도무지 어떤 형태로 짜여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 보고서, 저도 볼 수 있어요?”
“세성님이 허락하시면.”
“중사님 지금 저 놀리러 왔죠.”
“심심하잖아.”
“아, 나가요.”
“근데 청주 쪽도 분위기 살벌할 거다. 여기 서천이 어떻게 됐는지 제대로 전달하진 않았지만, 계획이 크게 바뀌었다고 전달했거든.”
무흠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한숨을 짧게 내쉬었다. 지난 이틀간 자주 보이지 않았던 게 이 때문이었는지, 그는 시선을 굴리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아마 서연우가 열쇠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사람이 왜요.”
“켈리가 남겨둔 정보를 아는 유일한 사람이니까. 서천의 존재에 대해서도 당연히 꿰고 있겠지. 백신을 만들기 위해선 서천의 풀들이 어쩔 수 없이 쓰이는데, 그 풀을 설명하는 데에 서천이 빠질 수 없어.”
“…….”
꽤 이 부분에 깊게 생각했는지, 그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낙조도 무흠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켈리의 정보는 귀도가 청주에서 가져온 것이고, 켈리는 서연우만을 가까이 두었다고 했다. 켈리 바로 옆에서 백신을 만드는 일을 도왔던 서연우가 서천에 대해 모른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켈리가 사라진 후 곧장 청주에서 켈리의 일을 위임받았다는 사실까지 합하면, 조금의 망설임도 빠져나갈 수 없는 확신이 선다.
‘서연우…….’
낙조는 속으로 조용히 그녀의 이름을 되짚었다. 물러서도, 도망쳐도, 뒤를 돌아도 결국 끝은 당신이구나. 무흠이 세성에게 가보겠다며 방을 나간 후에도 낙조는 계속해서 연우에 대해 생각했다. 지금까지 그녀는 그곳에서 어떻게 생활했을까. 켈리를 만나고 얼마나 바뀌었을까. 서연우 같은 사람이라면 켈리와 잘 맞았을지도 모른다. 비슷한 유형의 사람이니까. 켈리도 그것을 노리고 서연우에게 접근했을 수도 있다.
어떤 게 진짜든 낙조가 궁금해하는 건 딱 하나뿐이었다. 서연우가 절대로 빼앗기지 않고 싶어 하는 것은 무엇일까. 무얼 가져가야 서연우가 무너질까.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무너뜨리고 싶었다. 지금까지 쓴 시간이 무용지물이 되지 않도록.
그것을 빼앗아야만 했다. 서연우가 죽음과 맞바꿀 수 있을 것 같은 것을.
*
유현은 커피를 마시면서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조금 전, 서천에서 올라온 지시사항을 읽었다. 원래 계획은 거의 무산되다시피 됐고 새로운 계획이 올라왔다.
서천이 이 재앙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선다. 더 이상 그 누구 앞이더라도 숨지 않을 것이며, 숨살이풀, 살살이풀, 피살이풀 모두 살아남은 사람들을 위해 사용할 것임을 명시한다. 일주일 후 청주로 지원을 보낼 테니 그때까지만 조용히 청주를 붙들고 있어 달라. 그게 전부였다. 계획은 상세하게 나와 있지 않았다. 청주에 남은 서천 사람들은 조용히 탄식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거야? 한 명이 짜증스러운 말투로 말을 던졌으나 대답해줄 수 있는 이가 없었다.
‘귀도가 간 이후 무슨 일이 난 거야.’
유현은 종이컵을 잘근잘근 씹어대며 생각했다. 계획이 완전히 수정됐다는 건 서천 안에서도 큰일이 벌어졌다는 말이 되기도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항상 자신들의 보고만 듣던 서천에서 새로운 지시사항을 내릴 이유가 없었으니까. 게다가 켈리를 데리고 간 귀도의 귀환은 모두를 놀라게 했을 게 빤했다. 삼승의 명령 불복종이라는 행동이 가장 컸지만, 청주 안에서 사람을 죽이고 탈출했기에 그 뒤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할 테다. 청주 쪽에서는 웬일인지 연우가 나서서 상황을 정리하며 일찍이 끝난 일이었지만.
‘서연우가 왜…….’
그녀를 감시하기 위해 아침, 저녁마다 라미를 찾아가 대화 내용을 녹음했다. 쓸 만한 얘깃거리가 있으면 곧장 청주로 파일을 보냈다. 이제 라미는 일상을 되찾을 만큼 많이 회복했다. 연우는 라미에게서 무언가를 더 캐내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유현의 감으로는 서천이나 서천의 풀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하는 듯했다. 감이 아니다. 확실하다. 서연우는 서천의 존재를 증명하고 싶어 한다.
‘에이씨.’
하도 물어뜯느라 찢어진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유현은 한숨을 쉬었다. 다시 실험실로 돌아가 지긋지긋한 일상을 반복해야 했다. 서연우는 요즘 자신만의 방에 틀어박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일의 할당량을 모두 마치면, 방으로 들어가 무얼 하는 건지 문도 꽉 잠그고 무언가에 열중했다. 그녀가 문을 열고 나오는 시간은 정해져 있었다. 자신이 한 일을 내어줄 때, 그리고 라미와 이야기를 하러 내려갈 때.
마침 시계를 확인한 유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저녁식사 시간이 끝나기까지 애매하게 시간이 남았다. 그냥 바로 준비해서 미리 내려가 있을까. 어차피 라미에게 가야 하는 시간이었기에 유현은 조금 굼뜨게 움직였다. 언제나 그랬듯이 녹음기와 수첩을 챙기고, 느린 걸음으로 탕비실을 나갔다.
*
“라미 씨, 오늘도 얼굴 좋네요.”
“감사합니다.”
“이제 거의 다 했어요. 우리 이 얘기만 하면, 라미 씨도 다시 일하러 돌아갈 수 있어요.”
“또 그 얘기하실 거잖아요.”
“굉장히 중요한 얘기라서 그래요. 나는 이곳을 지켜야 하는 사람이고, 라미 씨도, 그……, 그곳을 지켜야 하잖아요?”
“…….”
연우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며 눈치를 보다가 라미에게 작게 속삭였다.
“서천꽃밭.”
“……맞아요. 그분의 목표는 서천으로 가서 그곳을 지키는 거였어요. 그리고 저희도 자연스럽게 그분의 목표를 따르게 되었어요. 서천에는 선택받은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어요. 그중에 하나가 저예요.”
“라미 씨. 켈리가 준 약에 정확히 뭐가 들어가 있는지 알아요? 알고 있었어요? 알면서도 먹은 거예요?”
“왜요?”
“……켈리 피가 섞여 있었잖아요. 그걸 규칙적으로 마시게 했는데, 이상하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그분의 몸은 하나지만 의식은 우리 모두 함께 공유하기 위해서 이룬 일이에요. 이상하다뇨? 저는 정말, 인간이 싫어요. 살아 있는 것들을 도륙하면서 자기 자신을 가장 불쌍히 여기는, 그 모순적인 마음이 가득한 사람들이 너무 싫다구요.”
“라미 씨, 진정하고…….”
“저번에 다 들었어요. 백신을 만든다구요.”
라미가 전과는 다르게 두 눈을 부릅뜨고 연우를 지켜보았다. 연우는 놀라는 기색 없이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라미의 손을 쥐려고 했다. 그녀는 살갗이 닿기도 전에 연우의 손을 쳐내며 말했다.
“당장 그만둬요. 날 구해줬으니까 말하는 거예요. 그런 일을 벌여선 서천에 들어갈 수 없어요.”
“라미 씨, 나는―”
“―어차피 쓸모없을 거예요. 서천으로 가야 살 수 있어요.”
연우는 웃음을 꾹 참으면서 헛기침을 했다. 켈리가 백신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건가? 아니면 그녀가 켈리에게서 받은 약과 비슷한 약을 만든다는 사실을 헷갈리는 건가? 라미가 어떻게 생각하든 연우가 보기에는 우스울 뿐이었다. 그동안 라미와의 상담을 통해서 서천꽃밭이란 게 정말로 존재한다는 것은 이해했다. 중요한 건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그래서 그 풀들은 어떻게 키우는지가 문제였다. 라미에게서 조금의 정보라도 얻을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라미는 서천꽃밭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그저 켈리가 언젠가 자신을 데리러 올 것이라는 쓸데없는 믿음에 사로잡혀 있을 뿐이었다.
자리를 정리하고 나오며 연우가 작게 키득거렸다. 녹음기를 가방에 넣으며 유현이 곁에서 물었다.
“좀……, 사이비 같죠?”
“말도 마요. 무슨 피를 나눠 먹고 뜻을 함께해. 어이가 없어서 진짜.”
“근데 켈리는 백신을 만들었잖아요. 연결고리가 어떻게 되는 걸까요?”
“뭐긴 뭐예요. 자기 추종자들로 사기극 벌인 거지.”
“……하긴. 그런 게 있을 리가 없겠죠.”
유현은 연우에게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호흡을 다스렸다. 연우는 완벽하게 서천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 자신만의 생각을 펼치고 있었다. 그나저나 오늘 녹음한 파일은 그다지 도움 될 것 같지 않았다. 또 괜히 저녁 시간을 버렸단 생각이 들었다. 실험실로 돌아가자마자 연우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유현은 가방을 내려놓고 물끄러미 방문을 지켜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자꾸만 쓴 맛의 침이 고였다.
*
방에 들어오자마자 꺼져 있는 컴퓨터를 켰다. 오른손은 자연스럽게 두 번째 서랍을 열었다. 조그마한 약통을 집어 든 연우는 알약 두 개를 꺼내 물과 함께 목으로 넘겼다. 크기가 아주 작기에 넘어가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물컵을 내려놓은 후 키보드 위로 손을 올렸다.
성라미와의 대화는 오늘로써 끝이다. 그녀가 알고 있는 것은 대부분 알아냈고, 이제 물어볼 것도, 들을 대답도 없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던 감정의 빈틈을 파고든 켈리에게 푹 빠져 삶을 내어줬다. 불쌍하지도 않다. 멍청하니까 저렇게 됐겠지. 연우는 라미와의 대화에서 기억나는 부분만 적어가며 생각했다.
켈리가 준 자료를 미리 백업해두어서 다행이었다. 연우는 그동안 서천에서 자라는 약초와 독초에 대해 빠삭하게 익혔다. 처음 보는 이름의 풀들과 엄청난 효능을 가진 약초가 대부분이었다. 어떤 문서엔 서천의 규칙이 적혀 있었다. 연우에겐 따분하고 시시콜콜한 약속처럼 보였지만.
연우가 궁금해하는 것 중 조금도 풀리지 않은 문제는 딱 하나였다. 살살이풀, 숨살이풀, 피살이풀은 도대체 어떻게 키우는 걸까. 켈리가 가져온 풀로 여러 번 실험해보았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아직 양은 조금 남아 백신을 만드는 데엔 문제가 없겠지만, 이것이 바닥나면 결국 변이된 바이러스에게 다시 목숨이 붙들리고 말 테다. 연우는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서 신음을 흘렸다. 도대체 어떤 풀이기에 영양제를 주어도, 최적의 환경을 맞춰주어도 꼼짝도 하지 않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켈리가 죽었는지, 죽지 않았는지는 연우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어쩌면 확실하게 죽은 편이 나을 수도 있었다. 다시는 이곳으로 되돌아오지 못하는 게 좋으니까. 만약 돌아온다 해도 자신은 그녀와 맞먹을 수 있을 만큼 방대한 자료를 가졌고, 그것을 이용해 백신 총책임자까지 올라왔다. 일개 연구원이 일 년도 되지 않아서 세상의 영웅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선택받은 자만 들어갈 수 있는 곳…….’
사이비 교주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사람의 마음이 약해진 틈을 파고들어 위로해주며 감정을 공유하는 척 군다. 그리고 사람의 삶에 부드럽게 언질을 준다. 사람은 교주에게 스며들면서, 서서히 자신이 치유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모든 힘이 자신이 교주를 믿는 힘에서 나온다고 배운다. 교주는 그때쯤 자신의 진짜 뜻을 펼친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 신도들을 이용한다. 교주가 직접 나서는 법은 없다. 위험을 감수하는 역할은 신도들이 책임지는 거니까.
라미가 자신에게 고마움을 느껴 함께 서천에 가야 한다고 말했을 때 웃음을 참지 못했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연우는 그 순간을 회상하며 슬쩍 미소 지었다. 그렇게 믿고 살아야만 살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 그렇겠지. 하지만 나는 아니야. 나는 나한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얻기 위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도 알아. 나는 선택‘받은’ 사람이 아니야. 선택‘하는’ 사람이지. 내가 당신들을 선택하고, 내가 원하는 세상을 선택하고, 마지막 순간에도 나만을 선택할 거야.
스스로를 선택받은 자라고 생각하고 믿는 사람의 종말은 거기서 거기다. 자신이 어떻게 사용될지도 모른 채 죽음을 하루씩 까먹고 있는 거다. 연우는 그런 류의 사람들을 커오면서 너무나 많이 보았다.
그 누구의 도움 없이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연우는 흡족했다. 이 만족스러움을 그 어디에도 자랑할 수 없었지만,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지만. 연우는 자신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