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생초-160화 (160/202)

160화. 호수에 빠지는 사람 (1)

세성의 이야기에 넋이 나간 낙조를 데리고 무흠은 간부용 휴게실로 데려갔다. 환풍기 여러 개가 돌아가는 휴게실엔 아무도 없었다. 낙조를 의자에 앉히고 포트에 물을 올린 무흠은 바구니를 뒤적거리다가 담배 하나를 꺼내 낙조에게 던졌다. 낙조는 얼떨결에 받아든 담배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아무 말도 섞이지 않은 공간에 도는 소리는 환풍기와 포트기 끓는 소리밖에 없었다. 소독된 컵에 끓는 물을 넣고서 티스푼으로 빻은 찻잎을 적절하게 턴 무흠이 낙조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는 낙조의 앞으로 김이 모락모락 피는 컵을 내밀었다. 낙조는 여전히 손바닥 위에 놓인 담배를 들고 멍하니 찻잎이 띄워진 컵을 내려다보기만 했다. 무흠이 먼저 담배를 물고 불을 피웠다. 환풍기 돌아가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몇 모금을 머금었다 연기를 내뱉은 무흠이 뜨거운 차를 마시곤 낙조를 불렀다.

“언제까지 그렇게 죽상을 하고 있을 건데?”

“……장승님은 알고 계셨어요?”

“모르는 게 이상한 거 아냐?”

“세성님 이야기 말고……, 능력이 퇴화 됐다는 거요.”

“……어제 들었다. 네게도 이제 얘기해야 한다고 하셨어.”

낙조는 멍한 눈을 들어 무흠을 바라보았다. 알고 있었기에 그렇게 쓴 표정을 짓고 있었나. 차마 도망치지 못하고 서 있을 수밖에 없었나. 낙조는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물었다. 무흠이 라이터를 말없이 건넸다. 틱, 틱. 몇 번 미끄러지다가 솟아난 불에 담배를 가져다 댔다. 오랜만에 빨아들이는 연기였다. 두툼한 연기가 둥글게 뭉쳐 목 안쪽으로 푹 꺼졌다가 굴러 나왔다.

“여기서 펴도 돼요?”

“여기는 괜찮아.”

“다 똑같구나…….”

“뭐가.”

“사람 사는 거요.”

무흠은 테이블 옆에 놓인 종이컵에 재를 털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슬아슬하게 재가 기울자, 낙조는 종이컵에 따라서 재를 털었다. 연기가 아른아른 시야를 가리며 위쪽으로 올라갔다. 곧 무흠이 다리를 꼬고 등받이에 등을 기댄 후 입을 열었다.

“곧 삼승님을 뵈러 갈 거다.”

“결정하셨대요?”

“결정할 게 있나. 지가 협박해 놓고.”

“……그럼 무슨 일이요.”

“귀도가 뭘 좀 가져왔다. 청주에서.”

“…….”

“너랑도 관련돼 있어. 서천에서 빼간 약초들이랑, 어떻게 이 짓을 꾸몄는지……, 거의 들어 있는 자료야. 파일에는 서연우 이름이 적혀 있다곤 했지만.”

“서연우요?”

난데없이 들이닥친 익숙한 이름에 낙조가 말끝을 높였다. 무흠은 예상했다는 듯 몽당연필처럼 짧아진 꽁초를 털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청주에서 서연우가 켈리와 생각보다 가까이 지냈다는 거지. 자기 자료를 서연우에게 넘겨줄 만큼.”

“서연우는 못 잡았잖아요.”

“거기에 세성님은 능력을 잃었고, 귀도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신창이가 되어서 돌아왔다. 청주에 다시 들어갈 상황이 아니야. 청주에 남은 서천 사람들을 빼 오는 것도 쉽지 않은 마당에…….”

“장승님, 저는…….”

낙조는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가 입술을 깨물었다. 아예 꽁초를 종이컵에 지진 무흠은 꼬고 있던 다리를 풀고서 낙조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저는 삼승님 명령 안 받을 거예요. 제가 알아서 할 겁니다.”

“…….”

“청주에 있는 사람들 안 구한다는 건 아니에요. 제 힘을 사용하니까……, 제 계획이 중심이 되었으면 해요.”

낙조는 다 피우지 않은 담배를 지져 끄고서 말을 마무리했다. 둘의 주변을 떠나지 않고 감도는 담배 연기가 흐릿해지고 있었다. 무흠은 조금 식은 차를 한 번에 들이키고서 턱을 매만졌다. 아무리 실망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의 삶을 포기하고 싶진 않을 테다. 무흠이 곧장 대답하지 못하는 이유를, 낙조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해는 하지만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지금 가진 힘이 세상의 어디까지 무너뜨릴 수 있는지, 또 어디까지 드높일 수 있는지는 스스로가 가장 잘 알았다.

“네 계획이 전에 말했던 그거냐?”

“네.”

“너 혼자서……, 이 땅을 며칠 만에 정리를 할 수 있다고?”

“며칠은 걸리겠죠. 며칠이면 돼요.”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낙조가 무심하게 대답했다. 미지근한 찻물을 들이켜며 낙조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자신이 직접 뱉은 말인 만큼 틈틈이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웠다. 삼승의 앞에서 자신의 체취로 변종을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는지도 확인했다. 불행 중 다행인지는 모르겠으나, 힘을 제대로 쓸 줄 아는 변종이 이곳에는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아. 여쭤볼 거 있었는데.”

“뭐.”

“세성님이랑 켈리랑 마주친 적 있어요?”

“……잠깐.”

“켈리가 세성님에게 개인적으로 원한을 품었다거나……, 그런 이야기는 들은 적 있어요?”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무흠은 빈 컵을 손바닥 안에서 돌려가며 말했다. 낙조는 상체를 앞으로 살짝 기울인 채 무흠의 시선을 자신의 시야에 가두었다.

“세성님에게만 독이 되는 약초를 개발할 정도면, 세성님을 잘 알고 있었다는 말이 되니까요. 자기가 심어놓은 사람들 말만 듣고 어떻게 그 사람에게만 효과 있는 약을 만들어내요.”

“……세성님이 서천에 들어온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켈리가 도망쳤다. 시간은 얼추 맞아.”

“직접 입으로 들어봐야 알겠지만……, 세성님과 뭔가 있었던 건 맞는 것 같아요.”

남은 찻물을 한 번에 머금고서 낙조가 눈을 느리게 깜박였다. 무흠은 어쩐지 텁텁한 입안을 혀로 굴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낙조가 추측한 말을 의심할 순 있어도 부정하진 못했다. 세성을 뒷받침하고 있는 이야기는 모든 일을 결과적으로만 보는 켈리의 눈으론 이해할 수 없었을 테니까. 다시 고요해진 휴게실 안은 환풍기 돌아가는 소리만 울렸다. 낙조는 벽에 걸린 파란 하늘의 그림을 보면서 컵을 조용히 씹었다.

“그리고……, 서연우 이름 적힌 파일 있잖아요. 그거 삼승님이랑 같이 말고, 우리끼리만 한 번 봐요.”

“나보고 가져오라는 거냐, 지금?”

“네. 그 정도 힘은……, 없으신가.”

“있어, 인마.”

무흠은 투박한 말투로 대답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낙조는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고 작게 웃었다. 차를 마시고 난 후에 감도는 까끌거리는 느낌에 갈증이 났다.

*

“드럽게도 많네.”

무흠에게서 건네받은 파일을 열자마자 수호가 한 말이었다. 지운의 일로 꽤 큰 충격을 받았던 그는 며칠 동안 개인적인 치료를 받으면서 많이 나아진 얼굴로 나타났다. 아직까진 지운의 얼굴을 보는 게 조금 힘들어 보여, 지운은 해화 간호에 맡기고서 밤이와 자신 둘만 약속한 자리에 나타났다.

“뭐부터 볼까요?”

수호가 스크롤을 내리며 물었다. 스크린 안에 뜬 파일 이름들은 모두 영어로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켈리의 편의를 보며 작성한 듯싶었다. 낙조는 익숙한 단어들을 눈으로 훑다가 수호에게 넌지시 물었다.

“처음부터 보기 시작하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어떤 내용을 찾고 싶은지, 그것부터 정하죠.”

낙조의 질문에 수호가 의자를 돌리며 말했다. 조금 핼쑥해 보이는 낯빛에 낙조는 밤이와 눈을 마주치고 잠시 고민했다.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

‘백신? 아니면…….’

“나 같이 식물과 결합 된 인간이 있었는지, 그것부터 찾아요.”

곁에서 밤이가 팔꿈치로 쿡 찌르는 게 느껴졌다. 낙조는 개의치 않고 수호에게 괜찮다는 듯 눈빛을 보냈다.

식물과 완전히 결합 된 사람의 예시. 낙조에겐 중요한 정보였다. 자신보다 먼저 켈리의 손에 놀아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어떤 식물과 결합이 됐었는지, 어떠한 방식으로 켈리의 손아귀에서 힘을 사용했는지 궁금했다. 결합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를 찾게 된다면 변이 식물과 변종의 감염 경로까지 자세하게 알 수 있을지도 몰랐다. 결국 켈리는 무엇을 위해서 인간과 식물을 결합하게 되었는지까지, 낱낱이 밝힐 수도 있었다.

“가장 용량 많은 것부터 볼게요.”

수호는 리스트를 훑다가 마침내 어느 파일을 열었다. 작은 글씨로 적힌 문장들이 까마득하게 느껴질 만큼 많은 양이었다. 수호는 글씨 크기를 조금 키우고서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낙조는 수호가 앉은 의자 등받이에 손을 얹고 비스듬히 서 있다가 입을 열었다.

“단어 찾을 수 있죠? 수호 씨, 퍼포리아 사라세니아. 이 식물 이름 좀 검색해 줘요.”

“퍼포리아……, 사라세니아.”

낙조가 읊은 그대로 검색 창에 단어를 옮긴 수호는 엔터를 꾹 눌렀다. 탐색하는 시간은 1초도 걸리지 않았다. 곧장 파일의 중간 부분으로 옮겨진 스크롤을 확인하기도 전에, 짙게 칠해진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수호는 스크린 쪽으로 몸을 기울여 문장을 읽기 시작했다.

“퍼포리아 사라세니아 합성 성공 보고서, 태국 로신섬 마이 연구소, 1996년 7월 13일…….”

스크롤이 느리게 내려갔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문서에 쓰인 문장을 빠르게 훑었다. 어려운 단어들이 종종 섞여 있긴 했으나, 밤이와 수호가 읽기에 무리는 없었다. 책상에 딱 붙어 앉아 수호와 함께 문서를 읽어내려가던 밤이가 순간 잠깐, 하고 손을 들었다.

“‘릴리의 얇은 팔다리엔 여러 잎사귀와 꽃, 심지어 열매까지 피운 식물들이 피어 있었다. 종을 막론하고 사람의 피부 아래에 뿌리를 내린 식물이 꽃을 피우다 못해 열매를 맺었다는 건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었다. 가끔 릴리가 간지럽다고 팔다리를 긁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릴리의 보모가 긁으면 안 된다고 주의를 줬던 게 떠올랐다’……. 이게 뭐야?”

날이 선 어조로 밤이가 물었다. 대답해 줄 사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답을 찾는 듯 눈동자를 굴렸다. 낙조 또한 밤이의 말을 곱씹느라 이렇다 할 대답을 내어줄 수 없었다. 꽃을 피우다 못해 열매를 맺었다……. 약 20여 년 전에 일어난 일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반인류적인 실험이었다.

“아니, 인공수정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지금 열 살도 안 된 애를 데리고 실험을 했다는 거야?”

“……뒤에는 더 가관이에요. 고낙조 씨가 떼어 낸 오른팔에서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는 기록이 있어요.”

수호가 다급하게 밤이의 말을 받아쳤다. 문서를 읽는 속도가 무척이나 빨랐다. 낙조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에 휘몰아쳐 그들의 뒤에 서서 글자로 빼곡한 스크린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큰 고통이었을 것이다. 자신처럼 무언가를 공격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신체를 덮을 정도로 수많은 식물이 살을 뚫고 나왔다는 사실은 무시할 수 없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결국 켈리를 비롯한 실험에 참여한 수많은 이들이 어떤 것을 위해 아이의 인권을 무시하고 착취했는지에 대한 이유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뒤에 더 뭐라고 한 거……, 없어요?”

어렵사리 낙조가 입을 뗐다. 밤이가 걱정과 분노가 가득 담긴 표정으로 낙조를 돌아보았다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 누구보다 이 일에 가장 예민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다만 알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켈리라는 여자의 밑바닥을 보는 기분은 더럽다 못해 소름이 끼칠 지경이었다. 내키지는 않았으나 켈리가 아직 의식을 차리지 않았으니, 그녀가 깨어나기 전에 먼저 약점을 잡아두는 게 중요했다. 밤이는 다시 수호의 호흡에 맞게 문장을 읽으면서 이 실험의 의도가 보이는 문장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삼승이란 사람이랑 만난 적도 있는 것 같네.”

“삼승님이 새로 들어오시고, 세성님까지 서천에 합류한 뒤 서천을 떠났으니까.”

“세성이란 사람도 만났다고…….”

“…….”

“생각보다 단순한 여자일 수도 있을 것 같아.”

밤이는 무흠과 간단한 대화를 나눈 후 소감을 풀어내듯 중얼거렸다. 가만히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던 수호도 궁금했는지 밤이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쏟아지자, 밤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정확한 발음으로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했다.

“내가 앞뒤 없이 미친년이라고 한 거 기억하지? 그거랑 이 부분을 같이 일렬로 늘어놓고 봤을 때를 생각해. 저 년이 도망치기 직전 귀도라는 여자 친할아버지가 서천을 스스로 나갔어. 그렇게 예뻐하던 제자를 두고. 큰심방이란 사람이 다른 사람들 눈에도 켈리를 예뻐하는 게 보일 정도였으면……, 당사자는 어땠겠어. 날아다녔겠지. 자신이 정말 그만큼 대단한 사람인 줄 알고 뭐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거야. 근데 켈리한테 떨어진 콩고물이 아무것도 없었잖아? ‘나는 이렇게 대단한 사람인데, 그런 나한테 이런 취급을 하네?’ 이거라고.”

“……그 정도로 단순한 이유일까요?”

밤이의 추측에 수호가 이마를 짚으며 반문했다. 수호는 이곳에서 유일하게 켈리를 대면한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켈리에 대해 오히려 더 깊게 생각하고, 위험한 인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낙조는 ‘악어와 새’에서 보았던 켈리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수호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았다. 수호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닿자, 곧 말이 막힘없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악어와 새에 불이 나기 직전 깨달은 게 있어요. 켈리가 진짜 원하는 세상의 모습. 살아 있는 모든 이가 자신을 필요로 하는 거였죠. 그 사람이 있어야 우리가 안전하다고 믿을 수 있도록 주변을 설계한 거예요. 켈리는 그만큼 스스로에게 자신이 있었고,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했으니까. 주저하지도 않았을 거고요. 남은 사람들을 위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결국은……, 켈리 그녀만을 위한 세상을 만들고 싶었던 거죠.”

“세계를 독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건가요?”

수호가 아리송한 표정으로 낙조에게 물었다. 낙조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서 말을 이어갔다.

“독재라고 하기보단……, 그냥 일반 사람들은 물론이고 여기, 서천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던 게 있었나 봐요. 내가 이만큼 대단한 사람이다, 당신들보다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 자의식이 엄청난 거죠. 결정적으로는 그거예요.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리기 위해서,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것. 그 과정에서 몇이 죽건 신경 안 써요, 그 여자는. 서천 사람들이 애태워가며 자신에게 비는 꼴을 보고 싶은 거예요.”

스스로 말을 하면서 생각이 점차 완전한 형태로 굳어 갔다. 자신이 켈리를 악어와 새에서 죽이지 않은 이유와 일맥상통했다. 그런 사람에게 죽음을 기꺼이 선사하는 건 완벽한 복수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로 켈리는 청주로 도망쳤다가 결국 서천으로 되돌아왔다. 켈리의 한계는, 그녀가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심취해 있을 때, 등 뒤까지 다가온 타인을 의식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다가 점점 기울어가는 자신의 마음에 쏠려 스스로 호수에 빠져 버린 것과 다름없었다.

나르시스트의 몰락은 정말, 보기 드물면서도 껄끄럽기 그지없는 희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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