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화. 두려워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2)
언뜻 스쳐 지나가는 기억 하나가 있다. 살덩어리 변종에게 짓눌려 허우적대다가 겨우 탈출했을 때. 해화가 발목에 난 풀을 뜯어 자신에게 먹인 기억. 금방이라도 갈라질 것 같은 목소리로 몇 번이나 삼키라고 했었는지.
세성이 특별하게 피의 사용법에 대해 알려 주진 않았으나 어렴풋이 알 듯했다. 자신의 체취엔 어쩔 줄 몰라 하던 녀석이 피를 보자마자 질겁을 하며 주춤거리고 있으니. 이 정도로 남을 속이는 것에 능숙하지 못하면서 어떤 힘까지 꾀하려 했는지, 조금은 괘씸했다.
“아, 물어보고 싶은 거 있다.”
낙조는 바닥을 적시기 시작한 피를 내려다보다가 이전보다 밝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방 구석까지 도망쳐 벽에 등을 딱 붙이고 앉은 녀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상처를 낸 왼손으로 주먹을 쥐면서 낙조가 피를 짜냈다.
“내 힘 갖고 뭐가 그렇게 하고 싶어?”
“…….”
“대답을 해. 어떻게 빠져나갈까 궁리 그만하고.”
녀석의 눈동자가 계속해서 문 쪽을 향해 돌아가는 걸 알아챈 낙조가 강한 어조로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겉모습은 영락없는 해화이기에 무어라 말을 하는 게 맘에 걸렸다. 머리카락을 헝클이면서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가자 녀석은 손톱을 까득 물어뜯다가 냅다 소리를 빽 질렀다.
“억울하잖아!”
“뭐가.”
“나는 반항도 못하고 끌려갔어. 나무한테 피가 빨려서 살가죽이 낙엽처럼 마를 때까지 아등바등 살아 있었다고. 근데 얘랑 너는……, 시작부터 달랐어. 시작부터! 심지어 물려도 변종으로 변하지도 않아. 너무 불공평하잖아. 뭐가 그렇게 특별해서, 왜 너희만……!”
“말은 똑바로 하자. 홍해화 기억, 너도 볼 수 있잖아. 그럼 자세히 좀 들여다 봐. 걔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 수 있었는지. 어떤 식으로 버텼는지.”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낙조가 쪼그려 앉아 녀석과 눈을 마주했다. 동공이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낙조는 자신의 시선을 피하려고만 하는 녀석의 턱을 쥐고서 자신 쪽으로 단단히 고정 시켰다.
“일이 벌어지기 전에 우리가 알고서 누구한테 부탁한 것도 아니야. 왜 이렇게 됐는지에 대해선 이유가 분명 있겠지. 하지만 아직은 우리도 모른다고. 어째서 우리가 이런 몸으로 살게 됐는지, 이 능력을 앞으로 어떻게 사용하는지. 일단 살아남는 데에 집중해야지. 그러다 보면 하나둘씩 알게 될 거고.”
“거짓말……, 너, 니가 가진 힘이 엄청나다는 걸 알고 보통 사람이면 죽을 수밖에 없는 일에 다 뛰어들었잖아.”
“내가 무슨 거짓말을 했는데.”
낙조가 코웃음을 치면서 유심히 녀석의 눈을 바라보았다. 꼼짝없이 낙조의 손아귀에 갇힌 채, 녀석은 낙조의 체취와 함께 몰려드는 피 냄새에 몸을 덜덜 떨어 댔다. 사방이 막혀 어디도 가지 못한 채 손톱으로 손바닥을 긁는 게 녀석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너도 알잖아? 그 잘난 힘으로 뭘 하겠어.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겠지!”
“니가 할 수 있는 생각이 그 정도인 거네. 그런 생각밖에 못하는데, 나 같아도 너한테 힘 안 줘.”
“이래서 죽나, 저래서 죽나 똑같아! 거기서 뭐가 더 착한 짓이고 나쁜 짓이고를 따져? 이왕 이렇게 된 거, 다 내 손으로 망할 놈들 죽이고 나도 죽지!”
“넌 그래서 안 된다고.”
“이거 놔!”
“힘을 옳지 못한 일에 사용하고, 불행한 이유를 웬만하면 세상 탓으로 돌리는 거.”
“…….”
“그런 짓은 진짜 자기 힘 없는 놈들이 하는 거야. 자기 자신을 착각하면서 사는 거지.”
낙조의 목소리는 다정한 듯하면서도 냉철했다. 어딘가 뾰족하게 솟아 있는 것 같았지만 동시에 한없이 부드러운 말이기도 했다. 낙조에게 턱이 붙들린 채 한참 낑낑거리던 녀석은 할 말을 잃자 낙조의 얼굴만 무시무시하게 노려보았다. 깊게 한이 서린 시선은 서늘했으나 낙조의 눈엔 조금도 차지 않았다.
“난……, 나는 이대로 못 가. 너도 이해 못해. 내가 얼마나 억울한지, 너는 안 겪어 봐서 모른다고!”
“네 사연 들어줄 생각 없어.”
낙조는 질린 듯한 얼굴을 하고서 쥐고 있던 턱을 위로 올렸다. 그리곤 양쪽 볼을 눌러 입술이 벌어지도록 만들었다. 켁켁거리며 녀석이 마지막으로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손톱을 세워 낙조의 팔뚝을 할퀴고, 발로는 온몸을 걷어찼다. 그래 봤자 힘이 다 빠진 껍데기일 뿐이었다. 낙조는 꽉 움키고 있던 왼손을 녀석의 입 위로 가져갔다. 피가 몇 방울 입안으로 떨어지자, 녀석이 더욱 거세게 몸부림치면서 비명을 질렀다.
“싫어! 낙조야, 나야, 낙조야! 고낙조!”
“…….”
“나, 홍해화라니까, 왜 이래, 낙조야…….”
낙조의 손이 멈칫거렸다.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데에 있어서 이제는 결함 없이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직감은 해화의 목소리를 듣고서 진실 앞으로 지나갔다. 교태로운 목소리를 비비 꼬지도 않은, 낙조가 알고 있는 목소리가 애처롭게 신음을 흘렸다.
“제발, 놔줘. 아파. 나 이제 괜찮아, 진짜야…….”
자신의 직감이 틀렸나 싶어 머뭇거리던 순간, 힘이 빠진 틈을 이용해 녀석이 낙조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곧장 문으로 달려가는 것을 본 낙조는 굳이 붙잡지 않았다.
쾅!
문은 세성이 밖에서 잠갔다. 오도가도 못하는 꼴이다. 낙조는 옆에 딸린 다른 방으로 도망가려는 녀석의 팔을 붙잡아 끌고서 바닥에 완전히 깔아뭉갰다. 오로지 힘으로만 맞선다면 해화의 몸으론 감당할 수 없었다. 녀석은 낚싯바늘에 꿰인 물고기처럼 한참을 퍼덕거리다가 눈을 부라리며 낙조를 올려다보았다.
“불쌍한 사람 하나 지키지 못하는 주제에……, 꼴에 영웅 행세 하겠다고 나서네. 내가 지옥에 가면 네 이름 석 자 여기저기 퍼뜨리면서 다닐 거야. 지옥에 가서―”
“―상관없어. 사람이 죽은 후 어떻게 되는지 매일 상상했던 거라 나한텐 그렇게 특별하지도 않아.”
“그럴싸한 말을 하면 너도 잘난 사람이 된 것 같지? 너도 똑같아, 고낙조, 너도 나와 다를 거 없는 인간이야. 앞으로도 내가 계속 생각날 거야. 내 말을 부정하니까. 나와 다르다고 생각하니까, 내 말이 죽을 때까지 떠오를 거야!”
“알아서 꺼져. 함부로 남의 기억 훔쳐보고서 협박하려 들지 말고.”
낙조는 말을 마친 후 세로로 그은 상처 주위를 짓눌러 피를 짜 녀석의 입안으로 떨어뜨렸다. 몇 번 기침을 터뜨리면서 피를 내뱉으려고 했던 녀석은 피가 조금 더 들어가니 눈을 뒤집은 채 몸을 딱딱하게 굳혔다. 일자로 뻗은 몸을 받치고서 낙조는 피가 생각보다 더 흐르지 않자 왼손 검지를 물어뜯었다. 살가죽이 벗겨지며 피가 흠뻑 쏟아졌다. 누워 있는 상태로 해화가 낙조의 피를 힘겹게 삼켰다.
“삼켜. 삼켜야 해, 홍해화. 삼켜…….”
낙조는 가쁜 호흡 사이로 중얼거리며 해화의 어깨를 꽉 쥐었다. 곧 뒤로 넘어갔던 해화의 눈동자가 제자리를 찾아 돌아왔다. 낙조를 바라보는 듯 말이 없던 해화는 이내 얼굴을 찡그리며 몸을 반 바퀴 뒤집었다. 그리곤 상체를 들썩이면서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욱, 콜록, 콜록! 우욱…….”
가슴을 쥐어뜯으며 무언가를 토해 내려 하는 해화의 모습은 무척이나 괴로워 보였다. 그녀가 피를 뱉으려는 건지, 아니면 다른 것을 뱉으려고 하는 것인지 알지 못해 손을 쉽게 대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밖에서 걸어잠근 자물쇠 푸는 소리가 들렸다. 곧 문고리가 돌아가며 문이 활짝 열렸다.
“세성님.”
“잘했어. 토하게 해.”
“……네.”
세성은 해화의 상태를 확인하고서 그녀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낙조가 해화를 붙든 채 그녀의 등을 두드렸다. 마침내 덩어리가 위로 올라오는 듯, 해화가 크게 몸을 들썩였다. 침과 섞인 피도 가늘게 입가를 비집고 흘러나왔다.
“…….”
순간 낙조의 눈이 번득였다. 얇은 털 뭉치 같은 것이 해화의 입안에서 삐져나와 있었다. 정체에 대해 궁금해하기보다 먼저 저것을 빼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낙조는 곧장 해화의 턱을 받치고 털 뭉치를 손으로 잡아 밖으로 살살 이끌었다. 동시에 해화가 앞으로 몸을 숙이며 그것을 완전히 토해냈다.
낙조는 걸쭉한 진액과 피로 뒤덮인 털 뭉치를 허공에 들어 보였다. 해화가 토해낸 것은 털 뭉치가 아니라, 썩은 뿌리였다. 아주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세성은 낙조가 쥔 것을 보다가 손을 내밀었다. 말없이 그것을 건네주니, 세성은 따로 챙겨온 상자에 뿌리를 넣고서 일어났다.
“당분간 밥은 먹이지 말고, 내가 끓여준 약만 먹여.”
“네.”
“……잘했어.”
세성은 방을 나가기 전 낙조를 향해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그 말에 대답을 하기도 전에 세성은 방을 나갔다. 곧 밖에 있던 이들이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바닥을 뒤덮은 핏자국에 지운이 놀라 해화에게로 달려왔다. 해명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에 낙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해하지 말고 들어. 이거 내 피야. 여기 손바닥 보이지? 내 피야.”
“아저씨가 왜 피를 흘려?”
“피를 이용해야 한다고 해서.”
자신의 피는 또 무슨 힘이 있기에 해화에게서 변종의 의식을 몰아내는 데에 필요한지 낙조도 자세히는 몰랐다. 급한 상황인 데다가 세성이 지시했기에 그대로 따랐을 뿐이었다. 밤이는 낙조의 손바닥부터 확인하더니 등짝을 세게 내려찍었다.
“아, 아파요.”
“손가락은 왜 물어뜯었어!”
“피가……, 많이 안 나와서.”
“방바닥을 다 피로 적셔 놓고, 많이 안 나왔다는 말은 또 무슨 지랄이야?”
“막상 쓰려고 하니까 안 나와서 그랬어요. 아 진짜.”
“왜 이렇게 사람 열받게 하지?”
“그냥 고생했다고 한마디 하면 되는 걸, 맨날 시비나 걸고.”
“새꺄 얌전 좀 떠는 게 그렇게 어려워?!”
버럭 지르는 소리에 낙조는 고개를 내저었다. 해화는 뿌리를 토한 후 숨만 색색 내뱉고 있었다. 의식을 짓누르고 있던 녀석이 온몸의 기력을 모두 소진한 건지, 지쳐 보이는 얼굴이었다.
“일단 가지.”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무흠이 해화를 번쩍 안아 들며 말했다. 지운은 기특하게도 꿋꿋하게 울지 않고 일어났다. 밤이는 방에 있던 휴지를 몇 장 뽑아 피범벅이 된 낙조의 왼손을 감쌌다.
“너도 가서 약부터 발라.”
“알았어요.”
낙조와 밤이가 뒤를 따랐다. 낙조는 방을 나가기 전, 잠시 안을 한 번 돌아보았다. 생각보다 무섭지 않았다. 녀석이 정말로 저승에 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지막에 자신에게 했던 말이 발목을 잡는 것 같았다.
*
왼손엔 결국 붕대를 둘렀다. 손바닥에 파인 상처가 생각보다 깊은 탓이었다. 몇 시간이면 나을 걸 알기에 낙조는 거절했으나 밤이의 무시무시한 태도에 결국 손을 내주고 말았다.
무흠은 해화의 상태를 살피더니 하루 정도만 푹 잔다면 의식을 차릴 것이라고 말했다. 해화의 몸은 부러지기 직전이었다. 너무나 마른 손을 붙잡고 지운이 훌쩍였다.
‘홍해화가 깨어나면, 또 일들이 몰아치겠지.’
낙조는 해화의 얼굴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자신이 세운 계획과, 삼승에게 내민 약속들.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선 쉬지 않고 움직여야 했다. 해화에겐 몸을 빼앗긴 시간 동안의 기억이 남아 있을까. 어느 쪽이든 해화에겐 괴로운 상황일 게 분명했다. 게다가 그 시간 동안 서천 안에서 일어난 일까지 설명하고, 받아들여야 했다. 머리가 아파 왔다.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세성이 열린 문 옆에 서서 손을 들고 있었다. 그는 일행의 시선이 모두 자신에게 쏠리자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그리곤 해화의 맞은편 침대에 걸터앉은 채 입을 열었다.
“웬만하면 신소미가 깨어났을 때 하는 게 좋은 얘기지만……, 미리 일러둔다고 해서 나쁠 거 없으니까.”
세성만이 내뿜던 고유의 기백은 어디 갔는지, 그는 힘없는 목소리로 말하곤 잠시 뜸을 들였다. 밤이와 지운은 해화가 누운 침대 옆에 앉아 있었다. 무흠은 세성이 어떤 얘기를 하려는지 눈치챈 듯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무흠의 행동에 낙조는 왼손에 감긴 붕대를 매만지며 마른침을 삼켰다.
“자연을 이해하는 건 쉽지 않아. 인간도 자연에 속해 있으니 마찬가지야. 자기 자신을 보는 시선조차 자유로울 수 없어. 여기까진 다들 살면서 한 번쯤 들어본 얘기일 테니 쉬울 거야. 자, 이제 내가 얘기할 건 딱 하나야.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될 테니 일단 들어.”
세성은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낙조는 밤이를 잠깐 바라보았다가 시선을 다시 돌렸다. 모두가 세성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왜인지 무흠의 표정은 어두웠다.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는 풀……, 그것은 오직 서천꽃밭에서만 난다. 우리와 비슷한 일을 하는 타지 사람들이 씨앗을 가져가서 키워봤지만 다 실패했어. 그리고 서천 안에서의 법칙이 생겨났어. 죽어서는 안 될 사람들에게만 그 풀을 쓰기로.”
낙조는 세성의 말을 들으면서 무흠의 어두운 얼굴을 응시했다. 무슨 말이기에 무흠이 저렇게 마음 아파하는 얼굴을 할까.
“하지만 죽은 사람을 살리는 건 금기된 일이었어. 자연의 섭리를 한 번 어기기 시작하면, 그 뒤에 이어지는 일들 모두 예상조차 할 수 없게 되니까. 그리고……, 서천에서만 그 풀들이 자라는 이유를 알게 됐지. 서천꽃밭을 가꾸는 이들의 피가 있어야만 풀이 자랄 수 있던 거야. 풀에겐 특별한 물 같은 존재인 거지. 해서, 함부로 흘려서도, 남에게 주어도 안 돼. 어째서 서천 사람들이 그렇게 변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앞서 말했듯 인간은 대자연에 속한, 아주 작고 작은 자연일 뿐이야. 애초에 대자연이 모든 걸 정해 두었다고 생각하는 게 이해하기 쉽지.”
“……그럼 고낙조랑 홍해화도, 어찌 됐든 여기에 올 수밖에 없던 애들이라는 거야?”
“서천의 피를 가져도 서천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사는 사람도 있어. ‘무조건’이라는 조건은 없다. 자연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아. 생명도 조건이 모두 갖춰져야 태어날 수 있는 법이야. 고낙조와 홍해화 둘 모두, 그 조건을 모두 갖춘 사람이라고 보는 게 빨라.”
세성이 낙조를 바라보면서 말을 마쳤다. 세성의 말은 단순하면서도 이리저리 얽혀 있어 어디서부터 생각을 바로잡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낙조는 오른손을 꽉 쥐며 숨을 다잡았다. 서천꽃밭의 사람으로서 태어나기 위해 모든 조건을 갖췄다……. 변이 식물이 만약 퍼지지 않았다면, 자신이 그날 임상시험에 가지 않았다면, 자신은 이전의 삶을 반복해서 살고 있었을까. 아니면 이미 변종에게 물려 저승에서 앞을 헤매고 있을까.
수많은 생각이 눈앞을 스쳐 지나가던 중, 우연히 시선이 무흠과 맞닿았다. 설움이 솟구치는 듯한 눈동자가 낙조와 마주치자마자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