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화. 지는 것 모두가 꽃이 될 수 있다면 (1)
시내와 가까운 곳에 맞닿는 도로였다. 낙조가 일러준 방향대로 핸들을 튼 무흠은 말없이 달리다가 입을 열었다. 말하기까지 많이 고민했는지, 단어와 단어 사이에 한숨 같은 것이 끼어 있었다.
“너……, 삼승님 앞에서 불러들인 변종, 여기 있는 애들까지 싹 다 부른 거냐?”
“여기엔 변종 없는 것 같아요. 웬만하면 산에 뭉쳐 있는 것 같고, 그 짧은 시간에 여기까지 뛰어올 수 없었겠죠. 대피소는 여기랑 멀어요?”
“아마……, 공항 근처에 있다고 했다.”
“괜찮은 위치네요.”
무흠은 삼승의 앞에서 보였던 낙조의 ‘쇼’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 하는 듯했다. 그러나 직접 보지 못한 인물이 두 명이나 더 있으니 함부로 입을 놀릴 수 없었다. 낙조는 일부러 콧소리로 허밍을 하면서 창밖을 응시했다. 뒤로 흩어지는 낮은 건물들이 띄엄띄엄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오른손이 가리켰던 회색 빌라 단지에 가까워질수록 목 뒤에선 식은땀이 흘렀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네.’
물론 변종을 마주하고 대립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그리 유쾌한 건 아니지만, 꼭 자신이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에 뛰어든 것처럼 당장 눈앞이 막막했다. 해화가 어떤 형태로 버티고 있을지 모른다. 지운이 해화의 변한 모습을 보고서 충동적인 행동을 벌일 수도 있다. 두 개의 상황이 한꺼번에 터진다면 자신은 어디로 먼저 뛰어야 할까. 수많은 상황을 상상으로 그려보았으나 낙조는 몇 번이고 최악의 결과만 저질렀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결과는 비슷했다. 어디부터 꼬인 건지 알아볼 겨를이 없었다.
좋지 않은 기분이 점차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시내에 완전히 접어들면서 건물과 건물 사이의 거리도 점점 좁아졌다. 낙조의 몸을 타고 오르는 거친 불안함은 그만큼 낙조를 옥죄고 있었다.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텅 빈 거리를 보면서 억지로 웃기 위해 농담을 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
이윽고 무흠이 차의 속도를 줄이기 시작한 건 비슷해 보이는 빌라들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였다. 말은 하지 않았으나 낙조의 감을 믿겠다는 듯 가끔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낙조는 창문을 완전히 내리고 오른팔을 밖으로 꺼냈다. 아주 조금 일렁이는 겨울바람이 손가락 사이를 스치고 달아났다. 손끝에 고인 찬 기운은 팔을 타고 올라와 머릿속까지 파고들었다.
톡…….
더욱 좁은 골목에 접어들었을 때 오른손 검지가 한 번 더 꿈틀거렸다. 낙조는 고개를 살짝 숙여 밖을 확인했다. 비슷한 외관의 빌라들이 오목조목 모여 있는 곳이었다. 무너지기 직전까지는 아니지만 신축 건물이라고 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었다. 낙조는 가장 진한 회색의 빌라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무흠의 팔을 쥐었다.
“여기. 여기서 대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정확해?”
“칠십 퍼센트 정도는 맞아요.”
“흠…….”
“겁나면 여기서 차 지키셔도 돼요.”
낙조는 아무렇지 않게 말하며 안전벨트를 풀었다. 낙조의 행동에 밤이도 따라 총을 챙기곤 차에서 내렸다. 지운만 눈을 깜박이고 있다가 무흠의 뒤에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진짜 무서운 거예요?”
“1절만 해라.”
“…….”
백미러로 지운과 무흠의 시선이 마주쳤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처럼 별다른 뜻 없는 순수한 눈동자가 비쳤다. 무흠은 시선을 먼저 거둘까 하다가 차에서 내릴 준비를 하는 지운을 불렀다.
“야.”
지운은 대답 없이 고개만 들어 무흠을 바라보았다. 막상 붙잡아 놓고 보니 거창하게 꺼내 보일 말이 없었다. 무흠은 애꿎은 기어만 만지작거리다가 운전석 문을 열며 아무렇게나 말했다.
“…….”
지운은 무흠이 내리고 조금 시간이 지난 후 문을 열었다. 이미 낙조와 밤이는 한 블록 정도 멀어져 있었다. 정자세로 총을 쥔 채 주변을 살피는 무흠도 보였다. 지운은 비상 의약품이 가득 담긴 가방을 한쪽 어깨에 메고서 그의 뒤를 쫓았다. 자신에겐 크게 다를 점 없는 폐허였다. 사람의 온기가 모두 마른 직후, 폐허의 마지막 껍질까지 들춰 안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지운은 조금 걸음을 빨리해 무흠을 지나쳐 낙조의 옆까지 다다랐다. 손의 반응에 온 집중을 기울이고 있던 낙조는 옆에서 불쑥 튀어나온 머리에 잠시 몸을 주춤거렸다.
“아, 깜짝아.”
“아저씨 근데 변종 감지할 때랑 느낌이 달라? 누나라고 확신해?”
“……다르지. 변종이 가까이 있을 땐 먼저 공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니까.”
“그럼 누나는?”
“뭐겠냐. 그 반대겠지.”
“재미없다.”
‘이런 말을 하려고 굳이 앞까지 따라온 건 아닐 텐데.’
낙조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자신을 쫓아오는 밤이와 무흠을 힐끗 돌아보며 생각했다. 기세 좋게 따라온 지운의 컨디션은 전날과는 완전히 달랐다. 반나절 사이에 사람의 기분은 수십 번 뒤바뀔 수 있다. 그러나 지운이 거제도에서부터 지금까지 보여 준 모습은 항상 같았기에 오히려 서슴없이 미소를 지을 때마다 묻지 못할 의심이 솟구쳤다.
“우리 누나 왜 플로리스트 하게 됐는지 알려 줄까?”
“좀이따 홍해화한테 직접 물어볼게.”
“원래 누나도 나처럼 병을 고쳐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댔다? 나무의사. 아픈 나무의 병을 알아내고 처방해 주는 거지. 근데 할머니가 엄청 반대했어. 우린 부모님보다 할머니랑 더 친해서……. 뭐, 하려면 했겠지만 할머니가 너무 싫어하시니까 자격증만 따고 안 했거든.”
지운은 아무렇지 않게 해화의 이야기를 꺼냈다. 낙조는 무심코 말을 듣고 있다가 어쩐지 껄끄러운 기분을 무시하지 못하고 지운을 붙잡았다. 지운과 눈을 마주하자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많이 두려워하고 있구나. 무섭지만 무섭다는 말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구나. 겉으로만 짓는 웃음은 쉽게 알아챌 수 있다. 특히나 지운의 나이에는 잘 포장된 웃음이라도 아주 자그마한 균열이 보인다. 낙조가 아무 말 없이 빤히 바라보고 있자 지운이 먼저 시선을 피했다.
“홍지운, 아무도 안 다치고 홍해화 찾아서 돌아갈 거니까 걱정하지 마.”
“……알아.”
뒤늦게 지운의 대답이 흘러나왔다. 낙조는 그제야 멈췄던 걸음을 다시 재촉했다. 길목 마지막에 서 있는 빌라는 멀리서 보기에도 음습한 기운이 가득했다. 게다가 시선이 그곳에 완전히 빼앗긴 데에는, 빌라 안과 통하는 창문에 넝쿨이 더럽게 엉켜 있기 때문이었다. 해화가 이미 다른 형태로 변한 건 아닌지, 자신이 한 발 늦은 거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
“그리고 누나 원래 엄청 말 많았어. 돈 때문에 대학교 자퇴하고 돈부터 벌기 시작했는데, 밤에도 일할 수 있다면서 장례식장에서 일 배웠거든. 처음엔 피곤해서 대화하기가 힘든가 보다 했지. 근데 사람 자체가 점점 말라 가는 게 느껴지더라. 말투도 건조해지고, 할머니가 엄청 걱정하셨지. 할머니한테는 똑같이 잘하긴 했지만 어렸을 때랑 너무 달라졌으니까. 무슨 사이비 종교에 말린 건 아니냐는 말도 하셨다니까.”
“…….”
“나는 대학 가서 아픈 아이들 꼭 고치라고 누나가 등록금 많이 보태줬지. 등록금 줄 때도 한 번을 안 웃으면서. 내가 생각하기엔, 그냥, 죽는다는 걸, 그러니까 죽음과 너무 가까이 있다 보니까 죽음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억지로 감당하다가 스스로 체념한 것 같아. 자신의 삶이 그렇게 열정적이지 않아도 괜찮겠다, 라는 생각…….”
지운은 넋을 푸는 것처럼 해화의 이야기를 떨어뜨렸다. 낙조는 자신이 마치 이야기를 하나씩 줍듯 묵묵히 해화의 이야기를 품에 넣었다. 오래된 테이프를 재생하는 기분이었다. 이야기의 군데군데가 비어 보이긴 했으나 해화를 지금까지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의 입으로 듣는 이야기는 해화를 뒤늦게라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됐다. 그녀가 스스로 자신의 얘기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건 알았지만, 직업에 이런 일들이 관련되어 있는지는 상상도 못했으니까.
마지막 빌라 입구에 가까이 다다랐을 때였다. 낙조는 조용히 지운의 이야기를 반복하여 되짚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방금 그 얘기……, 홍해화가 최근에 한 적 있어?”
“무슨 얘기?”
“죽음이 너무 가까이 있어서, 그랬다고.”
“…….”
“서천에서 나가기 전에 너한테 한 적 있지, 어? 홍지운.”
지운이 시선을 피하며 가방끈을 꽉 쥐었다. 대답할 타이밍을 놓친 뒤로는 그 어떤 말을 해도 긍정밖에 되지 않았다.
지운의 시점으로 바라보며 해석하기엔 해화의 입장이 너무나 디테일했다. 게다가 추상적인 관념이라고 할 수 있는 ‘죽음’을 곁에 내내 두었던 사람의 이야기를 뜬금없는 상황에 늘어놓는다는 게 이상했다. 마치 친구와 나눈 대화를 자신에게 들려주듯 모든 말이 자연스러웠다. 그 이야기를 어제 들은 사람처럼. 그 입장에 동의한다는 듯이. 말하는 지운의 태도까지 모든 게 이상했다. 낙조는 지운의 손목을 붙잡고 한껏 목소리를 낮춘 채 입을 열었다.
“홍지운, 사람은 다 죽는다고 해도 그게 지금은 아닐 수 있어. 다시는 실수 안 해. 홍해화도, 너도, 누나도. 다시 저번처럼 말없이 사라지지도 않을 거야. 그러니까 나 좀 믿어.”
낙조의 말에 지운이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고 입술만 깨물다가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벼랑 끝에 내몰린 아이를 독촉하는 것 같았으나 지운이 스스로 독한 마음을 먹어야 조금이나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체념하지 마.”
낙조는 마지막으로 말을 덧붙이곤 손을 뗐다. 마침 밤이와 무흠도 넝쿨에 뒤덮인 빌라 앞에 도착했다. 밤이는 빌라 근처를 눈으로 훑다가 허리에 두 손을 올려놓고 낙조에게 물었다.
“여기가 확실히 음산하긴 하다. 근데 폐가 체험이야? 왜 이렇게 분위기가 칙칙해.”
“……누나, 여기, 입구 쪽에 이거 봐요.”
낙조가 낮은 목소리로 밤이를 불렀다. 그가 손짓한 곳을 향해 걸음을 옮긴 밤이는 빤히 입구 오른쪽 구석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갑작스럽게 찾아든 정적에 무흠도 총을 꽉 쥐고서 입구를 관찰했다. 모두가 같은 것을 보고서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지운도 마찬가지였다. 표정 하나 바뀌지 않는 건 낙조뿐이었다. 그는 검지를 들어 자신의 입술에 가져다 대곤 ‘쉿’하고 속삭였다.
“홍해화 발목에서 나는 풀이랑 똑같이 생겼어요.”
“……니 눈도 좋다. 이 많은 풀에서 어떻게 찾았냐.”
밤이가 고개를 내저으며 혀를 찼다. 그녀는 안쪽으로 길게 이어진 이파리와 줄기를 보면서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빌라 내부는 무척이나 어두웠다. 게다가 해도 구름에 가려져 밖에서 스며드는 빛조차 기대하기 힘든 시간이었다. 낙조는 밖으로 삐져나온 넝쿨 중에서 시들어 보이는 것 하나를 발로 먼저 툭 쳐 보았다. 이미 안에서 잘린 것인지 반응은 없었다.
“두 명씩 나눠서 보죠. 5층까지니까, 제가 위에서부터 내려올게요. 장승님이랑 누나가 2층, 3층 확인해 주세요.”
“나랑 이 사람? 왜? 싫어.”
“제가 홍지운이랑 다니고 싶어서 그래요. 양보하세요.”
“고낙조 진짜 이건 아니지.”
“싫어도 해야 하는 게 사회생활입니다.”
“니한테 들으니까 진짜 기분 나쁘다.”
“자 이제 올라갑시다.”
낙조는 권총을 장전한 후 손전등을 켰다. 뒤에서 밤이가 꾸준히 툴툴거리자, 무흠이 덩달아 조용히 하라며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이를 점잖게 먹어도 싸우긴 싸우는구나. 낙조는 손전등을 이리저리 비춰보며 계단의 위치를 먼저 확인했다. 엘리베이터는 당연히 작동되지 않았고, 문도 닫혀 있었다. 계단은 왼쪽에 있었는데, 1층 복도는 생각보다 볼 게 없었다. 그저 넝쿨 줄기와 이파리가 수북하게 쌓여 있다는 것만이 전부였다. 낙조는 간간이 보이는 해화의 잎을 따라가면서 불을 비췄다.
“위에 있는 것 같긴 해요. 누나, 누나도 불 켜요.”
“다시 한 번만 생각해 봐. 어?”
“뭐 이상한 거나 홍해화 발견하면 무전 치세요. 차 타기 전에 장승님이 나눠준 거 그걸로.”
“저 새끼 이제 듣지도 않네…….”
밤이와 무흠을 2층에 남겨 두고서, 낙조가 지운을 데리고 위로 올라갔다. 올라갈수록 해화의 이파리가 점점 더 시야에 많이 들어왔다. 입구에서 보았던 이파리와는 달리 크기부터 무척 컸다. 줄기의 두께도 올라갈수록 몇 배는 커지고 있었다.
“아저씨, 누나가 만약 완전히 변종으로 변했으면……, 어떡해?”
지운이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낙조에게 물었다. 3층까지 말이 없던 게 이상해 뒤를 돌아보려던 찰나였다. 낙조는 복도를 가득 메운 넝쿨을 발로 헤치면서 발을 디딜 곳을 마련했다.
“변했으면 여기 들어올 때부터 알았지.”
“……누나가 우리를 속이고 있는 거면?”
5층 복도로 낙조의 두 발이 완전히 올라섰을 때 지운이 조금 늦게 말을 덧붙였다. 낙조는 발끝에 걸린 두꺼운 줄기를 내려다보았다. 손전등 불빛에 드러난 줄기는 아주 느릿하게나마 움직이고 있었다. 지운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줄기가 기어가는 방향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지운도 이후로 더 말을 거들지 않았다. 지운이 잘 따라오나 한 번 뒤를 확인한 낙조는 엘리베이터 옆으로 이어진 세 개의 문을 보았다. 줄기는 두 번째 집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해화의 잎이 달린 줄기도 마찬가지였다.
‘움직임은 확실히 둔해. 아직 알아차리지 못한 건가?’
낙조는 줄기를 밟지 않으려 조심하면서 서서히 줄기를 따라 걸었다. 집의 현관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도어락은 잠금 상태였다. 현관문 이곳저곳이 찌그러진 흔적을 보고서 낙조는 손전등을 고쳐 쥐었다.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건 손전등의 빛뿐이었다. 지운이 뒤에서 숨을 참는 소리가 들렸다.
“…….”
겨우 신발장을 지나 부엌에 들어서자마자 낙조는 뒤를 돌아 지운의 입을 틀어막았다. 신발장에서 덜컥 입이 붙들린 지운은 낙조의 어깨너머로 흐릿하게 보이는 광경에 눈을 크게 떴다.
거실로 이어지는 곳부터 시작해서 천장 전체에 꽃봉오리 같은 큰 주머니가 매달려 있었다. 그것들은 숨을 쉬는 것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몸을 부풀렸다가 쪼그라들기를 반복했다. 안으로 들어간 줄기는 안에 있는 것을 확인하듯 꽃봉오리 내부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 밖으로 나갔다. 그 모든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지운은 낙조에게 매달린 채 눈만 하염없이 깜박거렸다.
지운의 입을 막고 있던 낙조의 손끝이 툭, 툭, 튀어 올랐다. 오른팔과 왼팔, 양쪽이 동시에 끓는 점을 단숨에 넘긴 듯 뜨거운 열기가 팔을 파고들었다. 낙조가 잘 알고 있는 느낌이었다.
진액변종이나 포자변종을 인식한 낙조의 식물이 발현하고 있었다.
“홍지운.”
“……으으.”
“셋 하면 뛰어. 내려가면서 소리 질러.”
“……아저씨…….”
“나 믿어도 돼.”
낙조는 어설프게 웃음을 지으며 뒤를 돌았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꽃봉오리에서 진액이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