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화. 향기
“여기가 꽃밭이에요?”
“정확히는 서천입니다.”
“다를 거 없네. 악어와 새랑…….”
무흠은 해화와 지운, 수호를 평범해 보이는 방에 데려다주곤 한숨을 내쉬었다. 해화는 서천에 들어올 때부터 쭉 말이 없었다. 그녀가 처음 뱉은 말은 무척 건조했다. 내부를 훑는 시선까지 보진 못했으나 말이 없는 동안 어떤 것이라도 캐치한 후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중이라는 것쯤은 알았다. 무흠은 들으라는 듯 중얼거리는 해화의 혼잣말에 조용히 방문을 닫았다. 복도는 조용했다. 먼저 이 둘을 상황이 아닌 공간에 설득시켜야 한다는 책임이 있었다. 휴게실로 사용하는 방이니 누군가 찾아올 수도 있다. 무흠은 등 뒤로 손을 올려 문을 잠갔다.
“목적지까지 왔겠다, 이제 우리끼리 갈라놓으려고 하는 거예요?”
“…….”
“고낙조는 죽지 않으니 안심해라, 우리는 안전하다……. 대신, 이러한 조건을 지켜야 한다면. 이런 얘기를 할 거면 하지 마세요. 듣고 싶지도 않고 믿지도 않을 거니까.”
해화는 처음부터 단호하게 나왔다. 입을 닫고 있는 동안 무슨 생각을 했는지 더 묻지 않아도 훤히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부드럽게 회유한다고 해서 이 남매가 순순히 말을 들어줄 리는 없다고 예상은 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에 피곤함이 몰려왔다. 낙조 쪽 상황은 어떤지 눈으로 확인을 해야 하는데. 덜컥 세성과 삼승에게 붙들린 낙조가 어떤 식으로 그들에게 휘말릴지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손이 너무 많이 가.’
속으론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불안함을 떨쳐 낼 수 없었다. 세성이 갑판 위에서 자신에게 한 말이 계속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탓이었다.
삼승님이 숨기는 게 있다. 무흠은 유독 그 말이 거슬렸다. 그 누구 앞에서도 그릇된 일을 하지 않으려 솔선수범한 사람이었다. 무흠이 기억하기로는 그랬다. 그저 박사로 위장한 서천의 동료와 접선하기 위해 붕어섬에 가서 당한 실험에도 삼승의 뜻이 있으리라 믿었다. 그렇게 믿어야만 마음이 시끄러워지지 않았다. 서천에 머무르는 동안 소량씩 먹은 독에 내성이 생겨 혼자 살아남았을 때도, 삼승이 자신을 살렸다고 생각했다. 굳건한 믿음엔 믿음이 향하는 상대의 태도가 나타나는 법이었다.
비가 내린 후 땅이 마르며 더욱 단단해지는 것처럼 믿음의 두께도 시간이 지나며 깨질 수 있고 한층 두터워질 수 있다. 무흠의 믿음은 지금까지 한 번도 갈라진 적이 없었다.
“고낙조 살아 있는 거 볼 때까진 협조 안 해요. 걔도 나도, 목숨 거는 거 똑같은데 생사여부 정도는 알아야죠. 살려 준다, 죽지 않는다, 이런 말들이 왜 하필 우리한테만 조건으로 따라붙는지도……, 하아. 됐다. 고낙조한테 데려다 줘요. 아니면 입도 안 열고 내 몸에 손대는 순간 혀 씹고 죽어 버릴 거니까.”
해화는 주의를 주듯 천천히 말했다.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배에서부터 맞닥뜨린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으니 의심을 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낙조의 몸 상태가 어떤지는 무흠조차 알 수 없었다. 세성은 그가 절대 죽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말은 틀린 적이 없다. 그러나 해화에게 세성의 말을 그대로 전하는 건 옳은 대답이 아니었다.
“일단 저도 상황을 모르니 먼저 보고 오겠습니다. 그래도 해할 사람들은 아니니 그리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겁니다.”
“…….”
해화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말을 섞는다는 것조차 이제부터 자신에게 어느 정도의 패널티를 줄 것인지 대충 깨달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사방이 적이라고 생각해도 틀린 건 아니다. 홀로 살아남고자 한다면 감당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은 세상이었다. 상황을 지금까지 투우사처럼 몰고 온 이들의 정체 또한 형상이나마 갖춰지고 있는 상태였다. 모든 것에 의문이 들고, 의심하게 되고, 환멸을 느낄 게 당연하다.
무흠은 방을 나와 잠시 고민했다. 삼승의 방으로 가는 길은 알고 있긴 했으나 허락 없이 가기는 힘들었다. 세성은 분명 낙조를 삼승이 있는 곳으로 데려갔을 테다. 원래대로라면 자신도 삼승에게 먼저 인사를 드리러 가는 게 맞았다. 자그마치 5년 만이다. 누구에겐 짧을 수 있고, 다른 누구에겐 길 수도 있는 시간. 무흠은 자신도 세성이 데리고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언제든 볼 수 있다, 라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생각해 보자.’
세성이 낙조를 데리고 가며 자신에게 남겼던 말을 떠올렸다. 서천의 장승은 웬만한 간부들과 마찬가지로 높은 지위와 그만큼의 힘을 갖고 있다. 삼승을 만나고자 하면 만날 수야 있다. 그 과정이 생각보다 까다롭고, 삼승이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지만. 삼승은 여태껏 서천 안의 사람들에게 큰소리로 호통을 치거나 화를 낸 적이 없었다. 아마 자신이 없던 지난 5년간도 마찬가지였을 테다. 그런 그녀를 곁에서 쭉 지켜봤을 세성이 왜 그녀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고 말한 건지, 세성이 내뱉은 말들 하나하나가 다 신경 쓰였다.
“저기요.”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깊게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수호가 방에서 나오는 소리도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무흠은 벽에 기대고 있던 몸을 세우고서 수호에게로 눈을 돌렸다.
“지금부터 시작하는 거예요?”
“뭘.”
“그, 배에서 말한 거.”
수호가 목소리를 잔뜩 낮춘 채 속삭였다.
“나 혼자라도 나갈 구멍 찾으라고 했잖아요.”
“아직은 움직이면 안 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시간은 아마 삼승님께서 너희를 직접 만난 후 주어질 거다. 최대한 의심을 사면 안 되니 웬만하면 거짓말은 꿈도 꾸지 말고 사실대로 다 얘기해. 청주에서 너 정보원으로 일했다는 거 모르는 사람 없을 테니까.”
“뭐……, 알았어요.”
“……그리고 나 없다고 저 남매랑 괜히 싸우지도 말고.”
“뭔 소리야. 배 타기 전까지 우리 분위기 괜찮았거든요?”
수호가 살짝 목소리를 키우자, 무흠은 조용히 그를 노려보았다. 살짝 찡그려진 미간에서부터 짜증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듯했다. 수호는 입을 비죽거리면서 시선을 돌렸다. 잠깐의 대치 상황이 끝나고, 무흠이 옷매무새를 정돈하면서 수호에게 물었다.
“항구에 가는 동안, 송밤이 그 여자가 서천에 대해 말한 거 있나? 기억나는 거 다 얘기해 봐.”
“아니 그렇게 궁금했으면 그 사람이랑 같이 가지 왜 나한테 물어봐요?”
“금수호.”
무흠이 이를 가는 것처럼 수호의 이름을 불렀다. 대답하라고 부르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으나 대놓고 부려먹으려는 저 심산이 맘에 안 들었다. 수호는 팔짱을 끼고서 말을 툭 내뱉었다.
“내가 자기 따까리야 뭐야.”
“따까리?”
“솔직히 목숨 구해 준 값은 다 벌지 않았어요? 이제 저도 뭔가 이득이 있어야 움직일 의지가 생길 것 같은데요.”
“틀린 말은 아니야.”
“처맞는 말이라고 하면 나 진짜 아저씨 다신 안 봐요.”
위험함을 감지한 수호가 뒷걸음질을 치면서 경고했으나, 무흠에게 통할 리 없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수호의 뒷덜미를 잡아채려 손을 든 무흠을 보자마자 수호는 ‘아씨!’ 하고 소리친 후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송밤이……, 거기 있겠지.’
밤이는 무흠의 의심을 함께 목격했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었다.
배에서 낙조의 상처를 지혈하며 작은 것 하나라도 느꼈다면……. 무흠은 최대한 소리 없이 움직이기 위해 사람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 복도를 찾아 걸었다. 서천을 드나들 수 있는 길은 공식적으론 하나뿐이다. 다만 이유 없이, 그것도 혼자서 나간다고 하기엔 외출의 이유를 또렷하게 댈 수 없었다. 서천을 의심하여 들어오지 못한 사람을 만나야겠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무흠은 숨을 정리하면서 다시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계단 입구를 서성거리는 문지기는 처음 보는 남자였다. 문지기는 보통 서천의 규칙을 모두 외운 채 능동적으로 상황 판단을 잘 내리는 사람으로 선별한다. 웬만한 간부라면 그냥 열어줄 법 하지만, 무흠과는 초면이니 경계를 할 게 빤했다. 5년이란 시간 동안 비어 있던 장승의 자리를 의아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무흠은 턱을 당기고서 문지기에게로 천천히 걸어갔다. 인기척을 느낀 문지기가 고개를 돌렸다.
“장승입니다. 조금 전 세성님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아, 예,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다른 건 아니고 잠깐 나가 봐야 할 일이 있어서 그러는데, 문 좀 열어 주실 수 있습니까.”
“……무엇 때문에 그러십니까?”
“일행 중에 큰 부상을 당한 자가 있는데, 오는 내내 지혈이 제대로 되지 않아 핏자국이 주변에 떨어지진 않았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서천 입구 근처에 남은 흔적을 지우는 건 제 일이기도 합니다.”
겉으로 들었을 땐 그럴싸하다. 장승은 실로 서천을 지키는 자이니 외부인이 입구 근처를 자주 돌아다니는 것도 관찰해야 했다. 낙조가 떨어뜨린 핏자국이야 사실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그걸 알 리 없는 문지기는 작게 탄성을 내지르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는 문이라고 생각도 못할 벽 앞에 서서 자신의 손바닥을 지그시 벽에 가져다 댔다. 몇 초의 시간이 흐르고, 문이 열렸다. 새카만 계단이 눈앞에 드리워졌다.
“감사합니다. 금방 돌아올 테니 염려 마십시오.”
“제가 감히 누굴 의심하겠습니까.”
“그럼.”
무흠은 문지기를 뒤로 하고 계단을 올라갔다. 벽에 별자리처럼 이어진 불빛을 따라 오르니, 곧 머리 위를 감싼 문이 보였다. 무흠은 뒤를 돌아 문지기가 입구 문을 완전히 닫은 걸 확인하고서 수풀로 이어진 문을 열었다. 끼이익, 문이 위로 솟으면서 차가운 공기가 얼굴로 쏟아졌다. 조심스럽게 위로 올라와 문을 닫고 나니 수풀 너머가 보였다. 밤이는 수풀 바로 앞에 있는 나무에 기댄 채 앉아 있었다.
부스럭.
수풀을 헤집고 다시 밖으로 나가니, 멍하니 수풀을 바라보던 밤이의 눈동자가 점점 커졌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흠의 뒤를 잠시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왜 당신만 나와?”
“나만 나왔으니까.”
“그니까 왜 당신만 나왔냐고!”
“여전히 시끄럽군. 물어볼 게 있어서 왔다.”
밤이가 서천에 필요한 자인지, 아닌지는 자신이 판단할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수호 혼자서 이 땅 아래를 지휘하고 있는 서천의 빈틈을 찾기엔 무리였다.
세성은 삼승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자신에게 신호를 준 것과 다름없었다. 조용히, 삼승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갑작스럽게 몰려올 수 있는 공격에 대비하라. ‘아는 것을 왜 계속 묻느냐’라는 말은 자신이 예상하는 추측들에 세성이 대부분 동의한다는 말과 같았다. 자신을 꾸짖으려는 말투를 사용한 것은 삼승을 속이기 위함이다. 아직 삼승이 정말 무엇을 꾸미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붕어섬에서부터 거제도까지, 무흠이 갖은 고통을 겪는 걸 알았음에도 삼승은 무흠을 구하기 위해 그 누구도 보내지 않았다. 삼승의 관심은 처음부터 끝까지 낙조에게 쏠려 있었다. 청주 본부에 귀도를 보낼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었으면서, 무흠에겐 도움의 손길 한번 내비치지 않았다. 어쩌면 붕어섬으로 지원 병력을 보내겠다는 말조차 낙조가 있었기에 한 말일 수도 있다. 무흠의 의심은 겉으론 보이지 않는 썩은 나무뿌리와 같았다.
“고낙조 팔이 잘린 후 지혈했을 때, 그때……, 피 냄새가 어땠는지 기억하나?”
“피 냄새?”
의외의 질문일 게 당연했다. 자신을 데리러 온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무흠이 올라온 목적엔 밤이를 데리고 내려가는 것 또한 포함돼 있었으나 아무도 듣지 못하는 곳에서 대답을 듣는 게 더 중요했다.
“시간 없다. 그냥 피 냄새랑 다를 거 없었나?”
“…….”
밤이는 생각에 잠긴 듯 잠시 시선을 돌렸다. 뜯겨나간 범위가 꽤 큰 만큼 흐르는 피의 양도 적지 않았다. 당장 곁에 달라붙어서 지혈한 밤이의 손에 피 냄새가 묻지 않았을 리 없다. 무흠은 긴장한 낯빛을 최대한 감춘 채 밤이의 대답을 기다렸다.
“쇠 냄새가……, 안 났어.”
“…….”
“피에서 나는 그 특유의, 불쾌한 쇠 냄새. 그게 안 났어. 어……, 맞아. 피 냄새도 오래 맡으면 어지럽잖아. 꽤 오래 붙잡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냥 상황이 너무 안 좋아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머리가 안 아팠어.”
“무슨 냄새가 났던 걸로 기억하나?”
“근데 이게 당신이 생각하는 거랑 같은 답이어야 하는 거 아니야? 다르면, 뭐 고낙조에게 문제 생겨?”
“답은 이미 있지. 당신이 어떻게 답할지도 대충은 알아. 그냥 증인이 필요한 거니 말해.”
이 순간에도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가고 있다. 무흠은 한숨을 쉬고서 밤이를 재촉했다. 그녀는 영 무흠이 못 미더운지 말없이 그를 응시하다가 어렵사리 입을 떼어 냈다.
“단 내.”
“…….”
“초콜렛이나 사탕, 그런 간식에서 풍기는 단 내가 아니라…….”
“꿀 냄새. 맞지?”
“……맞아.”
두 사람 사이에 도는 정적에 맞게 바람이 불었다. 얼마 남지 않은 낙엽이 바람에 휩쓸려 두 사람의 발목을 스치고 떠나갔다. 무흠은 이마를 짚는 척하며 눈가를 가렸다. 올라오면서도 느꼈지만, 바람이 부니 더욱 크게 확신하게 되는 것이 있었다.
무흠은 낙조의 피 냄새로 그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여태까지 그가 맡은 냄새는 이파리에서 나는 초록색 냄새였다. 녹색 향기가 섞인 그 냄새는 변종에게서 풍기는 고약한 진액 냄새와는 완전히 달랐기에 구분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초록빛 향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길가를 지나다가 한 번씩 술렁거리는 바람이 떨어뜨리고 간 것 같은 들꽃의 향기. 어쩌면 나비나 벌이 잃어버렸을 수도 있는, 꽃에서 나는 꿀 냄새가 피어올랐다.
갑판 위에서 낙조의 팔이 뜯기는 순간 무흠은 코를 찌르는 단 내에 소름이 돋았다. 사방에 퍼진 핏자국과, 낙조의 어깻죽지에서 흐르는 피. 자신이 맡는 향이 그 피에서 나고 있다는 건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입안에 꿀을 우겨넣은 것만 같은 그 진한 꿀 냄새. 자신에게 그 정도로 짙게 느껴졌으니 다른 이들도 어렴풋이 느끼지 않았을까 싶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냄새 따위에 신경 쓸 사람은 없었지만.
바람이 일으키고 남긴 냄새도 마찬가지였다. 곳곳에 떨어졌을 피에선 미미하게나마 단 내가 올라오고 있었다. 그 달큰한 냄새 때문에 어디에 피가 떨어졌는지 제자리에 선 채로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피 성분이……, 바뀌었다는 거네.”
가만히 서 있던 밤이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녀는 무흠의 팔을 덜컥 붙잡고서 입을 열었다.
“서천에 들어가게 해 줘. 고낙조를 봐야 해.”
무게감 있는 무흠의 시선이 밤이에게 닿았다. 쏴아아, 다시 한번 바람이 둘의 사이를 어지럽게 일으키고 도망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