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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초-102화 (102/202)

102화. 경로 이탈

2021년 12월, 거제도 장승포시.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는 멈추지 않고 계속됐다. 수호는 사냥감을 향해 맹렬하게 추격하는 눈빛을 갖고 어두운 방에서 네트워크 망을 구축하는 데에 힘썼다. 데이터 센터가 그리 크게 증축된 곳은 아니었으나 일이 일어나기 전, 김해서 거제시가 KD 통신사 측에 요구한 데이터 센터 사업 추진이 빠르게 승낙되면서 수호가 그나마 손을 볼 정도의 것이 남아있었다.

청주에선 이미 자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있었기에 수호가 크게 관여할 일은 없었지만 이곳에선 0부터 10까지 모든 걸 도맡아야 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몰랐다. 무흠이 하루에 세 번씩 식사를 가져다줄 때마다 끼니를 챙겼고, 본부의 눈을 피해 네트워크를 이용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거쳐야 했다.

금방 발각되지 않을까 염려했던 부분은 무흠이 철저히 막았다. 다만 한 달이 다 되어 가도록 수호는 낙조와 직접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 무흠의 입으로 전해 듣기엔 낙조는 잘 적응했다고 했다. 그에게 무슨 짓을 한 건 아닌지 의심했으나 무흠은 생각보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낙조에게 쏟았다. 적어도 낙조를 해친다거나 상해를 입히는 등의 위협은 가하지 않는 듯했다.

건물 뒤쪽엔 깎이다 만 산이 있다. 다듬어지지 않아 나무뿌리와 흙더미가 듬성듬성 뽑혀 있는 것이, 꼭 자연의 날것을 그대로 보는 기분이었다. 무흠은 해가 뜰 때, 그리고 노을이 질 때, 이렇게 하루에 두 번씩 산에 다녀온다고 했다. 날이 추워졌으니 변종은 나타나지 않을 거라고 무흠이 한 말 이후로는 괜한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강력한 암호로 만든 지극히 사적인 용도로 쓰일 네트워크 망이 개설되면 무흠은 낙조를 데리고 어딘가로 떠난다고 했다. 반드시 만날 사람이 있다면서. 수호는 그들이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주변 CCTV를 확인하고 청주 본부를 감시하는 일을 맡았다.

무흠이 만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물어보아도 대답하지 않을 게 빤했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 시간만 벌써 한 달째였다. 수호는 그가 점심으로 가져다준 과일 통조림을 오물거리면서 잠시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어딘가 이상하고 기묘한 세 명의 조합은 과연 언제까지 유지될까. 가짜 동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형태가 끝까지 서로를 지키려고 할지는 알 수 없었다.

하루일과가 끝나면 무흠이 수호를 데리러 직접 건물을 찾았다. 그래 봤자 잠을 청하는 곳은 건물 바로 옆에 있는 오래된 여관이었다. 폐허와 다름없는 주차장 하나를 건너기만 하면 나오는 여관. 다른 상가 건물을 앞세워, 산과 건물 사이에 꽁꽁 숨은 것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당연히 창문을 아무리 열어 봐도 햇빛은 들어오지 않았다. 난방 시스템도 돌아가지 않으니 이불 여러 개를 몸에 돌돌 말아 잠을 청하는 수밖에 없었다.

낙조가 머무는 방은 수호의 방과 다른 층이었다. 정확히 어느 방에 머무는지는 알지 못했다. 무흠이 그에게 무슨 말을 심어 뒀는지는 몰라도 낙조가 자발적으로 도망치려 했다거나 무흠에게 반항하는 소리 같은 것은 들은 적이 없었다. 날이 갈수록 호기심과 의심은 배로 늘어났으나 물어볼 사람이 없어 홀로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했다. 수호가 가장 궁금한 것은, 낙조의 일행에서 왜 고낙조만 쏙 뽑아 왔냐는 점이었다. 홍해화도 마찬가지로 항체를 가진 인간으로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흠은 그녀에 대해선 일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낙조를 처음 잡아 왔던 날, 어차피 그들 모두가 스스로 찾아올 것이란 말의 신뢰도 점점 떨어져 가고 있었다.

‘눈이 오려나.’

수호는 햇빛이 들지 않음에도 어쩐지 다른 때보다 포근해 보이는 하늘과 구름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경남 지역이라 함박눈까진 바라지 않았으나 첫눈은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다. 수호는 멍하니 창밖을 응시하다가 이불을 갰다. 곧 자신의 방 쪽으로 걸어오는 무흠의 발소리가 들렸다.

*

낙조가 실종되고 두 번째 보름이 다가왔다. 그 어떤 흔적도 없이 사라진 낙조를 찾는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해화는 숨만 붙어 있을 뿐, 여태까지 깨어나지 못했다. 희미하게 이어지는 호흡은 지운을 날마다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고, 모든 게 망가진 것 같은 시간을 이끌어야 하는 건 밤이 자신뿐이었다.

낙조가 사라진 걸 알게 된 후, 인간이 죽음을 수용하는 단계를 시간과 함께 거쳤다. 그가 죽었으리란 생각은 하지 않았으나 반대로 그 어디에서도 살아 있다는 흔적 또한 발견할 수 없으니 좌절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청주에서 자신들을 그때까지 미행한 걸까. 가장 그럴 법한 의심으로 접근하는 게 마땅했다. 그러나 그 어떤 가설을 들어도 낙조가 흔적 하나 없이 사라진 결과는 도출되지 않았다. 모두가 잠든 사이, 낙조가 스스로 잠깐 밖에 나갔다가 누군가에게 잡혔을 확률이 가장 컸다. 그러나 그 ‘누군가’가 본부 사람들인지, 아니면 불순한 목적을 갖고 접근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만약 본부에서 자신들을 어떻게 해서든 따라붙어 낙조를 채간 것이라면 방송이 나왔을 테다. 고낙조를 수배했으니 수배령을 거둔다고. 그러나 아무리 집에 겨우 붙은 수화기를 들어 보아도, 자동응답기처럼 가장 먼저 흘러나오는 연우의 ‘고낙조 수배령’은 사라지지 않았다.

‘포기하라는 계시인가.’

보름 전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 고낙조를 계속 찾아다녀야 하나. 밤이는 밤낮으로 해화의 곁에 매달려 기도하는 지운의 뒷모습을 보곤 창문을 활짝 열어 두고 찬바람을 고스란히 맞았다.

‘합류하면서 판이 커지긴 커졌지. 고낙조를 직접 관찰하겠다는 명목 하나로 따라 다녔으니까.’

여태껏 전주에 남아 홀로 변종과 점점 무너지는 자연을 지켜보기만 했다면 더 많은 것을 알아냈을까. 밤이는 그 생각엔 동의할 수 없었다. 낙조를 쫓는 무리는 언제나 투명한 목적을 띠고 있었고 무리는 점점 세력을 키워 가며 자신들의 민낯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들이 얼마나 지독하고 졸렬한 인간들인지는, ‘악어와 새’에서 시간을 보내며 거의 정확하다고 자부할 수 있을 만큼 알 수 있었다.

흥미로운 일에 접근한 후 원하는 결과까지 도출해내기 위해선 오랜 시간과 깨지지 않는 집중력이 필요했다. 타인에 대해 애초에 관심이 없었고 인간이 손쓰기 힘든 범위 안에서 자꾸만 뒤바뀌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목격한다는 것 자체가 밤이에겐 그보다 온 신경을 몰두할 일이 없었다. ‘드디어 사람들이 살아남는 것에만 집착하여 다른 것을 돌보지 않겠구나.’ 그렇다고 애먼 사람들이 죽을 뻔한 것을 가만히 지켜보진 않았다. 비록 자신의 연구 목적으로 변종을 잡는다는 일념도 있었으나 사람이 죽는 것 또한 자연의 순리라면서 도울 생각도 않을 정도로 무자비한 성격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처음 고낙조를 따라가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랑은 확실히 달라졌고.’

결국 일행이 되어 한 명 한 명을 챙기는 게 익숙해지다 보니 여기까지 와 버렸다. 유독 잠들지 못하는 새벽엔 말없이 짐을 싸서 억척스럽게 전주에 있는 집까지 걸어갈까 생각도 했더랬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목적이 뚜렷하지 않으니 하루를 보내는 시간도 더디게만 흘렀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떠나지 못한 이유는 스스로 쉽게 끊지 못하는 ‘정’ 때문이라는 거다. 지운은 자신에게 그나마 살갑게 굴었던 편이라 막내동생 대하듯이 잘 지냈으나, 해화와는 이상하리만치 가까워지는 게 쉽지 않았다. 자신이 합류할 때 무흠처럼 대놓고 꺼리는 것도 아니었었는데. 웬만하면 타인을 신경 쓰지 않는 자신마저 해화와 함께 있으면 불편한 기류를 무시할 수 없었다.

‘홍지운이 그랬었지. 식물들 소리가 들린다는 걸 나한텐 얘기하지 말라고.’

해화가 무슨 심정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당사자가 아니기에 정확하게 짚기 힘들었으나 대략적으론 알 수 있었다. 일단 자신을 향한 감정이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다는 것.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나’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다. 평소의 자신이었다면 그렇구나, 하고 지나갈 수 있는 일이었다. 홍해화 말고도 밤이는 신경 쓸 게 많은 사람이었으니까. 그러나 자신들을 감싼 환경이 달랐기 때문에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마음이 궁핍해지면 그 고민이 찾아왔다.

마음이 견디다 못해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를 때마다 충동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냥 뒤도 돌아보지 말고 떠나버리자고. 그러나 몸은 생각처럼 움직여주지 않았다. 깊은 구덩이에 파묻혀 하늘만 올려다보는 짐승처럼 날이 갈수록 기운을 잃어갔다. 어차피 탈출하지 못할 것이란 걸 너무나도 일찍이 깨달은 탓이었다.

「넌 참 궁금한 게 많아. 그렇게 살면 머리 아프지 않아?」

「내가 궁금한 걸 알면 재미있지, 왜 머리가 아파?」

「아, 됐다. 야. 그건 그렇고, 송밤이 너 진짜로 제대하고 대학원 갈 거야?」

「몇 번을 물어보냐? 갈 거라고.」

「논문 때문에 울면서 전화할 거면 그냥 지금 포기해.」

「내가 너랑 같아? 조기 졸업도 큰소리 뻥뻥 치더니 결국 겨울학기로 학점 겨우 채우고 졸업한 놈이.」

「야, 막학기만 조졌던 거지. 그리고 그것도 너 쫓아다니다가 그렇게 된 거 아냐. 그럼 너 때문이지.」

「회사 면접 떨어진 것도 내 탓이라고 해라.」

「어, 안 그래도 그럴 거야.」

육사에 지원했을 때부터 졸졸 쫓아다니던 남자 하나가 있었다. 한 살 위였지만 처음부터 서로 이름만 부르면서 가까워졌다. 연애라곤 거들떠보지도 않던 밤이에게 주구장창 밥을 사주고 선물도, 꽃도……, 그냥 해 주고 싶었다면서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을 갖다 바쳤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말을 하긴 했으나 밤이도 어느 정도부턴 그를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없는 사람처럼 취급했다면 무시할 수 있었을까.

자신이 허락도 하지 않았는데 일상 깊숙하게 자리 잡고서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이들이 가끔 있다. 그는 밤이가 하는 모든 일을 좋아했고 가끔은 함께 그 시간을 공유하고 싶어 했다. 밤이의 연애는 잔잔하기 이를 데 없었다. 밤이의 성격을 아는 이들은 너무나 평범한 연애 내용에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밤이는 자신의 일을 터치하지 않으면서 어떤 순간마다 사랑에 가득 차 있다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는 부담을 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게 가장 큰 매력이었다. 자신의 일도 곧장 찾아서 잘했고,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는 사람이었기에 어쩌면 밤이도 쉽게 그가 일상에 들어오는 걸 수긍했는지도 모른다.

「네. 제가 송밤이인데요. 무슨 일이세요?」

어느 날 하루가 지나도록 그와 연락이 되지 않았던 날이 있었다. 불안했지만 해야 할 일이 태산 같았기에 애써 모르는 척하면서 메시지 몇 개와 통화, 음성메시지도 남겨두었다. 그게 며칠이 되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밤이는 그의 흔적을 찾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검찰이었다. 남자의 이름을 부른 형사가 그와 연인 관계였느냐 물었다. 밤이는 잔뜩 긴장한 채 ‘왜 묻느냐’라고 반문했다.

「실종자 분 시신이 산속에서 심하게 훼손된 채 발견됐습니다. 근처에서 떨어진 휴대폰을 찾았는데, 이 번호로 연락이 와 있길래 연락드렸습니다. 마지막으로 통화 나눈 게 언제이시죠?」

꼼짝없이 수사에 끌려가야만 했다. 수사관은 시신의 얼굴이 특히 훼손됐기에 시신을 보지 않는 걸 권유했다. 밤이는 그때 남자의 부모를 처음 만났다. 허리를 숙여 인사한 후 하얀 천에 덮인 남자의 시신을 보았다. 수사관의 말대로 남자의 얼굴은 이목구비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되어 있었다. 칼 같은 날카로운 것으로 마구 휘둘렀다기보다 벌레가 파먹은 것 마냥 살점이 너덜너덜할 지경이었다.

「부검……, 하나요?」

밤이가 물을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었다. 근처에서 범인이 남긴 흔적 같은 건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왜 남자가 집과도 거리가 먼 지방의 산까지 갔는지도 알 수 없었다. 자신과 마지막으로 나눈 통화에선, ‘집이 너무 답답해 잠깐 산책을 하고 올 것이다’라는 말뿐이었으니까.

사인은 독극물 중독이었다. 피에서 독 성분이 다량 검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독의 세기는 장수말벌 서른 마리에게 한꺼번에 쏘였을 때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몸 어디에서도, 곤충에게 쏘인 흔적은 없었다. 결국 남자 스스로 독극물을 먹었다는 결론이 나왔으나, 그 어떤 자살의 징조도 보이지 않았던 그가 갑작스럽게 먼 산에서 죽음을 맞이했는지까진 알지 못했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른 후 연락 한 통이 왔다. 수사관은 남자가 생전에 마약을 한 적이 있느냐 물었다. 밤이는 눈물이 날 정도로 서러웠으나 애써 침착함을 유지한 채 갑작스럽게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고 반문했다. 수사관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국내에선 쉽게 구할 수 없는 마약 성분이……, 독 성분과 매우 일치한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해당 마약은 어떤 식으로 유통되었는지 경로를 파악 중입니다.」

결국 밤이가 직접 손댈 수 있는 부분은 없었다. 그녀가 아무리 박식하다고 하더라도 권한이 없었기에 그녀는 매번 쫓겨났고, 인터넷에 글까지 올려보았으나 하이에나 같았던 기자들마저 그녀의 신고를 무시했다.

사망신고를 마지막으로, 밤이의 연애는 끝났다. 남자가 차지하고 있던 일상의 조각은 생각보다 무거웠고 다양했다.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치닫는 고독에 밤이는 닥치는 대로 읽고 쓰고 외웠다.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웠고 쉴 새 없이 머리를 굴리기 위해 두꺼운 논문을 찾아 읽었으며, 특히 흔하게 약으로 쓰이는 것들이 어떤 조합으로 사람을 죽일 정도의 독극물이 되는지도 연구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사람은 아주 사소한 실수로도 죽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재앙이 시작됐던 날 밤, 밤이는 남자의 사진을 단 한 장만 챙기고서 전주에 왔다. 마약 재료로 쓰이는 풀들을 찾아다니다 보니 지방에 작은 집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싶어 준비해 둔 반지하로. 그곳에 집에서부터 챙긴 모든 짐을 풀었고 적극적으로 변종을 연구했다. 자신이 보았던 독의 이름을 가진 변종이 있을까 싶어서.

정말 만약에라도, 이 재앙이 그 남자와 관련이 있다면 남자가 그날 왜 산에 들어갔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멈출 수 없어서.

밤이는 창가에 몸을 기울인 채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사진을 꺼냈다. 카메라를 응시한 채 은은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남자의 얼굴도 많이 바래져 있었다.

“눈이네.”

쌀알이 흩날리는 것처럼, 작고 고운 입자 형태의 눈이 시야를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밤이는 남자의 사진을 다시 접어 주머니에 넣고선 한눈에 보이는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두통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청주에 신고하자.’

담배가 그리웠다. 밤이는 건조한 눈을 깜박였다. 눈을 감을 때마다 서걱거리는 소리가 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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