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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초-101화 (101/202)

101화. 금단의 정원

<기생초> 제 2부.

아무리 날씨가 갑작스럽게 추워졌다지만, 새벽에 혼자 남겨지니 무서운 건 사실이었다. 수호는 손톱 끝을 야금야금 깨물면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무흠은 해가 저물고 밤이 될 때까지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앞만 바라보다가, 금방 오겠다는 말만 남기고서 어딘가로 사라졌다. 헤드라이트에서도 사라진 그의 인영을 마지막으로, 수호는 거의 한 시간 동안 차에서 벌벌 떠는 중이었다.

‘왜 이렇게 안 와.’

맘 같아서는 무흠이 사라졌던 방향 쪽으로 차를 끌고 직접 가고 싶었으나 미아가 된 건 무흠이 아니라 자신이었기에 쓸 데 없는 짓은 하지 않기로 했다. 혹시 몰라 문까지 잠그고서 푹 수그리고 있던 수호는 문득 뒷좌석 창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고개를 퍼뜩 들었다.

“문 열어.”

무흠이었다. 그는 발소리도 없이 다가와 그렇게 말했다. 수호는 운전석 쪽으로 몸을 뻗어 잠금장치를 풀었다. 뒷문이 열리고, 무흠은 무언가를 뒷좌석에 눕혔다. 그것의 얼굴이 드러나고 나서야 수호는 경악했다.

“미, 미, 미, 미쳤어요?! 죽인 거예요?!”

“손끝도 안 댔어. ……손끝은 댔나. 아무튼 살아 있으니 목소리 좀 낮춰.”

“왜, 왜 고낙조만……?!”

“지금 상황에서 그 일행 모두를 설득시키는 건 불가능하니까. 어차피 고낙조를 쉽게 포기할 사람들은 아니니……, 금방 만날 수 있을 거다.”

“아니 근데 살아 있는 거 맞아요? 마취총이라도 쓴 거 아니에요?”

“반응을 보니 아마 켈리와 무슨 일이 있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건 나중에 대화로 물어 보지.”

무흠은 낙조가 눈을 천천히 깜박이는 것을 확인한 후 악셀을 밟았다. 차는 미끄러지듯 좁은 도로를 빠져나갔다. 수호는 안전벨트를 꼭 쥔 채 창밖을 보는 척 힐끔힐끔 뒷좌석의 낙조를 응시했다. 낙조는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무흠이 눕힌 자세 그대로 눈만 깜박였다. 눈동자는 고집스럽게도 무흠의 뒤통수를 향해 있었다. 둘 사이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묻지도 못하고서 수호는 잔뜩 긴장했다. 겉으로 보기에 낙조에게 외상은 없었지만 평화로운 방법이 사용된 건 아닌 게 확실했다.

무흠은 어두운 밤길에 한 번도 쉬지 않고 차를 몰아세웠다. 가끔 갓길 레일을 박은 차들을 마술처럼 헤집고 지나가면서, 그는 백미러로 낙조의 상태를 확인할 뿐이었다.

살벌한 분위기에 눈도 감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수호는 눈꺼풀 위를 찌르는 햇빛에 눈을 비비며 고개를 들었다. 차는 다리 위에 멈춰 있었다. 그제야 옆을 확인했다. 무흠은 없었다. 뒷좌석의 낙조도 마찬가지였다. 섬찟 소름이 돋아 차에서 황급하게 내리니 멀지 않은 곳에 두 사람이 서 있는 게 보였다.

“뭐야…….”

수호는 황망한 듯 중얼거렸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몸을 휘감는 거센 바람, 그리고 코끝에 풍겨오는 바다 냄새가 시야를 환히 틔워 주었다. 두 사람에게서 시선을 떼어 내 다리 밑을 내려다보았다. 넘실거리는 물결은 햇빛에 반짝이면서 눈을 비췄다. 수호는 무흠을 부르려 했다가 멈칫거렸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아무리 궁금하다 하더라도 분위기 정도는 눈치챌 줄 알았다. 자신을 등지고 서 있는 무흠, 무흠 앞에서 다리에 상체를 숙이고 움직이지 않고 있는 낙조. 다리 난간 바깥으로 삐져나온 낙조의 왼쪽 손목이 힘없이 덜렁거리는 게 보였다. 수호는 조용히 차로 돌아갔다.

*

새벽이 지나고 해가 완전히 하늘을 가득 채우는 시간 동안, 낙조는 완전히 굳어 있던 몸이 차근차근 풀려 가는 걸 느꼈다.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 건 무흠이 차를 멈춘 후 먼저 내렸을 때였다. 몇 시간 동안 같은 자세로 누워 있느라 온몸의 근육이 쑤셔 댔다. 낙조는 끙끙거리며 상체를 일으키고서 조수석에 쓰러지듯 잠든 수호를 잠시 살펴보았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이었다.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새끼 동물처럼 비틀거리며 다리를 걷자니, 무흠이 바다를 보고 있던 눈을 거두어 낙조를 응시했다. 보지 못했던 시간 동안 무흠의 얼굴은 생각보다 거칠어져 있었다. 머리도 꽤 길었고, 눈빛에서 느껴지던 여유로움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무흠은 바지 주머니에 꽂았던 두 손을 빼고서 낙조를 향해 몸을 돌렸다. 낙조는 다리 난간에 상체를 걸치고서 중심을 잡았다. 확실히 무흠과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몸이 뻣뻣해졌다. 익숙해질 리 없는 감각이었다. 켈리가 자신의 정신을 지배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기분이었다.

말 한 마디 꺼내는 게 그리도 어려웠다. 낙조는 부르튼 입술을 몇 번이고 깨물다가 겨우 입을 텄다. 아직도 열 기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머리가 쉬지 않고 울려댔다. 고개를 바로 들 수 없어 푹 숙인 채 낙조는 몇 시간 동안이고 목구멍에 처박아 둔 말을 내뱉었다.

“서연우가, 그 사람이, 보냈나요.”

“아닙니다. 제가 낙조 씨를 찾아온 거죠.”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그래도 다행, 이네요. 나만 잡혀가는 거면.”

“낙조 씨를 청주에 데려갈 생각은 없습니다.”

무흠이 돌려주는 대답은 하나 같이 다 이상했다. 낙조는 고개를 살짝 들어 무흠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읽을 수 없는 표정이었다. 자신을 동정하는 건지, 아니면 귀찮아하는 건지 확신할 수 없었다. 낙조는 손등 위로 이마를 대곤 열에 데워진 날숨을 길게 내뱉었다.

“뭘 자꾸, 돌려 말해요. 내 눈에 이 상황이, 지금 어떻게 보일 것 같아요.”

“정말 청주로 가려고 했다면 이 다리 아래가 바다일 수 없습니다.”

바다. 낙조는 그 단어에 다리 밑을 내려다보았다. 무흠의 어깨너머로 고개를 돌리니, 섬인 것 같은 땅이 드러났다.

‘섬?’

미간이 좁혀졌다. 낙조는 난간을 꽉 붙들고서 이를 악물었다. 섬으로 이어지는 다리가 있는 바다, 그런 곳이야 찾으려면 얼마든지 있었다. 그러나 공주에서 몇 시간이고 달려온 곳이다. 서해일 리는 없었다. 낙조가 말없이 바다만 응시하고 있자, 무흠이 느리게 입을 열었다.

“공주에 오기 전, 켈리란 여자를 만나지 않았습니까?”

그의 입에서 나오리라곤 생각지도 못한 이름이었다. 낙조가 인상을 찌푸린 채 대답하지 않자, 무흠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소맷자락을 매만지며 덧붙였다.

“그 여자가 가진 독초에 중독되면 보이는 현상입니다. 낙조 씨는 몸이 이미 식물에게 거의 넘어갔으니, 부작용이 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시간을 두고 꾸준히 치료하다 보면 나아집니다.”

“중사님이, 그 여자를……, 어떻게 알아요.”

“천천히 얘기해 드리겠습니다.”

“지금 말하라고요!”

낙조가 있는 힘을 다해 소리쳤다. 다리 위에 놓인 건 쓸쓸히 놓인, 이제는 움직이지 않는 차들뿐이었다. 악에 받친 낙조의 목소리에 무흠은 눈을 가늘게 뜨고서 목소리를 낮췄다.

“기억하십니까? 붕어섬 연구소에 있을 때, 구조대가 올 예정이라고 했던 말.”

“……지어낸 말이라면서요.”

낙조의 말끝이 부들부들 떨렸다. 당장 자신은 무흠이 어떻게 청주에서 나와 자신이 있는 곳까지 알아낸 것부터 화를 내고 싶었으나, 무흠은 자신에게 사과는커녕 오히려 뻔뻔하게 숨기고 있던 것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반응을 과민반응으로 받아들이는 듯한 태도가 눈에 선명하게 보였다.

“상황이 어긋났으니 그럴 법하게 둘러댄 것뿐입니다. 구조대는 오고 있었습니다. 본부가 더 빨랐던 것뿐이죠.”

“……중사님도, 한 패였어요? 꾸역꾸역, 어떻게든 살아남은 사람들, 잡아다가―”

“―낙조 씨. 당신에게 일어난 일이 정말 우연이라고 생각합니까? 전 세계에서 동시에 같은 감염 증세를 보이는 변종들이 나타났는데, 가습식물을 이용한 실험이라고 했던 임상시험에서 당신은 팔이 식물처럼 변하기까지 한 결과를 보였는데. 그게 전부 다……, 우연입니까? 자연재해예요? 사람이 살아 있는 사람을 상대로 실험한 결과를 그 몇 달 동안 보면서도,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는 말입니까?”

무흠은 어딘가 조금 화가 난 것처럼 말했다. 낙조는 웅웅대는 머릿속을 뚫고 들어오는 그의 목소리에 난간을 조금 더 세게 붙잡았다. 마음 같아서는 오른팔에 온 힘을 다해서 저 입을 한 대 치고 싶었으나, 그럴 힘조차 남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틀 정도만 지나면 모두 회복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길게 부상이 이어진 건 처음이었다. 식물의 힘을 빌리지 못하는 자신은 그저 일행에게 빌붙어 지금까지 겨우 살아남은 사람이었다. 스스로 키운 힘이 없으니 무흠에게 대립할 수조차 없다. 그 사실 자체가 스스로의 존재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전체를 못 보더라도 적어도 당신 주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하필이면 왜 당신이었는지,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게 만들어서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한 번도 생각 안 해봤습니까?”

“했어요. 당연히 했죠. 혼자선 힘드니까 도와 달라고 한 거잖아요.”

“혼자서는 알 수 없으니 남이 얘기해 주는 걸 곧이 다 믿고……, 그게 전부지 않습니까.”

“도대체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건데요! 나는 중사님이 생각하는 그런, 용감한 사람이 아니에요.”

흘러내린 낙조의 머리카락 사이사이로 열에 받친 눈이 보였다. 무흠은 조용히 낙조가 거칠게 호흡하며 내뱉는 말을 들었다.

“나 때문에 사람들 죽거나 다치는 걸 못 보겠어서 내가 나선 것뿐이라구요, 양심상! 아직도 꿈에 오윤빈 병사님과 이용수 병사님이 나옵니다. 살릴 수 있었는데, 무서워서, 그분들이 나 대신 죽었다고 생각한다고요.”

“아무도 낙조 씨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양심이 걸린 문제였다고 해도, 결과가 어떻다고 해도……, 낙조 씨는 할 수 있는 만큼 했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말을 듣는 이 상황 자체가 싫다고요! 영웅 행세하라고 만들어진 것 같은 이 개 같은 상황이! 참을 수가 없다구요, 참을 수가…….”

“고낙조 씨.”

“내가 뭘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요, 뭘 시키려고 여기까지 데려왔어요. 말을 해요. 목적이 있을 거 아니야.”

낙조는 거의 꺼질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한껏 토하듯이 소리를 지르고 나니 기운이 더욱 빠졌다. 무흠은 말없이 잠시 시간을 늘렸다가 낙조의 팔을 잡아끌었다. 다리 한쪽이라도 잘못 들었다간 다리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낙조의 몸이 도로 쪽으로 기울었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옵니다.”

“봄이 오기 전에 다 죽겠죠.”

“다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거 놔요.”

“물론 힘을 쓰지 않는다면 힘들겠지만, 낙조 씨가 기억하는 시간이,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입니다.”

“놓으라고요, 좀!”

“일이 꼬이면 뿌리까지 뽑아야 한다고 합니다. 해충이 꼬이면 밑동까지 자르거나 약을 칩니다. 단순합니다. 이제껏 해 왔던 방법으로, 다시 푸른 들판을 보게 하는 겁니다.”

무흠은 낙조의 팔을 단단히 붙잡고서 말을 끝맺었다. 무흠이 하는 말은 언제나 알쏭달쏭했다. 자신에게 문제를 내는 것 같기도 했고, 이미 답을 준 것처럼 다 알지 않느냐는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낙조는 무흠에게 붙들린 채 눈을 느리게 감았다가 떴다.

“내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해야만 하는 이유는 알고 있을 겁니다.”

“…….”

“켈리……, 그 여자가 대충 인간들에게 어떤 짓을 하고 다녔을지는 상상이 가실 겁니다. 그 상상을 믿으십시오. 어떤 상상을 해도 그건 과대망상이 아니니 괜찮습니다. 우리가 싸워야 할 상대가 바로 그 여자입니다.”

“사람 하나 죽는다고 세상이 바뀌어요?”

“그런 사람이 한둘이 아니니까.”

무흠은 그때까지 세게 쥐고 있던 낙조의 팔을 조심스럽게 놓아 주었다.

“열이 떨어지지 않는군요. 치료를 서둘러야겠습니다. 차에 타십시오.”

“치료를 한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사방이 바다인데, 도대체 뭐로…….”

“앞으로 켈리와 같은 사람들과 싸우려면,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 같은 건 생각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는 그 말을 끝으로 먼저 차가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낙조는 머리를 감싸고 하염없이 바다만 내려다보다가 걸음을 옮겼다. 지금쯤이면 자신이 사라졌다는 걸 알아챘겠지. 자신조차 어느 길로 빠져 나왔는지 알 수 없기에 흔적 같은 게 남아 있을 리 없었다. 그들은 괜찮을까. 시간을 두고 한 명씩 사람을 잃어가는 고통이 얼마나 조용하게 사람의 가슴을 짓누르는지 알기에, 낙조는 걸음을 뗄 때마다 몸이 무거워지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낙조가 차에 오르자, 조수석에 타고 있던 수호가 뒤를 돌아 살짝 고개를 숙였다. 조금의 기운도 없었지만, 낙조는 따라서 가볍게 인사하곤 그대로 눈을 감았다. 곧 차가 다리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창문을 조금 내렸다. 길가를 몰던 바람보다 차가운 바닷바람이 속눈썹을 간질였다.

‘애초에 방법이 있었으면 왜 이 지경이 되도록 저 사람은 가만히 있었을까.’

낙조는 그나마 열을 식혀 주는 듯한 바람을 쐬면서 생각했다. 전우들을 잃으면서까지 붕어섬에 가서 그는 누구를 만나려고 했을까. 그가 말하는 인물은 또 누구고. 개인이라기보다 단체일 확률이 높다. 백무흠은 어째서 그들과 연관돼있을까. 붕어섬에서 있었던 생체실험과도 관련이 있나. 그렇다면 백무흠은 어느 쪽에 소속된 인물일까. 내가 과연 저 사람을 이렇게까지 믿어도 되는 건가.

‘……백무흠은 왜 나를, 굳이 찾았을까.’

켈리와 맞설 계획이 있다면 그대로 이행하면 될 일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을 왜 직접 이끌고 들어와서 상상으로도 접근하지 못한 사건의 내막을 들춰 보여주는 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알 것 같다 싶으면, 생각하지 못한 인물이나 상황이 눈앞에 나타나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게 만든다. 더 이상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함께 지나가는 것은 없었다. 사소한 상황 하나에도 의심하고 경계하며 긴장을 늦춰선 안 됐다.

바닷바람을 맞아 차가워진 이마를 창문에 기댔다. 실눈을 떠보니 창밖으론 낮은 건물들이 촘촘히 들어선 거리가 진열돼 있었다.

‘섬에 들어왔구나.’

이제는 다시 그들을 만나지 못하려나.

낙조는 느리게 눈을 깜박이다가 손등으로 눈가를 덮었다. 불길함이 계속 마음 구석에서부터 끼어들어 생각을 방해했다. 마치 눈독조차 들이면 안 될 곳에 떡하니 두 발을 디딘 듯한 기분이었다. 금방이라도 누군가 앞을 가로막고 자신을 죽일 듯 호통을 칠까 무서워 몸이 떨릴 지경이었다.

그러나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소음은 아무것도 없었다. 섬 자체가 바다에 가라앉은 듯, 사방은 고요하고 무르익은 가을 햇빛은 눈물 날 정도로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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