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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초-100화 (100/202)

100화. 신 (2)

지구가 만약 공전하는 궤도를 벗어나 태양에 점점 가까워진다면 어떨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그리 유쾌한 상상은 아닐지라도, 초등학교 과학 시간에 들었던 희미한 말을 꺼내 보자면 ‘모든 게 죽는다’라는 결론이었다. 해수면은 물론이고 땅 위의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그 온도를 버티지 못하고 생명이 말라 죽는다는 이야기였다. 아주 조금씩 가까워진다고 하더라도 죽음은 면치 못했다.

한국뿐만이 아니라 지구를 뒤덮은 모든 땅이 별 다를 바 없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뜨거워진 온도를 버티지 못하고 다 불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결국 이 끔찍한 인체실험을 주도한 자가 누구이며, 왜 이 프로젝트를 지지했는지, 하필이면 전세계가 동시에 시작했는지, 책임을 따져 물을 건은 많았으나 그 죄조차 묻지 않고 완전히 지구를 익혀 죽이는 것이다. 아무도 입을 열 수 없게끔, 그 누구도 살아남아서 번식하지 못하게끔.

생명체는 왜 지구에서만 발견됐을까. 인간이 알아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왜 인간은 지구에밖에 없을까. 그렇게 넓디 넓은 우주에 생명체가 분포된 곳이 지구뿐이라는 것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받아들이기엔 너무 위험하고 암울한 사실이었으나 개인 한 명이 느끼기엔 인생사에 크게 도움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모든 것이 규칙을 갖고 움직인다고 해도 변수는 존재한다. 가장 명쾌한 해답을 내릴 수 있는 공식을 갖고 있음에도 값이 틀릴까봐 벌벌 떨어야 한다는 셈이다.

“……저씨, 아……씨! 아저씨!”

내가 그동안 믿고 있었던 진실이 사실 거짓임이 드러난다면, 나는 과연 그 소식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고낙조! 아저씨! 야! 눈 떠! 제대로!”

뿌옇기만 한 앞은 소란스러웠다. 아무 감각도 없던 몸의 신경도 조금씩 정신을 차리는 듯했다. 가장 먼저 움직였다, 라는 느낌이 든 건 발이었다. 종종 잠깐 눈을 붙였을 때도 팔다리가 제멋대로 움찔거려 잠에서 깬 적이 많았다. 그때와 비슷한 기분이긴 했지만 가위에 눌린 기분과도 꽤 유사했다.

익숙한 목소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는 사실은 그 뒤에야 깨달았다. 누군가를 부르는데, 그 이름이 자신의 것임을 인지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낙조는 순간 토기가 일어 그대로 목울대를 치고 올라오는 덩어리를 울컥 뱉었다.

“욱, 콜록! 헉, 콜록, 허억…….”

단박에 시야가 밝아졌다. 낙조는 눈을 느리게 깜박이다가 소리가 났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주 조금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머리가 울릴 정도로 어지러웠다. 다시 눈을 질끈 감으니 어지럼증은 더욱 심해졌다. 그저 누워있기만 했는데 몸 전체가 공 안에 갇힌 채 계속해서 구르는 기분이었다.

“아저씨, 눈 감지 마! 다시 눈 떠!”

“……지러워.”

“뭐? 뭐라고? 아니, 눈 뜨라니까!”

“……어지럽다고, 개새끼야…….”

지운은 그때까지도 탈탈 흔들고 있던 낙조의 어깨를 그제야 놓아 주었다. 낙조는 이마에 주름이 생길 정도로 깊게 인상을 찌푸렸다가 간신히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잔뜩 걱정하는 얼굴인 지운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홍해화는.”

“누나도 살아 있어.”

“그래…….”

자신이 보고 들었던 게 정말 꿈인지, 현실인지는 구분할 수 없었다. 망각의 시간과 출구 없는 미로에 갇혀 걷기만 한 기억뿐이었다. 등 뒤는 차가웠고 눈앞은 뜨거웠다. 그 기묘한 촉각은 지금도 선명했다. 낙조는 지운의 대답을 듣고서 옅은 날숨을 내쉬었다. 열이 오르는지 어지럼증은 계속됐고 눈가에도 열기가 느껴졌다.

“나 열 나냐?”

“어어……, 비 많이 맞아서 그런가 봐.”

“비가 온 건……, 맞지?”

“완전 태풍이었어. 앞이 하나도 안 보일 정도로. 아저씨랑 누나도 진짜 간신히 찾았다니까.”

“그럼 너도 봤어?”

“……뭐를?”

“……아니다.”

낙조는 무언가 말을 하려다 삼켰다. 평소 지운이었다면 무엇인지 계속해서 물었겠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돌았다. 낙조는 주위를 둘러보려는 걸 포기하고서 그저 지운에게 묻기로 했다. 지운의 대답을 전적으로 믿고, 기운이 돌아왔을 때 몸을 일으킬 생각이었다.

“누나는 괜찮아?”

“응. 누나가 제일 멀쩡해. 완전 변종 같아.”

“……여기는 어디야.”

“여기, 누가 살았던 집이야. 문이 열려 있어서, 들어왔어.”

“내 안경은?”

“안경알이 생각보다 튼튼하더라. 다리 한쪽이 부러진 거 빼곤 괜찮아. 밤이 누나가 붙여 놓긴 했어.”

“홍지운.”

“어어.”

“산 다시 안 가 봤지.”

“못 간 거지. 아저씨랑 누나 심폐소생술 하느라 나 근력운동 다했어.”

“…….”

낙조는 아무것도 없는 천장을 가만히 응시한 채 눈만 깜박였다.

산을 조금 더 뒤져 봤어야 했다. 불을 들쑤시기 전에, 모르는 길이더라도 이리저리 다녀보며 다른 곳에 파묻혔을 수도 있던 것들이 있나 확인을 해야 했는데……. 당장 몸만 괜찮았다면 다시 그 불지옥 같았던 산으로 돌아갔을 테다.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덩어리 같은 것을 기대하는 게 아니었다. 불이 옮겨 붙으며 산에 자극이 갔다면, 분명 지난밤처럼 길이 뒤틀렸을 게 빤했다. 그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땅 위로 올라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쩌면 속에 있던 것들이 추위에 강하다면……, 사막의 밤을 견딜 정도라면, 이미 움직였을 거야.’

괜한 의심은 아니었다. 처음 무흠과 마주친 서울에서 해화가 했던 말이 기억났다. 선명하진 않으나 분명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의 이름은 아니었다. 그것도 사막에서 나는 식물의 일종 같았는데. 연구소 근처도 아닌, 서울에서 그 식물에 의해 움직이는 변종이 있었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양의 샘플을 이리저리 방사시킨 것과 다를 게 없었다.

‘서연우는 이 프로젝트가 가습식물을 이용해 인간이 어디에서든 숨 쉴 수 있게 만드는 거라고 했어. 시간이 지날수록 가습식물과는 관련 없는 식물 형태의 변종들을 봤고……, 그냥 모든 게 이상해. 그렇게 똑똑한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프로젝트 목적과 상관없는 식물을 일부러 관찰하고 실험용으로 주사했다는 것도, 이미 이렇게 될 걸 알았던 것처럼 켈리가 수십 년에 걸쳐 저런 집단을 이뤄 낸 것까지.’

백지퍼즐을 맞추는 기분이었다. 분명히 형태는 존재하나 그 안의 것들은 보이지 않았다. 텅 비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너무 한 곳만 들여다보느라 전체를 보지 못하는 것인지, 그것은 알 수 없었다. 이렇게까지 스스로 지난 사건들에 대해 찬찬히 곱씹어 보며 이해하려는 시간을 갖는 것도 처음인 듯했다. 눈을 붙이는 순간조차 자신의 존재에 몰입하기만 했지, 결국 이게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는 자세히 알아본 적이 없었다.

‘밤이 누나는 이 시작점을 궁금해할까?’

낙조의 가장 큰 걱정은 밤이였다. 그녀는 세상이 변해 가는 걸 긍정적으로 보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아마 탐구자의 역할로서 재앙의 밤을 캐내는 것에 대해선 꽤 호기심을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하나를 알게 되면 저절로 나머지 것들을 알아차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0’을 기준점으로 마이너스와 플러스는 있으나 그 끝이 어디인지는 가늠할 수 없는 숫자와 같은 세상이다. 거의 무한에 가까운 이 생태계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면 밤이가 필요했지만 그녀가 과연 낙조의 뜻대로 움직여줄지가 문제였다.

‘누나가 생각하기에도 다 이상하기만 했을 텐데, 왜 밤이 누나는 순순히 받아들이며 새로운 걸 알려고 했지.’

몸이 거의 망가질 정도로 움직인 후에야 자신이 깨달은 사실이다. 밤이는 홀로 지방에 내려왔을 때부터 의심하던 부분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자신에게 말 한 마디 꺼내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 놓인 것을 관찰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것에 몰두했을 뿐이었다. 그녀에게 보이는 세상은 도대체 무슨 색일지 궁금했다.

낙조의 눈엔 백지퍼즐인 이 세계가, 그녀의 세계에선 화려하고도 강렬한 에너지가 넘치는 색깔이 가득한지. 그렇다면 그런 역동적인 색깔들이 전세계로 퍼져나간 이 세계가, 그녀에겐 그저 사랑스러울 뿐인지, 묻고 싶었다.

*

다시 쓰러지듯 잠들었다가 눈을 떴을 땐 밤이었다. 전날 그렇게 비가 왔는데도 개구리 소리 하나 나지 않았다. 지운이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어 뒀는지 찬바람이 서늘하게 들어찼다. 열은 남아 있었지만 밖에 나가 숨을 돌리고 싶은 마음에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바닥에 발을 내딛는 순간 머리가 뎅, 하고 울렸다. 몸이 아래로 꺼질 뻔한 것을 간신히 벽을 붙잡아 버텼다. 낙조는 입술을 깨문 채 조용히 방을 나섰다.

자신이 누워 있던 방은 작은 방인 듯싶었다. 지운은 거실에 잠들어 있었다. 반대편에 있는 닫힌 문 너머엔 밤이와 해화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애써 모두가 잠든 시간에 괜한 소음을 내고 싶진 않았다. 낙조는 천천히 거실을 가로질러 낡은 슬리퍼를 꿰어 신곤 현관문을 열었다. 곧장 차디찬 새벽바람이 온몸을 휘감았다.

비바람을 맞을 때와는 다른 기분이었다. 오히려 몸에서 열이 나고 있어 숨이 찼는데, 바람을 흠씻 들이키니 속이 조금 뚫리는 것 같기도 했다.

찬바람이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낙조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계단을 조용히 밟아 내려갔다. 누군가가 길을 표시해 놓은 것처럼, 자신의 기억으론 한 번도 와 본 적이 없는 곳임에도 저절로 발길이 이끌렸다.

슬리퍼가 아스팔트 바닥에 긁히는 소리가 났다. 낙조는 몇 걸음을 걷다가 제자리에 멈춰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로등 하나 켜지지 않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거리 위엔 자신뿐이었다.

‘개구리 한 마리 없어.’

어렸을 적, 여름방학 때 외할머니 댁에 가면 아침마다 마당을 가득 채운 청개구리를 볼 수 있었다. 시골이기도 했으나 집 바로 앞에 개울이 흘렀기 때문에 개구리들은 유독 잘 기어 올라왔다.

‘……고양이나 강아지도, 본 적이 없어. 신평에서 봤던 그 어르신들 강아지 한 마리 빼고는.’

‘악어와 새’에서 자급자족을 위해 농·축산업을 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으나 그 공간을 담당하는 자가 일행 중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어떠한 방식으로 운영되는지는 알지 못했다. 정말로 그곳에 소와 돼지, 닭 같은 흔한 가축들이 있었는지도 확인할 수 없었다.

‘변이 된 동물도……, 한 번도 본 적 없어. 우연찮게라도, 한 번은 봤을 법한데.’

항상 공격하고, 공격을 당하는 건 인간이었다. 자신들이 알아낸 정보는 그저 경험을 통해 밝힌 것들이라 일부에 지나지 않을 테다. 그마저도 살아남기 위한 생존법칙을 기준으로 세워진 것들이라 자세한 내막을 파헤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전쟁에 참가하게 된 생명체가 만약 인간뿐이라면, 재앙은 자연의 대물림이 아니라 전쟁을 그럴 법하게 포장한 수단이 된다. 주최자들도 가면을 쓴 채 서로 몰랐던 것처럼 연기를 하고 함께 어려움을 이겨 내려는 짓을 저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전쟁에서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자연 속에 파묻히는 동물들은 이 재앙에서 제외됐다. 낙조는 한 톨의 의심도 없이 그렇게 판단했다. 변종이 연구소 밖으로 나간 직후부터 동물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그 어디에서도 홀로 있는 동물의 흔적은 찾지 못했다. 너무나 갑작스러워였을까, 허전할 수도 있는 틈을 생각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달려든 변종 때문이었을까, 그들의 실종에 대해서 지금껏 의심하지 않은 자신이 놀라울 지경이었다.

‘밤이 누나는 알고 있지 않았을까?’

낙조는 우두커니 캄캄한 거리에 서서 생각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에 떠 있는 것 같았다. 그 어떠한 움직임도 없이 오롯이 서 있자니, 일행이 잠든 집이 어느 방향에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바람에 홀린 듯 나오긴 했으나 빛도 없이 돌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들지 않았다. 낙조는 그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눈앞도, 등 뒤도, 모두 똑같은 어둠뿐이었다.

‘선충……, 변이된 선충은 있었어. 감염된 식물에 기생하다 변이된 거였어. 곤충은 예외 선상에서 제외됐나?’

다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도 변종은 나타날 수 없다는 확신에 마음을 끝까지 내려놓은 게 문제였다. 의심을 품으니 다시 생각해 볼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왜 이 상황에선 이랬고, 그 상황에선 달랐을까. 똑같은 공식을 대입해도 너무나 다른 결과가 나오니 자신이 무언가를 빼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

낙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처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던 것 같은데.

착각이겠지. 공주에 돌아온 이후 변종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사람이라곤 일행이 전부였다. 게다가 도시의 중심도 아닌, 산이 있는 이 구석까지 친히 누군가가 찾아올 이유도 딱히 없었다.

찰박.

이번엔 똑똑히 들었다. 낙조는 소리가 난 쪽을 향해 정확히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빛 한 줄기 없는 시야엔 어둠조차 익숙해지지 않았다.

찰박, 찰박, 찰박.

소리가 점차 가까워졌다. 낙조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분명히 소리는 자신을 향해 있었고, 자신은 보지 못하는 무언가가 달려오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몸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소리가 커질수록 몸이 조금씩 굳어가는 걸 느꼈다. 손끝부터 누군가 야금야금 자신의 몸을 갉아먹는 것처럼, 감각이 둔해지고 있었다. 다시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물속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낙조는 그 소리가 코앞까지 다가왔을 때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허윽, 소리도 나지 않는 호흡을 겨우 유지했다. 온몸은 딱딱하게 굳었다. 마치 피부가 껍데기처럼 딱딱해져서, 아무리 몸부림 쳐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 놓인 듯했다. 자신의 의지로 움직일 수 있는 건 눈꺼풀뿐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보려고 해도 볼 수 없는, 그 무기력한 시각과 청각에 의지한 채 낙조는 오롯이 서 있었다.

“비가 많이 왔나 보군요.”

“…….”

익숙하지만 이곳에선 듣지 말아야 할 목소리였다. 낙조는 빠르게 눈을 깜박거렸다. 아무리 눈을 감았다 떠 보아도 형체조차 잡히지 않았다. 이름 석 자가 목에 걸렸다. 확인이라도 하고 싶어 입을 열어 보려고 해도 무용지물이었다. 혀조차 움직이지 않는 그 순간에, 두텁고 거친 것이 낙조의 어깨를 스쳤다.

“신께서도 너무하시지, 아무리 그래도 살 사람은 살려야 하는데 말입니다.”

반가움과 불길함이 아무렇게나 낙조의 몸속을 헤집었다. 그의 입에서 ‘신’이라는 이름이 나올 줄은 정말 몰랐다. 찬바람이 불었다. 다시 소나기에 젖은 것처럼 몸은 하염없이 무거워졌다. 바람이 훑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나뭇가지처럼, 낙조의 몸이 아래로 푹 꺼졌다.

사방은 여전히 어둠뿐이었다. 물웅덩이를 자박자박 밟는 소리가 골목을 메웠다.

<기생초> 제 1부, 「천국이 뒤집히는 날」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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