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밤에만 움직이는 그림자
마지막으로 꺼낸 총알이 그릇에 담겼다. 지운은 집게를 내려놓고 그간 참았던 숨을 토해 냈다.
낙조의 오른팔은 폐허와 다를 게 없었다. 깎이고 쓸려나가다 못해 뚫린 흔적이 가득했다. 꿰맬 수 있는 부분은 할 수 있는 한 막아 놓았지만 의식을 차리는 게 우선이었다.
마스크를 벗고 방 밖으로 나가니 해화와 무흠이 지운에게 다가왔다.
“어때? 괜찮을 것 같아?”
해화가 조금 열린 문틈 너머를 엿보며 물었다. 지운은 어깨를 으쓱였다.
“신경은 운 좋게 거의 피한 것 같긴 한데, 일단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고생하셨습니다.”
“아, 아니에요.”
지운은 무흠에게 고개를 숙였다. 어색한 침묵이 잠깐 맴돌았다.
“저희 병사도 돌봐 주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무흠은 다시 한번 인사했다. 아니에요, 제가 진짜 의사도 아니구. 지운은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볼에 총을 맞은 병사는 다행히도 목숨만은 구했다. 의식도 금방 돌아왔다. 상처가 아무는 데에는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무흠은 살았다는 점에서 병사에게도, 지운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자신이 너무나 안일했다. 세상이 며칠 새에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생각해 봤어야 했는데. 그새 사람들의 뒤통수를 쳐가며 삶을 갉아먹는 이들이 나타났다는 게 한스러울 뿐이었다.
“진통제는 충분합니까?”
무흠이 지운에게 물었다. 지운은 고양이 캐릭터 데일밴드를 붙인 목 부근을 매만지다가 음, 하고 운을 띄웠다.
“지금 투여한 것만으로도 많아서요. 정신을 차린 다음에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그렇습니까.”
한곳에 오래 있는 건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게 느껴졌다.
그날 새벽은 유독 길었다.
*
“…….”
아침 식사를 하고 낙조를 찾아온 지운은 낙조의 오른팔을 확인하다가 눈을 크게 떴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꿰맨 자국과 흉터 투성이었던 곳들 위로 새 살이 돋아 있었다. 회복력이 이렇게 빠를 수가 있다고? 지운은 믿기지 않아 직접 두 손으로 상처를 매만져 보았다. 부드럽고 따뜻한 살갗이 맞았다.
“뭘 그렇게 변태처럼 만지고 있어.”
경악에 가득 찬 상태로 꿰맨 부분도 자세히 살펴 보는데, 문득 낙조의 타박이 들려왔다. 고개를 드니 반쯤 눈을 뜬 낙조가 지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저씨!”
“너 두 번 구하려다가 진짜 죽겠다.”
낙조는 피곤한 기색으로 중얼거렸다. 지운은 급히 협탁 위에 놓여 있던 물통의 뚜껑을 열어 낙조의 입가에 대주었다.
목이 많이 말랐는지 낙조는 물통의 반을 한 입에 마시고는 겨우 숨을 내쉬었다.
“아저씨, 말이 돼? 하루 만에 새 살이 났어. 총에 맞았는데!”
“아직도 놀랄 게 남았어?”
낙조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었다. 팔의 일부가 거의 다른 생명체로 변한 것부터 이미 생각을 멈춘 듯 보였다. 지운은 놀란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침대 끄트머리에 걸터앉았다.
“안 아파?”
“조금 어지러운 것 빼곤 괜찮아.”
식욕도 딱히 없었다. 낙조는 안경을 쓰려다가 왼쪽 안경알에 금이 간 것을 보고 한숨을 툭 내뱉었다.
“이게 망가지면 어떡하냐.”
“아저씨 눈 많이 안 좋아?”
“아니. 니 얼굴 정도는 잘 보여서 짜증난다.”
그래, 안경 하나 없다고 죽기까지 하겠어. 낙조는 안경을 다시 내려두었다. 과수면을 한 것처럼 온몸이 침대에 잠긴 듯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지운은 사람들에게 말하겠다며 곧 방을 나섰다.
지운이 사라지자 낙조는 자신의 오른팔을 내려다보았다. 지운의 말대로 상처 위로 새 살이 돋아나고 있었다. 팔이 불타는 것처럼 아팠던 어제와는 달리 고통도 미미했다.
“더 골치 아프게 됐네.”
연우의 정보에 이 상태가 추가된다면, 그녀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낙조는 눈가를 문지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
“중사님.”
“오셨습니까.”
무흠이 무거운 미소로 해화를 맞이했다. 그는 낙조와 병사의 수술이 끝난 이후로 식사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해화는 무흠의 맞은편에 앉았다.
“다리는 아직 다 안 나으셨나 봅니다.”
붕대를 두른 해화의 왼쪽 발목을 보며 무흠이 말했다. 해화는 대답 없이 바닥만 응시했다. 침묵이 계속되자 무흠이 입을 열었다.
“낙조 씨 손에 대해서, 원래 알고 계셨습니까?”
곧장 본론이었다. 해화는 주저하지 않고 그렇다고 대답했다. 아직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이다. 무슨 문제로 갈라질지도 모른다. 해화는 정신을 더욱 선명히 잡고 눈을 깜박였다.
“그 상태가, 성공의 결과라고 하는 게 맞습니까?”
“전 전문가가 아니라서 몰라요.”
“그 상태에서 변종이 아닌 사람을 공격한 걸 본 적은 있습니까?”
“뭐하자는 거예요? 투표해서 죽일까, 말까 하는 거예요? 이게 마피아 게임 같은 건 줄 알아요?”
해화가 단도직입적으로 소리쳤다. 무흠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해화의 말을 들었다. 스탠드 불 하나 켜져 있는 방 안은 어두웠다. 무흠의 또렷한 이목구비 옆으로 그늘이 졌다.
“우리에게 고낙조 씨 같은 사람을 데리고 있다는 사실부터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 하는 말입니다. 실험에 성공했다는 유일한 생존자 신체의 일부가 변종과 유사하다는 점이.”
“그게 다예요. 대화할 수 있고, 밥도 먹고, 물도 마시고. 그냥 사람이에요.”
“저도 잘 압니다. 고낙조 씨를 변종으로 상부에 보고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연구원 분의 말을 생각해보면, 변종이 가득한 세상에서 왜 고낙조 씨를 그 실험에서 ‘성공했다’라는 이유로 지켜 내야 하는 건지 의문이 듭니다. 가습 식물을 이용한 실험은 이런 세상에서 이제 쓸모없는 일이 돼 버렸잖습니까.”
무흠은 조목조목 얘기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사람을 할퀴듯 거칠진 않았다. 해화는 긴장에 서린 몸을 빳빳하게 굳히고서 가만히 그의 말을 듣다가 입을 열었다.
“그 언니가 하는 모든 일을 믿으면 안 돼요.”
“연구원 분 말입니까.”
“네.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들어주시면 안 돼요. 적당히 듣는 척만 해 주세요. 고낙조 그 사람한테 어떤 짓을 할지 아무도 몰라요.”
“그 분이 고낙조 씨를 해할 수 있다는 근거라도 있습니까.”
“이런 세상에서, 고낙조가 가진 힘을 어떻게든 계속 곁에 두려는 이유가 뭐겠어요.”
해화는 대답 대신 다른 말을 선택했다. 멀리 돌아가지도, 회피하지도 않은 말이었다. 무흠은 정확히 그 말을 짚은 듯 조용했다. 해화는 복잡한 얼굴을 하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흠은 굳이 붙잡지 않았다.
*
“얼굴은 좋아 보이네요.”
“서연우 씨는 걱정하러 온 것 같아 보이진 않고.”
“틀렸어요. 당연히 걱정했죠.”
그렇게 말하는 연우의 손엔 주사기와 소독한 스테인레스 접시 하나가 들려 있었다. 그녀는 낙조의 옆에 앉아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내일 청주로 출발한다고 했는데 못할 줄 알았거든요.”
“계획이 틀어지지 않아서 안심한 거네요.”
“낙조 씨의 회복력이 이 정도인 줄 몰랐죠. 알면 알수록 궁금한 점만 늘어난다니까.”
연우가 마침내 주사기를 들었다. 낙조는 팔을 곱게 내어줄까 고민하다가 그녀에게 물었다.
“피는 왜 뽑게요?”
“회복력이 말도 안 되게 빠르니까요. 보통 사람들보다 얼마나 다른지 비교하려구요.”
“서연우 씨한테는 내가 아직 실험자처럼 보이는 거죠?”
“말이 좀 그렇네요. 누가 들으면 내가 인질범이라도 되는 줄 알겠어요.”
그거랑 딱히 다른 것 같진 않은데. 낙조는 속으로 생각하면서 소매를 걷었다. 연우는 고무줄로 낙조의 팔뚝을 묶고서 조심스럽게 바늘을 꽂아 넣었다. 검붉은 피가 주사기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청주에 도착하면, 다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동안 우리가 궁금해 했던 것들 다.”
“거기서 나를 반겨 줄까요?”
“유일한 희망인데, 당연하죠.”
“영화 같은 거 보면 유일한 희망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죠.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킨다. 법칙 같은 거잖아요.”
낙조의 말에 연우가 잠시 머뭇거렸다. 그녀는 낙조의 피가 담긴 주사기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낙조 씨는 죽지 않을 거예요.”
“죽기 직전까지 피를 뽑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왜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해요? 애초에 청주로 가자고 한 건 낙조씨잖아요.”
“나는 대피소로 갈 겁니다.”
연우가 눈을 느리게 깜박였다.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었겠지. 낙조는 소매를 다시 내리곤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표정을 정리했다. 연우는 협탁 위에 놓인 깨진 안경을 응시했다.
“궁금하다고 했잖아요. 낙조 씨 몸에 뭘 넣었는지.”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생각났어요.”
낙조는 미지근한 물을 마시곤 중얼거렸다. 연우는 한참 말없이 낙조를 바라보았다. 생사를 함께 뒤집으며 이곳까지 온 동료라고 하기엔 어색한 분위기가 방을 가득 메웠다.
연우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낙조는 닫힌 문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웠다.
자신의 몸에 생긴 변화가 더 나아가서 이 세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가늠조차 가지 않았다. 정말 유일한 희망은 자신뿐일까. 세계 곳곳에서 시작한 실험인데, 성공한 자가 나밖에 없다고? 의문은 의심을 품고 음모를 낳았다.
*
“내가 봤다니까. 진짜 손이 식물 이파리 있잖아, 그것처럼 변해서 그 새끼들 다리를 분질렀어.”
“그럼 그 사람도 변종이야?”
“근데 그것만 빼면 솔직히, 변종이라고 할 증거가 없잖아. 변종이랑 팀 먹고 우리 공격한 것도 아니고.”
병사들 사이에선 편의점에서 있었던 일들이 끊이지 않고 오가고 있었다. 몇몇은 낙조의 편을 드는 반면, 연구소에 남았던 병사들은 낙조 또한 변종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언제 어떻게 변해서 우리를 공격할지 누가 알아? 청주로 가는 도중에 차 안에서 변한다고 쳐. 그럼 어떻게 할 건데. 우리 다 떼죽음 당한다고.”
강력하게 낙조의 상태를 비난하는 이가 있었다. 그는 전역일을 며칠 앞둔 채 재앙을 맞이한 말년병장이었다. 그의 말에 다른 병사들은 입을 다물었다. 한 번 물면 죽기 직전까지 잘근잘근 씹는 놈이라는 걸 모두 알기 때문이었다.
“시팔, 내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어야 되는지도 모르겠는데 변종 새끼를 영웅이라고 떠받드는 놈들이랑 뭘 하겠다고.”
그는 쥐고 있던 수통을 집어던지고서 방을 나갔다. 그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자 병사들은 다시 낙조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나를 코앞에 두고 저런 소리를 잘도 해대네.’
지운은 자신의 자리에 앉아 가만히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병사들은 지운의 존재는 상관 없다는 듯 떠들어댔다.
사실 실험의 목적이 살인병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었을까, 이 전염병 또한 계획된 것이 아니었을까……. 음모론자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들이 차고 넘쳤다.
해화의 빈자리가 느껴졌다. 해화가 곁에 있었다면 저들에게 한 마디라도 쏘아 붙였을 텐데. 입안 가득 욕이 차올랐지만 내뱉을 순 없었다.
해화가 당부한 것이 있었다. 이곳에서 누가 낙조의 팔에 대해 왈가왈부 하더라도 잘 아는 척을 하지 말 것. 낙조를 지키고 싶다면 섣불리 그를 옹호하려고 하지 말라고 했다.
지운은 수면용 귀마개를 끼고서 눈을 감았다. 그제야 그들의 이야기가 물속에 가라앉듯 먹먹해졌다.
*
청주로 떠나기 8시간 전. 자정이었다. 무흠은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여태껏 누구 하나 발을 들이지 않았던 연우의 실험실이었다.
연우는 탁한 붉은색이 감도는 액체가 든 주사기를 들고 있었다. 형광등 하나가 나가서 방을 밝히는 불이 부족했다. 어둠이 미미하게 깔린 곳 아래서, 연우는 무흠을 향해 입을 뗐다.
“청주에 도착하면, 낙조 씨를 센터로 넘겨야 해요. 그래야 실험이 계속될 수 있어요.”
“지금 이 상황에서 꼭 고낙조 씨가 필요한 이유가 뭡니까.”
“중사님도 보셨잖아요. 그 사람이 어떤 힘을 갖고 있는지. 어떻게 변하는지. 그게 낙조 씨의 ‘진짜’ 힘이에요.”
연우는 책상에 걸터앉은 채 얘기했다. 무흠은 어쩐지 연우와 자신의 사이에 두꺼운 벽 하나가 서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인간이 갖고 있는 무기로 변종을 물리치기엔 한계가 있어요. 죽이기만 해서 끝난다는 게 아니잖아요. 죽는 순간에도 번식을 하는데, 그 수가 많아지면 어떻게 막으실 건데요.”
연우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어딘가 바늘로 찌르는 듯 따가웠다. 무흠은 침묵을 지키며 연우의 이야기를 들었다.
“변종을 물리치려면 동등하거나 더 월등한 힘이 필요해요. 낙조 씨 상태를 보세요. 총알을 수십 발 맞고도 살았어요. 회복력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게 이 세상에서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샘플이에요.”
“그래서 청주에 데려가야 한다? 데려가서 무슨 짓을 하실 겁니까.”
“의심이 이렇게 많은 분이신 줄 몰랐네요. 하긴, 말하는 것보다 직접 겪어 보는 게 더 좋죠.”
연우는 책상에서 내려와 주사기를 들고 무흠에게로 다가갔다. 무흠은 한 발자국 물러나 손을 등 뒤로 가져가 문고리를 잡았다.
“낙조 씨는 변종이 될 확률도 극히 낮아요. 항체가 어느 정도 있다는 얘기죠. 너무나 완벽한 성공 아닌가요?”
문고리를 잡았던 무흠의 손이 주춤거렸다. 변종이 될 확률이 낮다, 라는 말에 무흠의 눈이 크게 뜨였다. 연우는 한 발자국씩 무흠에게로 다가가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영구적이진 않지만, 잠깐이나마 낙조 씨가 가진 힘을 느낄 수 있게 해드릴게요. 그럼 생각이 좀 달라지실 거예요.”
“무슨 소리입니까.”
연우는 겁 먹지 말라는 듯 무흠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아주 잠깐이에요. 무서워하지 마시고.”
“놓으십시오.”
무흠이 경고 섞인 목소리로 말했지만 연우는 듣지 않았다.
“직접 그 힘을 누려 보고 싶지 않으세요? 나는 변하지 않을 거란 확신도. 흔치 않은 기회죠. 이건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에요. 살아 남으려면 힘을 얻어야죠.”
‘그 힘’. 장정 여러 명을 한 번에 당해내고도 하루 만에 거의 몸을 회복한 힘. 무흠이 눈을 질끈 감았다 떠냈다.
“중사님은 무엇을 지키고 싶으신데요? 우정 같은 건 아니잖아요. 이런 세상에서. 그런 게 어디 있다고.”
무흠의 소매를 걷고 천천히 바늘을 꽂아 넣었다. 검붉은 액체가 무흠의 혈관을 타고 스멀스멀 기어 올라갔다.
“…….”
며칠 동안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않았는데 신체 전체가 심장처럼 고동쳤다. 힘을 주지 않아도 곧장 모든 것을 부술 수 있을 것만 같은 괴력이 팔과 다리를 타고 흘렀다. 무흠은 이를 악물고 연우를 바라보았다.
“굉장하죠?”
무흠은 몸을 폭발시킬 것만 같은 자신의 힘에 대답도 않고서 연우를 노려보았다.
“이게 겨우 일부예요.”
연우는 만족스럽다는 듯 웃으면서 말했다.
“제 첫 번째 실험은 성공이네요.”
“당신…….”
잇새로 신음과 함께 일그러진 단어가 겨우 쏟아졌다. 연우는 중사의 전투조끼에서 무전기를 빼내곤 조용히 말했다.
“청주에 있는 센터에 실험 성공을 알려야겠어요. 내일 돌려드릴 테니, 오늘만 참아 주시죠. 그리고 잘 생각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