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빗속에 갇히다
구석구석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중사를 비롯한 병사들이 전투태세를 갖췄고, 낙조와 그 무리도 무기를 꽉 쥐었다.
예상했던 대로 변종들이 꾸물꾸물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평소와 다른 점은, 눈앞에 인간을 보고서도 아무렇지 않게 지나쳐 갔다는 것이다.
그들은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기면서 줄을 지어 복도를 지나 계단을 내려갔다. 당장 방아쇠를 당길 준비를 하고있던 병사들은 당황한 얼굴로 중사를 돌아보았다.
“중사님?”
“조용히.”
중사는 아무 말 없이 그들이 떼를 지어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았다. 낙조 또한 변종의 움직임을 보면서 숨을 골랐다. 하얗게 뒤집어 까진 눈은 한 곳만을 향해 있었다. 바깥. 비가 오는 곳.
연우는 그 움직임에 홀린 듯 응시했다. 모두가 얼어붙었지만, 연우는 약간 달랐다. 조금 전만 해도 죽어 있던 시선이 빛나고 있었다. 변종을 향해서.
‘누군가가 조종하는 것 같아.’
로봇을 떠올린다. 인간은 로봇을 통제할 수 있다. 인간이 명령을 입력하면 로봇은 움직인다.
변종을 통제시키는 핵이 있나? 연우는 빠르게 머리를 굴려 보았지만 말이 될 수 없는 일이었다.
‘인간의 남은 신경을 자극하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변종들은 하나둘씩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주차장이 가득 찰 정도로 가만히 서서 쏟아지는 비를 맞았다. 고분고분하게.
“근데, 왜 머리랑 심장을 쏘라고 하죠?”
낙조가 중사에게 물었다. 중사의 왼쪽 가슴엔 ‘백무흠’이란 이름 석 자가 적혀 있었다. 그는 자신들의 앞을 지나가는 변종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말했다.
“어느 정도 치명상을 입으면 죽는 걸 확인했습니다. 인간이 살아 있을 때 가진 급소와 다를 바가 없는 겁니다.”
무흠은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에 걸맞는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모두가 그의 이야기에 집중한 것처럼 입을 닫았다.
“영화 속 좀비랑 비슷한 건 고통을 못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뿐입니다. 체내 신장은 모르겠지만 몸의 기능이 모두 멈춘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건물 곳곳에 숨어 있던 변종들은 곧 다리를 저는 변종을 끝으로 사라졌다. 복도에 남은 이는 낙조와 그들뿐이었다.
한참 창밖을 바라보던 해화가 입을 뗐다.
“어쨌든 전염병이 뇌를 점령한 건 맞지 않나? 뇌가 시켜서 몸이 움직이는 거잖아.”
그녀의 말에 다시 정적이 돌았다. 해화는 창밖에 가득 찬 변종 무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식물로 어떤 실험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부작용의 결과가 저런 모습이라면……, 인간의 몸을 숙주로 쓰는 거 아니야?”
해화는 말을 마치며 뒤돌아 연우를 바라보았다. 연우는 팔짱을 낀 채 차분히 그 시선을 맞받아쳤다. 해화가 제시한 가설을 생각하는 듯했다.
“동물이나 벌레, 식물을 숙주로 삼는 거랑은 다른 거예요. 인간의 몸을 숙주로 삼고 뇌를 조종해서 저 정도의 인원을 한꺼번에 움직이게 만든다? 그럴 정도라면 본체 자체의 생존력은 물론이고 지능이 높았겠죠.”
연우의 말투는 어쩐지 날카롭게 느껴졌다. 그녀는 해화를 정확히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섣불리 그 사이를 갈라놓을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그리고 애초에 그만큼 지능이 높았던 세포를 발견했다면 연구 중에 놓쳤을 리가 없어요. 지능이 있는 유기체로는 실험조차 하려고 하지 않았을 테니까. 오히려 식물에게서 그런 세포를 발견했다는 것에 의의를 뒀겠죠.”
연우는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 말했다. 해화의 가설이 연우의 유일한 단단한 면을 긁어 버린 건지도 몰랐다.
정작 해화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그래요?’하고 말았다. 연우의 발언은 다른 사람에게 화살을 날렸다. 백 중사였다. 그는 가만히 연우의 말을 듣고 있다가 말이 끝나자마자 물었다.
“굉장히 자세히 아시는군요. 그럼 이 전염병이 어떻게 퍼졌는지도 아십니까?”
일촉즉발이었다. 연우가 마지막 희망을 품고 온 공간이 이렇게 망가진 이상, 그녀가 어떤 말을 내뱉을지 알 수 없었다.
낙조는 연우가 입을 열기 전에 앞장서서 말했다.
“서연우 씨는 연구원입니다. 국립연예특작과학원이라는 곳에서―”
“―이 전염병이 처음으로 퍼진 연구소에서 일했어요. 이 사람이 피실험자였고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연우가 낙조를 가리키며 말했다. 낙조는 그대로 몸을 굳힌 채 연우를 바라보았다. 연우는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무흠을 응시하고 있었다. 무흠은 낙조와 연우를 번갈아 보다가 쓴웃음을 지었다.
“인간 몸이 자체적으로 산소를 만들어 내서 호흡할 수 있도록, 가습식물의 세포를 채집해 샘플을 만들었어요. 샘플을 실험자들에게 주사했고, 이 사람 말고는 다 저렇게 됐죠. 이 사람이 유일한 성공한 결과예요.”
연우의 말은 낙조의 입을 다물리게 하기 충분했다.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연우의 말에 이리저리 휘청이는 힘없는 갈대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연우의 말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짐작은 하시겠지만 하나의 가습식물만 연구한 게 아니에요. 가습식물이 아닌 식물의 샘플도 이용하고 교배시켰어요.”
낙조가 눈을 크게 뜨고 연우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조금도 떨지 않고 마지막 말로 마무리를 지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떤 유형의 변종이 나타날지 몰라요. 부작용이 지금 보이는 저런 변종들이랑 같다고 확언할 수도 없고.”
그녀는 말을 마치고 한숨을 잠깐 내쉬었다.
낙조는 연구소를 탈출하기 직전, 지하 주차장에서 사투를 벌였던 포자 변종을 떠올렸다. 물리지도, 진액을 먹은 것도 아니었는데 변종이 됐었지. 자신처럼 주사를 맞은 이 중에 포자 변종이 있었다는 말이 된다.
“이게 내가 아는 전부예요. 됐나요?”
연우는 무흠을 정확히 응시한 채 말했다. 울분을 토해 내듯. 그녀의 말이 끝나자 뒤에 서 있던 한 병사가 나와 연우의 멱살을 잡아 틀었다.
“씨발, 그게 할 말이야!? 다 좆되게 해 놓고, 사람들이 씨발, 이유도 모른 채 저렇게 됐는데 그런 소리가 나와!?”
병사의 울음 받친 목소리에도 연우는 바닥만 응시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뒤늦게 다른 병사들이 그를 말리며 떼어 냈다. 그러면서도 똑같은 시선을 하고서 연우를 흘겨보았다.
“놔, 씨발! 놓으라고! 늬들도 들었잖아! 쟤가 뭐라고 하는지!”
뒤쪽으로 끌려가며 병사가 외쳤다. 그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복도를 가득 메웠다. 가만히 연우를 응시하던 무흠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곤 자리를 떴다.
낙조는 이마를 짚고 잠깐 서 있다가 연우를 불렀다. 그녀는 이름 모를 분노에 휩싸인 눈길을 하고서 낙조를 바라보았다.
“얘기 좀 해요.”
그녀를 복도 끝으로 데려간 낙조는 한참 입을 떼지 못하다가 물었다.
“그럼 나한테 주사한 건 뭐예요.”
“몰라요. 내가 놓은 게 아니니까.”
“기록해 놓은 게 있을 거 아니에요.”
“우리가 떠난 연구소에 있죠. 컴퓨터로 확인해 보려고 하면 할 수야 있겠지만 지금 인터넷이 돼요? 되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아무것도 없다고요!”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서 소리쳤다. 아마 복도 중앙에 서 있는 해화와 지운도 들었을 테다. 낙조는 마른세수를 했다.
지금까지 연우를 믿고 그녀를 따라온 길이 과연 옳은 선택이었는지 의문에 휩싸였다. 자신이 내린 선택이라고 믿었던 부분조차 연우가 감추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럼 끝까지 모르는 척하려고 했을까? 본부가 이만큼 망가지지 않았다면, 그녀는 조용히 자신에게 주사한 샘플을 확인하고 연우를 위한 답을 찾으려고 했을까?
“왜 이런 상황이 됐는지, 사람들이 왜 저렇게 된 건지. 나는 어떻게 된 건지……, 알고 싶다고 했잖아요.”
그녀가 병실 침대에 누워서 했던 말을 중얼거렸다. 낙조는 마음속에서 꺼져가는 불꽃을 간신히 지키려고 아등바등 말했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어떡해요.”
배신감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여기까지 오면서 어정쩡하게 생긴 동료애 때문인지, 그저 어떻게든 그녀에게서 다른 대답을 듣고 싶었다.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면서.
“그래요. 그게 알고 싶어서 여기에 온 거예요. 근데 이 꼴이 났잖아요. 여기서 뭘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연우는 아슬아슬하게 맺힌 눈물을 떨어뜨리지 않으려 눈에 가득 힘을 준 채 말했다. 그 눈을 마주하자마자 알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게 무너졌구나. 스스로 쌓은 탑이 무너졌고, 무너져 내린 탑에 갇혀 버렸구나.
*
비는 오후 내내 내렸다. 변종들은 꼼짝도 하지 않고서 비를 맞았다. 창밖을 구경하는 것도 지쳤는지 해화는 잠깐 잠을 자겠다며 어느 방으로 들어갔다. 지운은 방문 앞을 지키기로 했다. 망치를 끌어안은 채 쪼그려 앉은 지운에게 물을 건네주곤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연우는 낙조와 대화를 끝내고 화장실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해화는 스스로 나올 때까지 부르지 말라고 했다. ‘저 언니도 생각할 게 많겠지.’ 어떤 일이 있든 괜한 감정을 쏟지 않는 해화가 부러웠다. 낙조는 복도를 한참 배회하다가 일층으로 내려갔다.
정문 앞에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백 중사였다. 그는 바로 앞에 비를 맞는 변종들을 보면서 바닥에 앉은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의 곁에 거리를 조금 두고 앉으니, 무흠이 슬쩍 옆을 보곤 다시 고개를 돌렸다.
“피우십니까?”
무흠이 담배를 손에 쥔 채 물었다. 낙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흠이 담배 하나를 건넸다. 그는 불을 붙여 주곤 자신의 담배를 물고 낙조에게 물었다.
“비가 그치면 다시 들어올 것 같습니까?”
“햇빛이 필요한 애들만 거리에 남고……, 습한 곳이나 그늘이 좋은 녀석들은 돌아오지 않을까요.”
“일리 있는 말입니다.”
무흠의 말투는 익숙하면서도 괜히 낯간지러웠다. 차라리 ‘아저씨!’하고 자신을 막 대하는 지운이 나을 정도였다.
“아까 그 여자분께서 한 말……, 당신은 유일한 성공한 결과라는 게 무슨 말입니까?”
무흠이 연기를 내뱉으며 한 번 더 물었다. 낙조는 어떻게 대답할까 고민하다가 말없이 담배를 물었다.
“만약 저들이, 의식은 살아 있는데 정말 기생식물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는 거라면 어떡하실 거예요?”
낙조는 대답 대신 반문을 선택했다. 무흠 또한 오랫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담배가 거의 타들어 갈 때쯤, 그는 늘어진 재를 툭 털며 대답했다.
“대화가 통한다면 죽일 이유가 없습니다.”
입술이 움찔거렸다. 혓바닥 위까지 올라온 말을 내뱉을 듯 말 듯, 낙조는 억지로 혀끝을 깨물며 참아 내고 있었다.
‘살아 있는데 몸의 일부가 식물로 변한 사람을 보면 어떻게 하고 싶나요?’
끝끝내 물어보지 못했다. 낙조는 뒤이어 담배꽁초를 저 멀리 던졌다. 거센 빗줄기에 연기는 금세 사그라들었다.
“비가 곧 그칠 것 같진 않은데……, 부하분들은 괜찮은가요?”
“각자 다 사정이 있는 애들이라 그럽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아니, 제가 죄송하죠.”
낙조는 서둘러 사과했다. 그리고 풍경을 구경하듯 비를 맞는 변종을 하나하나 관찰했다. 변종들은 고개를 하늘로 쳐든 채 비를 온몸으로 맞고 있었다.
연구소에서 처음 봤던 변종이 생각났다. 환풍기 밑에서 고개를 들고 몸을 흔들거리던 변종들. 바람의 움직임을 느끼고 모여든 것일까.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아, 고낙조라고 합니다.”
“육군 백무흠 중사입니다.”
둘은 가볍게 악수를 나누었다. 무흠은 통성명을 나눈 후 기다렸다는 듯 낙조에게 물었다.
“그럼 다시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성공했다는 결과가 뭔지.”
“……어느, 어느 상황이든 숨을 쉴 수 있다는 거죠.”
가스가 가득 찬 방에서 살아남은 기억을 떠올리며 낙조가 급히 대답했다. 오른손에 대한 정보는 스스로가 알기에도 부족했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정보가 필요하지 않은 이상 알려 주지 않는 게 나을 듯했다.
“그거 신기한 일입니다.”
무흠은 옅게 미소 지으며 중얼거렸다. 낙조는 왠지 따라 웃을 수 없었다.
*
“먹을 거 찾았어.”
이층으로 올라오자 해화가 낙조에게 말했다. 딱히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먹어서 좋지 않을 건 없었기에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해화는 뒤따라 올라오는 무흠을 응시하다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무흠과 그의 부하들도 함께 식사를 하기로 했다. 연우를 찾으러 간 해화는 ‘안 먹는대.’라는 말을 끝으로 더 이상 연우에 대한 말을 하지 않았다.
각자 눈치를 보며 음식을 먹었다. 아직 전기와 수도는 끊기지 않아 컵라면을 먹을 수 있었다. 국물 마시는 소리와 면을 삼키는 소리가 겹쳐 들렸다.
짧고 조용했던 식사시간이 지나가고, 남은 쓰레기를 정리할 때쯤이었다. 문이 열리더니 누가 봐도 좋아 보이진 않은 얼굴을 하고서 연우가 안으로 들어왔다.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다. 지운은 눈치를 보다가 포장을 뜯지 않은 컵라면을 슬쩍 내밀었지만 연우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낙조는 창가에 앉아 커튼을 치고 생각에 잠겼다. 자신의 오른팔에 묶인 식물 또한 뇌를 공유하는 건 맞는 것 같은데, 왜 자신은 비가 와도 몸이 반응하지 않았을까.
저 변종과 자신이 다르다고 볼 수 있는 가장 큰 부분이 무엇일까. 이미 지쳐 버린 연우에게선 답을 들을 수 없을 것 같았고, 스스로 알아보자니 궁금한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자신이 인간이란 걸 증명해 줄 사람이 한 명 줄어든 기분이었다. 어린 애도 아니고, 보호자를 찾고 있냐. 낙조는 스스로를 타박하면서도 어쩐지 밀물처럼 밀려오는 섭섭함에 창밖만 바라보았다.
만약 본부가 멀쩡했다면, 그래서 서연우가 원하는 정보를 얻고 나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었다면. 그 뒤는?
서연우는 나를 본부에 어떻게 보고하려고 했을까?
두 눈이 빠르게 깜박였다. 낙조는 입술을 짓씹다가 문득 사무실 안을 울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연우가 무흠의 앞에 서서 무어라 말하고 있었다.
“무전기, 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배터리 때문에 용건이 확실해야 합니다.”
“본부 사람들, 아니, 역학조사관 한 명이라도 연락하게 해 주세요. 어디로 피했는지 대충은 알고 계시잖아요.”
연우는 창백한 낯빛으로 무흠을 졸랐다. 뒤에 서 있던 병사들은 날 선 눈빛으로 연우를 쏘아보고 있었다.
그때 무흠이 차고 있던 무전기에서 쉭, 쉭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흠은 급히 무전기를 꺼내 응답했다.
―인천 제 1, 3대피소 급습당해 사상자 발생. 다시 알립니다. 인천 제 1, 3대피소 급습당하여 사상자 발생.
“……입감.”
뒤늦게 말한 무흠은 무전기를 내려놓고 연우에게 말했다.
“역학조사관들은 인천 제 1대피소로 갔습니다.”
천둥이 쳤다. 불을 꺼 놓은 사무실 안이 번쩍거리며 모든 것을 밝혔다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