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용병라이더-399화 (399/404)

외전 - 133. 하늘을 날다

AP-1 재원

승객: 조종사 2명, 승객 10명

길이:12.4m 넓이:18.2m 높이 4.2.m

자체 중량: 1,830kg

만재 중량: 3,380kg

유효적재량: 1,000kg

엔진: 6기통 직렬 엔진(150마력) 2기+ 부양 마법진 5개

“150마력?”

“통제석 때문입니다.”

“통제석 때문에 마력이 세 배 이상 증가한다고?”

“마나 엔진은 원래 하나의 엔진에 하나의 통제석을 계획하고 만들었습니다.”

“알고 있어 엔진 개발은 멜번 마법사와 초기부터 함께 개발했으니 말이야!”

“예! 그런데 막상 비행기에 엔진을 장착 하다 보니 생각지 않은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 설마… 통제?”

“예! 엔진이 하나라면 모르겠지만 둘을 동시에 장착하다 보니 조종석에서 두 엔진을 동시에 통제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단순한 생각으로 마나석 하나를 두 엔진과 병렬로 묶어 조정석에 설치 했더니 두 엔진의 마나가 서로를 간섭하기 시작한 겁니다. 처음엔 이상 현상에 당황했는데 다시 확인해 보니 출력이 오히려 상승했지 뭡니까.”

멜번으로서는 얼떨결에 전혀 새로운 마나 간섭 현상을 발견한 것이다.

“좋은 일이긴 한데, 혹 엔진이 위험하진 않나? 가령 폭발한다거나?”

“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통제석 3개가 병렬 연결되면서 찰나의 순간, 일시적으로 엔진 통제 마나석의 마나량이 급증해 출력이 높아진 겁니다.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카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이만하면 첫 비행으론 대성공이었다.

“그럼 이만 착륙하지!”

“예! 알겠습니다. 착륙합니다.”

벨이 기수를 아래로 내리며 서서히 속도를 줄이다가 수로 위로 부드럽게 착륙했다. 비행하는 모습이나 착륙만 보더라도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비행을 해 봤는지 알 수 있었다.

“벨! 수고했다.”

무사히 수로 위로 착륙한 벨을 향해 카일은 아낌없이 칭찬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제게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한걸요.”

“하하! 그렇다면 다행이고….”

고개를 끄덕이곤 잠시 고민하던 카일이 벨을 돌아봤다.

“벨은 생산을 맡아야 할 테고… 비행기를 몰려면 새로 조종사를 양성해야 할 것 같은데, 벨이 좀 도와줬으면 좋겠군!”

“좀 아쉽긴 하지만,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얼마든지 보내주십시오. 열심히 가르쳐 보겠습니다.”

“장원으로 돌아가면 바로 보내주겠네. 아! 그리고 수송기를 추가 제작하고 싶은데, 가능한가?”

“물론입니다. 시험기 제작에 참여한 인원들이 있으니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좋아! 인력도 충분히 보강해 주겠네”

“감사합니다.”

“이 사람아, 감사는 내가 해야지! 하하!”

카일이 웃으며 보조석에서 내리자 멀리 비행 모습을 지켜만 보던 일행들이 서둘러 그에게로 달려왔다.

* * *

“휴… 한심해요.”

에이린 공주가 풀이 죽은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공주님!”

“한심해서… 나 자신이 한심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어요.”

고개를 푹 숙인 공주가 자책하듯 말했다.

“한심하다니요. 당치 않습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공주님은 정말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타바트 백작이 저희와 함께 먼 길을 동행하는 것도 모두 공주님의 노력 덕분입니다.”

공주는 타바트 백작을 자신의 세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설득하고 또 설득하며 정성을 다했다. 하지만 결국 공주는 그를 설득하지 못했다. 백작도 공주의 정성에 감복해 마음으론 공주와 함께하고 싶었지만 당장 현실적인 문제가 앞을 막았다. 그를 지원해주던 트라발트 공작의 죽음과 혼란스런 공작가의 상황으로 당장 서북방군 유지에 필요한 보급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이다.

타바트 백작이 급히 왕실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왕도까지 찾아왔지만, 헛수고였다. 이미 왕실 직영지의 곡식들은 왕자들 손에 들어가 있었다. 당장 왕위가 걸린 전면전을 눈앞에 둔 왕자들로서는 서북방 병력을 지원하기 위해 자신의 군량을 내어줄 리 만무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그리미엄 자작가의 대평원이 불타고 바런트 왕국과의 전면전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며 곡물값까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백작으로선 열변을 토하는 공주보다는 자신을 직접적으로 도와줄 대 상단이나 대귀족이 더 절실히 필요했다. 결국 공주로서는 마지막 남은 카드를 선택할 수밖에는 없었다.

“필 테일 남작도 공주님의 전언에 흔쾌히 방문을 허락하지 않았습니까? 이번엔 분명 잘 될 겁니다.”

“저도 그러길 바라요. 이번 일까지 실패하면… 전 정말이지 끝이에요.”

공주의 깊은 한숨 소리에 테링 자작이 공주의 손을 꼭 잡았다.

“걱정 마십시오. 어떤 일이 있어도 공주님은 제가 지키겠습니다.”

“고마워요. 테링 자작님!”

당장이라도 흘러내릴 듯 눈물이 가득 고인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던 테링 자작이 에이린 공주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부와왕-

거친 소음과 함께 마차밖에서 소란이 일었다.

“뭐야!”

“비행 몬스터다!”

“엎드려!”

마차밖에서 떠들어대는 소음에 놀란 공주가 눈을 크게 떴다.

“자작님!”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 공주님은 여기 계십시오. 절대 나오시면 안 됩니다.”

“안… 돼요. 비행 몬스터라면….”

“걱정 마십시오. 아마도 잘못 본 걸 겁니다. 비행 몬스터가 사는 곳은 정해져 있습니다. 절대 이런 곳에 나타날 리 없습니다.”

“그, 그렇겠죠.”

“그럼요. 그러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확인만 하겠습니다.”

“아, 알겠어요. 절대 나가지 않을게요.”

공주가 겁먹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 필 테일 남작과의 대련을 지켜본 후 강단 있던 공주의 심성도 많이 약해진 듯 보였다.

자작은 한 번 더 공주를 안심시킨 후 마차를 벗어났다. 다행히 큰 위협은 없는지 혼란스러울 거라 생각했던 밖의 상황은 상당히 안정되어 있었다. 단 한 가지 이상한 점이라면 기사단과 호위 병사들 뿐 아니라 타바트 백작까지도 마차에서 내려 하늘 위를 올려보고 있다는 점이다.

“코일?”

“아! 자작님!”

한참 동안 하늘을 올려보고 있던 호위기사 코일이 깜짝 놀란 얼굴로 자작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아! 그게 비행 몬스터입니다.”

“비행 몬스터?”

“네! 저기 하늘을 보십시오. 괴상한 형태의 비행 몬스터가 하늘 위에서 알을 낳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뭘 낳아?”

코일의 황당한 말에 어이가 없어진 테링 자작이 코일의 시선을 쫓아 하늘 위를 올려봤다. 그리고 그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코일의 말대로 하늘 위를 나르는 괴상한 비행 몬스터가 배에서 둥근 알을 토해내고 있었다. 더 황당한 건 둥근 알들이 바람에 나부끼며 천천히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저런 일이!”

너무도 황당한 사건에 어이가 없어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가봐야 하지 않겠나?”

“아! 타바트 백작님!”

한 지역의 총사령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왜소하고 작은 키의 노인이 다가와 말했다.

“비행 몬스터의 알이야! 독특하긴 하지만 와이번 만큼 덩치도 상당하고… 길들일 수만 있다면 와이번을 대체할 수도 있을 거야!”

“그… 그렇군요.”

테링 자작이 미처 생각 못 한 부분이다. 하늘에서 떨어진 알은 대략 10개, 부화만 성공한다면 1개의 비행편대를 조직할 수 있을 것이다.

“좋습니다. 함께 가시지요.”

자작이 동의하자 타바트 백작이 마차 대신 말 위에 올랐다.

“그럼… 가지!”

“예!”

호위 기사들과 함께 테링 자작과 타바른 백작이 급히 알이 떨어진 곳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던 그들의 눈앞에 또 한 번 놀라운 광경이 들어왔다.

“이… 이럴 수가!”

“세상에…! 알이 아니라 사람이었어!”

알이라 생각했던 둥근 물체는 커다란 천에 매달린 사람이었다. 그리고 테링 자작을 더 놀라게 한 사실은 커다란 천에 매달려 땅에 부드럽게 착지한 사람이 자작이 너무도 잘 아는 사람 중 하나라는 것이다.

“필… 테일 남작!”

빠르게 낙하산을 끌어 정리한 카일이 고개를 돌려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테링 자작과 호위 기사들을 돌아보며 피식 웃었다.

“여어! 테링 자작님 아닙니까?”

가볍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준 카일이 낙하산을 정리하고 모여든 자경단원, 아니 영지 최초의 공수특전부대를 돌아봤다.

“헬켄!”

“예! 헬켄 여기 있습니다.”

“자넨 이대로 대원들을 이끌고 부대로 복귀한다. 오늘 훈련은 이것으로 마친다.”

“현 시간부로 훈련 종료! 이글스 부대 복귀하겠습니다. 충성!”

거수경례를 마친 헬켄이 카일의 낙하산까지 인계받은 뒤 부대원을 이끌고 열을 맞춰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카일이 멍한 얼굴로 부대원과 자신을 번갈아 보는 테링 자작을 향해 다가갔다.

“지금… 하늘에서… 떨어진 게…!”

“보셨으니 아실 겁니다.”

“세상에… 몬스터의 배를 뚫고 어떻게 사람이…!”

“몬스터… 뭐라고요?”

멍청한 테링 자작의 중얼거림을 더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카일이 이내 고개를 저었다.

“하긴, 비행기에 대해 알 리가 없지!”

마법사가 4서클 플라이 마법으로 하늘을 날긴 하지만 거대한 기계가 하늘을 나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당연히 비행기를 비행 몬스터로 이해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몰랐다. 물론 카일이 이런 오해를 풀어줄 의무도 없었고,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그보다. 제게 소개시켜 주실 분이 계신 것 같은데요?”

“아! 그렇군, 타바트 백작님! 지난번 말씀드린 필 테일 남작입니다.”

테링 자작의 소개에 타바트 백작이 묘한 표정으로 카일을 바라보다니 이내 웃는 얼굴로 말에서 내렸다.

“좀 충격적인 만남이군. 난 타바트 더 할테르트라네. 서북부 변경의 총사령관을 맡고 있지, 반갑네!”

“저야말로 말로만 들었던 전쟁영웅을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하하, 전쟁영웅은 무슨, 늙어빠진 노인일 뿐이지!”

“그럴 리가요. 아직 수십 년은 거뜬하실 겁니다.”

필 테일 남작와 타바트 백작의 대화는 공주와의 첫 만남처럼 차갑거나 긴장되지도 않았다. 오히려 오래 알고 지낸 사람끼리의 나눈 대화처럼 아주 자연스러우면서도 편안했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저 같은 사람은 그렇게 과감한 전격적인 작전은 생각도 못 했을 겁니다.”

“허허! 이건 비밀이지만, 사실 나도 학센 점령 작전이 성공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네, 운이 좋았다고 할 수밖에….”

“운도 준비된 자에게 오는 거랍니다. 백작님께선 이미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하셨기에 운도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니 그 또한 백작님이 뛰어난 지략가라는 걸 알려주는 겁니다.”

“이런, 칭찬이 과해 배가 터지겠구먼. 그만하게! 허허.”

백작이 손을 저었지만, 표정은 전혀 싫지 않아 보였다.

“백작께서 웃는 모습은 정말 오랜만이야… 아무래도 백작께서 저 친구가 정말 마음에 드나 보군! 이거 잘하면 백작가의 후계자를 얻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

백작을 수행해온 투린 자작이 놀란 얼굴로 백작과 함께 걸음을 옮기는 카일의 등을 바라보았다.

“후계자라니요?”

“몰랐나 본데, 백작께는 원래 두 아들이 있었지만 모두 전장에서 잃고 손녀 한 분이 계시다네!”

“그런 일이 있었군요. 하지만 저 친구, 이미 혼인을 약속한 사람이 있습니다.”

“혼인?”

“예! 그리미엄 가문의 영애와 우연치않게 인연을 맺은 팔머 가문의 여식이죠.”

테링 자작의 말에 투린 자작이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팔머 가문이면… 아스턴의 7대 부족이었던….”

“예! 본국에 스스로 복속한 부족입니다. 에이린 공주님의 외가인 팔머 후작가 입니다.”

“허허! 그곳과 인연이라면… 가문과 정략혼은 아닐 테고… 얼굴을 본 건가?”

“팔머 가문에 대해 아시는군요.”

“하하! 아스턴 왕국과 국경을 마주한 지 수십 년이야! 팔머 가문의 이야기 정도야 알고 있다네!”

투린 자작이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그가 알고 있는 건 반쪽짜리 소문에 불과했다. 물론 테링 자작은 투린 자작이 알고 있는 정보를 바로잡아 줄 생각 따위는 애초부터 없었다.

“그렇군요.”

“흠… 혼인 상대와 인연으로 묶인 팔머 가의 여인이라… 좀 복잡하긴 하지만, 백작에겐 큰 문제가 안 될 거야!”

“예?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그게… 사실 영애께 좀 문제가 있네!”

“문제요?”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성격… 보통이 아니야! 검술도 이미 상급에 가까워졌네!”

“대단하군요.”

“아비가 아스턴 왕국과의 전투에서 죽었지? 어린 마음에 복수를 한다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죽어라 검술만 익혔다네. 헌데, 그게 문제야!”

“무슨 말씀입니까? 뛰어난 검술이 문제라니요?”

“영애께서 절대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겐 시집을 가지 않겠다고 천명했거든. 몇몇 유명한 기사들과 용병들이 찾아와 겨뤘는데, 대부분 영애에게 큰 부상을 입고 돌아갔다네! 생각해보게. 어떤 미친놈이 혼인하겠다고 찾아와 신부에게 부상을 입히려 하겠나?”

“적당히 제압만 하려다 당했겠군요.”

“맞아! 상급 엑스퍼트들도 찾아왔지만, 방어를 도외시하며 죽기 살기로 덤벼드는 영애를 무슨 수로 이기겠나!”

투린 자작의 말에 자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백작께서 이곳까지 직접 찾아온 건 공주님의 부탁 때문도 있지만, 지난번 자네가 했던, 맨손으로 자넬 이겼다는 필테일 남작에게 더 큰 관심이 있었던 거야.”

“아!”

결국 이곳에 온 진짜 목적은 공주의 절실한 요청보다는 후계자를 찾기 위한 목적이 더 강하다는 말이었다. 만약 혼인이 성사되면 백작은 후계자와 함께 그동안 고질적인 문제였던 자금 문제까지 한 번에 해결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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