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 127. 사슴 사냥3
붉은빛이 창가로 스며드는 새벽, 평소와 다름없이 눈을 뜬 안나가 침상에서 일어났다.
똑-
“안나.”
“일어났어요. 데이지 언니!”
평소보다 이른 데이지의 호출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서둘러 답한 안나가 급히 웃을 챙겨입었다.
“하녀장님 긴급 호출이야! 하녀들 전부 빌로우 스테어스로 집합이다. 서둘러!”
“호출요?”
깜짝 놀란 안나가 되물었지만 이미 발소리는 멀어지고 있었다.
“언니!”
서둘러 옷을 입고 들고나온 안나는 다른 하녀들을 깨우는 데이지를 향해 급히 달려갔다.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나도 몰라. 하지만 급한 일인 건 분명해! 하녀장님 표정이 굉장히 다급해 보였거든.”
“…요즘 저택 주변에 나타난다는 수상한 사람들 때문일까요? 아가씨께서도 벌써 며칠째 돌아오시지 않고 있잖아요.”
“아가씨께서야 자주 저택을 비우시잖니, 최근에 돌아오신 것도 거의 2년 만이고…. 설마 큰일이야 있겠니?”
“그럴까요?”
“그럼. 물론이지.”
데이지가 자못 자신 있게 말하며 어린 안나를 달랬다.
하지만 며칠 전 왕도 일대에서 벌어졌다는 전투, 돌아오지 않는 영애, 타운 하우스 주변을 맴돌며 자택을 주시하는 사람들, 여기에 하녀장의 긴급 호출까지, 데이지 역시 안나만큼이나 지금 이 상황이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주방에 들어서는 순간 완전히 달라졌다.
“무어 부인?”
무어 부인은 주방 전체를 담당하고 있는 주방장이다. 지금쯤이면 주방 한쪽 스틸 룸에서 고용인들이 먹을 스프를 끓이고 있어야 할 사람이 식재료를 잔뜩 꺼내 놓고는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딱 봐도 절대 고용인을 위한 식사 준비는 아니었다.
“안나!”
“네에…. 하, 하녀장님!”
갑작스러운 부름에 깜짝 놀란 안나가 급히 앞으로 나섰다.
“넌 어서 가서 1층 난로에 불을 피우고… 나머진 2층 비어 있는 손님방들을 전부 청소하도록 해.”
“하녀장님…. 무슨 일이세요?”
갑작스러운 하녀장의 명에 어리둥절한 표정의 하녀들이 서로를 돌아보며 선뜻 움직이지 못하자, 보다 못한 데이지 나서 브리엔에게 물었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답은 무어 부인에게서 나왔다.
“무슨 일이긴! 저택에 새 주인이 찾아왔으니 잘 보이려는 것이지!”
“새… 주인요?”
무어 부인의 말에 깜짝 놀란 하녀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무어 부인의 대답은 며칠 전부터 들려온 흉흉한 소문을 사실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밑도 끝도 없이 새 주인이라니…. 그리 말하면 아이들 놀라잖아요.”
브리엔의 타박에 무어 부인이 겁을 잔뜩 먹은 듯 놀란 얼굴로 동요하고 있는 하녀들을 돌아봤다.
“응? 그런가요? 호호,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잖아요. 아가씨의 부군이면 저희에겐 새 주인이죠.”
“주인이라니…. 아직 혼인도 치르지 않았는데….”
“못 보셨어요? 아가씨의 호위 기사 윌리스 경 말이에요. 주군이라 부르지만 않았지, 남작님을 대하는 태도가 이미 주군을 대하는 태도나 다름없잖아요.”
“글쎄요…. 전 잘 모르겠던데요.”
브리엔의 눈살이 살짝 찌푸려졌지만, 얼른 표정을 바로 하며 대수롭지 않은 듯 넘겼다. 베아트리 영애는 명문인 그리미엄 가문의 직계혈족이다. 영애의 신분이면 고위 귀족가의 안주인이 되어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대 고작 변방의 작은 영지를 가진 남작이 아가씨의 배필이라니, 지금 상황이 브리엔으로선 내심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째 하녀장께선 남작님이 마음에 차지 않으신가보네!”
“무슨 그런말을….”
“뭐, 작위만 보면 아가씨의 배필로 좀 떨어지긴 하죠.”
애플파이를 화덕에 밀어 넣은 무어 부인이 장난을 치듯 시무룩 처져있는 브리엔을 보며 씩 웃음을 지었다.
“이제 보니 무어 부인은 하녀장님이 모르는 다른 걸 알고 있군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불안에 떨었던 데이지와 안나를 비롯한 하녀들이 흥미로운 눈빛으로 무어 부인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영애께서 좀 아깝다고 생각했지만, 어쩌겠어? 고용인 주제에 말릴 수도 없잖아. 그래서 대신 새로 주인이 되실 분이 어떤 분인지 좀 알아봤지!”
“어떻게요? 처음 타운하우스를 방문한 분이잖아요.”
“적당히 어수룩해 보이는 기사 하나를 붙잡고 물어봤지.”
“…기사요?”
“영애의 호위 기사면 대부분 알고 있는데, 처음 보는 얼굴이 있더라고. 아마도 남작님의 기사 같았어. 그래서 아껴놓은 특제 육포를 주고 물어봤지!”
“그래서요. 어떤 분이신데요.”
하녀장의 명에 따라 1층 난로에 사용할 잘 마른 나무를 바구니에 담고 있던 안나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곧 스스로 잘못을 인지하고 고개를 푹 숙이며 겁먹은 듯 몸을 잔뜩 움츠렸다. 곧 떨어질 하녀장의 잔소리를 대비해서 가장 불쌍한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한참 동안 아무런 말도 없자, 안나가 고개를 들어 하녀장을 찾았다.
“휴-.”
다행히 무어 부인의 말에 집중한 하녀장은 안나의 말을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다. 대신 고개를 돌리다 마주친 데이지가 엄한 눈빛으로 안나를 나무라듯 바라보고 있었다.
‘죄송해요.’
안나가 작은 목소리로 잘못을 빌자 데이지가 피식 웃음 지으며 고개를 젓고는 무어 부인을 향해 눈을 돌렸다. 그녀도 새로운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던 것이다.
“왕족과 대영주를 제외하고 왕국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이 어딜 것 같아요?”
“대영주를 제외한 부자라면… 다운트 자작가요. 왕국 제일 상단인 모슌 상단을 가지고 있잖아요.”
“모슌 상단이 왕국 제일 상단인 건 맞지만, 제가 알기론 상단의 실제 주인은 2왕자라고 하던걸요? 지난번 모르토 백작가의 하녀에게 들었어요.”
“그럼 파브가 자작가는요? 서부 대평원의 주인이잖아요.”
“중부의 야토르 자작가! 와인으로 제일 유명한 곳이잖아요.”
“무슨 소리! 타운스 남작가! 포트시를 제외하면 제일 많은 광산을 가진 곳이죠.”
하녀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해 왕국의 가장 부유한 가문을 하나둘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정답이 나오지 않았는지, 여전히 무어 부인은 팔짱 낀 채 미소를 띤 얼굴로 하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일론 상회요.”
다른 하녀들과 달리 한참 동안 얼굴을 찌푸린 채 고민하던 데이지가 툭 내뱉은 말이다.
“아일론 상회?”
“그런 상단이 있었나?”
“난 처음 듣는데?”
“아니야. 난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데이지의 말에 하녀들이 하나둘 입을 열었지만, 정확히 아일론 상회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아일론 상회는 모를 수 있겠군요. 그럼 도자기 상회는 어때요.”
“아! 도자기 상회!”
“맞다. 도자기 상회가 있었지!”
도자기는 귀족들의 사치품이다. 한데 도자기는 경매장에서 귀족들이 직접 경매를 통해 매입하는 경우가 다반사라, 하녀들이 아일론 상회와 직접 접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러다 보니 하녀들 사이에서는 아일론 상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상회였다.
“하긴, 도자기라면 귀족들이 없어서 못 사는 물건이지.”
“맞아. 아주 비싼 도자기만 전문적으로 수집해 전시하는 귀족도 있다고 들었어.”
“확실히 도자기 상회라면….”
하녀들이 하나둘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자, 무어 부인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래. 아일론 상회가 왕도에서 요즘 가장 뜨고 있는 상단인 건 맞아! 하지만 도자기를 만든 것은 아일론 상회가 아니야. 그러니 아일론 상회도 정답은 아니지.”
“그럼….”
“도자기는 귀족들이 경매를 통해서만 매입할 수 있는 값비싼 물건이야!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 저택 여기저기에 값비싼 도자기들이 가득해! 영애께선 2년 가까이나 외부에 계셨는데도 말이야.”
“필 테일 남작가에서 도자기를 만들고 있단 말인가요?”
브리엔이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정확해요. 남작이 도자기를 만든 장본인이죠. 어때요. 이만하면 괜찮지 않을까요?”
“돈이… 귀족에게 전부는 아녜요.”
“전부는 아니지만 필수잖아요. 솔직히 가난한 자작가나 백작가보단 훨씬 낫잖아요.”
그건 브리엔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작위가 낮고 영지는 작지만, 대신 돈이 많아요. 그다음은… 아가씨의 몫이죠. 아가씨께서 그분을 선택했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고용인인 우린 그저 아가씨의 결정에 따라 최선을 다해 남작님을 모시면 그뿐인 거죠. 안 그래요?”
무어 부인이 히죽 웃더니 화덕 안에 넣어둔 파이를 꺼냈다.
“자! 양고기 스튜에 베이컨, 달걀에 옥수수빵, 마지막으로 파이까지 끝났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서 있을 거죠?”
“이… 이런!”
무어 부인의 말에 화들짝 놀란 브리엔이 서둘러 접시에 담긴 음식을 트레이에 옮겼다.
“데이지, 서둘러 식당으로!”
“예!”
“무어 부인!”
“걱정 마세요. 곧 와인도 올려보낼 테니.”
“고마워요.”
브리엔와 데이지가 음식을 가득 담은 트레이를 들고 1층 식당으로 향하자, 나머지 하녀들도 각자 맡은 일을 위해 2층으로 향했다.
“자…. 그럼 다시 시작해 볼까?”
썰물처럼 빠져나간 사람들을 뒤로하고 홀로 남은 무어 부인이 커다란 국자를 손에 들고 조금 늦긴 했지만, 이제부터라도 고용인들이 먹을 스프를 끓이기 위해 스틸 룸으로 향했다.
* * *
“이제 어쩔 생각이냐?”
한동안 이어진 무거운 침묵을 참지 못한 보일이 먼저 입을 열었다.
“무작정 따라오긴 했지만, 아무런 정보나 단서도 없이 사슴 가면을 찾기란 쉽지 않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아시겠지만 이곳에서 저희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윌리스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처음 카일의 뒤를 따라 왕도로 향할 때만 해도 베아트리 영애를 공격한 귀족들을 찾아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가득했지만, 막상 왕도에 도착하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간단한 문제를 어렵게 생각하는군요.”
눈을 감은 채 의자 깊숙이 몸을 기대고 있던 카일이 눈을 떴다.
“간단한 문제라니? 무슨 뜻이냐?”
“사슴 가면에 대한 가장 확실한 단서가 있지 않습니까?”
“단서? 사슴 가면에 대해 아는 거라곤 여인이라는 것과 왕실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뿐이다. 이것만으론 사슴 가면을 찾기 힘들다.”
“물론 그것뿐이라면 그렇죠. 하지만 한 가지 가장 중요한 단서를 빠트렸습니다.”
“다른 단서가 있다고?”
혹 사슴 가면에 대해 자신이 모르는 또 다른 단서가 있었나 하는 생각에 보일이 식탁에 앉아 있는 기사들을 둘러봤지만, 그들 역시도 눈에 띄게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혹시 영애께 들으신 다른 단서가 있습니까?”
윌리스가 카일을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럴 리가? 내가 아는 모든 걸 말했다네.”
카일의 말에 윌리스의 이마가 찌푸려졌다. 기사는 주군의 명 없이 함부로 움직여서도 안 되지만, 주군의 뜻을 헤아리며 곁에서 충실한 조언자 역할까지 해야 하는 존재다. 특히 지금처럼 무력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휴…. 송구합니다. 생각이 짧아 도저히 남작님의 뜻을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고민해도 카일이 말한 단서를 찾지 못한 윌리스가 결국 항복을 선언하듯 말했다.
“하하! 다들 너무 어렵고 심각하게 생각하는군요. 이럴 때일수록 쉽게 생각하면 됩니다.”
“쉽게라니?”
“우리가 찾을 수 없다면 다른 사람들이 찾게 만들면 되죠.”
“다른 사람? 누구?”
보일의 물음에 카일이 피식 웃었다.
“그야 당연히….”
“실례하겠습니다.”
정중히 고개를 숙인 집사 버먼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고, 뒤이어 음식을 가득 담은 트레이를 들고 브리엔과 데이지를 비롯한 하녀들이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식사가 늦어 송구합니다.”
“아니, 갑자기 찾아와 휴식을 방해했으니 우리가 미안하네.”
“당치 않습니다. 그럼 식사를 올려도 되겠습니까?”
“부탁하지.”
카일의 허락이 떨어지자 브리엔과 하녀들이 조심스럽게 식탁 위에 음식을 내려놓았다.
“양고기 스튜에 베이컨과 달걀, 부드러운 옥수수빵. 그리고 애플파이입니다. 그리고 이건 20년 된 야토르산 와인입니다. 중요한 손님의 방문을 기념해 가져왔습니다.”
버먼이 와인잔에 능숙하게 와인을 따랐다.
“아주 훌륭하군!”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이른 새벽이라 준비하기 힘들었을 텐데, 모두 수고했다고 전해주게.”
“감사합니다. 주방장인 모어 부인도 크게 기뻐할 겁니다.”
하녀장인 브리엔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저희는 물러가 있겠습니다. 필요한 게 있으시면 불러주십시오. 밖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고맙네.”
버먼과 함께 하녀들이 뒷걸음치며 물러났다.
“휴…. 이것도 못 할 짓이군!”
집사와 하녀들이 물러나자 가장 먼저 보일과 자경단 사람들이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쉬었다.
“귀족가의 복잡한 예법은 나랑 영 맞지 않아!”
“그래도 좀 익혀놓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제 남작가 최고 어른인데요.”
“일없다. 그딴 거 익혀서 뭐 하게, 산속에선 그딴 거 아무런 필요도 없다.”
뜯어낸 옥수수 빵 위에 베이컨을 척 올린 뒤 대충 입안으로 밀어 넣은 보일이 와인을 시원하게 들이켰다.
“그래도 기본적인 식사 예법 정도는 익혀 보십시오. 그렇게 어렵진 않습니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귀족이었던 것처럼, 카일의 식사 예법은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 물론 처음부터 카일의 식사 예법이 완벽했던 건 아니다. 보일이나 자경단원들의 식사 모습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2년 가까이를 정통 귀족 예법에 밝은 베아트리 영애와 함께 식사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는 아니고, 영애 앞에서 무식하고 멍청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한 피나는 노력의 결과였다.
“…지금 그걸… 아니다. 배우란 말이냐?”
복잡하고 어지럽게 움직이는 카일의 손놀림에 얼굴을 잔뜩 찌푸린 보일의 물음에 카일이 고개를 저었다.
“저 말고 기사들을 보십시오.”
카일이 식사 중인 기사들을 가리켰다.
“기사들에게까지 복잡한 예법을 모두 강요하진 않습니다. 포크에 나이프 사용법과 사용하는 식기의 위치, 앉는 자세, 식당에서의 에티켓 정도만 익히면 됩니다.”
“그게 간단한 거냐?”
“그보다 더 어려운 검식과 자세도 수백 번 반복하며 익혔습니다. 의지만 있다면 익히는 거야 어려운 일이 아니죠. 그리고… 아버지가 배워야 다른 사람도 배울 게 아닙니까? 앞으로 기사 서임을 받을 사람들인데….”
카일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보일 옆에 나란히 앉아 식사 중인 메튜를 포함한 다섯의 자경단에게로 향했다.
“이, 이 녀석들이…!”
대부분 완벽하게 식사 예절을 무시한 채 전투적으로 식사 중이긴 하지만,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다름 아닌 케츠였다. 어려서부터 오랫동안 떠돌이 생활로 배를 곯았던 기억 때문인지 케츠는 식탐도 대단하지만 먹는 방식도 상당히 과격하고 전투적이라, 보고 있는 보일마저도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아시잖아요. 귀족들이 얼마나 예법을 따지는지. 앞으로 많은 귀족가의 기사들을 만날 텐데… 케츠 저 녀석은 아버지만 따르는 녀석이니….”
“휴…. 좋다. 기본… 예법…. 나도 한번 배워 보마!”
“잘 생각했습니다. 돌아가면 게이츠 경에게 부탁해 보겠습니다.”
“게, 게이츠?”
“네, 게이츠 경이 그래도 정통기사 가문 출신이잖아요. 잘 가르쳐 줄 겁니다.”
게이츠의 얼굴이 떠올라 잠시 미간을 찌푸렸지만, 게걸스럽게 음식을 처먹고 있는 케츠의 모습에 마음을 다잡은 보일이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구나.”
길게 한숨을 내뱉은 보일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보다… 조금 전 했던 말 말이다. 다른 사람을 통해 사슴 가면을 찾겠다니…. 무슨 말이냐?”
“아! 그것 말입니까? 그거야 간단하죠.”
카일의 말에 기사들은 물론 전투적으로 식사 중이던 케츠까지 손을 멈추고 카일을 돌아봤다.
“사슴 가면을 좀 구해주시지요. 그럼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사슴… 가면?”
카일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