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용병라이더-378화 (378/404)

외전 - 112. 탈취(5)

“물러난다! 틈을 주면 안 돼요.”

“걱정 말고 꽉 잡기나 하세요!”

카일의 외침과 함께 레토아가 거대한 동체를 유연하게 뒤집더니 네드 자작의 와이번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철컥-

뿌연 연기와 함께 튕겨 나온 붉은 탄피를 쳐내며 카일이 푸른 탄피를 장전했다.

“조심해라! 와이번 다칠라!”

“제 사격 실력 아시잖아요. 걱정 마세요.”

카일이 피식 웃으며 멀리 앞서가는 네드 자작을 겨냥했다. 카일이 장전한 푸른 탄피는 일명 슬러그 탄으로 작은 납탄 여러 발 대신 나선형 홈을 판 커다란 원추형 탄환 하나를 사용해 사거리와 파괴력을 높인 탄환이었다. 근접한 경우 와이번에게 직접 타격을 줄 수 있어 사격에 능한 카일만 가지고 있는 탄환이었다.

차르륵-

네드 자작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황금추가 먼저 커다란 반원을 그리며 카일을 향해 날아들었다.

“카일!”

다급한 외침 소리에 카일이 황급히 기수를 올려 황금추를 피하려 했다.

출렁-

순간 네드 자작의 손에서 일어난 강한 물결이 점점 규모를 키우더니 황금추를 하늘로 밀어 올리며 폭발했다.

“꽝-

끼아악-

아래에서 일어난 충격파에 또다시 레토아가 비명을 지르며 비틀거리자 네드 자작의 와이번이 곧장 하늘 위로 솟구쳤다가 날개를 접으며 레토아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이놈! 끝장을 내주지!”

네드 자작의 손을 떠난 강화 스피어가 가속을 받으며 빠른 속도로 카일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스피어다!”

다급히 검을 뽑아 든 보일이 카일을 밀어내더니 하늘을 향해 오러 샷을 연달아 날렸다.

꽝-

꽝-

꽝-

강화 스피어가 오러 샷을 꿰뚫으며 보일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오러 샷 덕분에 위력이 감소 되긴 했지만, 강화 스피어는 여전히 빠르게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우웅-

안장에서 뽑혀 나온 강화 스피어가 빛살 같은 속도로 횡으로 휘둘러졌다.

꽈앙-

커다란 충격파와 함께 카일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안장과 연결된 안전끈이 없었다면 벌써 아래로 추락했을 정도로 강화 스피어의 위력은 대단했다.

“괜찮으냐?”

보일이 급히 카일을 이리저리 살피며 물었다.

“전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

카일은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은 손을 말아쥐며 빠르게 하강했다가 180도 선회해 하늘로 곧장 날아오르는 네드 자작의 와이번을 주시했다.

“휴! 다행이구나!”

카일에게 별다른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보일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거릴 둬선 안 될 것 같아요.”

“내 생각도 같다. 황금추의 위력이 상당하지만 근접 전투에선 우리가 유리하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카일은 급히 레토아를 몰아 빠르게 상승 중인 네드 자작의 뒤를 추적했다.

촤르륵-

네드 자작이 또다시 맹추격하는 레토아를 향해 황금추를 던졌다.

“흥! 똑같은 작전에 당할 내가 아니다.”

펑-

펑-

카일이 발사한 두 발의 슬러그 탄이 황금추를 직격하자 ‘꽝’하는 굉음과 함께 황금추가 튕겨져 나갔다.

“어?”

카일이 뒤로 밀려나는 황금추를 살피더니 급히 고개를 돌려 보일을 바라보았다.

“보셨어요?”

“물론!”

두 발의 슬러그 탄이 황금추에 직격하면서 충격파의 방향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튕겨 나간 것이다. 에어 붐 마법은 공기를 높은 압력으로 압축시켰다가 폭발시켜 강력한 충격파를 내뿜는 방식의 마법이다. 하지만 충분한 공기가 압축되기 전 두 발의 슬러그 탄이 연이어 황금추를 직격하자 빨려들어가던 공기가 폭발하면서 충격파의 위력이 현저히 약해졌을 뿐 아니라 방향성까지 잃어버린 것이다. 카일과 보일로선 뜻하지 않게 황금추의 약점을 발견한 셈이 되었다.

“이런!”

깜짝 놀란 네드 자작이 급히 황금추를 급히 회수해선 또다시 바짝 따라붙은 카일을 향해 던졌다.

차르륵-

“황금추의 약점은 이미 파악했다.”

황금추가 날아오는 순간 카일의 샷건이 또다시 불을 뿜었다.

펑-

펑-

순간 황금추와 연결된 사슬이 네드 자작의 손길에 따라 변칙적으로 움직이며 슬러그 턴을 피하더니 살아있는 뱀처럼 카일을 향해 날아들었다. 레토아가 급히 날개를 세우며 바람을 가득 안고는 급격히 물러났다.

꽝-

강력한 폭발과 함께 충격파가 밀려왔지만 레토아의 빠른 대처로 다행히 큰 충격은 피할 수 있었다.

‘놈이 쫓아온다.’

레토아의 다급히 경고했다. 급히 고개를 든 카일의 눈에 거대한 동체를 뒤집으며 빠르게 다가오는 레드 와이번의 모습이 잡혔다. 깜짝 놀란 카일이 급히 기수를 올려 하늘로 솟구치자 네드 자작이 바짝 뒤쫓기 시작했다.

쉬익-

“스피어다.”

보일의 외침에 레토아가 거대한 동체를 빠르게 비틀어 강화 스피어를 피하더니 급작스럽게 반전하며 네드 자작의 측면으로 접근했다.

펑펑-

철컥-

펑-

보일과 카일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네드 자작을 향해 사격했다. 수십 발의 산탄이 연달아 날아들자 깜짝 놀란 자작이 급히 오러를 잔뜩 밀어 넣은 사슬을 회전시켜 방어하며 와이번을 급히 뒤로 물리려 했지만, 레토아가 네드 자작의 와이번을 집요하게 따라 붙어 뒤쫓았다.

“지독한 놈! 이걸 막아?”

보일이 얼굴을 잔뜩 찌푸리더니 갑자기 허리에서 안전 고리를 풀었다.

“아버지!”

“이래선 놈을 잡을 수 없다.”

보일이 곧장 레토아의 동체에서 뛰어올랐다.

“미친!”

네드 자작이 급히 와이번을 하강시켜 레토아에게서 멀어지게 했다.

“레토아! 놈을 놓치면 안 돼!”

‘걱정 마라. 절대 놓치지 않는다.’

꽈드득-

레토아가 멀어지려는 와이번의 날개를 덥썩 물었다.

끼아악-

네드 자작의 와이번이 비명을 질렀다. 겉보기엔 두 와이번의 기량이 비슷해 보이지만 베지톤 백작과 함께 수많은 전투를 치르며 자라온 레토아와 달리 부유한 네드 자작의 와이번은 이렇다 할만한 큰 전투를 치른 적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와이번 간 전투에선 레토아가 압도적인 강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제기랄!”

고통에 찬 비명를 지르는 와이번의 모습에 네드 자작이 얼굴을 찌푸렸다. 와이번의 움직임이 봉쇄당한 상태에서 카일이 발사한 탄환이 연신 날아들자 네드 자작으로선 다가오는 보일을 경계하기가 쉽지 않았다.

“좋다. 이렇게 된 이상 끝장을 보자!”

네드 자작이 황금추를 던져 버리곤 검을 뽑았다.

“진작 그럴 것이지!”

보일도 들고 있던 샷건을 등 뒤로 고쳐매곤 검을 뽑더니 곧장 네드 자작에게 달려들었다.

꽝-

꽝-

보일과 네드 자작이 격렬하게 검을 맞부딪치자 카일도 어쩔 수 없이 샷건을 내렸지만 만약을 대비해 산탄 대신 슬러그 탄을 장전했다.

“이젠 기다리는 일만 남았군!”

카일이 안장 위로 털썩 주저앉았다.

“카일!”

때마침 통신구에서 들려온 비터의 목소리에 카일의 얼굴이 밝아졌다.

“어떻게 됐습니까?”

“마침 마크가 돌아와서 놈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와이번도 무사히 거둬들였다.”

“다행이군요.”

“넌 어떻게 됐냐?”

“아직입니다. 지금 네드 자작과 아버지께서 결투 중입니다.”

“검술이라니?”

“무슨 소리야?”

비터에 이어 마크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단 직접 와서 보시죠.”

“알겠다. 곧 가겠다.”

마크의 목소리가 끊어지고 얼마 후 마크와 비터가 협곡을 벗어나 카일의 옆으로 다가왔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

두 마리 와이번이 뒤엉킨 공중에서 결투를 벌이는 두 사람을 보며 비터가 황당한 얼굴로 물었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일단 지켜보죠.”

카일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사실 카일이 두 사람을 부른 건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보일과 네드 자작 모두 상급 엑스퍼트지만 보일의 경지는 이미 최상급에 근접했을 뿐 아니라 힘에서도 압도적으로 강했다. 다만 페네시스 자작가가 상인 가문이면서도 강력하고 독특한 검술을 익힌 덕분에 보일과 대등하게 겨누고 있었을 뿐. 그마저도 마크와 비터가 나타나면서 네드 자작이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이 이곳에 나타났다는 건 다른 말로 자신의 모든 부하들이 죽었다는 뜻과 같았기 때문이다.

스각-

보일의 강력한 검격을 뒤로 한 발짝 물러나며 가볍게 받아낸 네드 자작이 오히려 보일에게 두 걸음 다가서며 강력한 검격을 연달아 내리쳤다.

꽝-

꽝-

보일이 급히 검을 들어 네드 자작의 검격을 막아냈다.

“상대의 공격은 잔잔한 물결처럼 부드럽게 받아내지만 공격할 땐 거친 파도처럼 일거에 몰아친다. 폰티 아일랜드의 검술을 섞었군.”

보일의 말에 네드 자작의 창백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떻게 알았지?”

“오래전 폰티 아일랜드 출신의 용병을 만난 적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녀석 검술도 비슷한 점이 있더군.”

보일의 말에 네드 자작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지금 용병 녀석과 날 비교하는 것인가?”

“미안한 말이지만 비교할 필요가 없다. 엉뚱하게 접목한 덕분에 검술 자체가 퇴보했으니 말이다.”

“지금… 가문의 검술을 비난하는 것인가?”

“사실을 말한 것뿐이다.”

“이놈!”

분노한 네드 자작이 보일을 향해 거친 파도처럼 달려들며 검을 휘둘렀지만, 보일은 차분하게 검격을 막아내더니 갑자기 왼발을 뻗어 네드 자작의 오른쪽 발목을 가볍게 걷어찼다.

퍽-

“헉!”

가벼운 공격이었지만 자작이 받은 타격은 대단했는지 그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보일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검을 강하게 내려찍었다.

꽈앙-

“커억!”

자작이 뒤로 물러나자 보일이 빠르게 따라붙으며 이번엔 자작의 왼쪽 발목을 걷어찼다.

퍽-

“제길!”

또다시 자작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자 보일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연이어 강렬하게 검을 내리그었다.

꽝-

꽝-

스각-

“크악-”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른 자작이 잘려 나간 어깨를 감싸며 털썩 자리에 주저앉아 멍한 얼굴로 보일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검술을 이렇게 쉽게 깨트릴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어떻게…!”

“폰티 아일랜드 검술의 핵심은 바로 하체와 스탭에 있다. 단순히 검술과 마나 연공법을 접목했다고 약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랬던가? 하찮게 생각했던 스탭이 정작 핵심이었단 말인가?”

허탈하게 고개를 숙였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나?”

“하하! 내가 이렇게 어이없이 죽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군.”

“외롭진 않을 거다. 부하들 모두 기다리고 있을 테니.”

“부하들?”

자작이 고개를 돌려 상공을 맴도는 두 마리 골드 와이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모두… 죽었군.”

네드 자작이 허탈한 표정으로 보일과 카일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아래로 뛰어내렸다.

끼아악-

순간 레아토에 붙잡혀있던 네드 자작의 와이번이 거칠게 몸을 털었다. 깜짝 놀란 보일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아래로 떨어졌다.

“으악!”

“아버지!”

“대장!”

카일이 급히 레토아를 몰아 보일이 떨어진 아래로 향했고 비터와 마크도 곧바로 협곡으로 향했다.

“이놈들! 이 원한은 절대 잊지 않겠다.”

안전 고리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던 네드 자작이 협곡으로 사라져 가는 와이번들을 보며 급히 와이번을 몰아 동쪽으로 향했다. 이대로 바런트 왕국으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명예도 모르는 비겁한 녀석 같으니라고!”

갑자기 들려온 보일의 목소리에 네드 자작이 화들짝 놀라며 급히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이게 있더군.”

보일이 황금추를 들어 올렸다. 결투를 위해 네드 자작이 던져버렸던 황금추가 보일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이, 이럴 수가!”

보일은 와이번에서 떨어지지 않게 사슬을 몸에 감은 뒤 천천히 자작에게로 다가갔다. 검은 물론 팔까지 잘렸고 황금추까지 잃어버린 남작으로선 보일의 공격을 막아낼 방법이 없었다.

“살려다오!”

자작이 급히 무릎을 꿇었다. 그는 엄청난 재력을 가지 페네시스가의 주인이다. 여기서 처참하게 죽을 수는 없었다.

“지금 살려달라는 것인가?”

“…그렇다.”

“흠… 내가 얻는 건?”

보일의 말에 네드 자작이 눈을 빛내며 보일을 바라보았다. 복수도 목숨이 붙어있어야 가능하다. 더구나 그는 상인이다. 카일과의 첫 협상은 실패했지만, 보일과의 협상은 자신이 있었다.

“레드 와이번… 테리아를 주겠다.”

아무리 와이번이 소중해도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하진 않았다.

“멍청하긴, 너만 죽이면 와이번과 맹약을 맺을 수 있다. 굳이 협상이 필요할까?”

보일의 말에 자작의 얼굴이 굳어졌다. 맞는 말이다. 보일에게 레드 와이번은 이미 협상의 대상이 아닌 결투에서 승리한 승자의 전리품이었던 것이다.

“…가문에… 연락을 해주면 원하는 몸값을 주겠다.”

“하하! 마침 에렌 공국 상인이 왔으니 영지에 연락을 넣는 건 어렵지 않을 거다.”

보일이 환하게 웃으며 자작을 향해 말을 이었다.

“자! 그럼 이제, 와이번과 계약을 해지해 줬으면 좋겠는데?”

보일의 말에 자작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궜다.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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