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 106. 포윅숲 전투(3)
“기병의 손실이 얼마나 되지?”
“말 50여 마리에 병사 60여 명이 죽었습니다. 모두 초반 기병 돌파시 투창과 장궁 때문에 생긴 피해입니다.”
꽈드득-
반쯤 부서진 투창이 숍 남작의 악력에 처참하게 부서져 나갔다.
“고작 200의 보병을 상대로 기병 60명이 한순간에 날아가다니!”
상대는 병력의 절반 정도를 잃었다. 얼핏 보면 전투에서 승리한 듯 보이지만 압도적인 병력과 기병 전력을 가지고도 60기의 기병을 잃었다는 건 사실상 전투에 패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적들의 상태는?”
“숲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날이 저물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규모 기습전을 펼치거나 탈출이라도 하면 상당히 귀찮아질 겁니다.”
숍 남작의 역할은 약속된 시간까지 이곳 포윅 숲을 틀어막고서 남부 티엘 백작가로 향하는 지원병력과 물자, 그리고 전령들을 적극적으로 요격해 티엘 백작가를 고립시키는 것이기에 아직 정체가 발각되어서는 안 된다.
“빌어먹을, 아킨스 자작가에 보낸 정탐병들은 뭘 했기에 소식이 없던 것이냐?”
숍 남작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남작이 포윅 숲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아킨스 자작성에 정탐병을 보낸 것이다. 아킨스 자작성은 포윅 숲을 지나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기에 정탐병을 미리 보내 일정 규모의 병력과 상단을 정확히 파악한 뒤 매복과 기습으로 전멸시키기 위해서였다.
“용병대 몇몇이 자작성을 떠났다는 소식이 오긴 했지만, 시간대가 전혀 다릅니다. 용병대 전체를 합해도 수십 명에 불과합니다.”
“그럼 저 녀석들은 어디서 나타났단 말이냐!”
“아마도 자작성을 거치지 않고 곧장 티엘 백작가로 향하던 병력 같습니다.”
“결국 우연이란 말인가?”
숍 남작이 잠시간 얼굴을 찌푸렸다가, 곧 마음을 굳혔는지 고개를 돌려 부관을 바라보았다.
“전투를 오래 끌어서 좋을것 없겠지. 기병대장과 기사단장을 불러라! 그만 전투를 끝내야겠다.”
“알겠습니다.”
자경대가 몸을 숨긴 숲은 구릉과 구릉 사이 남북으로 긴 형태로 북쪽 입구는 상대적으로 넓은 개활지지만 남쪽은 북쪽에 비해 폭이 좁은 경사지로 기병보다는 보병이 유리한 지형이라 할 수 있었다. 숍 남작은 병력을 셋으로 나눠 가장 강력한 기사단을 남쪽에, 기병을 북쪽의 개활지와 서쪽의 낮은 구릉에 배치했다. 기병으로 서쪽과 북쪽을 압박해 적들을 남쪽으로 밀어낸 뒤 강력한 기사단으로 섬멸할 작정이었다.
“신호와 동시에 일거에 몰아친다.”
“걱정 마십시오. 공격이 시작되면 적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겁니다.”
“혹! 동쪽 구릉으로 도망치는 녀석들이 있을 것이다.”
“이미 기병 스무 기를 동쪽 구릉 위에 배치했습니다. 구릉을 넘는 순간 기병의 창이 심장을 꿰뚫을 겁니다.”
기병대장의 말에 숍 남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앞선 전투는 급작스럽게 이루어져 피해를 보았지만, 이번 전투는 다를 거라 숍 남작은 확신했다.
* * *
“기병들의 조짐이 심상치가 않다.”
숲 외곽을 살피던 조셉의 말에 얀과 볼란이 황급히 달려가 숲 외곽을 살폈다.
“적어도 백 기는 훌쩍 넘는 기병입니다. 아무래도 곧 진입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서쪽 구릉에도….”
볼란의 말이 끝나기도 전 서쪽 구릉을 살피던 자경단원 하나가 급히 달려왔다.
“서쪽 구릉에 기병입니다. 백기는 충분히 넘어 보였습니다.”
“전투를 확실히 끝내겠다는 말이네요.”
얀의 말에 볼란도 동의하는지 심각하게 굳은 얼굴로 고개를 돌려 조셉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조장들을 만나봐야겠다.”
“조장들은 숲 안쪽에 있을 거다. 함정을 만든다고 우리 쪽 아이들만 남겨놓고 대원들을 모두 데려갔다.”
“함정을?”
“델프 조장이 직접 찾아왔었다.”
델프 조장은 현재 남아있는 자경단 조장들 중 가장 선임으로 자경단원들이 가장 믿고 따르는 사람이다.
“델프 조장이 직접 숲 경계가 아니라 숲 안쪽에 함정을 만든다고 했단 날이냐?”
얀이 굳은 얼굴로 주변을 살폈다. 주변에 남은 자경단들은 얀과 조셉을 따르는 스무 명 남짓 젊은 자경단원들뿐이었다.
“왜 그러나?”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함정을 만들려면 숲 경계를 따라 만들어 기병의 진입을 차단하는 게 먼저인데, 왜 숲 안쪽에 함정을 만들려는 걸까요?”
“그건 숲 깊숙이 기병을 끌어들인 뒤 섬멸하려는 것일 수도 있지! 델프 님은 함정에 제법 조예가 깊으시잖아!”
델프는 사냥꾼 출신으로 함정이나 덫에 능숙했기에 조셉의 말이 타당해 보이기도 했지만, 얀의 굳은 얼굴은 여전했다.
“그래도 불안해, 아무래도 직접 확인해야겠다. 일단 남은 자경단을 불러모아!”
얀의 말에 조셉이 급히 흩어져 경계를 하고 있던 자경단을 불러모았다.
“너무 걱정 말게, 델프를 비롯한 조장들이 딴 마음을 먹었다고 해도,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여길 도망갈 방법도 없고 말이야!”
“그렇긴 합니다만, 정말 중요한 뭔가를 계속 놓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번, 카일을 상대했을 때처럼 말입니다.”
“카일이라…. 확실히 당시엔 큰 변수이긴 했지, 하지만 여긴 녀석이 없네, 변수가 생길 일도 없으니 너무 걱정 말게.”
볼란의 위로에 얀이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마음에 남은 불안감까진 지울 수 없었다.
“준비됐다.”
조셉의 뒤로 20명의 자경단이 늘어섰다.
“가자!”
얀을 선두로 볼란과 조셉 그리고 20명의 자경단의 숲 안쪽으로 향했지만, 이상하게 주변 어디에도 자경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뿌우-
그때였다. 뿔나팔 소리가 길게 울려 퍼지고 이어 북쪽과 서쪽에서 요란한 말발굽 소리가 울렸다.
“공격 신호다!”
볼란의 외침에 놀란 조셉과 자경단원들이 숲 안쪽으로 달려가려 하자 얀이 급히 붙잡았다.
“뛰지 마! 우린 함정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
얀의 외침이 조셉과 자경단원들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함정!”
얀이 숲 한쪽을 가리켰다. 나무와 나무 사이 기병을 저지하기 위해 곳곳에 수평으로 나무를 덧댄 흔적이 보였지만 이상하게도 다른 함정은 보이지 않았다.
“분명 기병을 저지하기 위한 것임은 분명한데….”
“기병대가 곧 당도할 겁니다. 일단 서둘러 가시죠.”
“그렇게 하세, 끝까지 가보면 결론이 나오겠지.”
볼란의 말에 얀도 고개를 끄덕이며 숲 깊숙이 들어섰을 때였다.
삐익-
갑자기 하늘 위로 긴 소성이 울렸다.
“저건…!”
얀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어졌다.
“왜 그러나?”
“저건 자경단에서 쓰는 효시입니다.”
“효시?”
“우는 화살이라고, 신호용 화살입니다.”
“혹, 자네에게 신호를 보내기 위해 자경단이 날린 것 아닌가?”
“…아닙니다. 저건, 숲 외곽에서 날아온 겁니다.”
“숲… 외곽? 설마 자경단원들이 숲을 빠져나갔단 말인가?”
볼란의 물음에 얀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건… 우리 쪽이 아닌 다른 쪽에서 날린 겁니다.”
“다른 쪽?”
볼란이 의아한 듯 얀을 바라본 순간, 하늘 위로 날아오른 수십 개의 붉은 빛이 긴 꼬리를 만들며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후두둑-
“…화공!”
* * *
“이런 미친! 당장 기병을 철수 시켜, 당장!
숍 남작이 불길에 휩싸인 숲을 보며 분통을 터트렸지만, 남쪽의 좁은 협로에서 시작된 바람은 빠르게 북쪽으로 불길을 밀어냈고 말들은 불길에 놀라 사방으로 날뛰며 숲속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으로 변해 있었다.
“이미 후퇴 명령을 내렸지만, 불길이 너무 빠르게 북진하고 있습니다.”
“빌어먹을! 그렇다고 여기서 기병들이 전부 불에 타 죽는 걸 지켜보란 말이냐!”
숍 남작이 당장이라도 숲속으로 뛰어들려 했지만, 부관이 필사적으로 앞으로 막았다.
“안됩니다! 지금 숲에 뛰어들었다간 주군도 무사하지 못하십니다.”
“병력을 더 잃고 어떻게 자작님을 뵙는단 말이냐! 차라리 병사들과 함께 죽겠다.”
“안됩니다.”
부관이 필사적으로 막아섰다.
쉬익-
퍽-
그때였다. 어디선가 날아든 화살 하나가 숍 남작의 앞으로 막아섰던 부관의 목을 뚫었다.
“커억-”
숍 남작의 얼굴에 붉은 피를 토한 부관이 힘겹게 목을 관통하는 화살을 붙잡더니 이내 고개를 떨구며 말에서 뚝 떨어져 내렸다.
“누구냐!”
“적이다. 남작님을 보호하라!”
“주군을 지켜라!”
주변을 지키던 20명의 기사들이 다급히 숍 남작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아깝네요. 단번에 적 수장을 잡을 수 있었는데!”
장궁을 손에든 캐츠가 숲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고, 그 뒤로 자경단원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불길을 피하느라 여기저기 그을린 듯 검은 재들이 가득 묻어 있었지만 크게 다친 사람은 없어 보였다.
“비켜라!”
숍 남작이 앞을 막아선 기사들을 밀치며 앞으로 나왔다.
“숲에 불을 지른 놈들이 네놈들이냐?”
남작이 분노한 듯 숲을 빠져나온 자경단을 노려보자 조금 전 화살을 날렸던 캐츠가 한발 앞으로 나왔다.
“어때요. 제법 괜찮지 않았습니까?”
“이놈!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숍 남작이 분노한 듯 검을 뽑아 들곤 곧장 캐츠를 향해 달려들었다.
“던져!”
캐츠를 단칼에 베어 버릴 듯 달려오는 숍 남작을 향해 투창 수십 발이 날아들었다. 깜짝 놀란 남작이 급히 안장을 박차고 날아오르더니 캐츠를 향해 검을 내리그었다.
“이런!”
캐츠가 깜짝 놀라 급히 물러섰지만, 남작의 검을 막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
쉬익-
그때 뒤쪽에서 강맹한 기운이 남작의 머리를 정확히 노리고 날아들었다. 깜짝 놀란 남작이 급히 몸을 비틀어 머리를 향해 날아든 강맹한 기운을 막았다.
꽝-
커다란 폭음과 함께 뒤로 날아간 숍 남작이 겨우 바닥에 착지했다.
“누구냐!”
남작의 날카로운 외침과 함께 구릉 양쪽에서 수십 명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격이 날아들면 피해야지, 뭘 멍청하게 서 있는 것이냐!”
투스가 투덜거리더니 들고 있던 투창을 또다시 힘껏 던졌다.
쉬익-
캐츠에게 다가서던 남작이 급히 뒤로 물러났다.
“가만히 있으라고, 얼마든지 상대해 줄 테니.”
투스가 빈정거리듯 말하며 또 다른 투창을 받아들었다.
“이놈들이!”
으드득-
남작이 이를 갈며 천천히 기사단과 합류했다. 남작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낮긴 하지만 구릉 양쪽으로 나타난 수십 명의 병력들과 숲에서 빠져나온 병력들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채 삼면에서 기사단을 포위하고 있었다. 아무리 소드 유저와 엑스퍼트로 구성된 기사단이라지만 숫자와 지형에서 모두 밀리는 상황이라 전투가 벌어지면 적을 막기가 힘들어 보였다. 특히 앞으로 나선 다섯 명의 외팔이 녀석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 역시 만만치 않았다.
“우린 싸움을 원치 않는다. 무기를 버리고 물러난다면 보내주지.”
“기사가 무기를 버리고 후퇴하는 법은 없다.”
“계속 싸워 보고 싶은가 본데, 우리야 시간을 끌며 곧 당도할 아킨스 자작가의 병력을 기다리면 그뿐이오. 어떻게, 정말 해볼 생각이오?”
폴론이 대수롭지 않게 말하긴 했지만, 그도 다급하긴 마찬가지였다. 조금 전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서 불길이 점점 남쪽 입구로 다가오고 있었다. 기사단이 입구를 비켜주지 않으면 아직 숲 입구에 멈춰서 있는 자경단들이 불길에 휩싸일지도 몰랐다.
“남작님! 이대로 전투를 할 수는 없습니다. 잠시 물러나 살아남은 기병대를 수습하셔야 합니다.”
“단장은 지금 이대로 물러나자고 말하는 것이요?”
“여기서 이대로 죽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빌어먹을!”
얼굴을 일그러트린 남작이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단장은 혹 남작의 생각이 바뀔까 급히 폴론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 또한 더 이상 전투를 지속할 생각이 없네, 우릴 보내준다면 이후 전투는 없을 거라 기사단장의 명예를 걸고 약속하지!”
단장의 말에 폴론이 고심하듯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긴 척했지만, 이미 결론은 나와 있었다. 여기서 더 지체했다간 자경단원들이 불길에 휩싸일 것이다.
“좋습니다. 당신의 명예를 믿어보죠.”
폴락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기사단장이 급히 말 한 마리를 남작에게 가져왔다.
“주군!”
기사단장의 부름에 얼굴을 잔뜩 찌푸린 숍 남작이 어쩔 수 없이 말을 타곤 폴론과 투스를 한 차례 노려보다 기사단과 함께 협로를 빠져나가 서쪽 구릉 위로 향했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폴론이 황급히 달려왔다.
“폴론.”
“델프 님! 무사하셨군요.”
“자넬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군.”
“긴 이야기는 다음에 하시고 지금은 여기서 벗어나야 합니다. 곧 불길이 이쪽으로 번질 겁니다.”
폴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델프가 급히 소리쳤다.
“서둘러 이곳을 벗어난다.”
델프의 말에 자경단원들이 서둘러 구릉을 벗어나 동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뒤 불길이 숲을 덮치기 직전 십여 명의 인원이 숲을 빠져나왔다.
“콜록콜록! 죽을 뻔했다.”
조셉이 바닥에 널브러지며 거친 기침을 쏟아냈다.
“볼란 님, 괜찮으십니까?”
“난 괜찮네…. 헌데, 큰일이군, 녀석들을 잡기는커녕, 남은 자경 단원들까지 배신 하다니.”
볼란이 이미 사라져 버린 자경단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래도 서둘러 돌아가 이 사실을 남작님께 알려야겠네!”
“남작… 님께 말입니까?”
“당연하지! 영주를 배신하고 영지를 떠났으니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지. 일단 배신한 자경단의 가족들을 잡아들이고, 제재를 가해야 겠지. 아마도 그들은 영주의 농노가 될 거야!”
“하지만….”
차갑게 굳은 얀의 말에도 볼란은 단호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런 일에 인정을 둘 수는 없지.”
“정말… 다른 방법이 없습니까?”
볼란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렇군요.”
“어서 가세, 곧 아킨스 자작령의 병력들이 당도할 테니, 그전에 이곳을 떠나는 것이…!”
푸욱-
“컥… 자네…!”
볼란이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자신의 심장을 파고든 차가운 단검을 바라보았다.
“제가 아무리 마스터를 배신한 나쁜 놈이지만, 그렇다고 샤론 마을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얀의 말에 볼란이 고통을 참으며 부릅뜬 눈으로 얀의 멱살을 꽉 움켜쥐었다.
“크윽… 네놈… 카일의 말이… 맞았다. 마… 스터를 배신한… 녀석을 기사로… 안… 돼!”
볼란의 눈빛에서 점점 초점이 사라지더니 이내 고개를 툭 떨궜다.
“얀…!”
“어쩔 수 없었다. 다들 들었겠지만, 샤론 마을까지 피해를 입힐 수는 없었다.”
얀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어쩔 거냐?”
“…자경단은 의문의 기병대의 습격에 전멸했다.”
“영주가 믿어줄까?”
“이곳에서 대규모 전투가 있었고 자경단과 기사단의 시체도 있으니 영주도 믿지 않을 순 없을 거다.”
얀이 볼란의 시체를 들어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밀어 넣었다.
“휴… 난 모르겠다. 솔직히 이젠 기사가 꼭 돼야 하는지도 의문이고.”
조셉이 맹렬하게 타오르는 숲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조금만 참으면 곧 기사 서임을 받을 거다. 그러니 약한 소리 하지 마!”
얀이 조셉을 향해 차갑게 말하며 천천히 멀어져 가자 조셉이 깊은 한숨을 쉬며 남은 자경단과 함께 뒤를 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