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 96. 가신회의(3)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공방은 천혜의 요새에 가깝습니다. 비록 영지의 동쪽에 치우쳐져 있긴 하지만 이곳을 적이 차지하면 백작령으로선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할 겁니다.”
레하트 남작은 자신의 옆에 시립해 있는 젊은 기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차기 기사단장으로 내정된 레하트 남작의 아들, 아톱스 부 기사단장이었다. 아톱스 부 기사단장이 들고 있던 커다란 양피지를 탁자 위에 올렸다. 양피지에는 자세한 공방의 지형과 형태뿐 아니라 붉은색의 화살표와 기호들과 검은색의 기호들이 어지럽게 표시되어 있었다.
“일단 붉은색 표시를 보아주십시오. 붉은색은 공방의 제압이 필요할 경우의 공격 루트를 산정한 것입니다. 카일 공방은 방어에 가장 탁월한 지형적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규모 병력이 공격하기에는 진입로가 협소할 뿐 아니라 지형도 분리합니다.”
아톱스 부단장은 지도의 이곳저곳을 자세히 설명했다.
“또한 이번에 건설 중인 수로도 문제입니다. 공방에서도 제법 유능한 용병이 있는지 가장 취약지인 북서쪽에 걸쳐 저수지를 건설 중인데, 이것이 완성되면 장원을 공략하긴 더더욱 어려워질 겁니다.”
“저수지가 사실상 해자 역할을 할 거란 말이군.”
“그렇습니다. 아시겠지만 저수지가 완성되면 사실상 공격 루트는 정문 쪽 좁은 회랑으로 한정될 수밖에는 없는네, 이럴 경우 병사들을 동원해 정면공격을 감행해야 하는데 상당한 병력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는 없을 겁니다.”
그리고는 이어서 검은 선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졌다.
“이번엔 검은 선들에 대한 설명 들이겠습니다. 검은 선들은 외부에서 백작령을 공격할 시 공방을 이용해 세울 수 있는 방어 방안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남쪽에서 백작령을 직접 공격하려면 피라네시아 평원을 가로질러야 했기에 그동안 기사단에선 평원에서의 회전을 중심으로 방어 전략을 계획했습니다.”
“지금 이 작은 공방 때문에 영지 방어 전략이 바뀌었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세력이 약하고 병력의 숫자가 적지만 보시는 것처럼 공격하는 입장에선 공방의 위치가 상당히 꺼림칙할 겁니다.”
“흠… 확실히, 무시하자니 후방이 걱정이고 점령하자니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하고. 우리 입장에선 평원을 통한 직공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군.”
“특히 이곳 서남쪽의 구릉 지대를 점령한다면 동쪽의 포트리 자작가를 우회 북쪽 좁은 협로를 따라 공격하는 방법이 직공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겁니다. 사실상 영주성과 공방 사이의 평원에서 회전을 피하고 지형적인 이점으로 적을 상대할 수 있게 됩니다.”
아톱스 부단장이 말을 마치고 고개를 숙이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레하트 남작이 공방을 가리켰다.
“하지만 만약 공방이 적으로 돌아선다면 영주성 남쪽에서 최단 거리로 달려와 직접 공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방 자체가….”
“보급기지가 되겠군요!”
총관 샤페론 남작의 말에 레하트 남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풍부한 수원과 보급품을 보관할 수 있는 천혜의 요새.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평원에서의 회전을 벌일 경우 장원의 병력이 오히려 백작군의 후방을 노릴 수 있다는 겁니다.”
“결국 어떻게 해서든 공방을 붙잡아 두어야 한다는 말이군.”
샤페론 남작의 말에 레하트 남작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영지 방어개념은 사실상 영지 방어 일부를 알게 모르게 장원에 의존하는 형식입니다. 현시점에서 공방이 이전된다면 새롭게 계획한 방어계획을 다시 원 상태로 돌려야 하는데, 현재 지원되는 예산의 최소 두 배 이상의 자금과 병력을 확충시켜야 할 것이고… 그것이 어렵다는 건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흠… 그럼 결국 남은 건 어떻게 공방과의 관계를 개선하느냐인데… 난감하군. 백작가가 제시할 만한 게 딱히 없는 것 아닌가?”
총관 샤페론 남작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재정관인 케프 남작으로 향했다.
“방법이 아주 없진 않습니다.”
“역시 재정관께서 복안이 있으셨군. 어서 말해보시게.”
“알아보니 카일 공방장의 부친이 제법 이름이 알려진 용병이라 하더군요. 이걸 이용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어떻게 말이요?”
“현재의 공방을 정식 장원으로 승격하는 겁니다.”
“설마… 용병 가문을 말하는 거요?”
“그렇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용병 가문을 개설하려면 자작 이상의 귀족에게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용병 가문 설립에 보증 귀족 되어주자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이를 통해 백작가는 용병 가문이자 장원으로부터 정식 세금을 납부받을 수 있고, 공방으로서도 용병을 제외한 100명 이상의 자체 무력을 결성할 수 있으니 양쪽 모두에 나쁘진 않을 겁니다.”
“흠… 사실상 병력 육성을 인정해 주자는 건데, 위험하진 않겠소?”
“글쎄요? 지금까지 공방의 대처로 본다면 백작가와 충돌을 최대한 피해 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크게 걱정할 건 없다고 생각하는데, 어떻습니까? 레하트 남작님 위험할 것 같습니까?”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레하트 남작이 케프 남작의 대답에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흠… 두 분의 생각이 같다면 저 역시 딱히 반대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익도 상당하고.”
“더불어 한 가지 더 제안할 게 있습니다.”
“뭔가?”
“피라네시아 평원, 북쪽 황무지를 개간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피라네시아 평원의 주인은 네오트 남작가지만 그렇다고 평원 전체가 네오트 남작가의 것은 아니다. 평원의 서쪽과 영지와 인접한 북쪽 평원의 상당 부분이 아직까지 백작가의 소유로 남아 있었다. 케프 남작은 그중 장원과 가까운 북부 평원 일대를 개간하려는 것이다.
“공방의 도움을 받겠다는 말이요?”
“그럴 생각입니다. 예전에 동에서 남으로 흐르던 하천을 정비하고 수로와 연결한다면 농사에 필요한 물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흠… 나쁘진 않군. 아니, 확실히 좋아! 성공만 한다면 백작가 역시 상당한 농토를 확보할 수 있겠어? 그러고 보니 자네, 처음부터 이것이 목적이었군.”
총관인 샤페론 남작이 케프 남작의 얼굴에 어린 은은한 미소를 보며 말했다.
결국 이날 회의의 결론은 카일에게 용병 가문 개설을 권유하며 동시에 장원가로 정식 인정하고, 북쪽 황무지개간의 도움을 요청한다는 것이었다. 백작으로선 번번이 자신을 방해하는 공방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이번 석재 매점 사건의 책임이 있으니 무조건 반대할 수만은 없었다. 더불어 황무지개간을 통한 새로운 직영지 확보와 카일 공방으로 걷게 될 새로운 세수를 고려하면 결국 백작으로서도 허락할 수밖엔 없었다. 백작의 허락이 떨어지자 케프 남작은 백작이 직접 서명한 장원의 승인 서한을 들고는 카일 공방을 향했다.
* * *
“마스터 이쪽입니다.”
성벽 위에 올라선 필론이 보일을 향해 힘차게 손을 흔들며 말을 이었다.
“여깁니다. 여기가 최고의 명당입니다.”
필론이 미리 가져온 위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가?”
보일이 미덥지 못한 얼굴로 필론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필론은 어깨를 펴며 당당하게 말했다.
“그럼요! 지난번 카일이 왔을 때 정확히 파악했습니다. 여기가 확실합니다.”
“녀석에게 확인했다면 괜찮겠지! .”
보일이 필론이 준비해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자 필론이 미리 준비해둔 작은 옹기 항아리와 주머니 하나를 내밀었다.
“여기 수수 위스키와 지난번 잡은 붉은 뿔 사슴으로 만든 육포입니다.”
“허허, 녀석. 준비를 많이 했구나!”
“헤헤, 마스터를 모시는 일인데 어떻게 소홀할 수 있겠습니까?”
필론이 두 손을 비비며 눈을 웃었다. 그 모습에 보일이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필론이 왜 갑자기 보일을 이렇게 지극정성으로 대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얼마 전 보일이 매튜와 필론에게 추가 검식을 전수하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이미 자신만의 검술을 만들어 더 높은 경지를 바라보는 카일을 대신해 검술을 이어줄 새로운 후계자를 뽑겠다는 말과도 다름이 없었다. 무려 상급 엑스퍼트, 아니 그 이상도 가능한 검술을 온전히 전수 받는 일이다. 두 사람에겐 당연히 흥분되고 기쁜 일이었고, 어떻게 해서든 검술을 전수 받기 위해 보일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고 있었다. 단, 두 사람이 보일의 눈에 들기 위해 노력하는 방식은 달랐다. 매튜가 쉼 없이 검술이 매진하며 우직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필론은 보일의 옆에 딱 붙어 마치 입안에 혀처럼 매끄럽게 보좌하고 있었다.
뿌우-
멀지 않은 곳에서 뿔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마스터, 이제 시작할 모양입니다.”
필론이 긴장한 표정으로 반대편 능선을 바라보았지만, 보일은 관심이 없는 듯 항아리를 들어 수수 술을 들이켰다. 수수 술은 1년 전 공방에서 처음 만든 대형 옹기 항아리에 담근 술을 증류한 위스키였다.
“크윽, 역시 이 녀석, 술 하나는 끝내주게 만든단 말이야!”
보일이 항아리를 탁자 위에 내려놓는 순간….
꾸와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요새 전체가 무너질 듯 흔들리더니 반대편 산 한쪽이 아래로 쑥 꺼지며 내려앉았다.
“세… 상에!”
필론이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았고 보일은 놀란 눈으로 사라져 버린 능선을 바라보았다.
“괴, 굉장하군!”
뿌옇게 피어오르는 흙먼지가 빠르게 흩어지며 드러난 모습은 보일을 경악에 빠트리기에 충분했다. 얼마 전까지 눈앞에 뚝 솟아 있던 산 능선이 계곡을 덮치면서 절벽 위에 위태롭게 서 있던 요새 앞으로 제법 넓은 평원이 만들어졌다.
“서, 성공입니까?”
바닥에 엎드려 있던 필론이 성벽 아래를 멍하니 바라보는 보일을 향해 물었다.
“일단… 내려가 봐야겠다.”
보일이 곧장 몸을 돌려 성벽 아래로 훌쩍 뛰어내려 버렸다. 깜짝 놀란 필론이 황급히 성벽 아래를 내려봤지만 이미 보일은 계곡 아래로 빠르게 달리는 중이었다.
“이 녀석, 어디에 있는 거냐?”
굳은 얼굴로 무너진 흙과 바위 더미를 뛰어넘으며 빠르게 계곡 아래로 달리던 보일이 갑자기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바람?”
뿌옇게 내려앉은 흙먼지가 주변을 가득 메웠지만 오직 보일의 주변만은 바람이 빠르게 맴돌아 깨끗한 시야와 공기를 확보할 수 있었다.
“바람의 정령인가?”
보일의 작은 중얼거림에 바람이 기뻐하듯 춤을 추며 주변의 흙먼지를 빠르게 날려 보내 앞쪽으로 길을 만들어냈다. 보일이 바람이 만들어낸 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자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카일!”
보일이 황급히 카일을 향해 달려갔다.
“다친 곳은 없는 거냐?”
보일이 카일의 몸을 이리저리 살피며 물었다.
“저야 당연히 괜찮죠. 헌데, 여긴 어떻게 오신 거예요?”
“이 녀석, 계곡 전체가 무너졌는데 당연한 것 아니냐!”
“하하! 걱정 마시라니까요. 이미 말씀드렸잖아요.”
“계곡 전체가 무너질 거라고는 하지 않았지 않느냐!”
보일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허허! 이거 사과는 제가 해야겠군요.”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보일의 시선이 카일의 뒤편으로 향했다. 그곳엔 커다란 지팡이를 손에든 노인과 함께 베아트리 영애가 서 있었다.
“맬번 님과 영애께서도 함께 계셨습니까?”
보일이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 설마 위험한 폭발현장에 두 사람이 함께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다.
“마나 폭탄을 계곡 반대편까지 옮겨준 분이 영애세요.”
카일이 보일의 옆으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실프… 아!”
조금 전 흙먼지를 날려 보내며 길을 열어준 사람이 바로 베아트리 영애였던 것이다.
“이거… 송구하게 되었습니다. 보일 경, 저 역시 마나 폭탄 제작은 처음이라 폭발력을 제대로 계산하지 못해 보일 경께 걱정을 끼쳐 드렸습니다.”
“아, 아닙니다. 조금 놀랐을 뿐 맬번 님께서 사과하실 일이 아닙니다.”
자신을 향해 깍듯이 고개를 숙이는 마법사 맬번의 태도가 부담스러운지 보일이 황급히 손을 저었다.
“인사는 이쯤 하시고 그만 여기서 나가야 할 것 같아요. 곧 이곳까지 물이 차오를 거예요.”
카일이 계곡 아래를 가리켰다. 계곡이 무너지며 물길이 막히자 아래쪽에서부터 빠르게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서둘러야겠어요.”
베아트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카일이 곧장 아래로 향했다.
“어딜 가는 거냐?”
“일단 따라오세요.”
카일의 말에 베아트리 영애와 마법사 맬번이 당황하고 있는 보일을 뒤로하고 카일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카일의 뒤를 쫓아가자 보일도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의 뒤를 쫓았다. 그리고 도착한 곳엔 뜻밖에도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작은 터널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건 도대체 언제 뚫어 놓은 거냐?”
“오래전부터 조금씩 뚫은 겁니다. 처음 계획은 산 중턱 한쪽을 파내는 것이었는데, 쉽지 않겠더군요.”
카일이 씨익 웃으며 터널 안쪽으로 들어갔다. 터널은 안쪽은 벽면부터 바닥까지 전부 벽돌을 빈틈없이 쌓아 만들어져 있었다.
“빌어먹을 녀석 같으니라고. 이런 걸 뚫어 놓았으면 진작 말할 것이지!”
보일은 연신 투덜거리면서도 터널 여기저기를 신기하다는 듯이 살폈다.
“이걸… 놈이란 정령으로 판 거냐?”
“사람이 파기엔 힘들고 위험하잖아요. 벽면은 흙을 최대한 압축시킨 뒤 아치형으로 벽돌을 두껍게 쌓았으니 무너질 걱정은 없을 겁니다.”
“…정령이 대단하긴 하구나!”
사실 보일은 카일의 요구에 정령과의 계약에 응했을 뿐 정령과 계약을 맺겠다는 의지가 크지 않았다. 그보다는 상급을 넘어 최상급에 오르고 싶다는 열망이 더 높았다. 하지만 조금 전 바람을 이용해 흙먼지를 걷어낸 실프나 터널을 파낸 흙의 정령 놈의 활약은 정령이란 존재를 다시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라이트!”
터널 안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점점 어둠이 밀려들자 맬번이 가볍게 지팡이를 휘둘렀다. 곧 새하얀 빛 덩이가 떠올라 주변을 밝혔다. 터널은 계곡에서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아래쪽으로 이어져 있었는데 곳곳에 오러를 이용해 바위를 잘라낸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터널이 제법 길군.”
“한 달이 넘게 팠어요. 반대편 협곡 쪽으로 연결하다 보니 좀 오래 걸리긴 했는데, 덕분에 얻은 것도 있어요.”
“얻은 거?”
“백토!”
카일의 말에 보일이 눈을 크게 떴다.
“고령토를 찾은 거냐?”
“네, 터널을 찾던 중 광맥을 찾았거든요. 땅속에 묻혀있긴 하지만, 채굴은 어렵지 않을 거예요.”
“하하! 정말 다행이구나!”
보일이 밝게 웃었다. 현재까지 고령토를 채취할 수 있는 곳은 오크랜드가 유일했었다. 다핸 남작과의 갈등으로 샤론 마을을 떠날 경우 가장 큰 걱정이 바로 고령토 채취였으니, 보일로선 카일의 말이 더 기쁘게 다가왔다.
“터널 끝입니다.”
좁은 터널을 끝으로 밝은 빛이 보였다. 카일은 일행은 조금 더 걸음을 빨리해 터널 밖으로 벗어났다.
“카일!”
“비터? 여긴 어쩐 일입니까?”
“공방으로 손님이 찾아왔다.”
“손님요?”
“크로먼 백작가의 재정관이 찾아와 기다리고 있다.”
“케프 남작이 말입니까?”
카일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베아트리 영애에게로 향했다.
“생각보다 빠르군요.”
“그들도 급했을 거예요.”
“함께 가시겠습니까?”
“물론이죠.”
베아트리 영애가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