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용병라이더-344화 (344/404)

외전 - 78. 마라스 용병대(1)

커다란 옹기 항아리를 만들기 위해 특별히 만든 넓은 방 안. 기묘한 선들이 복잡하게 얽힌 푸른 보석을 손에 든 채, 카일이 바닥에 정좌해 있었다.

웅웅-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은 고요한 방안, 카일이 손에 쥔 푸른 보석에서 작은 진동과 함께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드디어!’

카일은 급히 숨을 죽이며 흐트러지려는 정신을 다잡았다.

투툭-

벽면 한쪽에 쌓아둔 점토 덩어리가 바닥으로 툭 떨어지더니 데구르르 굴러 카일의 옆에 멈춰섰다. 그리곤 마치 카일을 유심히 관찰하듯 주변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웅웅웅-

손에 쥔 푸른 보석에선 더욱 강한 진동과 빛이 뿜어져 나왔다.

투두둑-

이번엔 벽면 가득 쌓아둔 점토 덩어리 수십 개가 마치 생명을 가진 듯 바닥으로 일제히 쏟아져 내렸다. 점토는 장난을 치듯 한참 동안 주변을 맴돌더니 어느 순간 ‘퍽’하는 소리와 함께 하나둘 터져 나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푸른 보석이 쩍 소리와 함께 가루가 되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방안은 다시 고요함을 되찾았다.

“후우-”

가슴 깊이 참았던 탁한 숨을 토해낸 카일이 감았던 눈을 뜨곤 주변을 살폈다.

“엉망이군.”

방안 여기저기 엉망으로 흩어진 점토들을 둘러보던 카일의 시선이 온전한 형태로 남은 점토 덩어리에 멈췄다.

“놈.”

카일의 목소리에 여기저기 바닥에 흩어져 있던 점토들이 놀랍게도 작은 점토 덩어리를 중심으로 꿈틀꿈틀 움직이며 하나로 뭉치더니, 긴 수염을 늘어트린 작은 노인의 형상을 만들었다.

흙의 최하위 정령 놈이다.

보름 동안의 끊임없는 시도 끝에 드디어 정령과의 계약에 성공한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가장 결정적인 도움을 준 사람은 베아트리 영애였다. 그녀는 카일이 정령과 계약을 할 수 있도록 정령석을 가져다주었고,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보름이란 짧은 시간에 정령과 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이다.

“놈, 주변을 정리해다오.”

여기저기 흩어진 점토의 잔해들이 생명을 지닌 듯 스르륵 움직이더니 처음 있었던 형태 그대로 벽면에 차곡차곡 쌓였다. 바닥은 물론 벽면과 천정까지 온통 점토의 잔해로 엉망이던 방안이 흔적 하나 없이 깨끗이 정리되었다.

“이 정도면 충분해!”

카일이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발치에 서 있는 놈을 바라보았다. 사실 베아트리는 카일에게 불의 정령과 계약하길 권했다. 하급 정령 중 가장 강하며 활용도 또한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일은 베아트리 영애의 제안을 거절하고 흙의 정령과 계약하길 원했다.

흙이라는 특성상 흙의 정령은 물리적인 실체화가 강한 정령이다. 그만큼 정신력이 도달하는 범위가 다른 정령에 비해 극단적으로 짧아 공격보다는 방어에 주로 쓰였으며, 활용도가 가장 낮은 정령이자 4대 정령 중 가장 약한 정령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럼에도 카일이 흙의 하급정령 놈과 계약을 맺은 건 바로 백토 때문이었다. 도자기의 수요가 점점 늘어나면서 주요 재료인 백토를 찾는 일이 더욱 급해졌기 때문이다.

카일은 조금 전 흙을 마음대로 조정하던 놈을 떠올리며 눈을 빛냈다.

“가능할까?”

놈을 바라보던 카일이 눈을 감고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순간 놈의 몸이 흐물흐물 무너지더니 물레 위에 올라선 점토 덩어리처럼 빙글빙글 돌며 뚜렷한 형태를 갖췄다.

“음….”

눈을 뜬 카일의 입에서 짧은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눈앞에 카일이 떠올린 이미지와 정확히 일치한 완벽한 항아리가 만들어져 있었다. 다만 중요한 한 가지가 다를 뿐이었다.

“크기가… 너무 작군.”

항아리는 카일의 무릎 정도밖에는 오지 않았다. 이미지를 형상화하긴 했지만 크기를 특정하지 않아 생긴 오류였다.

스르륵-

항아리가 무너지며 놈이 나타나 칭찬을 바라는 아이처럼 카일을 바라보았다.

“잘했다. 우리 다시 한번 해볼까?”

카일의 말에 놈이 즐거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일은 다시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이번엔 항아리의 크기를 정확히 인지할 수 있게 대형옹기를 머릿속에서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흙을 다져 바닥을 만들고 그 위에 가래떡 형태로 뽑아낸 흙을 쌓아 기벽을 만들어 대형옹기를 완성했다.

“와!”

눈을 뜬 카일이 탄성을 터트렸다. 완벽한 대형옹기가 적당히 건조된 상태로 눈앞에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훌륭하다.”

옹기의 크기에서부터 형태와 두께까지 머릿속에서 그렸던 항아리 형태가 완벽하게 재연되어 있었다. 미소진 얼굴로 항아리를 살피는 카일을 한동안 바라보던 놈의 시선이 벽면 가득 쌓아둔 점토로 향했다.

투두둑-

벽면에 쌓아둔 점토 덩어리가 바닥으로 떨어져 이리저리 뭉치며 커다란 덩어리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조금 전 만들었던 항아리와 틀에 넣어 찍어낸 것처럼 똑같은 형태의 항아리가 방안 가득 만들어졌다.

한 달을 꼬박 만들어야 완성될 항아리가 단 몇 분만에 건조까지 마친 형태로 방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건… 생각도 못 했는데?”

잠시 놀란 표정으로 방안을 들러보던 카일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한두 개도 아니고 대형 항아리 수십 개를 짧은 시간에 이렇게 빠르고 완벽하게 만들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네 덕분에 걱정거리 하나가 줄었군.”

토일은 도자기는 물론, 평민들 사이에서 옹기의 수요도 늘어나자 생산량 증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특히 옹기의 경우 도자기와 달리 주 소비계층이 평민이었고, 실패율이 적고 재료수급도 원활해서 처음부터 대량생산을 목적으로 두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카일로선 아일론 상회의 요구를 계속 거절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대량으로 옹기를 생산하려면 필연적으로 도공의 숫자를 늘려야 했다. 그러려면 손재주가 뛰어난 아이들을 모아야 했고, 결국엔 아일론 상회의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상단주인 마티슨과 불편해진 상황에서 무작정 아일론 상회의 도움을 받아 도공을 양성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당장 믿을 수 있는 다른 상단과 거래하기도 어려워 난처한 상황이었다.

흙의 정령 놈과의 계약은 바로 그 걱정거리를 완벽하게 해결해 준 것이다.

똑똑-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상념에서 벗어난 카일이 고개를 돌려 돌렸다.

“카일!”

문밖에서 들려온 낯익은 목소리에 카일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놈, 그만 돌아가 있어라! 나중에 다시 부르마.”

카일의 말에 아쉬운 표정을 카일의 발치를 맴돌던 놈이 이내 바닥으로 스르륵 무너져 내렸다. 놈이 완전히 사라지자 카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들어오십시오.”

카일의 허락이 떨어지자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서던 두 사람이 놀란 얼굴로 주춤 멈춰 섰다. 카일이 수십 개의 대형 항아리 중심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이걸… 오늘 다 만든 거냐!”

마크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그도 카일을 도와 대형옹기 제작에 참여한 적이 있어 얼마나 힘든 작업인지 잘 알고 있었다.

“아… 네! 오늘 만든 겁니다.”

카일이 사실대로 말했다. 정령이 만들었지만 어쨌든 오늘 만든 건 사실이었다.

“이런, 바쁜 건 알지만 그래도 쉬어가면서 해야지.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

마크가 미안함과 걱정이 담긴 얼굴로 물었다. 사실 마크는 북부 설원까지 찾아가 용병대를 이끌고 돌아온 자신을 마중 나오지 않은 카일에게 내심 서운함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대형옹기 수십 개를 만들며 고생했을 카일을 떠올리자 오히려 그에게 가졌던 서운함이 순식간에 미안함과 걱정으로 바뀌었다.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제가 먼저 마중을 나가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아니다. 일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그보다 먼저 인사부터 나누자! 여긴 마라스 대장이다. 마라스 대장님, 여긴 제가 말씀드린 카일입니다.”

“카일입니다.”

“마라스다.”

생각보다 어린 카일의 얼굴에 실망했는지 마라스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대, 대장님!”

“마크, 실망이다. 난 너를 믿고 용병대와 가족들 전부를 이끌고 이곳까지 찾아왔다. 헌데 이런 어린 녀석 뒤치다꺼리나 하라고 날 데려온 것이냐?”

“대장, 오해입니다. 일단 카일과 대화를….”

“필요 없다. 난 돌아가겠다.”

마라스가 싸늘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카일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좋습니다. 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죠. 돌아가고 싶으면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카일! 아무리 그래도 북부에서 온 손님인데….”

“어쩔 수 없죠. 처음부터 장원엔 관심도 없던 사람입니다. 굳이 붙잡을 필요 없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관심도 없다니?”

마크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카일은 빙그레 웃으며 마라스를 바라보았다.

“마라스라고 하셨습니까?”

“그렇다.”

마라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이렇게 쉽게 자신들을 보내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지만, 생각보다 이야기가 잘 풀린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저도 원하지 않는 사람을 붙잡을 정도로 어리석진 않습니다. 대신 계산은 정확히 하시죠.”

“계… 산?’

“마크, 이번에 마라스 용병대가 이동하며 쓴 경비 얼마나 되죠?”

“그게… 북부에서 동부까지 소유된 시간만 10일이 넘는다. 거기다 용병대와 가족까지 숫자로만 따져도 백 명이 훌쩍 넘는 대규모 행렬이라 비용이 좀 많이 들었다. 말과 마차까지 대략 50골드 정도 들었다.”

마크는 마라스를 보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래도 사실대로 말했다. 대규모 인원이 한꺼번에 움직이려다 보니 마차와 말은 기본이었고 이동 중 소모되는 식량과 영지를 지나며 지불한 통행료까지 모두 마크가 부담했다. 당연히 이 모든 건 카일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시겠지만 북부 설원에서 동부 영지까지 이동하며 소요된 모든 경비는 제 주머니에서 나왔습니다. 당연히 그에 따른 비용은 정산해 주셔야죠.”

카일의 말에 마라스가 분노한 얼굴로 카일을 노려봤다.

“마라스 용병대가 동부까지 온건 전적으로 마크의 요청 때문이었다. 헌데 이제 와 이동에 소요된 경비를 모두 내놓으란 말이냐?”

“당연한 것 아닙니까? 당신들은 처음부터 마크를 이용해 동부로 이동하는 게 목적이었지 않습니까?”

“그게… 무슨 말도 안 돼는…!”

마라스가 깜짝 놀라 부인 했지만, 그의 눈빛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대, 대장! 사실입니까?”

마크가 동요하는 마라스를 보며 물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마라스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검을 움켜 쥐었지만, 그는 결국 뽑지 못했다. 비록 용병대를 이끌고 있긴 하지만 그의 경지는 고작해야 소드 유저, 엑스퍼트인 마크를 상대로 이길 자신이 없었다.

“흥! 무력으로 압박한다면 솔직히 이길 자신이 없다. 그러니 마음대로 해라! 하지만 아무리 압박해도 네놈들 뜻대로 경비를 지불하는 일은 없을 거다.”

“그럼 할 수 없군요. 마크! 마라스 용병대를 창고에 가둬 두고 보름 뒤에 풀어주세요.”

“그게 무슨 소리냐! 가두는 건 뭐고 보름 뒤 풀어주는 건 뭐냐?”

“아틸런 자작령과 인접한 에바크 산맥지류에서 몬스터가 대규모로 남하해 영지병의 정예병 다수가 죽었더군요. 그래서 최근 D급과 E급 용병을 중심으로 병사를 모집한다고 합니다. 앞으로 보름 정도 남았습니다.”

“그걸… 어떻게!”

마라스의 입에서 당혹한 목소리가 토해져 나왔다.

“대… 장!”

마크의 시선을 받은 마라스가 당혹한 표정으로 주춤 뒤로 물러났다.

“그, 그게…!”

당황한 마라스를 돌아보던 카일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제가 원한 건 용병대였지 용병대의 가족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순순히 그들의 이동에 경비를 지불한 건 우리가 함께할 동료가 될 거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헌데 당신은 그걸 저버리고 당신을 믿는 마크를 배신했습니다. 제가 비록 어리긴 하지만 그런 속임수에 넘어갈 정도로 어수룩하지는 않습니다.”

카일의 말에 침울하게 굳어진 마라스가 체념한 듯한 얼굴로 물었다.

“우릴 어떻게 할 생각이지?”

“말씀드린 대로 보름 동안 가둬 두었다가 풀어드리죠. 아무 조건 없이 말입니다.”

“그건…. 차라리 내게 책임을 묻고, 녀석들과 가족들을 풀어다오.”

“왜요? 그들이 아틸런 자작가에 의탁할 수 있게 말입니까? 제가 왜 그래야 하죠?”

“녀석들은 날 지키기 위해 서북부 방어군에서 불명예 전역한 녀석들이다. 또다시 나 때문에 영지병이 될 기회를 놓치게 할 수는 없다.”

“미안하지만 저와는 상관없는 일이군요.”

“원한다면 내 목숨을 주마!”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늙은이의 목숨을 가져서 뭐합니까? 필요 없습니다.”

카일이 단호하게 거절했다.

똑똑-

그때 문이 열리며 붉은 머리 사내가 걸어들어왔다.

“카일 님! 용병들 모두 제압했습니다. 모두 무장을 해제하고 비어 있는 창고에 가뒀습니다.”

“반항하는 자는 없었습니까?”

“가족들 때문인지 순순히 제압되었습니다.”

프리그가 마라스를 힐끔 바라보며 말했다. 카일이 허락하면 당장이라도 끌고 나가려는 모습이었다.

“다행이군요. 수고했습니다. 프리그 경.”

“별말씀을…!”

카일이 고개를 끄덕이자 프리그가 고개를 숙인 뒤 물러났다.

“너…!”

“용병대의 가족들은 가두지 않았습니다. 용병들 역시 가두긴 했지만 가족 간 만남은 막지 않겠습니다. 마라스 님도 특별히 무장만 해제하죠. 특별한 금지구역 몇 곳을 제외하면, 통행도 자유로울 겁니다.”

“왜… 나만 풀어주는 것이냐!”

“용병들을 대신해 가족들을 지킬 사람은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 어쩌시겠습니까? 물론 스스로 무장을 해제했을 때 드리는 혜택이겠죠.”

이를 갈긴 했지만 사실 마라스도 카일의 요구를 거절할 입장이 아니었다.

“…좋다.”

잠시 망설이던 마라스가 스스로 검을 비롯한 무기를 내려놓았다.

“밖으로 나가시면 사람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를 따라가면 거처를 안내해줄 겁니다.”

“필요 없다. 난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겠다.”

“정 그러시다면….”

카일이 손을 내밀었지만 마라스는 몸을 돌려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카일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너… 마라스 대장의 배신을 어떻게 안 거냐?”

“제가 알아낸 게 아닙니다.”

카일이 고개를 저었다.

“뭐?”

“저도 긴가민가했는데, 절 보자마자 떠나려는 마라스 대장을 보고 확신했습니다. 마크라면 이미 저에 관해 이야기했을 텐데, 무작정 나이가 어리다며 돌아서다니 이상하잖아요.”

카일의 말에 마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는 반만 맞을 뿐 진실은 베아트리 영애의 정령 덕분이었다. 그녀의 정령이 용병들이 나누던 은밀한 이야기를 듣고 알려준 덕분이었다.

“그보다 마라스 용병대, 말씀하신 것보다 인원이 많던데 어떻게 된 겁니까?”

“몇 년 전 서북부 방어대에서 전역한 자들 몇 명을 더 받았다고 들었다. 마라스 대장과 부하들이 전역하고도 남았던 자들인데 결국 쫓겨난 거지.”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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