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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용병라이더-242화 (242/404)

242.습격

“어때, 어차피 당신 것도 아니잖아? 순순히 내어 놓으면 목숨은 살려주겠다.”

카일의 말에 루퍼트 준 남작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그건…!”

“믿지 마십시오. 골드를 찾아내면 비밀을 감추기 위해서라도 모두 죽일 겁니다.”

양손이 뒤로 묶인 채 바닥에 엎어져 있던 노인이 다급히 소리쳤다.

“우리가 누군지 모를 텐데?”

카일이 노인을 돌아보며 얼굴을 가린 커다란 고글을 두들겼다.

고글은 두 개의 커다란 렌즈를 두 개의 가죽 사이에 붙여 만든 특이한 형태의 물건으로, 일단 고글을 착용하면 얼굴을 절반 이상 가려 신분을 확인할 수 없었다.

“너흰 우리가 누군지 모른다. 달리 말하면 원하는 것만 얻는다면 굳이 피를 볼 이유가 없단 말이지.”

“안됩니다. 배신을 하면 어찌 되는지 기억하십시오.”

카일의 말에 준 남작의 눈빛이 급격히 흔들리자, 노인이 황급히 소리쳤다. 그러자 루퍼트 준 남작이 몸을 한차례 부르르 떨며 화급히 고개를 저었다.

“나, 날 죽여도 마, 말할 수 없다.”

겁에 잔뜩 질린 루퍼트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자신을 노려보는 노인의 시선을 피했다. 검은 여우의 보복보다는 노인에 대한 직접적인 공포가 더 크게 자리하고 있는 듯 보였다.

“이제 보니 이곳의 주인은 따로 있었군.”

카일이 피식 웃으며 돌아섰다.

“당신이 이곳 책임자인가?”

“무슨, 난 대를 이어 루퍼트 가를 섬기던 집사일 뿐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그렇겠지.”

카일이 피식 웃으며 한쪽에 놓인 의자를 끌어와 노인의 앞에 앉았다.

“내 주변에 검은 여우에 대해 잘 아는 녀석이 하나 있는데 말이야, 얼마 전 아주 재미난 이야기를 하더군. 어때, 궁금하지 않아?”

카일이 눈을 빛내며 노인을 내려다보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아! 별건 아니야. 그냥 검은 여우들이 귀족이나 상인들을 어떻게 회유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였지.”

카일의 말에 스스로 집사라 밝힌 노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방법은 아주 간단해, 적당한 몰락 귀족이나 망해 가는 작은 상당을 물색한 뒤 신분을 감추고 접근해 지원을 하는 거야. 일단 그렇게 친분을 쌓고 나면 이제 혼인을 하거나 아예 가신으로 들어가는 거지! 어때, 아주 간단하지 않아?”

“내가 그렇게 접근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말도 안 되는 소리! 난 벌써 이대에 걸쳐 루퍼트 가를…!”

꽝-

카일이 발을 들어 가볍게 바닥을 내려찍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의 발이 나무 바닥을 가볍게 뚫고 커다란 구멍을 만들었다.

“아직 내 말이 끝나지 않았다.”

카일의 낮은 목소리에 노인이 창백하게 굳은 얼굴로 몸을 떨었다. 그 모습을 싸늘하게 바라보며 카일이 말을 이었다.

“아주 간단하고 단순한 방법임에도 쉽게 발각되지 않아. 검은 여우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확실하고 완벽하게 가문을 장악한 뒤에야 본색을 드러내기 때문이지. 그땐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빠져나올 수가 없어. 루퍼트 준 남작처럼 말이야!”

카일의 말에 노인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내부에 배신자가 있었던가?”

“이젠 순순히 인정하려나 보군.”

“이미 다 알고 온 것 같은데… 어떻게 알았지? 이곳을 아는 자는 그리 많지 않다.”

“글쎄, 우연이라고 해둘까?”

카일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어차피 날 죽일 것 아닌가? 누가 배신했는지 정도는 알 수 있게 해주게.”

“어차피 죽을 거라면 알 필요도 없겠지.”

“정말 안 되겠나?”

험악하게 일그러져 있던 노인의 얼굴이 어느샌가 평온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이제 보니… 보통 노인이 아니었군.”

카일이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툭-

투툭-

순간 단단하게 묶여있던 노인의 밧줄이 강한 힘에 끊어져 나갔다.

“녀석, 재롱이 귀여워 가만히 있었다만 더 이상 참을 수 없군.”

노인이 카일을 노려보며 말했다.

“루퍼트 준 남작을 끌고 모두 밖으로 나가십시오.”

“하지만!”

“지금은 내 명령을 들어야 할 때입니다.”

카일이 코퍼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 알겠다.”

“날 앞에 두고 녀석을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하나?”

“못할 것도 없습니다만.”

카일의 말이 끝나가도 전, 노인에게 날카로운 기운이 뻗어 나와 루퍼트 준 남작에게로 향했다.

사악-

카일의 검이 빛과 같은 속도로 검집을 빠져나와 노인의 심장을 행했다.

스윽-

순간 노인의 신형이 잔형을 남기며 흐릿하게 흔들렸다가 다시 그 자리에 그대로 모습을 드러냈다.

“놈, 제법 한 수가 있구나!”

노인이 제 가슴을 가르고 지나간 흔적을 보며 피식 웃음을 흘리듯 말했다.

“나가십시오.”

카일이 굳은 얼굴로 노인의 앞을 막아섰다.

“조심… 해라!”

코퍼가 황급히 루퍼트를 끌고 밖으로 빠져나갔다. 터그 형제 역시 잠시 망설였지만 곧 코퍼의 뒤를 따라 밖으로 빠져나갔다.

하지만 노인은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저들이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으냐?”

“모두 살아 돌아갈 거다.”

“자신감이 대단하군.”

“이 정도 실력이라면 얼마든지 반격할 수 있었을 텐데, 왜 지금껏 가만히 있었던 거지?”

처음 겪은 섬광탄에 놀라 당황했다 해도 시력이 정상으로 돌아온 뒤에는 얼마든지 기습을 할 수 있었다. 그랬다면 집무실에 있던 코퍼 용병대와 터그 형제들까지 상당히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말하지 않았나? 재롱이 귀여웠다고 말이야! 덤으로 배신자의 정체까지 알게 되면 아주 좋았겠지만… 괜찮아! 알아낼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 말이야!”

노인이 웃으며 양손을 늘어트렸다. 그러자 소매 안쪽에서 제법 긴 단검 두 개가 빠져나왔다.

“저도 알고 싶군요. 노인장의 정체가….”

“궁금하면 자네도 직접 알아보게.”

“저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사악-

카일이 노인을 향해 황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노인의 신형이 흐릿하게 흔들리며 뒤로 물러났다가 어느새 카일의 좌측으로 파고들며 단검을 휘둘렀다.

스릉-

“헉!”

빠르게 다가오던 노인이 오히려 깜짝 놀라 급히 단검을 교차시키는 동시에 몸을 살짝 띄워 충격에 대비했다. 카일의 검격을 이용해 뒤로 물러나려는 것이었다.

꽝-

“빌어먹을!”

카일의 검과 단검이 부딪히는 순간, 노인은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깨달았지만 이미 그때는 늦었다.

콰앙-

카일의 검에 담긴 힘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 것이다. 노인의 신형이 뒤로 날아가 고풍스런 가구를 박살 내며 처박혔다.

“하하, 대단하군! 단순히 빠르기만 한 검이 아니었어!”

노인이 부서진 가구의 잔해를 털어내며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하게 일어나 말했다. 하지만 내심 상당히 당황해하고 있었다. 비록 단 두 번의 공방이었지만 카일과 노인은 이미 서로의 검술을 파악하고 있었다. 카일과 노인 모두 빠름을 추구하고 있지만 그 방식이 전혀 달랐다. 카일은 정적인 움직임 속에서 검술 자체의 빠름을 추구한다면 노인은 동적인 움직임, 즉 검술보다는 몸을 최대한 가볍고 빠르게 움직여 상대를 공격하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었다.

“노인장이 빠른 건 인정하죠. 아마 다른 곳에서 만났다면 힘든 싸움을 했겠지만, 이곳이라면 제가 좀 더 유리합니다.”

카일이 집무실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곳은 준 남작이란 신분에 걸맞게 작고 아담한 크기의 집무실이었다. 빠르게 움직이며 상대를 농락하듯 공격했다 빠져나가는 데 능한 노인에겐 최악의 장소였다. 물론 일반적인 기사라면 좁은 공간 안에서도 얼마든지 상대의 검을 피해 전권으로 파고들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카일의 검은 빠르면서도 패도적인 힘을 내포하고 있어 검을 피하기도, 그렇다고 막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미리 부하들을 내보낸 건가?”

“인질로 잡히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카일이 웃으며 뒤로 한걸음 물러나 문 앞을 막아섰다. 도망갈 길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이었다. 노인이 문밖을 벗어나는 순간 노인과 카일의 입장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짝짝-

“하하! 이미 그런 것까지 계산을 하고 있었다니 정말 대단하군!”

잠시 굳어 있던 노인이 마치 남의 일이라는 듯 박수까지 치며 카일을 칭찬했다.

“맞아! 이 좁은 공간에서 자네의 검을 받아내긴 쉽지 않아. 하지만 과연 불가능할까?”

노인이 카일에게 빠르게 달려들며 단검을 짧게 휘둘렀다. 빠르면서도 단조롭고 정직한 검이라 반드시 막거나 쳐내야만 하는 검술이었다.

꽝-

노인의 단검과 카일의 검이 부딪히는 순간 엄청난 굉음이 발생했고, 그 충격으로 노인은 물론 카일까지 뒤로 성큼성큼 물러났다.

“크윽-!”

카일이 고통스런 신음을 뱉으며 놀란 얼굴로 노인을 바라보았다.

“놀랐나 보군”

노인이 피식 웃음을 흘리며 손목을 걷어 올리자 푸른 마나석이 박힌 팔찌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법인가?”

“쇼크 웨이브 마법이 인챈트 된 마법 팔찌다. 상대에게서 받은 검력을 터트려 충격파를 일으키지. 어때, 짜릿하지 않나?”

“대단한 물건이군.”

“강력한 오러 임펄스를 검술에 적용한 녀석과 대련을 한 적이 있지. 그때 기억을 살려 마법사에게 부탁해 만든 거라네, 자네에게 쓰게 될 줄은 몰랐군.”

“오러 임펄스라… 흥미롭군.”

“잘못하다간 신체가 망가질 수 있는 무서운 기술이지”

“그런가?”

카일이 노인에게 달려들며 검을 휘둘렀다.

꽈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카일의 거대한 신체가 뒤로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쿨럭-!”

카일이 피를 토해내면서도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경고하지 않았나? 위험한 기술이라고 말이야.”

노인은 태연하게 말했지만, 온몸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충격파에 깜짝 놀라고 있었다. 쇼크 웨이브 마법은 기본적으로 상대의 공격을 흡수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노인이 받을 충격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오러 임펄스는 오러를 강력하게 폭발시켜 상대에게 강력한 물리적 타격을 주는 공격이라 이전 공격과는 달리 공격은 받은 노인에게도 상당한 충격이 가해지고 있었다.

“이 정도쯤은 문제없다. 보시다시피 몸 하나는 튼튼하거든.”

카일이 피식 웃음을 지으며 재차 노인에게 달려들었다.

“무식한 녀석!”

노인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일도양단으로 내려치는, 빠르면서도 강력한 일격을 피하기엔 집무실이 너무 좁았다. 어쩔 수 없이 노인은 단검을 교차해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꽝-

강력한 충격에 다시 뒤로 밀려난 노인과 달리 카일은 또다시 뒤로 퉁겨져 나가며 바닥을 뒹굴었지만, 곧장 다시 일어나 노인에게 달려들었다.

꽝-

“크윽- 이 녀석! 같이 죽자는 것이냐!”

노인이 신음을 흘리며 뒷걸음질 쳤다. 노인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소드 마스터가 되지 못한 늙고 허약한 신체로는 카일이 시전한 오러 임펄스를 계속해서 막아내기 힘들었다.

“쿨록- 과연 그럴까?”

또 한 번 피를 토해낸 카일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격하게 피를 토하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네놈… 정체가 뭐냐!”

노인이 주춤 뒤로 물러났다.

“글쎄? 직접 알아보라니까!”

카일이 또다시 노인을 향해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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