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용병라이더-220화 (220/404)

220.왕성을 향해(7)

촤르륵- 촤륵

파도처럼 출렁이며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꺾어져 들어오는 사슬을 모트 자작이 급히 스피어로 쳐냈다.

까앙-

출렁- 촤르륵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사슬이 또다시 파도처럼 움직이며 가슴 쪽으로 밀려왔다.

“젠장! 빌어먹을.”

모트 자작이 결국 또다시 뒤로 물러나자 갑자기 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지더니 커다란 반원을 그리며 벨런을 향해 날아들었다.

사악-

거대한 사이드가 목을 향해 변칙적으로 날아들자 벨런이 급히 스피어를 세워 사이드를 막으려 했다.

“막지 말고 피해!”

그 모습에 모트 자작이 비명을 지르듯 소리치며 급히 워드를 향해 스피어를 던졌다.

휘리릭-

순간 또다시 사슬이 출렁거리며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더니 빠르게 다가오는 스피어를 외부로 튕겨냈다. 최근 카일에게 혼원장과 함께 배우기 시작한 전신 스파이럴 모션의 원리를 응용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직선적인 움직임이 주를 이루던 사슬낫에 전신 스파이럴 모션을 가미하기 시작하면서 좀 더 위력적이고 다양한 응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놈! 장난은 여기까지다.”

또다시 자신의 스피어가 튕겨 나가자 화가 머리 끝까지 난 모트 자작이 검을 뽑아 들고는 직접 워드를 향해 뛰어들었다

웅-

강렬한 오러가 맺힌 모트 자작의 검이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자 워드가 다급히 사슬낫을 당겨 머리 위에 재빨리 두터운 방패를 형성했다

꽈앙-

모트 자작의 오러소드가 워드의 소용돌이 방패를 때리는 순간 강력한 충격음과 함께 워드가 피를 토해내며 무릎을 꿇었다. 그와 함께 반으로 잘려나간 사이드가 떨어져 내렸다.

“비, 빌어먹을!”

하지만 정작 분노한 듯 얼굴을 찌푸린 사람은 바로 모트 자작이었다. 무려 상급엑스퍼트의 오러소드를 초급엑스퍼트가 막아낸 것이다. 물론 이 한 번으로 심각한 내성을 입긴 했지만, 워드의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놈! 단번에 목을 잘라주마!”

모트 자작이 분노한 듯 다시 검을 높이 파고들었다.

쉬익-

“커억-”

그때였다

지상에서 빠르게 날아온 스피어가 워드를 공격하기 위해 기회를 옆보단 벨런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끼아악-

벨런의 골드 와이번이 맹약이 깨어져 나가는 고통에 바닥으로 몸을 뒤틀더니 곧장 지상으로 내려갔다.

“카일!”

모트 자작이 입술을 깨물며 거대한 블랙 와이번 위에 올라선 카일을 노려보았다.

“워드 님 수고하셨습니다. 지금부터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카일이 다시 한번 피를 토한 워드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부탁하지.”

워드가 한차례 모트 자작을 노려보다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골드 와이번 에일럿의 등을 쓰다듬었다.

“그만 내려가자.”

워드가 지상으로 내려서는 모습을 바라보던 카일이 고개를 돌려 모트 자작을 바라보았다.

“끝을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선택권을 드리죠. 검과 와이번, 어느 쪽을 원하십니까?”

카일의 말에 모트 자작의 얼굴이 찌푸려 졌다.

이미 검과 와이번 모두 카일에게 패했다. 다시 싸운다고 해도 과연 이길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더구나 카일이 선택권을 넘기겠다는 말은 자신을 명백한 하수로 보고 있다는 말과 같았다. 하지만 모트 자작으로서는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의 와이번은 지쳤을 뿐 아니라 카일의 블랙 와이번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었다.

결국 와이번 대전은 스스로 패배를 자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검…으로 하겠다.”

“현명한 선택이군요. 그럼 내려가시죠.”

카일의 말에 모트 자작이 복잡한 얼굴로 카일을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좋다.”

모트 자작의 와이번이 사뿐히 대지 위로 내려앉았다가 곧 공간을 가르며 아공간 속으로 사라졌다.

‘시카니스 수고했다.’

‘너의 승리를 기원한다. 또 보자 카일.‘

시카니스 역시 아공간 속으로 사라졌다.

“오래전 제국에 블랙 와이번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설마 그놈인가?”

“글쎄요? 어쩌다 맹약을 맺어 알 수가 없군요.”

카일은 담담하게 거짓말을 했다. 굳이 모트 자작에게 진실을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또 다른 블랙 와이번이 나타났단 말인가?”

“당신과는 상관 없는 일입니다만?”

“모르는 일이지 않나? 내가 이 대결에서 이긴다면 어쩌면 녀석의 새로운 주인이 될 수도 있겠지.”

“설마 골드 와이번과의 맹약을 철회하겠다는 말입니까?”

“큭, 그게 놀랄 일인?”

모트 자작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설마 지금 왕실 기사단장들의 와이번이 처음부터 레드 와이번이라고 생각한 것이냐?”

“그건!”

“와이번과의 맹약은 얼마든지 철회할 수 있다. 단지 과정이 복잡하고 어려울 뿐이지.”

스르릉-

모트 자작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검을 뽑았다.

“이번엔 반드시 네놈을 죽여 복수는 물론 블랙 와이번까지 차지하고 말겠다.”

“조심하시죠. 이번엔 정말 죽일 겁니다.”

“큭큭, 이번엔 우리 두 사람의 생각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나 보군.”

모트 자작이 카일을 향해 검을 겨눴다.

“그렇군요.”

카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이 아래로 숙인 순간 모트 자작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카일의 목을 향해 일직선으로 찔러 들어갔다. 최단 거리에서 단번에 급소를 노린 치명적인 공격이었다.

“헛-”

갑작스러운 공격에 깜짝 놀란 카일은 오히려 자세를 더욱 낮추는 동시에 바닥을 굴러 모트 자작에게로 바짝 다가서더니 움츠렸던 몸을 튕기며 모트 자작의 턱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이런-”

퍽-

모트 자작 역시 설마 이런 식으로 카일이 달려들 줄 몰랐는지 다급히 찌러 들어가는 검을 당겨 둥근 폼멜로 카일의 주먹을 막았다. 하지만 카일은 오히려 더욱 다가서며 팔꿈치로 가슴을 내려찍었다.

퍽-

“억-”

가슴에 가해진 가볍지 않은 충격에 모트 자작이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자며 동시에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카일이 다가오지 못하게 하려는 다분히 의식적인 행동이었다.

“피스트 워리어라더니 과연 거짓이 아니었구나.”

“당신도 임기응변이 대단하군. 설마 폼멜로 주먹을 받아낼 줄은 몰랐다.”

다분히 의도적인 카일의 반말에 모트 자작이 얼굴을 찌푸렸지만 그렇다고 화를 내지는 않았다. 그래봤자 카일의 의도에 말려들 뿐이었다.

“그럼 계속해 벌까?”

모트 자작이 굳은 얼굴로 다시 카일을 향해 달려들며 강력한 일검을 내리꽂았다.

꽈앙-

“큭, 벌써 중력검을 쓰다니”

카일이 얼굴을 찌푸리며 뒤로 주르륵 밀려났지만, 이번엔 오히려 카일이 더욱 오러를 집중시켜 모트 자작을 향해 달려들었다

꽈앙-

검과 검이 충돌하는 순간 모트 자작이 다섯 걸음, 카일이 여덟 걸음 물러났지만 카일은 고통을 참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는 다시 모든 오러를 집중시켜 모트자작에게 달려들었다.

꽈앙-

또다시 여섯 걸음 뒤로 물러난 모트 자작과는 달리 카일은 일곱 걸음 뒤로 물러나며 검을 바닥에 박아 넣었다.

“크윽-”

계속되는 충격에 마나로드가 흔들리고 이어서 마나플라워 전체가 충격을 받은 듯 출렁거리더니 가슴에서 시작된 한줄기 순백의 기운이 상처 입은 마나로드를 어루만지고는 사라져버렸다.

‘역시 생각대로군.’

카일이 웃음을 지으며 다시 검을 들고 모트자작에게 달려들며 있는 힘껏 검을 내려쳤다.

꽈아앙-

오러와 오러가 충돌하며 사방으로 오러의 파편이 할퀴고 지나며 얼었던 대지 위에 커다란 흔적을 남겼다.

“역시 괴물 같은 녀석, 검격을 나눌 때마다 점점 더 강해지다니…쿨럭!”

모트 자작이 결국 피를 토했다.

카일과 검격을 주고받을 때마다 희미한 마기가 모트 자작의 몸 안에 점점 축적되며 또다시 내상을 입히기 시작한 것이다.

“다시 가겠습니다.”

“얼마든지!”

입술을 질끈 깨문 모트 자작이 검을 고쳐 잡으며 중력검에 오러를 집중시키며 카일을 향해 달려나갔다

“꽈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모트 자작과 카일 모두 바닥을 뒹굴었다.

“쿨럭쿨럭”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숙여 격한 기침을 토해내던 카일이 힘겹게 한 발을 내딛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몸을 바로 세웠고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창백했던 혈색은 사라지고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큭큭, 넌 괴물이구나!”

이미 내상이 심각한지 연신 피를 게워낸 모트 자작이 허탈한 웃음을 내뱉으면서도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모트, 죽은 순간까지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다시 오너라! 이제 그만 끝을 보자.”

자작이 검이 다시 카일을 향해 겨누었다.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카일이 싸늘하게 모트 자작을 바라보며 모든 오러를 검에 집중시켰다.

“하하! 어서 오나라! 여기 나 모트가 있다.”

모트 자작은 비틀거리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고 카일을 향해 나아갔다.

“잘 가시오. 모트자작!”

카일이 검을 들어 다가오는 모트 자작의 머리 위로 내려그었다.

깡-

카일이 내려친 검이 모트 자작의 검을 부수더니 그의 몸을 수직으로 갈라버렸다.

“크어억-”

카일을 잠시 노려보던 모트 자작이 이내 바닥으로 쓰러져 버렸다.

쿵-

끼아악-

모트 자작의 목에 걸려있던 황금빛 보석이 깨어져 나가며 허공에서 황금빛 골드 와이번이 튀어나와 허공을 한차례 선회하더니 천천히 멀어져 갔다.

한동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카일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털썩-

“휴…쉽지 않군.”

카일이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계속된 충돌로 인해 찢어지고 헐었던 손이 어느새 말끔하게 나아있었다.

“정말 괴물이 되어가는 것 같군.”

잠시 얼굴을 찌푸린 카일이 모트 자작에게로 다가갔다.

“어디 뭘 가지고 있는지 볼까?”

카일이 미소를 지으며 모트 자작의 몸을 뒤지기 시작했다.

* * *

둥근 의자들이 빼곡하게 자리한 거대한 회의실 안으로 들어선 귀족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갑작스럽게 개최된 대 귀족 회의라 지방의 많은 영주가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한 지역을 차지한 대영주들이 모두 참여한 만큼 이곳에서 내려질 결정이 곧 가장 권위 있는 결정이 될 것이다.

“흠, 이번 귀족 회의는 트라발트 공작 각하께서 직접 요청을 하셨다고 들었소, 혹 왜 우릴 부른 것인지 짐작하시는 분이 계시오?”

“십수 년을 조용히 계신 분이니 아마도 이번 기회에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려는 것 아니겠소. 다시 정계로 복귀를 선언하셨으니 그만한 힘을 보여야겠지.”

“그보다는 혹 영지 습격과 관련된 일은 아닌지 모르겠구려.”

“범인들의 정체가 밝혀졌단 소린 못 들었습니다만?”

“트라발트 공작령이라면 소리소문없이 범인들의 정체를 밝혀내려 할 거요. 공작이라면 그만한 역량은 충분하지 않겠소.”

“그야…”

덜컹-

그때였다. 커다란 문이 거칠게 열리며 트라발트 공작과 더불의 그의 가신들이 레더아머로 무장한 채 안으로 들어섰다.

“이… 이게 무슨 일입니까? 대 귀족 회의에 무장을 하고 들어오다니요?”

“이미 고위 귀족분들께서는 모두 참여하신 것 같으니 오늘 나 트라발트 가문의 웨일스가 대 귀족 회의를 소집한 경위를 밝히겠소.”

꽝!

공작이 가죽에 감겨있던 기다란 물건을 회의실 바닥에 내리꽂았다.

“며칠 전 영지를 복구하던 중 발견한 물건이외다. 먼저 이 물건을 확인해 주시오.”

펄럭-

공작이 가죽을 잡아당기지 포효하는 드래곤이 양각된 붉은 스피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카데인 제국…황실의 인장”

회의실에서 들려온 작은 목소리의 파장은 엄청났다.

“설마…제국이 공작가를 공격했단 말입니까?”

“그렇소! 또한 왕실 최고의 정보기관인 붉은 거미들에서도 비슷한 첩보가 들어왔다고 알고 있소. 이번 아킨스 자작령을 습격한 자들이 바로 카데인 제국 아이젠 공작가의 비밀기사단 고스트란 사실을 말이요.”

“…그런!”

“해서 이 시간부로 우리 트라발트 공작가는 제국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바이오.”

“공작 각하….”

트라발트 공작의 말에 귀족들이 사색이 되었다. 공작은 지금 단독으로 제국과 전쟁을 벌이겠다 선포한 것이다.

“제국과의 전쟁에 나서고 싶은 자들은 얼마든지 참전해도 좋소, 그들이 피를 흘려 얻은 땅과 재물은 그대들의 온전한 소유가 될 거요.”

“설마…제국을 상대로 정복 전쟁을 하겠다는 말입니까?”

“전쟁에는 많은 전비와 물자가 필요한 법, 아무런 대가도 없이 전쟁에 참전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하, 하지만…이는 국왕 전하의 허락이….”

“국왕 전하의 부재 중에는 대 귀족 회의에서도 충분히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닌가?”

“그…그건 그렇지만….”

지금 왕국에는 영지가 없는 수많은 부유한 귀족이 작은 땅이라도 한 뼘 얻기 위해 거금을 짊어지고 줄을 서 있었다.

하지만 한정된 왕국의 땅 대부분은 이미 주인이 있었다. 이들이 땅을 얻기 위해서라면 결국 새로운 땅이 필요했다. 트라발트 공작은 지금 이들의 참전을 허락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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