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용병라이더-219화 (219/404)

219.왕성을 향해(6)

붉은 노을빛에서 빠져나온 세 마리의 골드 와이번이 부드럽게 하늘 위로 솟구쳤다가 아래로 뚝 떨어져 내렸다.

“피해!”

워드가 다급하게 외치며 달리던 말에서 뛰어내렸다. 카일 역시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골드 와이번을 피해 말에서 뛰어내렸다.

끼아악-

이히히잉-

골드 와이번에게 붙잡힌 말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하늘 위로 딸려 올라갔다가 곧장 바닥으로 추락했다.

퍼어억,퍽-

눈앞으로 처참하게 짓이겨진 말의 사체가 연달아 떨어져 내렸다.

“하하! 나 모트의 허락도 없인 누구도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다.”

골드 와이번 위에 올라선 모트 자작이 커다란 웃음을 지으며 카일을 내려다보았다.

툭-

툭-

하늘에서 떨어지는 말의 사체를 피해 차가운 바닥을 뒹굴던 카일이 흙먼지를 털어내며 느릿느릿 여유롭게 바닥에서 일어났다.

“어떻게 알았지?”

“비밀통로를 내가 모를 거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모트 자작의 말에 카일이 얼굴을 찌푸렸다.

아마도 비밀통로의 비밀을 밝힌 사람은 아마도 조세츠 자작일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어떠냐! 지금이라도 날 따라나선다면 목숨은 살려주마, 물론 적당한 금제는 필요하겠지만, 당장 죽는 것보단 나을 것이다.”

모트 자작의 비릿한 웃음을 보니 금제를 걸어 다시는 검술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려는 수작이 분명했다.

“설마, 제가 그런 제안을 받아들일 거라 생각하는 겁니까?”

“녀석, 아직 어려서 상황 파악을 못한 것이냐? 그렇다면 와이번이 어떤 존재인지 느끼게 해주마!”

모트 자작이 왼손을 들어 올리는 순간 하늘 위를 선회하던

골드 와이번 중 하나가 날개를 접으며 아래로 뚝 떨어져 내렸다. 마치 바닥으로 추락할 듯, 나선형을 그리며 하강하던 와이번이 토해낸 금빛 스피어가 카일을 향해 빠른 속도로 떨어져 내렸다.

스윽-

카일이 대수롭지 않은 듯 한 발 크게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조금 전 카일이 있던 자리에 금빛 스피어가 바닥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런 걸로 날 죽일 수 있을 것 같은가? 모트 자작.”

“하하! 제법이군. 강화 스피어를 피하다니 말이야. 그럼 이건 어떤가?”

모트 자작이 다시 손을 들어 올리자 하늘 위로 선회하던 두 마리의 와이번이 서로 부딪힐 듯 나선형을 그리듯 급강하하더니 카일을 향해 금빛 스피어를 던졌다.

쉬익-

서로 다른 방향에서 동시에 스피어가 날아들자 카일이 황급히 몸을 바짝 낮추더니 바닥을 굴러 스피어를 피했다. 동시에 바닥에 박힌 황금빛 스피어를 뽑아 모트 자작을 향해 힘껏 던졌다.

쉬익-

거침없이 날아간 스피어에 모트 자작이 대경하며 급히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워낙 빠르고 갑작스러운 공격이라 완전히 피하지 못하리라 판단한 모트 자작은 방어구에 오러를 밀어 넣어 스피어를 튕겨냈다.

끼이익-텅

오러를 뚫지 못하고 밀려난 스피어가 하늘 위를 빙글빙글 돌더니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아깝군! 단번에 끝낼 좋은 기회였는데.”

카일이 진정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 이놈! 죽여버리겠다.”

“웃기는군! 어차피 죽이려던 것 아니었나?”

머리끝까지 화가 난 모트 자작을 향해 카일이 지지 않고 비웃음을 날렸다.

“좋다, 그렇게 죽길 원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럽게 찢어 죽여주마!”

모트 자작의 외침과 함께 골드 와이번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아니 날아오르려 했다. 하지만 갑자기 하늘 위로 몰려든 검은 어둠이 날아오려는 골드 와이번을 내리눌렀다.

“허억, 피, 피해!”

모트 자작의 다급한 외침이 아니더라도 이미 그의 골드 와이번은 재빨리 동체를 비틀어 블랙와이번의 거대한 발톱을 피한 후 하늘 위로 날아올라 허공을 선회하던 두 마리의 와이번과 합류했다.

“브, 블랙와이번 입니다.”

“부단장님, 설마 우리가 저 녀석과 싸워야 하는 겁니까?”

통신구에서 들려온 당황스러운 목소리에 모트 자작이 겨우 마음을 가다듬었다.

“당황할 것 없다. 녀석은 혼자다. 아무리 대단한 와이번 나이트라도 혼자서 란타나 기사단을 이길 수는 없다. 그리고, 명심해라! 카일이 죽지 않는 이상 너희 둘은 기시단에서 불명예 제명이다.”

모트 자작의 외침에 벤트와 벨렌이 입술을 깨물었다. 불명예 제명은 그들에게 죽음보다 더한 치욕이었다. 이대로 카일이 왕성으로 무사히 돌아가 작위를 인정받는 순간 이곳 아킨스 자작성의 일화도 본격적으로 사교계에 알려지기 시작할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직한 일이었다. 모트 자작의 명예는 물론 벤트와 벨런은 왕실기사로서 그동안 누렸던 모든 명예와 영광을 뒤로하고 그들의 인생은 시궁창에 처박혀 한없이 바닥으로 추락할 게 뻔했다.

“절대 녀석을 살려 보내지 않겠습니다.”

“목숨이 붙어있는 이상 끝까지 싸울 겁니다.”

두 사람이 굳은 의지에 모트 자작의 얼굴에도 안도의 한숨이 번졌다. 만약 둘 중 하나라도 이 싸움에 빠지려 했다면 모트 자작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투를 포기한 채 곧장 성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만큼 블랙 와이번의 등장은 모트 자작에게 충격적인 일이었다.

모트 자작이 벤트와 벨런과 함께 전투 의지를 다지는 사이 하늘 위로 가볍게 뛰어오른 카일을 공중에서 낚아챈 시카니스가 빠르게 속도를 올리며 비상했다.

카일은 편대를 이루며 날아오는 골드 와이번을 바라보았다.

“라이플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어쩔 수 없지.”

카일이 다가오는 와이번을 보며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강화 스피어를 집어 들었다.

라이플만 있다면 조금 더 쉽게 모트 자작과 기사들을 상대할 수 있겠지만, 지금 카일의 수중에는 라이플이 없었다.

라이플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구에서부터 부품 하나하나를 직접 깎고 다음은 후 이를 다시 결합하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 만큼 단순히 도면으로만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때문에 카일은 라이플을 충분히 연구할 수 있게 드워프 마을에 남겨두고 온 것이다.

‘시카니스, 가자! 근접전이다.’

‘알겠다. 측면으로 접근하겠다.’

고도를 점점 올리던 시카니스의 동체가 나선형을 그리며 회전하더니 좌측으로 급격하게 동체를 비틀며 측면에 위치한 벨런의 골드 와이번을 향해 돌진했다. 블랙 와이번의 거대한 동체를 이용한 일종에 몸통 박치기를 하려는 모습이었다.

“이런 미친!”

벨런이 측면으로 빠르게 접근해 오는 블랙 와이번에 깜짝 놀랐는지 와이번이 날개를 접어 아래로 뚝 떨어져 내렸다. 동시에 모트 자작과 벤트가 날린 강화 스피어가 카일에게 쇄도했다.

쉬익-

까앙 캉-

카일이 급히 손에 들린 강화 스피어로 날아드는 공격을 쳐내며 오히려 바짝 다가서자 모트 자작과 벤트의 와이번이 좌우로 빙 돌아 카일의 측면으로 바짝 따라붙었다.

“이놈! 죽어라”

모트 자작이 오러를 잔뜩 밀어넣은 강화 스피어를 카일을 향해 힘껏 던졌다.

쉬익-

빠르게 날아든 스피어가 카일의 허리에서 뻗어 나온 빛살과 충돌했다.

꽝-

강력한 폭음과 함께 하늘로 떠올랐던 스피어가 떨어져 내렸다.

“괴물 같은 놈!”

모트 자작이 얼굴을 찌푸리며 카일을 노려보았다. 바로 저 빠른 검술 때문에 카일과의 결투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었다.

후웅-

그때였다. 갑자기 시카니스가 동체를 세우고, 날개를 활짝 펼쳐 바람을 가득 안으며 급격하게 속도를 줄이더니 순식간에 모트 자작과 벤트의 포위망을 벗어났다. 동시에 뒤쪽으로 바짝 접근한 벨런의 머리 위를 스치듯 지나며 후미를 잡았다.

쉬익-

드디어 공격의 기회를 잡은 카일의 스피어가 밸런을 향해 빠르게 뻗어 나갔다.

꽝-

벨런이 급히 스피어들 돌려 카일의 공격을 막았지만, 워낙 강력한 힘 때문인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벨런! 밑으로 빠져!”

벤트의 외침과 골드 와이번 한 마리가 수직으로 상승했다가 180도 몸을 비틀며 방향을 바꾸더니 아래쪽에 자리한 카일을 향해 빠르게 떨어져 내렸다. 카일이 벨런에게 그랬던 것처럼 마치 몸통 박치기를 하려는 저돌적인 모습인 행동이었다. 아무리 블랙 와이번의 힘과 동체가 크다고 해도 지금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며 가속까지 붙은 골드 와이번을 받아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빠져나간다!”

카일이 몸을 바짝 낮추며 외치자 시카니스가 아래로 떨어져 내리며 거대한 동체를 연속으로 회전시키더니 몸을 뒤집어 다시 하늘 위로 솟구쳤다.

“젠장! 쫓아.”

자신의 옆을 빠르게 스치듯 지나가는 블랙 와이번을 보며 모트 자작이 다급히 외치며 블랙 와이번의 뒤를 바짝 쫓았다.

“녀석에게 고도를 내어주면 끝이다. 무조건 근접전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모트 자작의 외침이 아니더라도 벤트와 벨런 역시 거대한 블랙 와이번을 상대로 유리한 고도를 먼저 선점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카일을 고도보다는 철저한 수적 우위를 통한 3면 포위 공격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놈의 파워가 대단합니다. 이대로 고도 싸움으로 밀고 가면 우리가 불리해요.”

“이 녀석! 분명 이런 공중전 경험이 있는 게 분명해!”

벤트와 밸런의 말이 아니더라도 모트 자작 역시 능숙하게 와이번을 운영하는 카일의 모습에서 이미 공중전의 경험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더구나 고도가 상승하면 할수록 골드 와이번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며 거리가 벌어졌다.

그때 갑자기 블랙 와이번의 거대한 동체가 유연하게 몸을 비틀며 아래로 뚝 떨어져 내렸다.

“이 녀석!”

“달라붙어!”

모트 자작이 가장 먼저 날개를 접으며 카일을 바짝 따라붙었다. 벤트와 벨런 역시 마치 술래잡기를 하듯 또다시 카일의 뒤를 쫓았다.

“이놈! 잡았다.”

카일의 뒤를 바짝 따라잡은 모트자작이 지면을 스치며 급격하게 속도를 줄이며 다시 날아오르는 블랙 와이번 보다 한발 빠르게 속도를 줄여 카일의 머리 위를 선점했다.

고도를 상승시키기 위해서는 커다란 날개와 함께 강인한 파워가 필요할지 몰라도, 급격한 하강이나 제동에는 오히려 작은 몸집과 무게의 골드 와이번이 조금 더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끝이다.”

모트 자작이 머리 위로 들어 올린 강화 스피어에 푸른 기운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카일을 향해 던지려는 순간 갑자기 머리 위로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촤르르륵-

“흡!”

모트 자작이 반사적으로 몸을 숙였다.

위잉-

머리 위로 끔찍한 살기를 품은 사이드가 스치듯 지나갔다.

“또 다른 와이번 나이트!”

모트 자작의 등 뒤로 식은땀이 새어 나왔다.

지금껏 카일의 블랙 와이번에 집중하느라 카일과 함께 있던 또 다른 사내에 대해서는 미처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것이다.

끼아악-

그때였다.

모트 자작의 귓가로 고통스러운 와이번의 괴성이 들려왔다.

“…이런!”

새로 등장한 와이번 나이트에 집중하느라 카일과 블랙 와이번을 놓치고 말았다.

모트 자작이 급히 소리난 곳을 바라보자 모트 자작의 뒤를 쫓아 급하강하던 벤트 역시 갑자기 나타난 워드에 놀라 방향을 트는 순간 지면에서 수직으로 튀어 오른 블랙 와이번을 피하지 못해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쿠아앙-

넓은 평원 위로 추락한 골드 와이번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지만 거대한 블랙 와이번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크윽-”

평원에 추락하는 동시에 바닥에 내팽개쳐진 벤트가 힘겹게 몸을 일으키려 했다.

퍼억-

강력한 일격이 머리 위로 작렬하자 벤트의 얼굴이 바닥에 처박혔다.

“크윽-”

“날 원망하지 마라!”

카일이 서서히 발에 힘을 주자 벤트의 얼굴이 차가운 대지 위를 파고들며 고통에 몸부림치다 결국 움직임을 멈췄다.

끼이아악-

시카니그의 강인한 발톱에 붙잡혀 발버둥 치던 골드 와이번이 이내 잠잠해졌다. 벤트와의 맹약이 깨어진 것이다.

카일은 바닥에 처박혀있는 와이번을 뒤로한 채 다시 시카니스의 등위로 올라서며 하늘 위를 올려다보았다.

거대한 사이드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두 마리의 골드 와이번을 상대하는 워드의 모습이 마치 춤을 추듯 아름답게 느껴졌지만 이대로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가자 시카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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