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우선권1
“우선권?”
“그렇다. 우선권! 그러니 당신은 내 용무가 끝날 때까지 물러나 있는 게 어때?”
“뭐…!”
핀크의 얼굴에 잠시 황당함이 어렸다. 그는 아킨스 자작령의 제2 기사단장이자 중급 엑스퍼트 였다. 로하스 단장을 제외한다면 아킨스 자작도 자신에게 함부로 하지 않았다. 헌데 어디서 왔는지도 모를 자가 지금 자신을 무시하고 있었다.
“너… 죽고 싶으냐!”
분노에 휩싸인 핀크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쯧! 말을 못 알아듣나! 쓸데없는 말 집어치우고, 저 녀석들에 대한 우선권은 이 몸에게 있으니, 넌 저쪽에서 기다리고 있어!”
카일은 여전히 핀크를 무시하며 손가락으로 식당 구석진 자리를 가리켰다.
“이런 쳐 죽일 놈! 기사단장인 날 능멸하고 살아남길 바라느냐!”
“크크 웃긴 놈이군! 조금 전 로하스 기사단장에겐 용병으로 왔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젠 와서 다시 기사단장의 권위를 내세우다니…. 웃기는군.”
카일이 식당 한쪽에 앉아 있는 로하스를 힐끔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여관방에 투숙하고 있던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하긴. 저치의 말이 일리가 있어. 자기 입으로 용병으로 이 자리에 있다고 말했잖아.”
“그렇지. 기사가 되어서 한 입으로 두말하면 안 되지. 하급 기사도 아니고 명색이 기사단장인데 말이야.”
“…그보단 말이야, 로하스 단장님께도 용병 신분을 내세워 간섭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
“어…. 그러고 보니 그렇네?”
“그럼… 뭐야? 로하스 단장님 말도 무시할 정도면….”
“허…. 이 사람, 단장님도 계신데…. 듣겠어, 말조심해.”
조금 전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핀크의 말을 들었다. 심지어 제1 기사단장인 로하스의 명을 거부하며 내민 명분이 바로 기사가 아닌 용병 신분으로 이 자리에 섰다는 것이었다. 헌데 지금 다시 영지 기사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며 카일을 압박하려 했으니, 수많은 사람 앞에서 제1 기사단장인 로하스를 기만하고 그의 명예를 시궁창에 처박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건…!”
핀크도 이번엔 정말 당황했는지 검을 쥔 손까지 부르르 떨며 로하스를 돌아봤다.
로하스는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지만, 그의 꽉 쥐어진 주먹만 보아도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핀크로서는 로하스가 당장 명예를 찾기 위해 장갑을 벗어 얼굴에 던져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놈! 말장난은 집어치워라! 네놈은 나 혼자만으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핀크가 노한 얼굴로 검을 들어 카일을 가리켰다.
“너, 그러다 죽는다.”
카일이 피식 웃으며 마치 뒷골목 건달처럼 건들거리며 말했다.
“이놈! 당장 검을 뽑아라! 단칼에 죽여주마.”
“쓸데없이 검은 무슨…. 시끄러우니까 빨리 덤벼. 말하기도 귀찮다.”
카일이 핀크를 향해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이 자식! 죽여버리겠다.”
녹빛으로 물든 핀크의 검은 무기도 없이 무방비 상태로 서 있는 카일의 심장을 꿰뚫으려는 듯 곧장 정면으로 찔러 들어왔다.
“제법 괜찮네.”
카일이 피식 웃으며 핀크의 검을 보며 중얼거렸다. 역시 중급 엑스퍼트라 제법 안정된 찌르기였다.
“잘 될진 모르겠지만… 이 정돈 나도 할 수 있지.”
카일이 지난번 암시장의 피스트 워리어 10호를 떠올리며 주먹을 말아쥐었다.
쾅-
카일이 크게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 커다란 폭음과 함께 단단한 돌을 깔아 만든 바닥이 발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부서져 나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카일의 주먹이 암청색으로 물들며 다가오는 핀크의 검을 향해 곧장 뻗어나갔다.
까아앙-
마치 거대한 종이 쪼개지듯, 엄청난 굉음과 함께 핀크의 검에 어렸던 오러소드가 깨져나갔다.
“크윽-!”
핀크가 신음을 흐리며 주춤 물러났다. 카일은 핀크가 물러나는 만큼 바짝 따라붙으며 짧게 주먹을 내질렀다.
퍼벅-
연달아 가슴에 주먹을 맞은 핀크가 몇 걸음 더 물러나더니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아무리 카일의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중급 엑스퍼트인 핀크를 단번에 무력화시킬 수는 없었다. 방심이 만들어낸 치명적인 실수인 것이다.
“쿨럭!”
격하게 기침을 내뱉던 핀크가 결국 피를 토해냈다.
“피스트… 워리어!”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로하스가 쓰러진 핀크에게 급히 다가가 상태를 살피는 동시에 앞을 막아서며 이어질 공격을 견제했다.
아무리 죽이네 살리네 하더라도 핀크는 아킨스 영지의 제2 기사단장이었다.
제1 기사단장인 로하스로서는 핀크를 지킬 의무가 있었다. 더구나 그의 패배는 곧 아킨스 기사단의 패배였다. 가만히 앉아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울컥-
핀크가 또 한 번 피를 토해냈다.
카일의 주먹이 핀크를 가격하는 순간 강력하면서도 끈적한 오러가 내부로 침투하더니 핀크의 오러와 끊임없이 충돌을 일으키며 내상을 키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윽….”
핀크가 억지로 고통을 참으며 카일을 노려보았지만,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었다. 핀크의 얼굴을 점점 더 일그러졌다. 그만큼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안 되겠다. 포션을 먹여라!”
로하스가 고통을 호소하는 핀크를 보다가 옆에 서 있는 부관 콘트에게 말했다.
“예! 단장님.”
콘트가 급히 품 안에서 포션을 꺼냈다.
로하스 가사단장을 모욕한 핀크에게 주기엔 아까운 물건이지만, 그렇다고 로하스 단장의 명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대지의 여신 레아의 신전에서 가져온 상급 포션입니다.”
부관이 핀크에게 포션을 건넸다. 핀크는 고통에 신음하면서도 포션을 단번에 빼앗듯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쿨럭쿨럭-!”
순간 핀크가 격하게 기침을 하며 고통 속에 쓰러져 버렸다.
“크어억…!”
“이게… 왜 이러는 것이냐!”
로하스가 깜짝 놀라 급히 핀크를 불렀지만, 그는 엄청난 고통으로 인해 기절한 듯 몸을 부르르 떨기만 했다.
카일의 오러에 섞인 마기가 포션에 담긴 신성력과 격하게 충돌하며 핀크의 내부를 헤집어 놓았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기절한 것 같습니다.”
“혹 독이 있는 것 아니냐?”
“아닐 겁니다. 독이 있었다면 상급 포션으로도 치료되었을 겁니다. 이렇게 극악한 고통을 느끼며 기절할 리가 없습니다.”
“그럼 뭐지?”
“알 수가…. 어쩌면 저자의 오러가 포션으로도 치료하지 못할 만큼 강력할 수도 있습니다.”
“흠…. 아무도 저잘 그냥 보낼 수는 없을 것 같군.”
“생포하실 생각입니까?”
“가능하다면….”
“기사단을 부르겠습니다.”
콘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넌 저 녀석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입구를 지켜라!”
로하스가 비터와 마크를 가리키자, 남아 있던 기사가 급히 고개를 숙이며 식당 입구에 버티고 섰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 로하스가 카일을 돌아보았다. 그사이 카일은 비터와 마크에게 다가갔다.
“남문밖에서 기다려라. 이번에도 도망가면… 정말 죽는다. 원한다면 시험해도 좋다.”
카일의 싸늘한 눈빛에 마크와 비터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이제야 눈앞에 있는 거구의 사내가 카일임을 눈치챈 것이다.
“카…!”
“멍청한! 지금 여기서 내 정체를 떠벌릴 생각이냐!”
카일의 낮은 음성에 비터가 급히 입을 다물었다. 지금 여기서 빠져나갈 유일한 방법은 카일의 뜻에 따르는 것뿐이었다.
“길을 열어줄 테니 빠져나가라!”
“아… 알겠다.”
카일이 돌아서는 순간 로하스와 눈이 마주쳤다.
“자넨 누군가?”
“밝힐 것 같으면 가면도 쓰지 않았겠지요. 쓸데없는 질문입니다.”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글쎄요? 절 막으려면 아킨스 자작가도 피해가 클 텐데요”
“이미 피해는 크게 보았네만?”
로하스의 눈이 자연스럽게 바닥에서 꿈틀대는 핀크에게로 향했다.
“이런, 안타까운 일이지만 더 큰 피해는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넬 보내주면 아킨스 영지의 명예가 바닥에 떨어지니 그건 힘들 것 같네!”
“…강도질이나 하는 기사단장이 있는 영지에 더 떨어질 명예가 있겠습니까?”
카일의 냉혹한 말에 로하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핀크가 강도질을 했다는… 증거는 없는 것으로 아는데?”
로하스는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이렇게밖에 답할 수가 없었다. 카일의 말을 인정하는 순간 아킨스 자작가의 명예는 땅에 떨어지고 귀족사회에서는 매장되고 말 것이다.
“이런…. 하하하, 제가 보긴 했지만, 어차피 믿지 않으실 테니 더 말을 할 필요가 없겠군요.”
“그렇다면, 어떤가? 당시 상황을 영주님께 말씀드리는 것이…. 죄가 있다면… 공정하게 처리하겠네. 우리 영주께서는 아주 공정한 분이시라네.”
“공정이라…. 그 공정이 누구를 위한 공정일까요?”
카일이 로하스를 비웃듯 말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지금의 상황을 무마하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모두를 위한 것 아니겠나? 영주님께서 현명하게 판단하실 거네.”
“영지와 영주의 명예를 위한 현명한 판단이겠죠. 그러니 우린 이대로 돌아가겠습니다.”
“영지의 기사단장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돌아가겠다는 건가?”
“스스로 용병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요?”
“그리고 기사단장이란 사실도 변함이 없지! 그러니 영지의 제1 기사단장으로서 자넬 그냥 보낼 순 없다네. 더불어 저 친구들까지 말이야.”
로하스가 카일의 뒤로 천천히 물러나는 비터와 마크를 보며 말했다.
카일은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휴…. 못된 놈들이긴 하지만, 저도 저 녀석들이 필요하니… 어쩔 수 없군요.”
카일이 고개를 저으며 바닥에 떨어져 있는 핀크의 검을 들어 올렸다. 주먹으로 로하스까지 상대하기는 무리라 생각한 것이다.
“검이 제법 괜찮군요.”
“…검사였나?”
로하스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얼마 전에 누군가에게 똑같은 질문을 받았죠.”
카일이 감각을 익히려는 듯 핀크의 검을 이리저리 휘두르더니 마음에 드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그때 뭐라고 했는지 아십니까?”
“뭐라고 했나?”
“둘 다… 대충 비슷하다고 했을 겁니다.”
카일이 로하스를 향해 벼락같이 찔러 들어갔다.
깡-
로하스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검을 뽑아 가볍게 카일의 검을 걷어냈다.
“검술도… 뛰어나단 말이군!”
검격이 서로 충돌하는 순간 느껴지는 강력한 기운에 로하스가 침음을 삼키며 중얼거렸다.
깡-
깡-
카일과 로하스의 검이 서로 얽혀들며 사방으로 오러의 파편이 비산했다.
“피해!”
주변에 몰려있던 사람들이 앞다퉈 식당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사이 로하스의 부관인 콘트 역시 핀크를 업고 급히 밖으로 달려 나갔다. 핀크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기사단을 끌고 오기 위해서였다.
쾅-
카일이 로하스의 강력한 검격을 막아내며 뒤로 주춤 물러나더니 크게 소리쳤다.
“뭐 하는 거야. 어서 안 나가고!”
카일의 외침에 마크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비터를 붙잡았다.
“가자!”
“검술! 저 검술을 봐!”
비터가 마크의 팔을 뿌리치며 소리쳤다. 하지만 카일의 검술에 신경을 쓰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문을 지키고 있던 기사가 검을 뽑아 들고, 천천히 두 사람에게 접근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신 차려!”
마크가 크게 소리를 지르며 검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이미 부상을 당한 상황이라 기사를 상대하기는 벅차 보였다.
“얌전히 있어라! 죽이진 않겠다.”
“흥! 얌전히 있으면 나중엔 죽겠지!”
마크가 검을 뻗었다.
깡-
깡-
단 두 번의 검격이었지만, 마크는 곧장 열세에 처했다. 어깨에 입은 부상으로 검에 힘이 실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귀찮아 죽겠네!”
수세에 몰린 마크와 정신이 나간 것 같은 비터의 모습에 짜증을 내며, 카일이 앞에 놓인 의자를 걷어차 마크를 몰아붙이는 기사를 향해 날려 보냈다.
부웅-
강력한 경력이 담긴 의자가 소리 없이 날아가 마크를 몰아붙이는 기사의 머리 위로 작렬했다.
쾅-
강한 충격을 받은 기사가 비틀거리자 마크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검을 찔러 넣었다.
“크윽!”
쿵-
기사가 바닥에 쓰러지자, 마크가 검을 지팡이 삼아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뭘 멍청하게 있는 거야, 나가!”
카일이 다시 한번 소리를 버럭 지르자, 마크가 급히 비터를 붙잡았다.
“가자!”
비터와 마크가 식당 밖으로 나가려 하자 로하스가 급히 달려가 막으려 했다.
“어딜!”
카일이 연달아 강력한 검격을 날리며 밀어붙이자 로하스가 물러나는 동시에 카일이 했던 것처럼 발로 식탁을 강하게 찼다.
쾅-
막 비터와 마크가 식당을 벗어나려는 순간, 로하스가 찬 식탁이 빙글빙글 돌며 두 사람의 앞을 막으며 부서져 나갔다.
“분명히 말하지만, 두 사람도 여길 떠날 수 없네!”
“멍청한 자식들! 도망도 못 가냐!”
카일이 신경질적으로 욕설을 내뱉으며 몸을 뒤집어 로하스의 검을 피했다.
“대단하군! 커다란 몸을 가지고도 아주 유연하군!”
“쯧! 시간을 끌 생각이라면 잘못 생각하신 겁니다.”
“응? 알고 있었나?”
로하스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만하면 제법 실력을 가늠한 것 같은데, 그만하는 게 어떤가? 순순히 날 따라온다면 목숨은 보장하지! 이대로는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알 텐데.”
로하스는 이미 카일의 실력을 가늠했다는 듯 자신만만한 태도로 카일을 달랬다. 분명 대단한 검술과 실력이지만, 자신을 피해 달아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 확신한 것이다.
“휴…. 웬만하면 큰 사고 없이 빠져나가려 했는데… 멍청한 자식들!”
카일이 비터와 마크를 노려보았다.
찔끔한 두 사람이 급히 시선을 피했지만 싸늘하게 퍼지는 살기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제 진짜로 해봅시다. 건물에 피해가 생길까 조심했는데, 뭐, 할 수 없죠. 무너져도 제 책임은 아닙니다.”
“…뭐라!”
카일의 말에 로하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지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벽과 기둥 여기저기에 검흔이 남아 있었지만, 모두 자신의 것이란 사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카일은 건물에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도 로하스를 상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다시 갑니다. 이번엔 조심해야 할 겁니다.”
카일의 검이 빛살처럼 로하스를 향해 뻗어나갔다.
위잉-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검의 속도가 이전보다 배는 빨라졌다.
가가각-
카일의 오러소드가 거칠게 벽면을 가르며 깊은 검흔을 남겼다.
퍽-
머리를 숙여 검을 피하는 순간, 카일의 발이 로하스의 얼굴로 날아들었다.
“크윽-!”
로하스가 주춤 물러나면서도 노련하게 횡으로 검을 휘둘렀다. 카일이 다가오는 것을 막으려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카일은 로하스에게 다가가는 것보단 앞에 있던 식탁을 발로 찼다.
끼이익-
식탁이 미끄러지듯 로하스를 위협하며 다가갔다.
꽝-
로하스의 검이 식탁을 부수고 그대로 카일을 향해 날아갔다.
깡-
깡-
연달리 검격이 부딪치며 사방으로 어지럽게 오러가 비산했다. 그와 함께 식당 여기저기가 부서져 나가기 시작했다.
“아! 저거야! 바로 저것이 우리가 찾던 검술이야!”
비터가 카일을 보며 중얼거렸다.
“정말… 한 번 보고 검술을 외웠단 말이야?”
마크가 카일을 보며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니야! 아니라고! 저 검술은 가문의 검술과 같으면서도 달라, 마크! 정말 모르겠어?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우리의 또 다른 혈족이란 말이야!”
“그럼… 설마! 자경대장이….”
마크는 그때서야 비터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리고 카일이 왜 아무런 대가 없이 수련법을 전수해 주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저 녀석은 다… 알고 있었어! 다… 알고 있었다고.”
마크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뭘 멍청히 서 있는 거야! 어서 가지 않고!”
카일이 다시 한번 소리치자 비터와 마크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
“일단 빠져나가자!”
마크의 말에 비터가 고개를 돌려 로하스를 몰아붙이는 카일을 바라보았다.
“가야 해! 우리가 빠져나가야 녀석도 빠져나갈 수 있어!”
마크의 말에 비터가 결국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밖으로 달려 나가 말에 올랐다.
“가자!”
마크와 비터가 급히 성문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 모습을 힐끔 바라보던 카일이 로하스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가려 했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군요.”
카일이 인상을 찌푸리며 밖을 바라보았다. 멀리서 급하게 달려오는 수십 명의 기사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냥 빠져나가면 마크와 비타가 성을 빠져나가기도 전에 붙잡히고 말 것이다.
“이러면 밑천을 모두 털어야 하는데….”
카일이 쓰게 웃으며 품 안에서 단검을 꺼내 왼손에 들었다. 그리고 싸늘하게 로하스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막으시면 제가 단장님을 죽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카일이 냉정하게 말하며 이엘이 떠나기 전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