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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용병라이더-140화 (140/404)

140.익힐 수 없는 검3

“그래서… 내게 바라는 것은?”

“조금 전 보여준 검술은, 당시 하일드가 전해준 20식의 검술과 가문에 남아있던 후반부 12식을 새롭게 정리해, 비슷한 두 개의 검식을 제외하고 만든 30식 검술이다.”

비터가 잠시 망설이며 머뭇거리다 결국 입을 열었다.

“앞서 말했듯 하일드가 전해준 20식 검술을 익힐 수가 없다. 나도 겨우 검식의 형만 익혔을 뿐, 호흡법을 수련할 수가 없다. 이 검술을 익힐 수 있게 도와다오 그럼 너에게 30식 검술과 호흡법을 알려주겠다.”

비터의 말에 카일이 한동안 말없이 비터을 바라보았다

“놀라지 않는군…!”

“익힐 수 없는 검술이란 말을 들었을 때부터 짐작했다.”

카일은 담담하게 말했다. 사실 카일의 입장에서는 앞서 하일드가 전해준 20식 검술은 필요가 없었다. 이미 그도 잘 알고 있는 검술이기 때문이었다. 비터가 그렇게 애타게 찾고 있는 하일드는 아마도 보일일 것이다.

비터가 앞서 펼친 검술이, 바로 보일이 카일에게 처음 가르쳐준 24식 검술 중 20식과 완전히 일치하기 때문이었다.

“제안을 받아들일 건가?”

비터와 마크가 긴장된 얼굴로 카일을 바라보았다. 만약 카일이 거절한다면 비터와 마크로서도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 그들은 아마도 이대로 5년의 세월을 허비하고 돌아가야 할 것이다.

“문제는 어렵지 않게 찾았다.”

카일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지… 금 검술의 문제를 찾았단 말이냐!”

마크가 경악에 가까운 표정으로 카일을 바라보았다. 비터 역시 너무 놀라 들고 있던 부러진 검이 바닥에 떨어진 줄도 모르고 카일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세인은 의외로 차분하게 이채를 띤 눈으로 카일을 바라보았다.

세인은 이미 이 검술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카일이 이 문제를 이미 해결하고 새로운 마나연공검을 만들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혈족이라도 친족이 아닌 이상 검술을 알려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호흡법을 알아야 정확하게 말해줄 수 있지만, 내 예상이 맞는다면 검술에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익히는 사람에게 있지.”

카일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정확히는 익힐 수 있는 사람이 한정되어 있다는 말이었다.

“지금… 가문의 사람들이 재능이 없어 익히지 못했다는 말이냐!”

마크가 분노한 듯 붉어진 얼굴로 소리쳤다.

“쯧, 넌 좀 멍청한 것 같군! 다시 말하지, 똑바로 들어라. 문제는 익히는 사람에게 있다고 했다.”

“뭐야!”

마크가 카일을 향해 검을 뽑을 것처럼 검집을 잡았다.

“봐주는 건 한 번뿐이다. 분명히 말하지! 뽑으면 죽는다.”

카일이 마크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와 함께 공터의 공기가 일순간 차갑게 내려앉았다.

“으으으…….”

마크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한순간 일어난 카일의 살기로 인해서였다. 더구나 살기에는 몸 안에 잠들어 있던 마기까지 살며시 스며들어 마크를 옭아맸다.

“미… 안 하다. 내가 대신 사과를 하겠다.”

마크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어 가자 비터가 재빨리 카일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사과는 받아들이겠다. 하지만 다음은 없다. 명심해라!”

카일의 살기가 걷히자 마크가 급히 숨을 몰아쉬었다.

“허… 억, 허억….”

“괜찮아?”

비터가 걱정스런 얼굴로 마크를 보며 물었다.

“괜… 찮다. 걱정… 마라.”

마크가 무릎을 짚고 거친 숨을 토해내더니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카일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살기를 일으키자 너무도 자연스럽게 마기, 정확히는 검청색의 오러가 적극적으로 일어나 살기를 증폭시켜 유형의 기운을 만들어냈다. 카일로서도 처음 겪는 일이라 잠시 당황하고 있었다. 유형화된 살기를 일으켜 상대를 직접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것은 상급 엑스퍼트에 올라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카일은 상급에 오르지 않고도 마기를 통해 벌써 유형화된 살기를 일으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카일 님, 괜찮으세요?”

세인이 걱정스레 물었다. 조금 전 마크와 카일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았지만 세인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것이었다.

“전 괜찮습니다.”

카일이 세인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에 안심이 되는지 세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내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굳이 강요할 생각은 없다.”

“검술이… 욕심이 나지 않나?”

“글쎄?”

카일이 웃으며 말했다. 이미 알고 있는 검술을 욕심낼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후반 12식에 대해서는 처음 보는 검식이니, 약간 관심이 있을 뿐이었다.

“다시 사과하겠다. 그러니 알려다오 우리에겐 아주 중요한 일이다.”

비터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자 마크도 결국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다.”

“좋다. 어려운 일도 아니니 알려주지. 20식 검술은 12식 검술을 기반으로 대를 이어 오랫동안 생사를 넘나드는 고난을 통해 그들만의 검술로 발전시켰을 거다.”

“맞다. 처음 검술을 전수 받을 때 들은 이야기다.”

“바로 그것이 문제다. 20식 검술은 수많은 실전경험을 바탕으로 강맹한 그들의 체질과 기질에 맞게 만든 검술로 보인다. 때문에 연검을 통해 생성되는 오러 역시 강맹하다.”

“정확하다. 검술도 강력하지만 오러 역시 같은 수준의 기사들보다 강맹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아버지께서는 동부에서 크게 이름을 떨치셨다.”

비터가 자부심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그는 항상 그런 아버지를 존경했고 그런 아버지가 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가졌다.

“그렇겠지. 한데, 오러를 수련할 때는 아무리 조심을 해도 몸에 부담을 주고 크게는 부상을 입기도 한다. 하지만 이 경우는 일반적인 범주를 넘었다. 오러가 너무 강해 웬만한 사람은 신체가 버티지 못한다.”

“그럼… 검술을 익히면 불구가 되는 이유도….”

“그래. 너무 강맹한 오러 때문이다.”

카일의 말에 비터는 오래전 아버지가 연공으로 인해 가끔 내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하지만 오러 연공시 몸에 부담을 느끼거나 내상을 입는 것은 다반사로 벌어지는 일이라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지는 않았다.

“이런 간단한 이치를 몰랐다니….”

“보통 이런 문제가 계속 발생하면 검술에서 문제점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검술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문제라면 너무 강한 게 탈이지.”

“그… 럼 방법이 없다는 건가?”

“전반부 12식 검술만 빼 원래 가지고 있던 후반 12식 검술과 합치면 큰 문제 없이 익힐 수 있을 거다.”

카일의 말에 비터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지금 가문의 사람들이 바로 이 방법으로 검술을 그나마 익히고 있었다. 비터 역시 이렇게 검술을 익히고 있었다.

“그 방법은 우리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상급 검술이다.”

“남은 검식은 본래 자신의 것도 아니지 않나? 욕심도 많군.”

카일의 말에 비터의 얼굴이 붉어졌다. 스스로도 욕심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뭐 상급 검술이라면 누구나 욕심을 내기 마련이니 비난하지는 않겠다. 두 번째 방법은 나누어 익히는 방법이다.”

“나누어… 익히다니?”

“처음 기본 12식부터 경지가 오를 때마다 검식을 조금씩 늘려가는 방법이 있다. 천천히 몸을 강맹한 오러에 적응시키는 방법이다.”

“그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나?”

“오래 걸리긴 하지만 안정적으로 익힐 수 있다. 단점이라면 익힐 수 있는 검식이 한정될 수 있다.”

“한정적이라면?”

“아무리 검식을 조금씩 늘려가며 오러에 적응한다고 해도, 모든 사람이 적응할 수는 없는 일이다.”

“체질에 따라 검술을 익힐 수 있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군.”

“정확하다.”

카일이 말한 방법은 보일이 자경대의 순찰조에게 검술을 전수하며 쓴 방식이었다. 부담이 거의 없는 12식부터 몸이 적응할 때마다 한두 초식을 조금씩 전수해 무리하지 않고 검술을 익히게 한 것이다. 비록 수련의 성과가 더디긴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검술에 비해 늦은 편도 아니었다.

“마지막 방법은… 흠….”

카일이 잠시 눈을 감고 고민에 빠졌다. 카일이 생각에 빠지자 비터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어렸다. 아마도 마지막 방법이 바로 비터가 원하는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생각이 길어지자 비터의 얼굴도 점점 절망으로 물들었다.

‘내가 너무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나?’

비터가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돌리려는 순간, 카일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흘러나왔다.

“마지막 방법은 혼원장과 같이 익히는 것이다.”

카일의 대답에 세인도 놀란 얼굴이었다. 카일의 고민이 길어지자 세인은 카일이 새로운 검술을 알려 줄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검술을 온전히 익힐 수 있다는 말이냐?”

“그렇다. 연공을 하면서 내상을 입는 이유는, 마나가 오러로 정제, 압축되는 과정에서 몸에 부하가 걸리기 때문이다. 오러가 강맹할수록 부하는 더 커지고 몸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럼 혼원장이란 수련법이 몸에 걸리는 부하를 줄여준다는 말이냐?”

“아니! 몸 안에 들어오는 마나의 양이 같은 이상, 정제되는 오러의 양도 일정하다. 그러니 몸에 걸리는 부하는 줄여줄 수 없다. 대신 몸이 부하를 견딜 수 있게 만들어 주지.”

“아! 오러 수련법!”

카일의 말을 세인은 곧바로 알아들었다. 혼원장은 마나가 아닌 오러를 몸 안 깊숙이 퍼트려 근육과 장기를 단련하는 수련법이다. 몸을 더욱 질기고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동시에 오러의 질을 향상시킨다. 즉 마나가 정제, 압축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하를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육체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었다.

“하… 하지만 혼원장이란 수련법은 10년을 수련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야 오러가 없는 일반인이 검술을 수련하지 않고 오직 혼원장만을 수련할 경우 10년이 걸린다는 말이었다. 오러가 이미 몸 안에 쌓여 있다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아!”

비터는 카일의 말에 탄성을 터트렸다. 설마 이렇게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줄은 몰랐다.

“두 사람은 이미 몸 안에 오러가 있으니 지금 상태라면 3년 정도만 수련해도 검술을 익힐 수 있을 거다. 단, 정확한 동작으로 수련했을 때의 이야기다.”

카일의 말에 비터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드디어 가문의 숙원을 이룰 수 있게 된 것이다.

“부탁한다. 제대로 된 혼원장을 알려다오. 약속대로 가문의 검식을 알려주겠다.”

비터가 절박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렵지 않다.”

“고맙다! 그럼 먼저 가문의 검술에 대해 알려주겠다.”

비터는 가문의 검술을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야 한다는 사실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지만,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그만한 대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용병으로 떠돌며 수없이 배웠다.

“마크, 검 좀 빌려줘.”

비터가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마크가 인상을 찌푸리며 카일을 보았다.

“…혼원장을 익힌다고 정말 가문의 검술을 복원할 수 있는지 아직 알 수 없어, 삼 년이나 지난 뒤에 익히지 못하면 어쩌려고.”

마크의 말에 비터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난 카일의 말을 믿는다. 분명 익힐 수 있을 거다.”

비터가 마크를 보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강하게 말했다. 하지만 마크는 비터의 눈빛에서 그가 이미 많이 지쳐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크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허리에서 검을 뽑아 비터에게 내밀었다.

“카일. 일단 다시 검식을 보여준 후 호흡법을 알려주겠다.”

“검식은 필요 없다. 호흡법만 말해라.”

카일이 무심하게 말했다.

“…마나를 몸 안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검식과 호흡법을 정확히 일치시켜야 한다. 호흡법만 알아서는….”

“검식은 앞선 대련에서 이미 외웠다. 호흡법만 알려주면 된다.”

“지금… 대련만 해보고 검식을 파악했다는 말이냐?”

“검식을 순서대로 펼쳤는데 모를 것 같으냐?”

카일이 오히려 비터에게 되물었다.

“호흡법만 알려줘도 된다.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원망하지 않겠다.”

카일이 무심한 듯 말했지만, 이미 카일이 대부분의 검식을 알고 있어 따로 시범을 보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세인은 경악에 휩싸여 입을 다물 줄 모르는 비터와 마크의 표정에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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