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용병라이더-97화 (97/404)

97.마법과 기계학2

“마법. 즉, 익스플로젼 마법의 힘으로 탄환을 날려 보낸 것입니다. 때문에 마법의 발현 거리와 총에서 발사된 탄환의 사거리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아! 말씀하신 대로 발현 거리와 달리, 마법의 힘으로 물체를 날려 보내는 것은 정해져 있지 않지요. 그럼….”

“맞습니다. 마법의 힘으로 탄환을 날려 보낸다는 뜻이죠.”

“하지만 1서클 마법인 익스플로젼의 파워는 그리 강하지 않습니다. 하급 마법으론 오크를 아무리 공격해 보아도 죽일 수 없다는 말입니다. 헌데 그런 1서클 마법의 힘으로 발사된 탄환이 오크, 더 나아가 기사를 죽일 수 있다니요.”

1서클 마법인 익스플로젼은 미미한 폭발력을 가진 기초적인 마법에 불과했다. 그런 마법으로 기사를 죽일 수 있다는 사실에 멀린은 아직도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이다.

“무조건 가능한 건 아니고,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이라니요?”

“우선 첫 번째. 힘의 집중이 필요합니다.”

“힘의 집중?”

카일은 소총을 들어 멀린에게 보여 주었다.

“탄환을 장전하는 곳입니다. 이곳에 스크롤과 탄환을 밀어 넣고, 익스플로젼 마법을 발현시켜 폭발을 일으키면 어떻게 될까요? 사방이 막혀 있으니 폭발력을 분출할 곳은 단 한 곳. 총구 쪽으로 모든 힘이 집중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폭발력이 한 방향으로 모두 집중되어 탄환을 밀어낸다는 말씀이군요.”

“정확합니다.”

“그럼 더 강력한 마법을 사용한다면 더 위력적인 마법 무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말이군요.”

카일이 애석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부정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만 현실은 좀 다릅니다.”

“네?”

“비록 1서클인 폭발 마법이지만, 총열 안에서 일어나는 폭발력은 탄환을 눈에 보이지 않을 속력으로 날려 보내는 게 가능할 정도입니다. 1서클 마법보다 더 강력한 폭발력을 이 정도 크기의 총열에 부여한다면, 아마도 탄환을 날려 보내기도 전에….”

카일이 의도적으로 말을 끊었다. 완전히 이야기에 몰입한 멀린이 침을 꿀꺽 삼키려는 순간, 카일은 기습적으로 말을 내뱉었다.

“꽝!”

사레가 들린 멀린이 마른기침을 쏟아냈다. 카일은 아랑곳하지 않고 설명을 이어나갔다.

“…하고 총열이 터져 버릴 겁니다. 버티려면 아마 총열이 더 두껍고 튼튼해야 하겠죠.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무게 때문에 휴대성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아하. 총이란 마법 무구를 만들려면 마법만 능해서는 될 수 없다는 말이군요.”

“정확히 이해하셨습니다. 단순히 마법만이 아니라 기계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답니다.”

말을 잃은 멀린은 경탄의 표정으로 카일을 바라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놀라워서 그렇습니다.”

“예?”

“마법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도 가지고 있지 않으신 분이, 완전 새로운 마법 이론을 만들어내셨지 않습니까.”

“마법 이론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전 마법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나 다름없습니다.”

“마법을 이용한 모든 것들이 바로 마법 이론입니다. 지금의 4대 마탑 역시 이와 같은 단순한 마법에서 시작해, 지금의 마탑으로 성장한 것입니다.”

“마탑이라니…! 말도 안 됩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은 마법이 아니라 기계나 장치일 뿐입니다.”

카일이 황급히 손을 저었다.

“물론 마법과 기계학의 조합으로 당장 마탑을 세울 수 있다는 건 아닙니다. 설령 마법과 기계적인 이론이 완벽하다고 해도, 기존 마탑에서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배척하고 멸살시키려 할 수도 있겠지요.”

“멸… 살이라니요?”

멸살이라는 무거운 단어에 카일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일전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마법사들의 폐쇄성과 이기적인 성향을 말입니다.”

“새로운 마탑의 등장을 기존 마법사들이 막는다는 말입니까?”

“아닐 리가 없습니다. 4대 마탑들은 서로 치열하게 경쟁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자신들 이외의 마탑이 등장하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마법사들이 획기적인 마법적인 이론을 만들었지만, 이들 대부분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거나 4대 마탑에 종속되어 버렸지요.”

“하지만 각 왕국이나 제국에 소속된 마탑이 있지 않습니까?”

“왕국에 소속된 마탑은 신선한 이론이나 지식을 기반으로 탄생한 마탑이 아닙니다. 각 왕실과 제국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기관입니다. 그렇기에 마법사들의 능력은 4대 마탑의 마법사들보다 떨어집니다. 더군다나 마법적으로 나라에 종속되어 있지요.”

카일은 어렵지 않게 멀린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동안 4대 마탑은 많은 뛰어난 마법사들을 배출했다. 또한 이를 기반으로 오랜 시간 강대한 세력과 지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그와 더불어 마탑에 소속되지 않은 마법사들이 만들어 낸 마법적 지식과 이론을 갈취하여, 지금의 세력과 지위를 이어 왔다는 말이었다.

마치 전생에서 중소기업이 오랜 시간 공들여 개발한 기술을 빼앗아가는 대기업의 모습과도 같았다.

“음… 인제 보니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카일의 말에 멀린은 잠시 망설였으나, 이윽고 담아두고 있던 속내를 토해냈다.

“그렇습니다. 사실 카일 님이 만든 마법 무구는 정말 획기적이면서도 대단한 아티팩트입니다. 저서클 마법을 이용해 엑스퍼트를 죽일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니까요. 하지만 자칫 카일 님이 마법사, 특히 4대 마탑에 표적이 될 수 있는 위험한 물건이기도 합니다.”

“마탑에 표적이 되다니요. 고작 저서클 마법을 이용한 아티팩트를 만들었다고 마탑의 표적이 될 수 있다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이 문제입니다.”

“예?”

“바로 그 점이 4대 마탑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다는 말입니다. 필시 마탑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반드시 카일 님을 죽이려 할 겁니다.”

“회유를 하는 게 아니라요?”

“그런 부드러운 방법을 선택할 리가 없습니다. 카일 님은 마법사가 아닌 검사이지 않습니까? 마법사도 아닌 검사가 엑스퍼트를 죽일 수 있는 물건을 만들었습니다.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글쎄요….”

카일이 곤혹스럽다는 낯을 했다.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이야기였다.

“마법사, 특히 고서클 마법사의 지위가 크게 흔들리게 될 겁니다. 그중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되는 곳이 바로 마법사들이 모여 있는 마탑입니다. 특히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4대 마탑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되겠지요.”

왕립 마탑이나 제국 마탑의 경우 고위 마법사들의 효용 가치가 떨어진다고 해도 지속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겠지만,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4대 마탑은 그동안 왕국이나 제국에서 받아 오던 지원이 현저하게 줄어들 수 있었다.

“설마… 그럴 리가요.”

“아니요. 확실히 고위 마법사들은 큰 타격을 입을 겁니다. 당장 총이란 물건만 해도 1서클의 마법을 사용했으나 4서클 마법 아티팩트에 버금가는, 어쩌면 더 높은 위력과 효율을 가지고 있는 물건입니다. 더군다나 저서클 마법사들이 대량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물품이기도 하면서, 사거리는 기존에 마법사들의 상식을 파괴하고 있으니, 누가 값비싼 고서클 마법 무구를 사려 하겠습니까.”

“그럼 멀린 님께서는 제가 총을 사용하지 않기를 바라시는 겁니까?”

카일의 물음에 멀린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총은 위력적이면서도 효율적인 무기입니다. 특히 와이번과 함께라면 더 큰 효용 가치가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카일 님도 그와 같은 생각으로 와이번의 위에서 총을 사용하신 거겠죠.”

“정확합니다. 지난 공중전을 겪으면서 느낀 취약한 근접전의 대안으로, 총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총을 아예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최대한 조심스럽게 사용하셔야 합니다. 적을 만나 피치 못할 일로 총을 사용하게 된다면, 상대를 반드시 죽이십시오.”

“목격자를 두지 말라는 말이군요.”

“바로 그겁니다. 목격자가 있다면 반드시 화를 부르게 될 테니까요.”

* * *

“카일!”

“아, 예!”

카일이 퍼뜩 머리를 치켜들었다. 보일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카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고민이 있으냐? 갑자기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럴 리가요. 잠시 다른 생각이 떠올랐을 뿐입니다.”

카일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뭐….”

보일은 미덥지 못하단 기색이었으나 잠자코 들고 있던 총으로 시선을 돌렸다.

“제가 사용하는 소총과 다소 차이가 있어요. 일단 탄환 제작법부터 알려드린 다음 목책 밖에서 실사격을 하도록 해요.”

카일은 보일과 함께 작업실로 향했다.

작업실 한쪽에는 대장장이 타론에게 부탁해서 미리 만들어 놓은 작은 납 구슬들이 나무 상자 안에 꽉 차 있었다. 그리고 상자 옆으로 커다란 압착기 형태의 기계가 놓여 있었다.

“탄환을 만들려면 일단 밀랍이 필요해요.”

카일은 먼저 밀랍이 들어 있는 작은 철합을 화로 위에 올렸다. 밀랍이 녹기를 기다리는 동안 기계 아래쪽 작은 원통 안에 얇은 가죽을 놓은 후, 상자 안에 들어 있는 납 구슬을 넣었다.

“마지막으로 밀랍을 부어 넣고 위에서 눌러 압착을 시키면 탄환이 완성됩니다.”

카일이 기계 위쪽에 달린 쇠막대기를 강하게 누르자, 밀랍 위로 특이한 형태의 글자가 박혀 들었다.

“생각보다 간단하구나.”

보일이 카일의 손에 들려 있는 총탄을 요모조모 뜯어보며 말했다.

“마법이라 총탄을 사용한 후에는 총열 안에 남아 있는 잔여물도 없어 편리하죠. 사용방법은 단순하니까 쉽게 쓸 수 있을 거예요!”

카일은 예전에 만들어 두었던 가죽 벨트에 탄환을 하나씩 끼워 넣었다. 탄환을 쉽게 휴대하기 위해 언젠가 서부 영화에서 보았던 가죽 탄띠를 만들어 본 것이다.

보일과 카일은 새로 만든 총을 들고 곧장 목책을 넘었다. 본격적으로 실사격에 돌입하려는 것이다.

“제일 먼저 알려 드릴 자세는 목에 걸어 이동하는 자세(Folding it in)입니다. 총을 앞쪽에 두고 이동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자세예요.”

“앞쪽에 두고 걸으면 이동할 때 불편하지 않으냐?”

“보는 것처럼 불편하지는 않아요. 더군다나 언제, 어느 때 적이나 몬스터가 나타날지 알 수 없잖아요. 적이 나타났을 때 곧장 사격을 하기 위해서는 앞쪽에 총을 두고 있는 것이 좋아요.”

카일이 먼저 시범을 보인 뒤 보일에게 총을 건넸다.

“총구를 아래쪽으로 두고 멜빵끈을 조절하세요. 개머리판 끝과 턱 사이에 주먹 하나 들어갈 정도로 공간이 생기도록요.”

“이렇게 말이냐?”

카일의 말을 유의 깊게 듣던 보일이 총을 앞쪽으로 메고 주섬주섬 가죽 멜빵을 조절했다.

“좋아요. 이제 본격적으로 총을 쏘는 자세를 알려드릴게요. 기본적으로 총을 쏘는 자세는 개머리판을 어깨에 견착하는 거예요.”

카일이 직접 총을 어깨에 바싹 붙이며 자세를 취했다.

“이렇게 말이냐?”

보일이 어색하게 카일을 따라 했다.

“어깨 안쪽에 움푹 들어간 부분이 있어요. 이곳에 개머리판을 밀착시켜야, 탄환이 발사될 때의 반동을 어깨가 안정적으로 받아줄 수 있어요. 반동을 제어하지 못하면 어깨나 몸이 흔들려 정확도가 떨어지거든요.”

카일이 보일의 자세를 수정해 주며 말을 이어나갔다.

“이동하며 총을 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준비 자세 4가지를 알고 있어야 해요. 첫 번째 자세는 하이 포트(high port). 총구 방향을 위쪽으로 들어 올려 움직이다가 사격을 하는 겁니다. 보통 좁은 공간을 이동할 때 주로 쓰이는 자세죠.”

카일은 직접 시범을 보여줬다. 총을 위로 들어 올리고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총구를 곧장 아래로 내려 사격 자세를 취했다.

“다음은 하이 레디(high ready). 총구를 45도 방향으로 위로 들어 올리는 거죠. 갑자기 앞쪽에 적이 나타나 총을 쏠 수 없을 때, 총구로 적의 얼굴을 찌르거나 쳐서 공격할 수 있는 자세입니다. 세 번째 로우 레디(low ready)는 총구를 45도 아래로 내리는 겁니다. 사격을 한 후 총구를 내려 목표를 확인할 수 있죠. 마지막 로우 포트(low port) 자세는 총구를 완전히 아래로 내리는 거고요.”

카일은 기본적인 자세와 함께 총을 관리하는 법까지 자세히 알려준 뒤, 실제 목표를 정해 십여 발 정도 실탄 사격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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